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수인 아카데미의 NTL 왕이 되다-93화 (93/102)

〈 93화 〉 92화. 이서린 스카웃.

* * *

몬스터의 아지트를 빠져나와 홍콩을 향해 출발하기 직전.

나를 뒤따라오는 녀석들을 향해 몸을 돌리며 그들을 바라본다.

그런 나를 바라보며 혀로 입술을 훑고 있는 미켈의 뒤로 주머니에 깊게 손을 찌르고서 팔자 스텝을 밟으며 불편한 심기를 드러내는 녀석, 한 손에 검을 쥐고서 묵묵히 따라오는 녀석, 서로의 손을 꼭 붙잡은 채, 연신 두리번거리는 두 녀석까지.

모두가 각자 다른 개성을 뽐내고 있었다.

녀석들을 불러세워 간단한 인사나 하려 했지만, 도통 그럴만한 분위기가 아닌 것 같다.

특히나, 주머니에 깊게 손을 찔러놓은 녀석은 모자로 미처 가리지 못한 입매를 와락 구기고 있었는데, 그 입은 당장에라도 귀찮아질 만한 말들이나, 폭언따위를 폭발 시킬 것만 같았다.

....무시하자. 버릇없는 개의 교육은 이 일이 끝나고서 잔뜩 해주면 되니까.

이내 녀석에게서 시선을 돌리고서 가장 앞에서 나를 따라오는 미켈을 향해 묻는다.

"누가 조류의 크리쳐를 가지고 있지?"

홍콩을 향해 출발하기 위한 가장 기본적인 준비물과 같은 이동 수단을 가진 녀석을 찾기 위해서.

"흐흐흥~ 이 오빠 진짜 아무것도 모르나 보네? 지금의 6팀에는 하늘을 날 수 있는 이동 수단을 가진 사람은 없다구. 히힛."

미켈이 자랑스럽다는 듯이 그 빈약한 가슴을 들이밀며 말한다.

몬스터 녀석들과 처음 만났을 때, 아카랜드를 떠나오던 그 날처럼 너무나 자연스럽게 거대한 조류의 라이칸을 이용해 이동하던 그 모습을 상상하고 있던 내게 청천벽력과 같은 말이 들려온다.

"....씨발. 되는 게 없구만."

설마 제임스 녀석이 가장 기본적인 이동 수단을 가진 녀석을 팀에 끼워 넣지 않을 줄은 생각도 못 했다.

"키득키득. 지금 데리러 가는 녀석이 앞으로 우리의 이동 수단이 될 거라구~? 물론, 스카웃에 성공했을 때 얘기지만. 히힛."

난감한 상황이었다.

내가 옐로우게이트에서 빠져나왔다는 사실을 알고 있는 사람들은 나에게 힘을 부여받은 다섯 사람과 몬스터의 팀원들, DMG의 누군가밖에 없었다.

뭐, 언젠가는 많은 사람들이 알게 될 테지만, 한시아 일행들의 말로는 현재 내가 영웅과 같은 대접을 받고 있는 상황이라고 했다.

만약, 나를 알아보는 사람들이 있다면 인파가 몰릴 수도 있었기에, 최대한 은밀하게 행동해야 했다.

....영웅 같은 소리 하네. 희생양이겠지.

지금이라도 서둘러 공항을 향해 가야 하나 하는 생각을 하고 있을 때.

"뭐, 하지만 걱정 말라구! 미켈이는 꽤나 다재다능하니까 말이야~"

­ 씨익.

한껏 시원하게 웃어 보이던 미켈이 따라오라는 손짓을 하고는 앞장서서 어디론가로 걸어간다.

미켈을 따라 걷다 도착한 곳은, 아지트와 멀리 떨어지지 않은 곳에 위치한 깊은 바다였다.

이름 모를 무인도에 자리 잡고 있는 아지트는 고립이 되어 있는 상태였기에, 사면이 바다로 둘러싸여 있었다.

"모두들 미켈을 잘 지켜봐 줘야 해! 아무한테나 보여주는 게 아니거든. 으흐흐흥."

