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수인 아카데미의 NTL 왕이 되다-90화 (90/102)

〈 90화 〉 89화. 새로운 여정.

* * *

오소리에게서 큰 사이즈의 후드티를 빌린 후, 모자를 깊게 푹 눌러쓴 채 레드문 아카데미 근처에 있는 작은 산을 향해 오르고 있었다.

내 뒤로는 나에게 【수라의 육체】를 부여받은 일행들이 어리둥절한 얼굴로 뒤를 따라오고 있는 상황.

그렇게 산을 올라 레드문 아카데미가 작은 장난감처럼 보이게 되던 그 순간, 정상에 도착해 긴 호흡을 내뱉는다.

그리고는...

"....내가 했던 말, 모두 잘 알아들었지?"

다섯 사람을 쭈욱 둘러보며 묻자, 천천히 고개를 끄덕이는 일행들.

일행들은 지금 자신의 몸에서 일어난 커다란 변화에 당황스러우면서도, 기쁜 감정을 감출 수 없었다.

"....서, 성장이 가능한 육체를 얻다니...이, 이런 건 소설 속에나 존재하는 거잖아....?"

이진하가 말을 더듬거리며, 자신의 몸을 어색하게 바라본다.

여기서, 내가 모르는 한 가지 사실을 알 수 있었는데, 다섯 사람에게 들은 바로는 자신들도 상태창이란 시스템이 생겨났다고 말했다.

그로 인해, 마치 게임을 하는 것만 같은 느낌이 든다며 어색한 미소를 지어 보였다.

물론, 무한한 성장이 가능한 육체(시스템)를 얻게 된 건 좋은 일이었지만, 그간 열심히 훈련하며 성장했던 모든 능력치가 초기화가 된 건 아쉽다며 말하는 일행들이었지만, 그 누구 하나 후회하는 사람은 없었다.

하지만 모두가 밝은 표정을 짓는 건 아니었다.

세 명의 여성들은 【수라의 육체】라는 엄청난 가능성을 가지고 있는 육체를 얻었음에도, 좀처럼 얼굴을 피지 않았다.

"시아야."

여전히 시무룩한 얼굴을 하고 있는 한시아를 불렀다.

"......."

"미안하지만, 아무리 그렇게 떼를 써도 너를 데려갈 수는 없어."

표정 하나 바꾸지 않고서, 무뚝뚝한 말을 쉽게 내뱉는다.

【...제, 제가 약하기 때문에 그런가요? 제가 짐 덩어리라서.....】

상당히 자신에 대한 비관적인 생각을 하는 그녀였기에, 서둘러 그 말을 부정하며 말을 이어나간다.

"..네가 약해서나, 짐 덩어리라서 그런 게 아니야."

【...그럼 뭔가요...1년 만에 정말 하루하루 매일 미치도록 보고 싶었던 사이비님을 드디어 만났는데.. 저를 떠나야만 하는 이유가...제가 사이비님을 떠나보내야 하는 이유가 뭔데요..】

"그건... 간단해. 너희들의 힘이 필요하니까."

"......!!"

".....그게 무슨...?"

"아니, 정확히는 그 누구에게도 지지 않을 정도로 강한 동료들이 필요해. 잊지 않았지? 내 적이 누구인지?"

나의 말에 일행들의 눈가에 긴장감이 맴돈다.

그들이 생각하는 나의 적은 보통 만만한 상대가 아니었다.

신수의 혼을 가진 누군가, 고대의 혼을 가진 누군가, 정체를 알 수 없는 악연을 가진 누군가, 또한 그런 악연을 가진 누군가를 옹호하는 신들.

생각만 해도 어지러운 상대를 적으로 인식하고 있는 나였다.

"난 언젠가 때가 되면, 너희들의 손에 피를 묻히게 만들 거야. 그리고 너희 중 누군가의 피가 적들에 손에 묻게 될 수도 있겠지."

"......."

"지금이라도 못할 것 같으면 말해. 그리곤 돌아가. 물론, 내게서 받은 힘은 반납하고서."

".......!!"

모두가 말은 하지 않았지만, 느끼고 있는 감정은 비슷하리라.

나는 한 곳을 뚫어져라 쳐다보았다.

