소설리스트

수인 아카데미의 NTL 왕이 되다-95화 (95/102)

〈 95화 〉 94화. 이서린 스카웃.(3)

* * *

군데군데 누런색 얼룩이 진 적당한 크기의 침대만이 덩그러니 놓인 작은 방.

유난히 깔끔을 떠는 성격도 아니 건 만, 절로 인상이 찌푸려진다.

...이 새끼들은 장사를 하겠다는 거야, 말겠다는 거야.

원래 이런 식으로 운영을 하는 것인지, 아니면 실수로 뒷정리를 하지 않은 것인지는 모르겠지만, 분위기가 팍 하고 식는 느낌이 들었다.

침대 옆에 놓여있는 딱딱한 나무 의자 2개 중, 하나에 앉아 이서린을 향해 앉으라는 눈빛을 보낸다.

­ 덜덜덜..

여전히 그 앙상한 몸을 마구 떨어대는 게 어지간히도 내가 두렵긴 한 것 같다.

­ 터벅 터벅.

아주 좁은 보폭으로 내 곁으로 다가온 이서린이 비어있는 의자를 두고서, 내 앞에 조심스럽게 무릎을 꿇고 앉는다.

그리고는 나의 자지가 있는 근처를 힐끔 보고선, 고개를 푹 숙여버린다.

"...부, 부정 탈 거에..요.."

처음으로 들려온 이서린의 목소리.

그 안에는 삶에 대한 그 어떠한 희망이나 목적 따위는 없었고, 금방이라도 타들어 가 완전히 꺼져버릴 것 같은 위태로움만이 존재했다.

"..부정을 탄다니? 그게 무슨 소리지?"

그녀의 말에 반문하며 푸석푸석한 머리칼이 거친 피부로 도배된 듯한 이서린의 얼굴을 가리자 손을 뻗어 그 머리칼을 정리해주려는데.

­ 흠칫!...움찔움찔.

몸을 크게 한 번 들썩이며, 두 눈을 자꾸 찡그리며 연한 주름을 만들어내는 이서린.

....심각하군. 자신에게 손을 뻗는 것만으로도 몸이 이렇게 반응할 정도라니...

학대도 보통 학대가 아닌, 아주 지독한 학대를 그녀의 친모에게서 받은 것 같았다.

아니, 그뿐일 리가 없었다.

이곳에 들어오기 전, 이서린은 바라보던 카운터에 있던 그 녀석도 이서린을 인간 이하의 것으로 바라보는 눈을 하고 있었으니.

"...너에게 해를 가할 생각은 없어."

같은 팀원들이 봤다면 두 눈이 휘둥그레질만한 다정한 목소리로 이서린에게 말을 건넸지만, 여전히 시선을 피한 채, "…. 부, 부정을 탄다고...저와 관련되면…. 부정을 탈 거에요…." 라고 중얼거린다.

그러더니, 갑자기 몸을 벌떡 일으키더니, 출구 쪽으로 뒷걸음질을 치기 시작한다.

"여, 역시 안 되겠어요... 다, 당신까지 부정으로 물들일 수는...아아, 저, 저는 죄 많은 존재...."

닭똥 같은 눈물이 하얀 각지들이 피어오른 이서린의 볼 위로 흘러내린다.

이서린이 살아온 배경을 생각하며, 그녀의 모친에게서 받지 못한 다정함과 따뜻함으로 무장해 그녀를 꾀어보려던 계획은 실패인 것 같았다.

조금 전까지 얼굴에 쓰고 있던 다정함이람 가면을 벗어던진 채, 아주 싸늘하고도 낮은 목소리를 흘린다.

"......쯧..씨발... 귀찮게 하네, 진짜."

"........."

자리에서 슬그머니 일어나 한 걸음을 내딛자.

­ 덜컥.

­ 타타타탓.

이서린이 소매로 눈물을 대충 닦아내고서 냅다 방을 빠져나가 달리기 시작한다.