그 한마디를 남기고서 수십 미터의 높이는 되어 보이는 벼랑 끝에서 바다를 향해 가볍게 달려가며 허공을 향해 몸을 던지는 미켈이었다.

"......!!"

뭐라 말할 새도 없이, 밑으로 수직 낙하를 한 미켈이 시야에서 사라지자, 잠시 후에 아주 조그맣게 "풍덩" 하는 소리가 들려온다.

당연히 죽지는 않았을 것이다.

미켈에 대한 안전이나 걱정 따위가 아닌, 순전히 호기심과 흥미로 인해 몸이 저절로 움직이며 그녀가 몸을 던진 벼랑 끝으로 걸어가던 찰나.

­ 촤아아아아악!!!

대량의 물이 폭발하는듯한 소리와 함께 엄청난 크기를 가진 무언가가 수십 미터의 높이를 가지고 있는 벼랑 위로 모습을 드러낸다.

­ 샤아아아아아악!!!

그것의 모습은 마치.....상어...백상아리...아니, 그런 것 따위가 아니었다.

못해도 20m는 넘어 보이는 그것은 더이상 상어라고 부르기가 민망할 정도였다.

고대의 바다의 폭군이자, 먹이사슬 최상층에 도달해 신생대 올리고세 후기에 출현해, 160만 년 전 플라이스토세 초기까지 바다를 지배하던 지구상에 존재했던 상어 중 가장 큰 크기를 가진 메갈로돈이었다.

­ 캬오오오오오오!!!

귓가를 때리는 엄청난 괴성에 의해 귓속을 먹먹함이 가득 채워나간다.

그 순간.

"어때? 어때? 어때? 어때? 미켈이 되게 대단하지? 히히힛.♡. 모두 밑으로 뛰어내리라구~!!"

그 무시무시한 모습과는 전혀 어울리지 않는 미켈의 낭랑한 목소리가 울려 퍼진다.

­ 푸우우웅더어어엉!!!

중력에 의해 다시 바다 밑으로 떨어진 미켈이었고, 미켈의 본모습을 보고 신선한 충격을 받은 난 이내 미소를 짓고선 뒤에 있는 팀원들에게 소리쳤다.

"뛰어내려."

그리고는 가볍게 발을 박차고서 하늘을 향해 몸을 내던졌고, 잠깐 멈칫거리며 망설이던 팀원들이 마찬가지로 하늘을 향해 몸을 던졌다.

점점 떨어지던 우리는 밑에서 거대한 아가리를 쩌억 벌린 채, 우리가 떨어지기만을 기다리는 미켈을 보았다.

"흐흐흥....잘 먹겠습니다아아~♡"

나와 팀원들을 한 끼 식사 거리로 생각해 먹어 치워버릴 것만 같던 미켈은 의외로 부드럽게 우리들을 받아내고서 쾌속 운항을 시작했다.

중간중간 엄청난 양의 바닷물이 미켈의 입속에 가득 차 몇 번, 질식사할 뻔했지만.

그 거대한 덩치와는 어울리지 않는 엄청난 속도로 헤엄쳐 순식간에 홍콩에서 굉장한 유명 휴양지인 리펄스 베이 근처에 상륙했다.

그리고는 DMG측에서 우리를 위해 마련해둔 임시 아지트로 빠르게 이동했다.

확실히, 유명한 휴양지답게 수많은 인파가 해변과 그 주변으로 몰려있었고, 길을 지나다니는 사람들의 얼굴에는 행복함으로 가득 차 있었다.

마침, 여름이 찾아오고 있었기 때문에, 더욱더 많은 사람들이 몰린 것 같았다.

임시 아지트에 도착한 나는 "밤이 될 때까지는 자유롭게 보내도 좋다."라는 말을 던지고서 가장 구석에 있는 방으로 들어가 침대에 걸터앉았다.

­ 찌이이잊.

제임스에게서 받았던 검은색 봉투를 찢고서 그 안의 내용물을 확인한다.

들어있는 물건이라고는 고작 하얀색의 종이 한 장과 사진 한 장이 전부였다.

그 속에 담긴 내용이란, 내가 스카웃을 해야 하는 대상인 이서린에 대한 정보가 꽤나 자세하게 적혀 있었다.

