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수인 아카데미의 NTL 왕이 되다-87화 (87/102)

〈 87화 〉 86화. 스카웃.(2)

* * *

스콧의 피인지, 절체절명의 순간에 긴장해 흘리는 땀인지 모를 액체가 턱을 타고서 밑으로 흘러내린다.

­ 토옥.

그게 트리거가 됐을까, 여전히 모자 속에 자신의 감정을 숨긴 채, 가만히 서 있던 제임스가 입을 열기 시작한다.

".....훌륭해. 합격점이다. 아니, 만점을 줄 수밖에 없겠군."

내 나름대로의 대답이 마음에 든 것 같은... 아니, 아주 만족스러운 것 같은 그의 모습.

"휘이익~! 이야...이거 정말 대단한걸? 헬렌의 말대로 정말 팀장급 이상이잖아? 안 그래? 제임스?"

스콧과 같이 모자를 벗으며 얼굴을 드러낸 누군가, 그 녀석은 곱슬기가 있는 금발 머리에 푸른 눈을 가진 녀석이었다.

"팀원들이 아니라면, 함부로 얼굴을 드러내지 말라고 했을 텐데? 루이스."

짐짓 진중한 어조로 금발의 남성, 루이스에게 말을 하는 제임스였지만, 루이스는 그런 그의 기분 따위는 신경도 안 쓴다는 듯 내게 말을 이어간다.

"아아, 뭐, 어때. 어차피 지금부터 동료가 될 사이인데."

"...아직, 모든 일이 끝나지 않았다. 루이스. 아직 녀석은 팀에 합류하겠다는 말을 하지 않았다."

모자 속에 표정을 숨기고서 나를 뚫어져라 쳐다보며 말하는 제임스.

그러자.

생글거리는 웃음을 지으며 뒤를 돌아보는 루이스가 말한다.

"들어올 수밖에 없을 거야. 제임스. 그러니까, 너무 걱정하지 마. 맞지? 헬렌?"

그의 말에 수많은 시선이 헬렌이라는 녀석에게 쏟아졌고, 곧 무리 중에서 누군가가 천천히 걸어 나오며 입을 열었다.

여성의 목소리.

헬렌이라는 녀석의 말은 루이스를 향한 것이 아니었다.

녀석은 나를 지그시 바라보며 말을 던졌다.

"당신은 저희와 함께하게 될 겁니다. 아니, 함께 할 수밖에 없다는 말이 더 어울리겠군요."

조금 전부터, 자기들끼리 북 치고 장구 치고 하는 모습에 기가 찼던 난 녀석들이 어디까지가나 지켜보던 중.

말도 안 되는 소리를 해오는 헬렌이라는 녀석의 말에 빈정거리며 대답한다.

"지랄들을 하세요. 네들은 무슨 자아도취 집단이냐? 무슨 좆같은 근거로 그런 확신을 하는 거지?"

"신수의 혼, 그리고 한시아. 이 정도면 충분한 답이 되었나요?"

아무런 감정의 고조도 없이 기계처럼 말을 던진 헬렌이었지만, 그 속에 담긴 의미는 결코 가볍게 던질만한 말이 아니었다.

적어도 내게 있어서는...

­ 빠드드득.

"이런 씨발같은 년이..!!"

살기만으로도 사람을 죽일 수 있을 것 같은 살기가 내 몸에서 흘러나왔고, 나도 모르게 무의식적으로 헬렌을 향해 뛰쳐나가려던 찰나.

­ 타닥타닥.

작은 발소리와 함께 그녀의 곁을 빙 둘러싸고서 각각 자신의 크리쳐의 특징을 담고 있는 앞발이나, 꼬리를 만들어내어 헬렌을 보호하는 녀석들.

마치, 철벽과도 같은 단단함이 느껴지는 방어진에 절로 한 발짝 물러나며 이를 갈았다.

스콧이라는 자신들의 동료가 뒈져나갈 때는 한 발자국도 움직이지 않던 녀석들이, 그녀를 향해 살기를 뿜어낸 것만으로도 엄청난 살기를 뿜어내며 내 앞을 막아선 상황에 당황스러움을 감출 수 없었다.