....이런...씨발년이...

나 역시 다급하게 움직여 방을 빠져나왔고, 이서린이 달려 나간 방향을 향해 고개를 돌린다.

그곳에는...

검은 정장을 입은 거구의 사내들이 흉흉한 기세를 끌어올리며 나를 바라보고 있었다.

그리고 그들의 중심에는 우리를 이곳으로 안내하며, 나에게 소소한 팁까지 받아 갔던 그 녀석이 비릿한 미소를 지으며 서 있었다.

녀석은 무리를 이끌고서 나에게로 다가오더니, 대뜸 나를 향해 묻는다.

"...크크큭. 이 쥐새끼 같은 놈들. 너희들의 목적은 처음부터 저 년이었지?"

작은 점이 되어 사라져가는 이서린을 턱으로 가리키며 킬킬 웃어대는 녀석.

".... 처음부터 알고 있었다?"

"...킬킬..뭐, 그냥 우리가 하는 일이 그래서 말이야. 네가 저 녀석을 어떤 이유로 찾아왔든, 정말로 저 녀석의 몸을 맛보고 싶어서 그랬든, 그런 건 중요하지 않거든."

웃으며 말을 하고 있는 녀석이었지만, 그 눈 속 안에는 커다란 증오와 분노, 살기를 가득 담고 있었다.

그러나 정말 웃긴 건, 그 모든 감정들이 나를 향한 것이 아니었다.

"...무슨 소리지? 도대체 무슨 소리를 하는 지 모르겠..."

"저주받은 애 거든. 아니, 태어나서는 안 되는 존재란 말이 더욱 어울리겠군. 큭큭. 어쨌든 미안하게 됐어. 도련님. 하필 골라도 저 년을 골라서..."

녀석이 계속해서 무어라 말을 하고 있었지만, 그 말을 무시한 채, 팀원들에게 【텔레파시】를 이용해 빠르게 상황을 전달한다.

【목표가 도주하고 있다. 미켈과 한..설화는 최대한 은밀하게 움직여서 목표를 미행해. 그리고 세 사람은 지금 당장 뛰쳐나와.】

곧 두 여인의 목소리가 들려오고, 그 뒤로 폭발 소리와 같은 엄청난 굉음이 내 머릿속이 아닌 귓가로 들려온다.

­ 콰아아아앙!!!

저 멀리에서 흙먼지가 짙게 피어올랐고, 그 안에서 이한이 단추가 풀어 헤쳐진 와이셔츠, 지퍼가 내려간 바지의 차림으로 걸어 나온다.

"..씨발!! 병신 같은 헐렁보지년아!! 걸래!! 창녀!!! 씨발!!"

­ 끼이이익.

조용히 문을 열리는 소리와 함께, 처음 모습 그대로 깔끔한 모습으로 걸어 나오는 쌍둥이.

조금 전까지만 해도, 킬킬거리며 웃음을 흘리던 녀석이 긴장감이 맴도는 눈빛으로 나의 눈치를 본다.

그리고는....

"뭐 해!! 이 새끼들아!! 모두 죽여버려!!!"

"실력 좀 보자. 모두 죽여."

누가만 저랄 것도 없이 서로를 향해 죽음의 예고를 던진다.

­ 콰지지지직.

수십명의 가드들이 온몸을 뒤틀며, 거대한 라이칸의 모습으로 변하는 순간.

­ 퍼어억!

난 내 앞에 있는 말 많던 녀석의 명치를 아주 강하게 프론트킥으로 걷어찼다.

"..큭.. 크윽...비, 비겁한 놈....변신할 시간은 줘야..."

"대가리에 총 맞았냐? 병신 같은 게."

자신들의 두목쯤 되어 보이는 녀석이 바닥에 쓰러져있자, 더욱 흥분한 라이칸들이 빠른 속도로 변화를 끝마치려던 그 순간.

­ 파지지지직!!!!