그 시선이 향하는 곳은, 이진하.

입술을 꽉 깨문 채로 눈동자를 쉴 새 없이 굴리는 이진하를 바라보고 있었다.

옐로우게이트에서 수백 명의 인원들을 지휘하며, 나름대로 괜찮은 모습을 보여주던 녀석은 나와 별로 깊은 관계가 아니었다.

하지만 이진하는 기본적으로 블루문 아카데미의 신입생 서열 1위를 차지했던 녀석이고, 그 실전에서의 판단력도 나쁘지 않았기에 나의 군단에 끼워넣기 위해 그에게 살짝 【수라의 육체】를 부여해 그 맛을 보게 한 것이다.

아예, 모르면 모를까, 이미 【수라의 육체】의 무한한 가능성에 대해 알아버린 녀석은 깊은 고민에 빠져있을 것이다.

다른 4명의 사람은 나와 제법 깊은 관계를 유지하고 있었기에, 어떤 식이든 결국엔 나를 따라올 것이라 믿어 의심치 않았다.

"나를 위해 피를 묻히기 싫다면, 돌아가."라는 말은 겉으로 보면, 모두에게 말한 것이었지만, 실상은 이진하 그를 향해 내뱉은 말이라 해도 무방했다.

.....녀석 또한, 그걸 알고 있을 테지.

처음에는 이진하와 같이 눈동자를 조금씩 떨어대던 네 사람은 그런 모습을 보인 것도 잠시, 곧 결연한 표정으로 고개를 끄덕였고 아직도 입술을 질끈 깨문 채로 깊은 고민에 빠져있는 이진하를 바라보고 있었다.

한참을 고민하던 이진하는.

"...조, 좋아. 이런 힘을 얻게 됐는데..포기하라니...절대 그럴 수 없어."

으르렁거리듯이 말을 하며 나를 바라보는 녀석.

그랬다.

서글서글한 인상과 함께 겉으로 드러나는 호쾌한 성격과는 달리, 이진하는 강함에 대한 집착이 제법 높은 편이었다.

어릴 적부터 알게 된 표지안과 자신보다 두 살이 많은 형과 숱한 비교를 받아 가며 자라왔던 그는, 늘 자신보다 한 발짝 앞서 나가는 표지안과 친형의 등 뒤를 바라보며 남몰래 독기를 키워나갔다.

정말 친한 소꿉친구, 사랑하는 가족이었지만, 항상 자신을 초라하게 만들었던 두 사람에 대한 이진하의 수많은 감정에는 이빨을 드러내는 애증이 섞여 있었고, 단 한 번만이라도 좋으니 두 사람을 앞질러 자신의 등 뒤를 바라보게 하고 싶었다.

....만약, 여기서 포기하면....절대 두 사람을 넘어설 수 없....아니, 넘어서기는커녕, 쫓아갈 수도 없다.

사실, 유쾌하고 정의로운 쾌남과 같은 이미지를 가진 자신이었지만, 그건 결국, 만들어진 이미지일 뿐.

자신의 진짜 목표는, 이 세상 그 누구보다 강해져서 누구에게나 인정받는 그런 인간이 되고 싶었다.

....정의나 양심 따위가 무슨 상관이야. 나는 강해질 수만 있다면 그걸로 됐어.

....새끼. 좋은 표정이네.

무언가의 독기가 가득 찬 눈빛을 보내오는 이진하를 보고선 그런 생각이 들었고, 말을 이어나가며 정신을 집중하기 시작한다.

"좋아. 그런 이유로, 모두들 그 누구에게도 지지 않을 정도로 성장해줘야겠어. 그리고 그 성장의 밑거름이 될 이것은...."

【제 5도 인간도】 【삼라만상】 【사물】

­ 우우우우웅.

보라색의 기운이 손가락의 끝에서 흘러나왔고, 허공을 향해 날아가더니 이내 커다란 빛의 무리로 변하기 시작한다.

마치, 【수라의 육체】를 부여받을 때와 상당히 비슷한 느낌의 빛을 보고선, 일행들이 저마다 각기 다른 기대감을 뿜어내고 있을 때.

나는 점점 몸에서 느껴지는 탈력감에 이를 꽉 깨물고서 집중을 하고 있었다.

