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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인 아카데미의 NTL 왕이 되다-83화 (83/102)

〈 83화 〉 82화. 시련. (1부 끝)

* * *

또다시 완전한 무한의 어둠이 찾아왔다.

또한, 내가 네메시스와 기나긴 얘기를 나누고 있을 동안, 그 존재감을 찾아볼 수 없었던 탐의 목소리가 들려온다.

「잘 가라. 죄 많은 인간이여.」

....정신 바짝 차려야 해.

분명, 네메시스는 탐이란 녀석이 지옥을 탈출하며 심각한 상처를 입은 상태라고 했다.

확실히 생각해보니, 이상한 점이 한 두 가지가 아니었다.

그만한 권능과 힘을 가지고 있음에도, 무자비한 살생을 전혀 하지 않은 녀석.

무의미한 살생을 싫어하는 녀석이던가, 그 많은 인원에게 이길 수 없는 상태였겠지.

내 감은 전자는 절대 아닐 거라고 말하고 있었다.

네메시스가 나타나, 죽기 직전이었던 그 순간까지 나를 향해 엄청난 살기를 뿜어내던 녀석이었으니.

탐 본인의 입으로 내가 자신과 똑같은 힘을 가지고 있다고 했었지.

또한, 네메시스는 탐이란 녀석이 수많은 생명과 힘을 삼키며 빠르게 성장했다고 했다.

....잠깐...삼켜...? 삼킨다?

D­2 지역에서 일미들을 이용해 커스로치들을 닥치는 대로 삼켰던 기억이 머리를 스쳐 지나간다.

탐(?)....탐(?)...탐(?)...식탐(??)...모든 걸 삼키고 먹어 치우는 식탐(??).

눈이 번뜩 뜨여지는 썩은 동아줄과 같은 희망의 실마리가 보이자, 커스로치들을 마구 삼켜대던 그 순간의 감각을 떠올린다.

여전히 아무것도 안 보이는 상황이었지만, 최대한 일미 녀석들을 움직인다는 생각을 한다.

그리고는 일미 녀석들을 이용해 나의 육체를 아주 강하게 콱 물었다.

그러자..

「크아아악....!! 이, 이 녀석...발버둥을 치는 구나!!」

일미 녀석들의 길고 날카로운 독니가 주는 고통은 절로 이를 꽉 물게 만들었지만, 내 몸속을 헤집고 다니며 좀 먹는 이 고통에 비해선 훨씬 참을만했다.

또한, 처음으로 녀석의 고통스러운 신음이 들려오자, 한 방 먹여줬다는 생각과 함께 이죽거리는 미소가 피어난다.

....병신새끼. 좆같이 비웃을 때는 언제고..

­ 콰득! 콰득! 콰득! 콰득!

일미부터 사미까지 모두를 이용해 전신 구석구석을 강하게 깨물기 시작한다.

그럴수록 온몸에 힘이 풀리며 살이 꿰뚫리는 고통이 느껴졌지만, 그에 따라 처절하게 울부짖는 녀석의 목소리는 더욱 크게 들려왔다.

「크아아악..!! 네, 네 이놈!!!」

­ 푸우욱..푹 푹 푹!

"으으윽....크읏.."

「크허어억...컥..!!」

­ 푹 푹 푹 푹!!

「으, 으아아아악!!! 컥..」

뇌에 근처까지 좀 먹으며 올라왔던 기운들이 서서히 목 아래로 내려가기 시작한다.

....크으윽...머, 먹혀들었어!!

물론, 나 자신조차도 엄청난 고통이 느껴졌지만, 어차피 녀석에게 좀 먹히면 뒤질 운명이었다.

몸을 빼앗겨서 죽나, 일미 녀석들에 의해 과다출혈로 죽나 결국엔 또이또이였다.

"....씨발!! 나가!! 이 개새끼야!! 내 몸에서 나가라고!!!"

­ 푸푸푸푹!!

「크으어억....그, 그런 게 가능할 리가.....」

탐은 정말 자멸이라도 하려는 듯, 쉴 새 없이 자신의 몸을 자해하는 인간에게서 두려움을 느꼈다.

녀석의 말대로, 당장에라도 이 몸에서 나가고 싶었지만 탐에게 그럴만한 능력은 없었다.