.....피도 눈물도, 동료애도 없는 놈들이라고 생각했건만....내가 잘못 짚은 건가?

만약, 저 철옹성과 같은 녀석들의 방어를 무시하고서 뛰쳐나갔더라면, 나는 지금 이렇게 서 있을 수 없을것이란 생각이 머리를 스쳐간다.

그렇게 지옥을 빠져나오기 전, 절대 그 누구에게도 내 뜻을 굽히지 않는 것은 물론이고, 비굴한 모습을 보이지 않겠다고 다짐했지만, 세상일이 그렇듯 모든 게 마음먹은 대로 흘러가지는 않았다.

....씨발...!! 느, 능력치만 다운그레이드를 당하지 않았다면…. 육 도력이 충분했더라면…. 이런 새끼들쯤은....

"....하아..."

입에서 작은 한숨이 흘러나온다.

녀석들에게 비굴하게 꼬리를 마는 것이 아니었다.

그저, 어쩔 수 없는 최악의 상황에 타협해 시간을 버는 것에 지나지 않을 뿐.

아니, 어쩔 수 없는 최선의 선택이다.

자존심 또한, 중요했지만...어떻게든 살아남아야 내 자존심을 짓밟은 녀석들을 모두 죽임으로써, 그 망가진 자존심을 다시 세울 수 있었다.

­ 으드드득.

....씨발.

이가 갈리는 소리를 진정제 삼아 최대한 호흡을 가다듬고서 헬렌에게 묻는다.

"....뭐, 그래서..? 어쩌라고?"

"저희의 팀, 몬스터에 합류하세요. 합류를 하겠다고 말씀하시면, 한시아 그녀가 우리의 목표인 신수의 혼을 가진 인간이라고 하나, 절대 건드리지 않겠다는 약속을 하겠어요."

그러고 보니, 신수의 혼이라 그랬지.. 탐 녀석도...

"....그 신수의 혼이라는 게 도대체 뭔데?"

나의 물음에 헬렌이 고개를 돌려 제임스를 바라봤고.

"합류를 하겠다고 선언하면, 그때 얘기해주겠다. 이건 꽤나 중요한 이야기라서 말이야."

녀석의 말에 열심히 머리를 굴리기 시작한다.

현재, 남은 육도력만으로는 녀석들에게서 벗어날 수도, 그렇다고 전부 죽여버릴 수도 없었다.

조금 전 느꼈던 녀석들의 기세는 진짜였다.

아카데미에 다니면서 하하 호호 떠들며 어정쩡하게 헌터 흉내나 내는 훈련생들과는 가지고 있는 힘도 달랐고, 무언가를 죽이는 데에 전혀 거리낌이 없는듯한 인간성이 너무나도 달랐다.

특히나, 녀석들은 나를 아주 잘 알고 있는 것 같았다.

또한, 한시아의 얘기를 꺼내는 걸로 보아, 이미 내 주변인들의 조사는 끝마쳤거나, 조사하고 있을 확률이 높았다.

그렇다면...나의 대답은.

"...쯧... 나중에 등 뒤에서 칼 맞고 후회나 하지 마라."

팀에 합류하겠다는 의미가 담긴 말을 들은 제임스는 모자 밑으로 드러난 입매를 호선으로 만들더니, 천천히 모자를 벗기 시작한다.

그렇게 드러난 녀석의 외모는 짙은 갈색의 머리칼과 눈동자를 가진 서양인이었다.

나이는 내 또래 정도로 보였고, 이 팀들을 이끄는듯한 분위기를 풍기던 것과는 다르게 상당히 앳된 외모를 가지고 있었다.

"다시 한번 소개하지. 이 팀, 몬스터를 만들었고, 1팀의 리더를 맡고 있는 제임스다."

소개를 마친 제임스가 한쪽 눈썹을 들어 올리며 나의 소개를 재촉한다.

"....좆까. 씨발. 이미 나에 대한 건 다 알고 있을 거 아냐."