가장 난이도가 쉬운 것부터, 아주 먼 미래에 있을 높은 난이도까지.

그 간격 간의 격차를 생각하며 신중하면서도, 천천히, 단 하나의 실수나 오류가 발생하지 않게끔 【인간도】의 힘을 사용해 무언가를 만들어내고 있었다.

­ 주르륵.

이마에 맺혀있던 땀이 날카로운 턱선을 따라 밑으로 흘러내리던 그 순간.

­ 우우우웅....

보라색의 빛무리가 사라지며, 그곳에 무언가가 생겨났다.

지옥에서 탐과 나눴던 수많은 얘기 중에서, 가장 재미있게 들었던 그 이야기 속에 나오는 그 힘을 사용해 만들어낸 이것은 바로...

"...게, 게이트...?!!"

오소리가 말을 뱉어내고선, 자신의 입을 틀어막으며 휘둥그레진 눈으로 내가 만들어낸 게이트를 바라본다.

"...이, 이게 도대체....아, 아니...어떻게 인간이 게이트를...."

몇 달 전, 아카랜드를 집어삼켰던 옐로우게이트는 탐이 흡수한 육도의 힘 중, 【인간도】 【삼라만상】의 【사물】을 지배하는 능력으로 만들어진 것이었다.

나는 상태창을 열어 50의 육도력을 사용한 탓에, 10의 육도력만을 남기고 있는 상태창을 보고선 거칠게 숨을 내쉬었다.

지옥에서 내가 빠져나왔을 때, 보유하고 있던 육도력은 50이었지만, 나에게 죽음을 맞이한 스콧의 시체를 불태우려던 몬스터 녀석들을 만류하고서 내가 알아서 처리하겠다고 말한 뒤, 녀석들이 시야에서 사라지자, 【제 2도 아귀도】의 힘을 사용해 먹어 치웠다.

그로 인해, 육도력이 10 상승했고, 죄악을 제외한 모든 능력치들 또한 똑같이 상승했다.

여전히 벙찐 상태를 유지하며 게이트를 바라보고 있는 일행들에게 말한다.

"...후우....오늘부터 모두 이 게이트에서 확실하게 성장하도록 해. 이 게이트는 하나의 탑과 같은 형태로 이루어져 있어. 탑의 층수는 10층. 1층은 성장력 1부터 10까지, 2층은 성장력 11부터 20.....대충 아카데미에서 알게 된 몬스터들의 강함에 따라 만들었으니...."

쉽게 말해, 저층은 약한 몬스터들이 나오고, 위로 올라갈수록 강한 몬스터들이 나온다는 말이었다.

내가 만들어낸 최초의 게이트이자, 일행들이 성장할 수 있도록 크나큰 도움을 줄 게이트에 대한 간단한 설명을 끝내고 나서도 도저히 정신을 차릴 기미가 보이지 않는 일행들을 둘러보고선 말한다.

"뭐 해? 안 들어가고?"

"....너 정체가 뭐냐...."

일행들을 대표해 표지안이 질린다는 표정으로 날 바라본다.

"그게 왜 궁금해? 그런 소리 할 시간에 얼른 들어가기나 해. 그게 너희가 할 일이야. 그 누구에게도 지지 않을 만큼 성장해서 나의 힘이 되는 거."

나는 내 할 말을 끝내고선 대답을 들을 필요도 없다는 듯, 몸을 게이트 속으로 밀어 넣었다.

남은 이틀이란 시간 동안, 최대한 게이트 안에서 사냥을 하며 나 또한 경험치를 올릴 생각이었다.

­ 스르르륵.

내 몸이 게이트에 잡아먹히듯이 그 속으로 사라져버렸고, 그 뒤를 이어 서로를 바라보며 눈빛을 교환하던 일행들이 동시에 게이트를 향해 몸을 밀어 넣는다.

이른 새벽, 나는 아무도 눈치채지 못할 만큼 은밀하게 기척을 숨기며, 레드문 아카데미를 빠져나가는 중이었다.

어느새, 제임스와 협의했던 3일이란 시간이 쏜살같이 흘러가 버렸고, 게이트를 만들어낸 그 직후부터 이틀이란 시간 동안, 밥 먹고 자는 시간을 제외한 모든 시간을 게이트 속에서의 사냥에 쏟아부은 결과.

