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수인 아카데미의 NTL 왕이 되다-86화 (86/102)

〈 86화 〉 85화. 스카웃.

* * *

­ 사아아아아.

쌀쌀한 기운이 묻어있는 봄바람이 아닌, 조금 후덥지근한 초여름의 후끈한 바람이 불어온다.

오랜 시간 동안 이런 자연적인 바람 따위를 느낄 수가 없었다. 지옥에 존재하는 바람이라고는 살을 갈가리 찢어놓는 한기가 담긴 칼바람과 들이마시는 것만으로 치명적인 극독을 삼킨 것과 같은 고통을 주는 초고온의 바람뿐이었으니.

­ 짹짹짹짹.

처음으로 탐과 망자들의 비명이 아닌 다른 무언가의 생명체가 내는 그 울림.

그 울림은 드디어 내가 무사히 현실 세계로 돌아왔음을 나타내는 방증이었다.

...마침내 돌아왔어.

그 감격스러운 현실에 이죽이는 미소가 피어난다.

....그전에, 새롭게 태어난 능력들을 알아봐야겠지?

적을 알기 전에, 미리 나를 철저히 알아야 했기에, 정말 오랜만에 외쳐보는 그 단어를 입 밖으로 꺼내 본다.

"상태창."

【이름: 사이비】

【성장력: 1】

【나이: 20】

【크리쳐: 뱀】

【특성: 신체강화, 육도】

【속성: 지옥】

【힘: 50E】 【민첩: 50E】

【체력:50E】 【육도력: 50】 【죄악: 1】

【고유 능력: 차가운 피와 심장, 쾌락액, 뱀의 머리, 길라잡이, 뱀의 심안, 텔레파시, 탐(?), 사이코메트리, 신체 강화, 기억 조작, 육도, 지옥안, 수라의 육체】

【운명】: 【기본 능력치 상승률: 10%】 【현재 추가 능력치 상승률: 2%】

【탐(?)】

천살(??)의 성욕을 해소함으로써, 얻게 된 힘이다.

【디스모포필리아(Dysmorphophilia)】: 모든 능력치 10%

【주필리아(Zoophilia)】: 모든 능력치 10%

【메노필리아(Menophilia) 모든 능력치 10%

언제든 사용할 수 있으며, 분당 10의 육도력을 사용한다.

많은 것이 사라지고 새로운 것들이 생겨난 상태창에 묘한 기분이 감돈다.

....가장 눈에 띄는 것은....아무래도 육도와 성장력, 알파벳으로 표기되어 있던 능력치가 숫자로 바뀌었다는 점 같네...

50이란 숫자 옆에 E라는 알파벳이 붙은 게, 정확히 어떤 의미인지는 모르겠지만 E랭크를 뜻하는 게 아닐까 싶었다.

지옥에 들어가기 전, 모든 능력치가 하락했다는 알림음에 의해 랭크가 낮아진 걸 수도 있었고, 아니면, 【수라도】를 통해 얻게 된 【수라의 육체】와 무슨 관계가 있을지도 몰랐다.

정확한 건, 육도의 힘을 봐야 알 것 같았기에, 서둘러 육도의 힘을 하나하나 떠올린다.

그러자..

【제 1도 지옥도】: 팔대지옥에 존재하는 팔열지옥과 팔한지옥의 힘을 사용한다. 죄악 수치가 50이 넘는 대상에게 사용하면 높은 확률로 지옥에 대한 환청을 들려주거나, 환각을 보여준다.

육도력 소모: 25

【제 2도 아귀도】: 목구멍은 바늘구멍만 하고 위장은 태산만 한 아귀들이 사는 아귀도의 힘을 사용한다. 죄악 수치가 50이 넘는 대상에게 사용하면 그 힘을 일부 흡수한다.

육도력 소모: 10

【제 3도 축생도】:죄를 지은 인간들이 동물로 태어나 벌을 받게 되는 축생도의 힘을 사용한다. 동물과 벌레를 조종하거나, 자신이 죽인 야수형, 곤충형 생명체를 소환해 다룰 수 있다.