아니, 정상적인 몸 상태라면 그건 너무나도 쉬운 일이었겠지만, 몸의 붕괴가 시작되고 가지고 있는 힘을 전부 인간들을 게이트 밖으로 보내는데 써버린 탓에 이 몸에서 떨어져 나갈 수가 없었다.

인간의 몸을 잠식해가던 자신의 힘이 미약해지는 것이 느껴졌다.

.....크으으아악....이, 이대로라면......

수많은 생명을 집어삼키고, 지옥의 힘마저 훔쳐 지옥을 빠져나온 자신이 일개 인간을 상대로 쩔쩔매는 꼴이라니.

평상시라면, 절대 생각지도 못한, 아니, 생각을 하는 것만으로도 자존심이 상하는 일이 지금 현재 벌어지고 있었다.

그 순간.

녀석의 꼬리 하나가 마지막으로 오른쪽 종아리를 아주 강하게 물었다.

「커, 커헉.......」

이미 녀석의 신체에서 자신의 힘은 모두 사라지고 오른쪽 종아리에 극히 적은 양이 모여있었는데, 그곳을 정확히 물어버린 것이다.

"...하아...하아...크으윽...뭔가 느낌이 이쪽만 이상해서 찔러봤더니....정답인 것 같네?"

「...크, 크윽....원통하도다...!!! 조금만..조금만 있으면...이 세상을 집어 삼킬....」

나는 최후의 발악인 듯, 울부짖는 녀석의 말을 끊고서 말한다.

"병~신. 큭큭...아, 그렇다고 너무 원망하지 마. 모든 건 운명의 순리대로 흘러가는 것이니까. 억울해하지도 말고. 네가 약한 거니까. 아니, 약해져 있는 거니까. 또 분해하지도 말고, 이 씨발같은 새끼야. 뭐, 같은 힘? 같은 기운? 그걸 알았으면 미리미리 조심했어야지. 병~신."

내가 녀석에게 비슷한 말을 들었을 때와 똑같은 감정을 돌려주기 위해 조롱하듯 녀석을 몰아붙였고, 녀석이 마지막에 그랬던 것처럼 강력한 의지를 담아 내 몸에 남은 녀석의 티끌 같은 힘을 몰아낸다.

"...이, 이 벌레만도 못한 인간놈이!!! 크아아아아악!!!"

녀석의 추잡한 마지막 말과 함께 사방을 감싸고 있는 새까만 어둠이 물러난다.

­ 스르르르륵.

그렇게 나를 가두어 옥죄고 있던 어둠이 물러나자, 녀석과 처음 마주쳤던 보스의 방이 눈에 들어온다.

그러나 그것도 잠시.

­ 화르르르륵.

이 장소의 끝, 가장자리부터 시뻘건 화염이 살벌한 소리를 내며 치솟아 오르더니, 곧 내가 서 있는 반경 2M를 제외하고서 불바다..아니, 불지옥으로 변한다.

....지, 지옥을 경험해야 한다고 그랬지.

­ 꿀꺽.

딱히, 믿는 종교나 그런 것들이 없었기에, 지옥이나 천국이 있다고는 생각하지 않았다.

하지만 막상 내눈 앞으로 정말 지옥을 연상케하는 불지옥이 펼쳐지자, 절로 마음속에서 두려움이 일어난다.

­ 으아아아아악!!!

­ 뜨, 뜨거워!! 뜨거워!!! 살려...살려줘...

­ 자, 잘못 했습니다.....으아아아아악!!!

분명히, 이 장소에는 나밖에 없지만, 어디선가 자꾸 고통에 가득 찬 누군가의 비명이 들려왔고 그 비명은 듣기만 해도 같은 고통을 공유하게끔 하는 착각을 불러일으켰다.

"...허억...허억...이, 이게 다 뭐야....씨발..."

그 순간.

【????에 대한 단서를 얻으셨습니다.】

【????의 힘을 습득하기 위한 시련이 내려집니다.】

【시련을 진행하시겠습니까?】

내 운명의 길잡이를 맡은 길라잡이의 음성이 들려왔고, 좀처럼 진정이 안 되는 몸을 억지로 움직여 고개를 끄덕인다.

­ 끄덕.

그러자.

【육도윤회의 시련을 진행합니다.】

그렇게 침을 꼴깍 삼키며 심호흡을 하고 있을 때.