성장력 5라는 결과를 얻어낼 수 있었다.

한 단계의 성장력을 올릴 때마다 보너스 능력치를 5씩 받게 됐는데, 총 25라는 보너스 능력치를 전부 육도력에 투자하려고 했으나 할 수가 없었다.

아무래도 육도력은 【아귀도】의 힘을 이용해 누군가를 먹어 치웠을 경우 상승하는 것 같았다.

그나마 다행이라면, 한 단계의 성장력을 올릴 때마다, 육도력이 1씩 자동으로 상승한다는 점이었다.

그리하여, 지금 나의 육도력은 65였고, 나머지 25의 보너스 능력치를 어디에 투자할까 생각하고 있었다.

....으음... 조금 더 지켜보는 게 좋을까?

게이트 속에서는 내 목숨을 위협할 정도로 강한 몬스터를 안 만나봤기에, 나의 전투 능력 중에서 무엇이 뒤처지는지 전혀 감이 오지 않았다.

....아무래도 큰 실전을 겪고 나서 부족한 부분에 투자하는 게 좋겠어.

생각을 마친 나는 상태창을 급하게 닫아버리고는 빠른 속도로 레드문을 벗어나기 시작했다.

이곳을 빠져나오기 몇 시간 전까지 마지막 밤을 허투루 보내지 않겠다는 듯이, 계속해서 섹스를 요구하는 그녀들에 의해 한숨도 자지 못하고 나온 상태라 눈꺼풀이 무거웠다.

【쾌락액】을 이용해 엄청난 섹스의 파티를 벌이다 어느새 지쳐 잠이든 그녀들을 두고서 떠나오기란 여간 힘든 게 아니었다.

한시아의 방을 나서면서도, 몇 번을..몇 번을 뒤돌아보며 망설였는지, 그런 스스로의 모습에 픽 하고 한심함이 가득 담긴 웃음이 튀어나올 정도였다.

또한, 레드문을 빠져나오기 직전, 나에게 【수라의 육체】를 부여받은 다섯 사람 모두에게 【기억 조작】을 이용해 선물 아닌 선물을 주고 온 상태였다.

내가 이병찬과 신들을 증오하며 그 말로 표현할 수 없을 정도로 지독한 고통을 버티며 강해졌던 것처럼, 다섯 사람 모두에게 커다란 증오를 심고서 온 것이다.

.....가장 빨리 강해지는 법은...증오야...증오할 대상이 있다면 사람은 언제나...어디까지나 강해질 수 있어.

초여름의 미지근한 새벽 공기가 나의 몸을 감싸는 기분이 나쁘지만은 않았다.

이 찝찝하면서도, 짜증을 솟구치게 하는 공기는 내 안에 있는 마이너스적인 감정과 꽤나 잘 어울렸기에.

그렇게 한참을 달리다 도착한 곳은.

내가 처음 지옥을 빠져나와 녀석들과 마주했던 그 장소.

그 장소에는 커다란 조류로 변한 라이칸 한 명과 나와 같은 세로로 길게 찢어진 파충류의 눈을 가지고 있는 누군가가 나를 마중하기 위해 대기하고 있었다.

".....쯧. 타라. 곧 동이 튼다."

녀석은 나를 위아래로 흘겨보더니, 혀를 차고선 재빠르게 라이칸의 등 뒤로 올라섰고 그를 따라 나 또한 가볍게 그 등 뒤에 올라섰다.

곧, 커다란 날개를 움직이며 어딘가를 향해 빠르게 날아가는 라이칸이었고, 점점 멀어지며 작아져 가는 아카랜드를 바라본다.

제법 매서운 바람의 저항이 느껴짐과 동시에 마치, 우리의 뒤를 추격하듯 밝은 빛을 뿌리며 떠오르기 시작한 해가 보인다.

....이제부터가 시작이다.

그런 생각과 함께 엄청난 속도로, 뒤를 바짝 쫓아오는 햇빛을 바라보며 두 눈을 감는다.

마치, 가지 말라고, 이곳에 있으라고, 떠나가는 연인을 붙잡으려는 듯한 그 빛을 못 본채 하며 말이다.

* *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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