육도력 소모: 25

【제 4도 수라도】: 오로지 투쟁과 싸움만이 존재하는 수라(??)들이 살아가는 세계인 수라도의 힘을 사용한다. 기본적으로, 자신의 육체를 【수라의 육체】로 탈바꿈시키고 정해진 숫자만큼 누군가에게 【수라의 육체】를 부여할 수 있다. (현재 부여 가능한 인원: 5)

육도력 소모: 10

【제 5도 인간도】: 온갖 생로병사와 번뇌를 안고 살아가는 인간들이 살아가는 인간도의 힘을 사용한다. 다른 다섯 개의 세계와는 달리, 훨씬 많은 걸 깨닫고 해탈을 하게 될 가능성이 가장 높다. 그랬기에, 온갖 번뇌와 수많은 감정이 휘몰아치는 인간도는 육도 중에서 가장 위험하다고 말할 수 있고, 인간도, 그속에 존재하는 삼라만상을 얻게 된 자의 의지에 따라, 세상을 구원하는 힘이 되기도, 멸망시키는 힘이 되기도 한다.

삼라만상의 힘을 사용할 수 있다. (현재 사용할 수 있는 삼라만상의 힘: 사물.)

육도력 소모: 50

【제 6도 천상도】: 극락의 세계. 번뇌가 적고 평온한 세계이다. 6도 천상도의 힘을 사용하기 위해선, 최소, 삼라만상의 힘 3가지를 다룰 수 있어야 한다.

【지옥안】: 죄를 짓고 들어온 지옥의 망자들을 감시하는 눈이다. 죄를 지은 인간들에게 무의식적으로 두려움을 일으킨다.

누군가를 바라보면, 그 상대의 죄악 수치를 볼 수 있다.

【수라의 육체】: 태어나면서 죽는 순간까지 투쟁과 싸움을 지속하는 수라들의 육체를 가지게 된다. 다만, 기존의 몸을 탈피하고 새로운 육신을 얻는 일이기에 기존에 가지고 있던 힘(능력치)들이 전부 초기화되지만, 대신, 무한한 성장이 가능한 새로운 육체를 얻게 된다.

­ 씨익.

...만족스럽군. 아주 만족스러워.

꼼꼼히 능력들의 설명을 읽어 내려가던 난 진심이 담긴 말을 뱉어냈다.

..역시, 먼저 상태창을 보길 잘했어.

이제서야, 이해가 되었다.

왜, 능력치들이 숫자로 표기되었는지, 성장력이란 시스템이 어떻게 생겨나게 된 건지, 그 성장력이 무엇인지, 육도의 힘이 어떤 것인지.

성장력은 아마, 레벨과 비슷한 의미를 가진 성질을 가진 것 같았다.

내가 겪은 지옥의 힘을 사용하게 해주는 지옥도, 탐과 같이 모든 걸 먹어 치우며 힘을 흡수하는 아귀도, 기존에 사용하던 【독충강림】과 비슷한 면모를 보이지만, 훨씬 더 상위호환의 성질을 가진 축생도, 비록, 기존에 가지고 있던 능력치가 초기화됐지만, 새로운 육체로 무한한 성장이 가능하게 해주는 수라도, 가장 위험한 힘을 가지고 있다는 삼라만상의 힘을 가진 인간도, 아직은 알 수 없는 천상도까지.

무엇하나, 마음에 안 드는 게 없이, 아주 마음에 쏙 들었다.

물론, 이 힘들을 사용하기 위해서는 육도력이란 능력치의 소모가 꽤나 큰 것 같았지만, 몇 번 사용할 수 없는 능력인 만큼 그 위력만큼은 확실할 거라는 생각이 들었다.

....다른 것들은 대충 사용하는 방법을 알겠는데...지옥도의 힘은 어떻게 사용하는 거지? 팔열지옥과 팔한지옥의 힘을 사용한다니….

결국, 혼자서 답을 찾을 수 없던 난 길라의 도움을 얻어 지옥도에 대한 설명을 듣기 시작했고, 그렇게 꽤 긴 시간을 길라의 말에 집중하고 있을 때.

"이야...진짜로 여기 있었네? 역시, 헬렌이야."

장난기가 가득한 웃음소리와 함께 누군가의 목소리가 들려온다.

그 말은 영어로 들려왔지만, 기본적으로 모두가 크리쳐의 힘을 가지고 있는 이 세계는 그런 언어의 벽 따위는 가볍게 허물고서 절로 번역이 되어 들려왔다.

마치, 짐승들이 확실한 언어체계 없이 의사소통을 나눌 수 있듯이 말이다.

­ 화아아아악!!

­ 휘이이이잉!

엄청난 풍압과 흙먼지를 일으키며, 거대한 조류의 등 뒤에서 줄지어 내리며 바닥에 착지하는 무리들.