귓가를 먹먹하게 만드는 정도가 아닌, 모든 소리 들을 잡아먹어 단 한 가지 전기가 맹렬하게 튀는 소리만을 들리게 할 정도로 강렬하고 커다란 전기 스파크가 녀석들의 뒤에서 발생한다.

"........!!!"

".....크, 크르릉...?"

­ 타타타타탓.!!

경쾌한 발소리와 함께 쇠를 갈아놓은 듯한 허스키한 목소리를 가진 이한의 목소리가 들려온다.

"씨발!!! 느려!! 느리다고!!! 이 개 같은 새끼들아!!!"

양손에 엄청난 양의 전기를 두르고 있는 이한이 녀석들의 중심으로 떨어져 내린다.

이한의 손에 모인 전기들은 어떤 형상의 모습을 하고 있었는데, 그 형상이란 바로 인간의 얼굴의 모습을 한 해골이었다.

그 안에 내포된 엄청난 기운과 살기에 목숨의 위협을 받은 라이칸들이 그 거대한 체구를 움직이며 이한을 붙잡으려 손을 뻗는다.

그 순간.

"씨발!! 뒈져버려!!! 너도. 너도. 너도. 그리고 너도!! 이 병신새끼들아!!!"

마지막 순간, 말을 내뱉으면서 나를 노려보는 것 같은 느낌을 아주 강하게 받았다.

....이, 이런 미친새끼가

앞서 나에게, 이서린이 저주를 받았다느니, 어쨌다느니, 의미심장한 말을 내뱉던 녀석을 붙잡고서 【사이코메트리】를 사용하고 있던 나는

【사이코메트리】가 딱 끝나는 순간 운 좋게 이한의 눈빛을 볼 수 있었다.

일미를 이용해 바닥에 쓰러져있는 녀석의 발목을 강하게 감싸고서, 몸을 덜덜덜 떨어대며 어쩔 줄 몰라 하는 이리아와 아리아를 이미와 삼미로 빠르게 낚아채고선, 그대로 출구를 향해 빠르게 달려 나갔다.

.....씨, 씨발. 이대로는 늦는다.

도저히 저 강렬한 기운을 흩뿌려대는 전기의 범위 안에서 시간 내에 빠져나갈 수 있을 것 같지가 않았다.

【탐(?)】

급한 대로 【탐(?)】의 힘을 끌어올리고서 달리기 시작했고, 내 등 뒤로 새파란 빛이 나를 잡아먹을 듯이 쫓아오는 게 느껴졌다.

마침내, 출구 앞에 도착한 나는 있는 힘껏 몸을 던져 문을 부숴버렸고, 사미를 이용해 근처에 있는 벽을 짚고서 공중에 떠 있는 몸을 앞으로 던져버렸다.

그 순간.

­ 빠지지지지지직!!!!!

­ 콰콰콰콰콰콰과과광!!!!!!

­ 퍼퍼퍼퍼펑!!!

엄청난 폭발음과 푸른빛이 뒷골목을 집어삼키듯이 지배해나간다.

조금 전까지만 해도, 멀쩡히 서 있던 Paradise의 건물이 잘게 쪼개지며 사방으로 튀어 나갔고, 그 잔해들로 인해 옆에 있던 건물들까지 피해를 보았다.

­ 덜덜덜덜..

내 품속에 안긴 쌍둥이 녀석들의 진한 떨림이 전해져온다.

여전히 이한이 전기를 터트린 그곳에서는 허공에 푸른색의 스파크가 생겨나며 "파지짓" 거리는 소리가 군데군데에서 들려온다.

­ 저벅저벅.

­ 터억.

건물이 무너져 흙먼지가 자욱하게 피워낸 그곳에서 걸어 나오는 그림자 하나.

그 그림자는 내 앞에서 멈춰서더니...

"씨발!!! 병신!!! 죽일 수 있는 기회였는데!!"

욕설과 함께 이를 바득바득 갈고 있는 이한이 나를 바라보고 있었다.