­ 끄덕.

작게 고개를 끄덕이던 녀석은 이내 천천히 입을 열어, 신수의 혼이 무엇인지, 그와 비슷한 종류의 고대의 혼이 무엇인지, 자신들의 목적이 무엇인지 털어놓기 시작했다.

중간중간에 원래는 정해진 절차에 따라, 헬렌에게 따로 사상검증을 받아야 하느니, 마느니, 하는 소리를 하던 녀석은 "헬렌이 검증은 무의미하다고 말했기 때문에."라고 말하며 적당히 넘어갔다.

이윽고, 녀석에게 모든 사실을 전해 듣게 된 나는 당황스러움을 감추지 못했다.

신수의 혼이나, 고대의 혼은 내가 예상했던 대로 신수나, 고대에 존재했던 생명체의 크리쳐를 가진 누군가의 힘을 뜻하는 말이었고, 이 팀의 목적은 그런 신수의 혼이나, 고대의 혼을 닥치는 대로 수집하는 것이었다.

그렇게 계속해서 수집하고 수집을 하다, 때가 되면 자신들이 바라는 세상을 만들기 위해 그 수집해 놓았던 힘들을 사용할 거라 말한다.

또한, DMG나 버그라는 세력에 대한 이야기도 흘러나왔는데, 더 자세한 이야기는 나중에라며 입을 닫는다.

...도대체, 세상이 어떻게 돌아가는 거지? 무슨 일이 벌어진 거야.

내가 알고 있던 세상과는 많은 변화가 일어난 상황에 도태된 것만 같은 기분이 든다.

물론, 녀석들은 당연한 반응이라며 말을 해왔지만.

"자, 그럼 돌아가도록 하지."

제임스가 처참하게 죽어있는 스콧의 시체를 스윽 훑어보더니 말을 꺼냈고, 그의 말을 따라 수많은 인원들이 거대한 조류로 변한 라이칸의 등 뒤에 올라탄다.

"야, 부탁 하나만 하자."

제임스를 향해 말했다.

아무런 대답이 없는 녀석이었지만, "그게 뭐지?"라는 느낌이 물씬 풍겨온다.

"내가 꼭 만나야 할 사람이 있거든? 3일만 시간을 줘. 그 시간 동안 모두 정리할 테니까."

깔끔하게 정리된 방안.

세상의 모든 남성들이 맡기만 해도 홀려버릴 것 같은 달콤한 복숭아 향기가 솔솔 피어나는 이곳은 한시아에게 배정된 개인 숙소였다.

그 안에는 세 명의 여성이 못해도 수십장은 넘어보이는 종이 문서를 집어들고서 심각한 표정으로 머리를 맞대고 있었다.

"이것도 아닌가 보네요...하아...도대체 특수 게이트가 생겨나는 원인이 무엇일까요…."

어두운 보라색의 긴 생머리와 175 정도 되어 보이는 큰 키와 쭉쭉빵빵한 늘씬한 몸매를 가진 커다란 안경을 쓴 여성.

김아영은 밀려오는 지끈거림에 한숨을 작게 내뱉고는 자신의 머리를 꾹꾹 누른다.

"....으아아아!!! 씨발..뭐, 뭐가 이렇게 복잡한 건데!!!"

자신의 머리를 마구 헝클어트리며 소리를 지르는 그녀는 윤기 나는 검은색의 단발머리와 날카로운 외모, 육상선수와도 같은 탄탄한 몸매를 가진 표지안이었다.

"..........."

­ 휘적휘적.

두 사람이 저마다 자신만의 방법대로, 도저히 풀 수 없을듯한 문제에 난감한 기색을 표하고 있는 그 시간에도 방의 주인인 한시아는 결코 자신들이 조사한 특수 게이트에 관한 온갖 논문과 문서에서 눈을 떼지 않았다.

사이비가 곁에 없는 지금, 한시아는 예전처럼 자신의 목소리를 낼 수 없었지만 그런 일 따위는 한시아에게 아무런 일도 아니었다.