그 숫자는 대충 눈으로 훑어봐도 30명은 거뜬히 넘어 보였고, 모두가 후드가 달린 똑같은 검은색의 긴 코트를 입고 있었다.

4개의 목이 달린 용의 문양을 등 뒤에 짊어지고서.

녀석들이 모두 지면에 발을 딛고서 나를 빙 둘러쌀 즈음.

길고 긴 지옥도에 대한 길라의 설명이 끝이 났다.

그러자 내 입에선...

"...뭐냐?"

아주 심플한 말 한마디가 튀어나왔고, 그 말을 들은 녀석들 중에서 한 녀석이 터벅터벅 걸어 나오기 시작한다.

"....제임스다. 우리는 DMG에 속해있지만, 그 녀석들과는 따로...."

"...내가 네 새끼들 정체나 물은 줄 알아? 그렇게 양아치 새끼들처럼 우르르 몰려온 이유가 뭐냐고."

­ 히죽.

말을 끝내며, 이죽거리는 미소를 지어 보이자, 녀석들은 순간 당황하는듯했으나 곧 사방에서 큭큭거리는 웃음소리가 들려온다.

"아. 크크큭....이거 생각보다 더 재밌는 놈 이구만?"

"아, 하하하하....크크큭....그러니까 말이야. 말하는 뽄새가 아주 좆같은 게 딱 우리와 같은 녀석이야."

"그래. 이만한 인력을 보고도 저렇게 반응해줘야지. 오히려, 너무 겁먹으면 어쩌나 했었는데...괜한 걱정이었군. 물론, 당장에라도 쳐죽이고 싶은 건방진 새끼지만 말이야."

­ 스멀스멀.

­ 사아아아아아!!!

마치, 짜기라도 한 듯이 한순간에 웃음을 끊어내고서 끈적한 살기와 함께 기운을 피워올리는 녀석들이었다.

"....호오...이 새끼들 봐라?"

녀석들에게서 뿜어지는 기운을 몸으로 받아내는 순간, 알 수 있었다.

이 녀석들 한 명, 한 명은 결코, 만만하게 볼 상대가 아니었다.

"...이 새끼들...? 그 말버릇 부터 고쳐놔야겠군. 이봐. 제임스!!! 완전히 스카웃이 끝나기 전에 신입교육정도는 해도 되겠지?"

새까만 피부를 가진 큰 키와 거대한 체구를 가진 흑인 한 명이 깊게 눌러쓴 후드를 벗으며 터벅터벅 걸어 나오며 입을 열었다.

그 흑인의 말에 내게 처음 말을 건네왔던 녀석, 제임스라 불린 녀석은 잠시 고민을 하더니 이내 고개를 끄덕인다.

"허가한다. 하지만 명심해라, 스콧. 절대 죽이거나, 큰 상처를 입혀선 안 된다. 어디까지나 우리 팀에 들어올 자격이 있는지에 대한 테스트일 뿐이니까."

.....하....이 개새끼들이....뭐? 테스트...?

제임스의 말에 기가 찬다는 듯이 웃어 보였지만, 아무런 반응도 하지 않는 녀석이었다.

그때.

제임스란 녀석의 허가도 떨어졌겠다.

더이상 거릴 게 없어 보이는 그 흑인, 스콧이라는 녀석이 관절을 꺾듯이 뚜둑뚜둑 소리를 내고선, 능글거리는 웃음을 지으며 다가온다.

"너무 겁먹지 말라고. 이쁜이. 진심으로 하지는 않을 테니까."

말을 마치는 순간, 스콧의 전신이 꾸물거리며 뒤틀리더니, 곧 3M는 가볍게 넘어 보이는 거대한 악어의 모습으로 변한다.

이족보행을 하듯, 두 다리로 서 있는 녀석을 보니 마치, 고대에 존재했던 티라노사우루스와 같은 공룡을 보는 것만 같은 착각이 들었다.

­ 히죽.

예쁘게 올라간 입꼬리에서 그 모습과는 정반대의 기운을 흩뿌리는 살벌한 말이 튀어나온다.

"...큭...병신....능지 박살 난 새끼가.."

그러자, 그 날카로운 이빨을 딱딱 부딪치고선 뜨거운 콧김을 뿜어내는 스콧.

"말조심 하는 게 좋을 거야. 이쁜이. 지금껏 내 앞에서 주둥이를 함부로 놀렸다가 죽은 사람이 몇 명이나..."