【오류. 오류. 치명적인 오류가 발생했습니다.】

뜬금없는 말이 들려온다.

【운명의 뒤틀림으로 인해, 수정할 수 없는 오류가 발생했습니다.】

【같은 하늘 아래 같은 운명이 존재할 수 없습니다.】

....이, 이게 뭔 개소리야...같은 하늘 아래 같은 운명...?

저번에도 이런 비슷한 일이 있었지만, 그땐 이런 오류를 뛰어넘어 품격 자체가 상승해 이무기의 운명을 올라섰었다.

하지만, 이번에는 어찌 된 영문인지 계속해서 "같은 하늘 아래 같은 운명이 존재할 수 없습니다."라는 말만 내뱉는 길라.

같은 운명이라 하면....

...이병찬...?

서, 설마.. 녀석의 운명을 내가 훔쳤기 때문에?

원래 녀석이 가져야 할 힘(운명)이었기 때문에?

­ 빠드드득.

살벌한 이가 갈리는 소리가 귓가로 들려오고, 조금 전부터 가슴속, 정확히는 마음 한구석 어딘가가 무언가에 자극이라도 받는 듯 쿡쿡 찔려오는 고통이 느껴진다.

【같은 하늘 아래 같은 운명이 존재할 수 없습니다.】

【두 운명이 뒤섞입니다.】

그 순간.

쿡쿡 찌르는 것 같은 고통이 마치, 심장을 움켜쥐고서 꽉 쥐고 있는듯한 감각과 함께 엄청난 고통으로 번져간다.

"크, 크허어억..!!"

【두 운명에 대한 검토가 진행 중입니다.】

머릿속을 똑똑히 울리는 길라의 목소리에 두 눈이 번뜩 뜨여졌다.

거, 검토가 이루어진다니... 무슨 개소리를 하는 거야...이, 이제 이건 내 운명...내 삶이라고..

자세히는 모르겠지만, 이병찬과 나의 운명을 두고서 무언가 큰 사건이 발생하려는 것 같았다.

【두 운명에 대한 검토를 끝마쳤습니다.】

【진실된 운명이 거짓된 운명을 삼킵니다.】

【거짓된 운명이 진실된 운명에게 흡수됩니다.】

【두 운명에 커다란 변화가 발생합니다.】

듣기만 해도 개 좆같은 내용이 담긴 길라의 목소리에 꽉 쥐고 있던 주먹에서 손톱이 살을 파고 들어가 상처를 만들어낸다.

...씨발...씨발...씨바아알!!!!

너무나도 화가 치솟는 상황에 거친 욕설을 연신 내뱉고 있자.

【뱀(이무기)의 운명에서 뱀의 운명으로 등급이 하락합니다.】

【모든 능력치가 하락합니다.】

【거짓된 운명이 사라집니다.】

【운명의 결말이 바뀌게 되어, 대격변 이전의 결말로 돌아갑니다.】

【고유 능력: 【죽음 회피】가 사라집니다.】

.말로 표현할 수 없을 정도로 강한 탈력감이 몸에서 느껴졌고, 내 몸을 꽉 채우고 있던 미지의 힘이 순식간에 빠져나간다.

"...아. 하하하!!! 큭..하하하하....뭐? 대격변 이전의 결말? 뭐가 사라져? 지랄한다..진짜 크크크큭..."

받아들이기 힘든 현실에 메마르고 자조적인 헛웃음이 연신 터져 나온다.

내 운명이 뭐...? 왜.... 내 운명이 거짓됐다는 건데?

왜...내가 죽어야만 하는 결말이 되는 건데?

왜...왜...도대체 내게 왜 이러는 건데에!!! 도대체!!! 왜에!!!

씨발.. 씨발.. 씨발.. 씨발.. 씨발.. 씨발.. 씨발.. 씨발.. 씨발.. 씨발.. 씨발.. 씨발.. 씨발.. 씨발.. 씨발.. 씨발.. 씨발.. 씨발.. 씨발.. 씨발.. 씨발.. 씨발.. 씨발.. 씨발.. 씨발.. 씨발.. 씨발.. 씨발.. 씨발.. 씨발.. 씨발.. 씨발.. 씨발.. 씨발.. 씨발.. 씨발.. 씨발.. 씨발.. 씨발.. 씨발.. 씨발.. 씨발.. 씨발.. 씨발.. 씨발.. 씨발.. 씨발.. 씨발.. 씨발.. 씨발.. 씨발.. 씨발.. 씨발.. 씨발.. 씨발.. 씨발.. 씨발.. 씨발.. 씨발.. 씨발.. 씨발.. 씨발.. 씨발.. 씨발.. 씨발.. 씨발.. 씨발.. 씨발.. 씨발.. 씨발.. 씨발.. 씨발..