....국적 대한민국, 이름 이서린, 나이 20, 가지고 있는 크리쳐의 힘 불명, 헬렌에 말에 의하면 신수의 혼, 고대의 혼을 가지고 있을 확률이 굉장히 높음. 어린 시절부터 모친과 둘이서 함께 살아왔는데, 모친에게 아주 긴 시간 동안 엄청난 학대를 받으며 생활했다는 정보가 있음. 굉장히 자존감이 낮으며 대인기피증에 시달리고 있음. 밤에는 리펄스 베이 뒷골목에 있는 사창가에서 일하며 생활비를 충당하고 있음.

종이에 적힌 모든 글귀를 읽어 내려가자, 옆에 덩그러니 놓여있는 사진이 눈에 들어온다.

새하얀 피 부위에 새겨진 시퍼런 멍과 크고 작은 얼굴의 상처들, 너무나도 깡말라 가죽위로 뼈가 드러나는 모습, 나와 마찬가지로 아주 새하얀 백발의 긴 머리, 금방이라도 울음을 터트릴듯한 표정, 양쪽 눈 밑에 짙게 새겨진 새까만 다크서클, 생기라고는 찾아볼 수 없는 두 눈동자까지.

보기만 해도, 평범하고 행복한 생활을 보내온 사람들과는 아주 달라 보이는 외관을 가진 누군가가 있었다.

.....못난 건 아닌데....사창가에서 일을 하기엔 조금 그런 것 같은데?

아니, 애초에 자존감이 낮고 대인기피증을 앓고 있다는데 사창가에서 일을 한다는 게 가능한가?

여러 의문들이 생겨나며 고개를 갸웃거리게 만들었지만, 이내 사진과 종이를 침대 한구석에 밀어 넣고서 벌러덩 뒤로 드러눕는다.

홍콩에 도착했겠다.

묙표에 대한 정보도 머릿속에 넣어뒀으니, 잠깐 눈을 붙일 계획이었다.

....그나저나 미켈 녀석도 고대의 혼을 가지고 있었다니...고대의 혼을 가지고 있더라도, 같은 팀원은 건드리지 않는다 이건가?

그 오금이 저리는 미켈의 본모습을 떠올리며 막 잠에 빠져드려는 순간.

­ 끼이익,

문을 조심스럽게 여는듯한 소리가 들려온다.

"...용건이 뭐야."

팀원 중에서 한 손에 검을 쥐고서 여태껏 단 한마디도 하지 않고 있던 매우 차분하고 조용한 분위기를 풍기던 녀석이 뜬금없이 찾아왔다.

"....귀 먹었어? 용건이 뭐냐니.....까?"

말을 하는 도중, 언젠가...어디선가 한번 진득하게 맡아봤던 풋풋한 사과의 향과 같은 향기가 코끝에서 느껴진다.

....분명, 맡아본 적이 있는데...어디였지...시아는 복숭아향이고...표지안은 상큼한 열대과일의 향이었고...아영선배였나..? 아닌데...아영선배는 과일보다는 꽃에 가까웠지...어...어, 어?

생각났다.

이 풋풋한 사과 향의 주인이 누구였는지.

"....야, 이 씨발같은년아. 네가 여기에 왜 있어?"

뱀의 쇳소리와 함께 거친 욕설이 자신을 향해 날아오자, 그 누군가가 자신의 얼굴을 가리고 있던 모자를 벗기 시작한다.

­ 스르륵.

모자가 완전히 벗겨져, 그 녀석의 얼굴이 드러나고.

"대답해. 네가 여기 왜 있냐고."

나의 물음에 그 녀석, 아니, 한설화가 나를 똑바로 마주 보며 입을 연다.

"....너야말로."

분명, 모든 창문이 닫힌 방이건 만, 어디선가 차가운 한기를 머금고 있는 바람이 불어오는 것만 같은 느낌이다.

레드문의 서열 1위이자, 한시아의 눈을 박살 낸 장본인인 한설화가 몬스터, 그것도 나의 팀에 속해 있다는 사실에 정신이 어질어질했다.