­ 파지지짓.

녀석의 몸에서 불꽃놀이처럼 터져나가는 푸른 스파크가 그의 화를 대변하듯이 터져나간다.

푸른색의 긴 생머리였던 녀석의 머리는 능력을 사용한 탓인지, 적당히 곱슬곱슬한 반곱슬의 머리 스타일로 변해있었다.

"....쯧...씨발..."

정말로 아쉽다는 듯이 혀를 차며 고개를 돌리는 녀석.

­ 히죽.

그 모습에 절로 히죽거리는 웃음이 피어났다.

아마, 녀석은 지금 내게 일종의 테스트를 해본 것 같았다.

자신이 사용한 능력에 휘말려 죽게 된다면, 그에게 있어 나는 아무런 짝에도 쓸모없는 허울 좋은 리더일테니까.

물론, 방식이 거칠고 잘못됐지만, 녀석의 실력만큼은 인정해줘야 할 것 같았다.

...갈수록 더 마음에 들어. 어떻게든 굴복시켜서 충성스러운 개로 만들어야겠어.

전투에 돌입한 상태임에도 불구하고, 아무런 행동도 취하지 않고 있던 이리아와 아리아보다는 이한 같은 타입이 훨씬 마음에 들었다.

적어도 적들을 눈앞에 두고서, 도망가거나, 머뭇댈만한 스타일은 아니었으니까.

"...으, 으으...히이익...괴, 괴물...!!"

일미에게 발목을 잡혀, 억지로 생존하게 된 녀석이 딸꾹질과 함께 손가락으로 이한을 가리키며 말한다.

그의 이름은, 이현석.

【사이코메트리】로 알아본 바에 의하면, 이서린은 그의 조카였고, 이서린의 친모는 이현석의 여동생이었다.

아무래도, 이서린의 학대는 친모에게서만 일어나는 게 아닌 것 같았다.

모든 상황이 끝났음에도, 여전히 나의 품에서 떨어지지 않으려 하는 쌍둥이 녀석들의 머리에 손을 올려놓고서 쓰다듬는다.

【...이쪽은 상황이 정리됐다. 그쪽은 어떻지?】

미켈과 한설화에게 연락을 보내자, 곧 아주 재밌어 죽겠다는 미켈의 목소리가 들려온다.

【으흐흥~히힛. 어떻냐구~? 너무 재밌어~ 재밌어~ 재밌다구!! 힛.】

【....농담할 기분 아니니까, 빨리 말하기나 해.】

...하아...정상적인 놈들이 없어.. 정상적인 놈들이..

대답이 들려온다.

그러나 미켈의 목소리가 아닌, 한설화의 목소리가 들려온 건 의외였다.

【목표..자신의 집으로 도주. 목표의 친모로 보이는 인간이 목표의 옷을 찢고 폭행을 하고 있어.】

【....알았다. 그곳의 위치는 어떻게 되지..? 으음...아니, 필요 없겠어. 곧 그쪽으로 합류할 테니, 잘 지켜보고 있어.】

그렇게 미켈과 한설화와의 무전을 끊어버린 뒤, 몸을 오들오들 떨고 있는 이현석을 일미로 이용해 들어 올리고서 말한다.

"이서린의 집이 어딘지 알고 있지?"

­ 끄덕끄덕끄덕끄덕.

"안내해. 혹시라도 허튼짓하면 바로 죽여버릴 거니까, 명심하고."

절망에 젖어가는 그 눈동자는 결국, 눈물을 흘려내며 연신 고개를 끄덕인다.

­ 위이이이잉!! 위이이이요오옹!!

때마침, 경찰과 여러 가지 단체의 출현을 알리는 사이렌 소리가 들려왔지만, 그들은 절대 우리를 찾아내지 못할 것이다.

이미, 그 자리에서 빠른 속도로 벗어난 우리의 목적지는 이서린의 집이었다.

* *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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