"지랄 한다...진짜 능지 박살 난 새끼였구만? 네들이 그렇게 우르르 몰려와서 어떤 대상에게 개지랄을 떠는데 그 대상이 겁을 먹고서 도망가는 게 아니라 이를 갈고 있네?"

".....무슨 개소리냐."

"그 이유는 뻔하지. 죽기를 각오했던가, 전부 죽여버릴 자신이 있던가, 둘 중 하나 아니겠냐..?"

­ 씨익.

하얀 치아가 세상에 드러나며 자신의 존재를 과시한다.

­ 오싹오싹...

스콧은 자신의 눈앞에 있는 녀석이 진한 미소를 띄워 올리자, 정체를 알 수 없는 소름이 몸을 타고 올라오는 게 느껴졌다.

무의식적으로 숨을 삼키고서 가만히 상황을 지켜보던 그때.

"...그럼 난 어느 쪽일까? 응? 맞춰 봐. 그 처참한 능지 수준으로 말이야."

가운데 있는 손가락을 들어 올리며 FUCK YOU의 제스처를 하고 있는 녀석의 모습에 몸에 기생하고 있던 소름이 한순간에 달아나며 그 자리를 분노가 채워간다.

"..이, 이 건방진 새끼가!!! 당연히 뒤질 걸 각오한 멍청한 새끼일 테지!!!!"

­ 후우우웅.

고함을 지르며 휘둘러오는 스콧의 오른쪽 팔을 보고선, 이마에 박혀있는 【지옥안】과 두 눈으로 그 움직임을 놓치지 않고서 공격을 피해낸다.

고개를 숙여낸 공격은 엄청난 바람을 일으키며 나의 목덜미를 서늘하게 만들었고, 새하얀 백발 머리가 춤을 추듯이 일렁인다.

간단하게 피해낸 것이 아니었다.

커다란 덩치와는 전혀 어울리지 않는 속도로 들어온 공격이었고, 최대한 녀석의 공격에 대비를 하고 있었기에 아무런 피해 없이 피해낼 수 있던 것이다.

녀석을 뚫어져라 쳐다본다.

아니, 정확히는 녀석의 머리 위에 적힌 문구를 보고 있었다.

【죄악수치: 54】

녀석의 머리에는 그렇게 적혀있었다.

...분명, 죄악 수치가 50이 넘어가면 추가 효과가 있다고 했었지.

지옥도에 대한 설명 중에 있던 글귀를 떠올린 난 고개를 숙여 공격을 피해낸 상태 그대로 탐의 힘을 끌어올렸다.

탐은 분당 10의 육도력을 소모한다고 했으니, 이제 남은 육도력은 40.

모든, 능력치가 30% 상승하자, 활력감이 온몸을 감싸기 시작했고, 내 몸에서 검은색의 아지랑이가 피어오른다.

이내, 고개를 숙이고 있던 그 자세 그대로 유지하며, 두 다리에 힘을 주고서 몸을 포탄을 쏘아 보내듯이 빠르게 튀어 나간다.

­ 퍼어엉!

공기가 울부짖는 소리와 함께 하나의 포탄이 되어 쏘아진 나를 보며 곳곳에서 "흐음…." 하는 침음이 들려온다.

여태껏 몰아붙이는 싸움만을 고수해왔는지, 전혀 내가 들어올 것이란 생각을 하지 않은 것 같은 스콧의 그 세로로 길게 찢어진 파충류 눈동자가 자신의 실수를 알아차린 듯 떨어댔다.

.....이미 늦었어. 이 개새끼야. 악어는 이미 존나 죽여봤다고.

옐로우게이트에서 조우했던 이능을 가졌던 악어의 모습을 한 몬스터를 잠시 떠올린 뒤, 지워버리고는 녀석의 심장을 향해 왼손을 뻗었다.

그리고는.

제 1도 지옥도. 팔열지옥류, 등활지옥(????).

내가 가장 처음 지옥에서 맛보았던 등활지옥(????)의 능력이 내 손끝에서 펼쳐진다.

­ 채채채채챙!!!!

아주 날카로운 금속끼리 부딪치는 소리가 빠른 속도로 쉴 새 없이 들려왔고, 그 소리의 근원지는 바로 손가락부터 손바닥, 손등 할 것 없이 아주 날카로운 칼날로 이루어진 손톱이 수십, 수백 개가 살을 뚫고서 솟구쳐 올라왔다.