"귀가 없어? 당연히 스카웃 받았지. 세상이 어떻게 돌아가는지 관심은 가지고 살냐? 하긴, 지밖에 모르는 새끼였지. 너는."

최대한 이죽거리며 한설화를 바라본다.

"...나도 마찬가지야."

한설화의 말에 나는 그녀가 나와 같이 몬스터 녀석들에게 스카웃을 받았음을 알았다.

하긴, 성격도 개박살났고, 실력도 좋은 이 년을 안 데려가는 게 더 웃긴 일이네.

그런 생각에 혼자 피식하고 웃어 보이자, 이번에는 한설화가 먼저 질문을 건네온다.

"...어떻게, 내 명령을 거부할 수 있는 거지?"

­ 빠드드득..

"왜? 나도 네 호위대인가, 병신대인가 하는 새끼들처럼 네 똥꼬나 처 핥아주길 바랬냐?"

"........"

한시아에게 걸려있던 【기억 소실】이 한설화의 짓을 알아챘던 난 뭔가 이상함을 느꼈었다.

한설화가 【기억 소실】을 이용해 한시아의 기억을 지워버렸다면, 그날...동아리실에서 나의 정신에 막대한 간섭을 하며 무언가를 계속해서 심으려던 그것.

그것은 【기억 소실】 같은 게 아니었다.

엄밀히 말하자면, 나를...나의 정신을 지배하려는 일종의 세뇌와 비슷했다.

"왜? 또 세뇌라도 걸려고?"

별거 아니라는 듯, 내뱉은 나의 말에 한설화의 한쪽 눈썹이 빠르게 올라갔다가 다시 제자리로 돌아온다.

....역시 이 녀석은 나와 상당히 비슷해. 정신계 능력이 최소 두 가지 이상이다.

"뭔가..착각...네가 말한 호위대는..본인 스스로가 원했어. 그들에게는 【세뇌】를 쓰기조차 아까워."

요컨대, 자신을 따라다니며 호위대라 자칭하는 것들은 순수한 그들의 마음이라는 소리 같았다.

"뭐가 됐든, 이 미친년아. 네가 무슨 낯짝으로 내 앞에 얼굴을 들이밀어?"

이게 내 본론이었다.

어디서, 짐승만도 못한 감정을 가지고 있는 새끼가 내 앞에서 입을 놀리는 게 너무나도 꼴 보기 싫었다.

그러자.

한설화는 아무런 표정의 변화도 없이, 나를 지그시 바라보며 대답이 아닌 질문을 해온다.

"......팀이니까, 왜...안 돼?"

..이게 정말 사람인가 싶었다.

아니, 사람이 아님을 확신했다.

나 역시, 사람이기를 포기하며 복수를 다짐했었다.

사람은 사람을 알아보고, 괴물은 괴물을 알아본다.

말이 통할만 한 상대가 아니었다. 괴물을 인간처럼 대해서는 안 됐다.

"....야, 장난 하냐? 팀? 너랑? 내가? 지랄도 정도껏 하세요. 씨발년아."

­ shaaaaaa...!!

일미 녀석들이 당장에라도 뛰쳐나가 한설화의 몸을 갈가리 찢어버릴 것만 같은 기세를 흩뿌린다.

내게서 뿜어지는 살기가 진심이라는 걸 눈치챈 한설화가 한걸음 뒤로 물러서더니, 곧 왼손에 쥐고 있는 검을 꽉 쥐고서 오른손을 검 손잡이에 갖다 댄다.

누군가 조금이라도 빈틈을 보인다면, 당장 서로의 목을 날려버리기 위한 공격을 준비하던 그 순간.

­ 콰아아아앙!!!

미켈이 나머지 팀원들을 이끌고서 방문을 거세게 걷어차며 큰 소리로 외친다.

"치사해!!! 치사하다구!!! 우리 오빠의 키스는 내가 먼저 가져갈 거라구? 으히히힛. ♡"

뭔가 상황을 잘못 이해하고 있는 것 같은 미켈이었다.

아니, 어쩌면 미켈에게 있어 키스는 죽음이란 의미일 수도 있으니, 얼추 말이 되는 것 같았다.

* * *

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