정신을 차릴 수가 없다.

당장에라도, 네메시스의 멱살을 잡고서 "이런 건 말해주지 않았잖아!!" 라고 소리를 지르고 싶었다.

힘들게 얻은 운명의 등급이나, 능력, 능력치가 하락하거나 사라져서 아깝거나 그런 게 아니었다.

힘들게 얻은 그것들은 한시아를 온전히 받아들임으로써, 얻게 된 일종의 증표였고 내가 그녀를 위해 살아갈 거라는 올바른 목표를 잡아주게 하는 또 하나의 길잡이와 같은 의미였다.

하지만, 이 지긋지긋한 운명은 또 한 번 나를 시험에 들게 하려 했고, 한시아와 함께 다짐하며 쌓아왔던 추억과 기억, 그 순간의 감정, 크게 보면 한시아 그녀와 미래를 너무나도 손쉽게 빼앗아 갔다.

"으아아아아악!!!!!!! 씨바아아아알!!!!"

절규어린 나의 외침이 무의미하게 메아리치며 울려 퍼졌고, 그 절규에 반응하듯 주위에서 들려오는 고통에 가득 찬 비명소리도 더욱 크게 들려온다.

­ 으아아아악!!!

­ 살려줘!!!! 제발!!! 살려줘!!!!!

"아이 씨발!!! 아가리 안 닥쳐!!!! 닥쳐!!! 닥치라고!!!"

두 손으로 나의 귓가를 강하게 후려친다.

­ 삐이이익.

적당히 힘을 빼서 치는 게 아니라, 이 순간의 감정을 끌어올려 후려친 탓에 귓가가 먹먹해지며 이명음이 들려온다.

그제야 내 신경을 거스르던 그 지옥의 망자들이 내뱉는 비명이 잠잠해진다.

­ 삐이이이..

...정말 모든 걸 가져가는 구나... 씨팔....크크큭....

.......잘못한 건 그 새끼잖아...내가 뭘 그리 큰 죄를 지은 건데?

죽을만한 새끼였잖아?

영웅? 영웅의 후손? 좆까 씨발. 그 새끼는 쓰레기 그 이상 그 이하도 아니야. 그 새끼를 감싸고 도는 그 신이란 개새끼들도.

맞아! 그 개새끼들... 그 개새끼들을 잊어선 안 되지.

기다려. 쓰레기 같은 새끼들아. 한 놈도 빠짐없이 전부 죽여줄 테니까.

그나마 인간으로써 남아있던 무언가의 조각이 유리가 깨지는듯한 소리와 함께 저 멀리 어딘가로 날아간다.

­ 씨익.

신기한 일이었다.

그나마 남아있던 인간성에 속한 무언가를 털어내자, 이상하리만치 기분이 괜찮아지기 시작한다.

어차피, 난 뭘 해도 이럴 운명이었다는 거지. 이무기? 용? 좆까고 있네.

이 좆같은 운명을 받아들이며 순응하자, 절로 히죽히죽거리는 미소가 지어지며 나를 벼랑 끝으로 몰아세워 가던 그 수많았던 고통과 시련이 정말 아무것도 아닌 것처럼 느껴진다.

그 순간.

【치명적인 오류가 해결되었습니다.】

【계속해서 시련을 진행하시겠습니까?】

길라의 목소리가 들려오고.

­ 히죽.

"물론이지. 시작해줘."

...지옥의 고통을 견뎌야 한다고...? 씨발...지랄한다...내게는 이곳이 지옥 그 자체야.

입가는 씰룩이며 히죽거리는 미소를 만들어내고 있었지만, 나의 내면 그 어딘가에는 감당할 수 없을 정도로 거대한 악(?)이 빠른 속도로 그 덩치를 키우며 나의 심장을 좀 먹어가고 있었다.

* *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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