"뒈져버려. 이 씨발같은 새끼야."

이죽이는 미소를 지으며 녀석의 심장에 그대로 손을 꽂아 넣었다.

아니, 이미 꽂아놓기도 전에, 살갗을 뚫고서 뛰쳐나온 칼날 손톱들은 이미 스콧의 심장을 벌집으로 만들어 놓은 상태.

­ 푸푸푸푸푹!! 푸푸푸푸푸욱...!!

수십 명에게 칼침을 맞는듯한 파육음이 울려 퍼진다.

"..쿠, 쿨럭....이, 이 새끼가....쿨럭..."

"왜? 다시 이쁜이라고 불러 봐. 응?"

심장이 갈가리 찢겼음에도 여전히 나를 바라보며 살기 어린 표정을 짓고 있는 녀석에게 상큼하게 웃어준 뒤, 손에서 돋아난 등활지옥(????)의 칼날들을 전동드릴과도 같이 빠르게 회전시킨다.

­ 위이이이이이잉!!! 채채채챙!!!

­ 푸슈슈슈슈슈슉....!!

3M에 이르는 거대한 몸을 가진 녀석이 힘없이 바닥으로 떨어져 내린다.

그로 인해, 저절로 녀석의 몸속 내부를 탐험하던 내 왼손이 허공을 갈아버리려는 듯 맹렬하게 돌아가기 시작했고, 엄청난 피와 살점을 쏟아내며 녀석이 죽음을 맞이한다.

스콧의 질척질척한 피와 잔해물들이 칼날 드릴에 의해 내 얼굴과 몸으로 튀어버렸다.

그 잔해가 내 입속까지 들어와 버린 탓에, 정체를 알 수 없는 고깃덩어리가 되어버린 그 잔해를 바닥에 거칠게 뱉어냈다.

­ 퉤..

녀석은 나를 시험하기 위해, 적당히 힘을 빼고서 공격을 해왔지만 나는 달랐다.

내 목표는 처음부터 전력을 다해 건방진 새끼를 단 한 순간에 지옥으로 보내버리는 것이었다.

".........!!!"

"......."

모자를 깊게 눌러쓰고 있어, 녀석들이 어떤 표정을 짓고 있는지 알 수 있는 방법은 없었지만, 그들의 감정이 공기를 통해 전해진다.

"...씨발같은 표정들을 짓고 있는 걸 보니까, 네들이 그렸던 상황은 아닌가 봐? 병신새끼들....큭큭...그렇게 모자를 썼다고 해서 네들 표정이 안 보이겠냐? 등신 새끼들."

탐이 수많은 훈련생과 이사장들에게 그랬듯이, 최대한 강렬한 퍼포먼스를 보여주고 여유로운 듯한 태도를 보인다.

.....탐을 사용하는데 10. 그리고 지옥도의 힘을 사용하는데 25. 이제 남은 육도력은 15밖에 없다.

여유로운 척 하고 있었지만, 실상은 달랐다.

탐의 힘을 사용하지 않고서는 진심으로 공격하는 녀석들의 공격을 몇 번 막아내기도 힘들것이며, 남은 육도력으로 녀석들 전원을 죽이기에는 무리가 있었다.

.....씨발..하필, 모든 능력치가 초기화된 지금 찾아오다니.

지옥을 빠져나오자마자, 절체절명의 순간을 맞이하게 됐지만, 아직 살아남을 방법은 있었다.

녀석들의 목적이 무엇인지는 모르겠지만, 나를 보며 신입이니, 스카웃이니 떠드는 걸로 보아 녀석들은 나를 데려가기 위해 온 게 틀림없었다.

또한, 녀석들이 나를 보며 자신들과 같은 녀석이라고 했었고, 나 또한 【지옥안】으로 보는 녀석들 머리 위에 달린 죄악 수치를 보며 녀석들이 나와 비슷한 싸이코, 또라이같은 부류라는 게 느껴진다.

그들이 원하는 방식의 대답은 아니었지만, 내 나름대로의 방식으로 녀석들에게 대답을 해준 셈.

만약, 녀석들이 정말 나와 같은 부류의 녀석들이라면...

만약, 정말로 그렇다면 절대로 날 죽이지 못할 것이다.

끈적한 피가 자꾸만 시야를 가리자, 손을 들어 올려 소매로 피를 닦아내고선 녀석들을 향해 묻는다.

"뭐 하고 있어? 죽일 거면, 서로 죽여보든가."

* *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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