정말 큰 일이라면, 1년 전 옐로우게이트를 빠져나오지 못한 사이비를 만날 수 없다는 게 그녀에게 있어서 가장 큰 일이자, 감당할 수 없는 슬픔 그 자체였다.

하지만, 어둠 속에도 언제나 한 줄기 빛은 있다고 했던가.

그녀의 고유 능력인 【운명】의 상대로 사이비를 맞이하던 그 날.

그 순간을 떠올린 한시아는 아련한 미소가 절로 지어졌지만, 곧 두 사람이 그 미소를 보기도 전에 지워버렸다.

....사이비님은 아직 살아계셔....확실해..! 어떤 상태인지는 정확히 모르지만...【운명】이 아직 사이비님이 살아계신다고 말하고 있어.

사이비를 다시는 볼 수 없게 된 그 날부터, 몇 날 며칠을 울며 밤을 지새웠는지 모른다.

한 달..? 두...달..?

알 수 없었다.

사무치게 그리운 사이비의 얼굴과 그 이죽거리는 표정, 나른한 목소리가 떠오르는 매 순간 눈물을 쏟아내었기에.

하지만 시간이 지나도, 【운명】으로 인해 그녀의 사랑이자, 전부인 사이비가 죽지 않았다는 걸 깨달은 한시아는 특수 게이트에 대한 조사에 미쳐 지내기 시작했다.

그렇게 죽을힘을 다해 특수 게이트에 대한 조사를 해봐도...언제나 결과는 마찬가지였다.

항상 똑같은 결과에 피폐해지는 정신이었고, 하루하루 티가 날 정도로 몸이 상해 가는 한시아였지만, 결코 포기 하지는 않았다.

사이비가 아직 살아있었으니.

"........."

계속해서 논문을 읽어 내려가던 한시아가 실망스러운 기색을 숨기지 않으며 천천히 논문을 버리듯이 내려놓는다.

....죄송해요..죄송해요....어, 어떻게든 찾아내겠다고 다짐했는데...아아, 사이비님....

오늘따라 유난히 더 그립고 보고 싶은 사이비였기에, 그녀의 눈에 맑은 물방울이 맺히기 시작했다.

".....시아씨...."

"...크윽..씨...발.."

김아영과 표지안 역시, 티는 내지 않았지만 오늘따라 왠지 모르게 더욱더 사이비 생각이 나고 있었다.

창밖에 떠 있는 환한 달이 세 여인의 눈에 들어온다.

.....참...밤과 달이 잘 어울리는 사람이었지.

그렇게 달을 바라보며, 저마다 사이비와의 추억을 상기하며 감정을 다스리고 있던 세 명의 여인들.

그러다 문득, 자신의 코끝을 미세하게 맴도는 달콤한 향기에 몸을 흠칫 떨었다.

물론, 한시아의 방에서는 원래 복숭아와 같은 달콤한 향기가 풍겨왔지만, 그 달달함과는 결이 다른 달콤한 냄새가 풍겨온 것이다.

.....이 냄새는 마치....

"........!!!!"

".......!!!!"

사, 사이비님의 그, 그 냄새와 비슷해!!!

세 명의 여인 중에서 유일하게 사이비의 【쾌락액】을 경험해보지 못한 표지안이었지만, 어째선지 이 달콤한 냄새가 상당히 사이비와 닮아있다는 생각이 본능적으로 들었다.

세 사람이 짜기라도 한 듯이, 사이비를 떠올렸고 누가 먼저랄 것도 없이 세 사람의 고개가 빠르게 휙 돌아간다.

"...........!!!"

그녀들은 자신들의 시야에 담긴 광경을 보고선 말을 잇지 못한다.

1년간 자신들이 미친년이라는 소리를 밥 먹듯이 들을 만큼 특수 게이트에 대해 조사를 하게끔 만들었던 이유이자, 그토록 찾아 해매던...아니, 찾아내고 싶었던 사이비가, 방문 앞에서 그의 트레이드마크인 그 이죽거리는 미소를 지은 채 자신들을 바라보고 있었기 때문이다.

* *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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