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수인 아카데미의 NTL 왕이 되다-80화 (80/102)

〈 80화 〉 79화. 옐로우 게이트.(49)

* * *

­ 헐...어떡해..이거 실화야?

­ ㅇㅇ...그런듯...와 이런 엔딩을 볼 줄은 몰랐는데...어떡하냐..진짜

­ 이왜진..오빠들 이거 맞어? 왜, 왜...사이비 오빠만 이렇게 되는 건데?

­ ㄹㅇ;; 보스관문에서는 단 한 명의 피해자도 없이 빠져나올 줄 알았는데...헐...

­ 와 진짜.. 내가 느끼기로는 가장 처절하게 사투를 벌이면서 생존했던 사이비가 제물이 되는 엔딩이라니...

­ ㄹㅇ 신도 ㅈㄴ 무심하다....이지원이나, 정희철? 그런 쓰레기 새끼들도 있는데.. 와 ㅈㄴ 소름돋아..

­ 한 명을 자의적으로 바칠 수 있다면, 그런 애들이 바쳐지는 게 백 번 맞다고 보는데...문제는 그 검은 미라인지, 덩어리인지 모를 새끼가 직접 선택한다는 게..

­ 뭐가 됐든, 사이비만 ㅈㄴ 불쌍하게 됐네. ㄹㅇ 한강진 죽이려는 그 광기보고 진심 입덕했는데...ㅈㄴ 아깝다 ㄹㅇ..

­ 근데 님들 사이비의 말 대로라면, 한설화가 한시아 눈 아작 낸 거임? 중간중간 말이 끊겨서 뭔 상황인지...

­ ㅇㅇ...그런듯. 사이비 능력중에 정신계열에 대한 것이 많잔슴. 대충 입으로 뱉어낸 말들 조합해보면 한시아랑 한설화, 한강진 사이에 무슨 일이 있어도 단단히 있었던듯.

­ ㅇㅇ 그런 것 같더라. 무슨 분위기가 막장 드라마급..

­ 그나저나, 사이비는 진짜 안타깝지만 살아서 돌아온 사람들은 축하해줘야지.

­ ㅇㅈㅇㅈ...ㄹㅇ루다가...산 사람은 살아야지...어쩔 수 없음. 게다가 그 보스새끼...진짜 괴물임...사람이 잡을 수 없는...말 한마디에 다 정신나가는 거 봤잔슴.

­ ㄹㅇ....공포 그 자체였지...그런 새끼가 몬스터브레이크를 일으킨 게이트에서 뛰쳐나오면...걍 지구 멸망임..아니, 우주 멸망!! 우주 대폭발임.

­ ㅇㅈ...으...생각만 해도 개끔찍...어떻게 보면 사이비 목숨 하나로 퉁친 건 싸게 먹혀들어간 듯..

이렇듯, 그 마지막 장면에 대해 수많은 의견을 뱉어내기 바쁜 채팅창이었지만, 그와는 반대로 최종 보스에 의해 강제적으로 게이트를 빠져나온 인원들에게선 그 어떠한 말도 들려오지 않았다.

시원한 바람, 맑은 하늘.

게이트에 들어가기 전 코끝을 간지럽히던 향긋한 봄 내음 대신, 시큼 상큼한 푸른 풀에서 느껴지는 상쾌함이 코끝을 간질인다.

"....도, 돌아왔어..."

"이, 이거 꿈 아니지...?"

분명히, 그 지긋지긋하다 못해 절로 넌더리가 쳐지는 그곳을 빠져나왔지만, 대부분이 믿을 수 없다는 표정을 지은 채 서 있었다.

그러나, 그것도 잠시.

"...와아아아!!!!! 사, 살아남았어!!! 살아남았다고!!! 하하..하하하!!!"

" 꺄아아악!!! 어, 엄마!!! 아빠!!!! 흑흑.....드, 드디어 제가 돌아왔어요...흑..."

대부분의 인원들이 크게 소리를 지르며 살아남았다는 사실에 기뻐했고, 특히나 두 달 가까이 되는 시간을 게이트 속에서 상시 불안함과, 공포, 생존의 대한 갈망을 안고 살아갔던 신입생들은 바닥에 무릎을 꿇고서 오열을 하고 있었다.

그렇게 한참을 기뻐하며 서로를 부둥켜안고 눈물을 흘리던 그들에게로 푸드덕 거리는 소리와 함께 아주 거센 바람이 불어온다.

­ 화아아아악!!

눈을 따끔거리게 만드는 그 거대한 풍압에 모든 인원들의 시선이 돌아간 그곳에는.

어림잡아도 200명은 넘어 보이는 수많은 사람들이 거대한 새, 정확히는 조류의 크리쳐를 가지고 있는 라이칸들의 등 뒤에 올라타 천천히 상공에서 내려온다.

이윽고.

­ 터억. 터억.

지면에 발을 내딛는 수많은 발소리가 들려오고.

"그 옐로우게이트에서 무사히 생환할 줄 알고 있었네."

헌터 협회 협회장인 박수민이 그윽한 미소를 지으며 한강진과 두 명의 이사장에게로 다가간다.

이사장들에게 잠시 눈빛을 보내며 눈인사를 마친 그는, 이내 수많은 훈련생들을 향해 깊이 허리를 숙이며 말한다.

"..정말, 고생들 많이 했네. 비록...모두가 살아서 돌아오지 못했지만, 자네들만이라도 살아서 돌아와 준 것만으로도 이 노인네는 모든 것에 감사할 뿐이라네."

그런 박수민의 모습에 절로 지어지는 미소를 감출 수 없던 훈련생들에게서 작은 변화가 일어난다.

비록, 모두가 살아서 돌아오지 못했지만....이라고 말한 박수민의 말에 처참하게 죽어 나간 자신들의 동료와 친구가 생각이 난 것이다.

그렇게 기억을 거슬러 올라가 마지막 순간에 있었던 누군가의 희생.

거기까지 생각이 미친 훈련생들은 더이상 웃을 수 없었다.

특히나, 사이비와 일거수일투족을 함께 했던 D 지역의 훈련생들은 더욱 그러했다.

항상, 누구보다 먼저 위험을 알아채고, 미리 대비할 시간을 만들던 녀석.

말은 누구 못지않게 거칠게 했지만, 그 거친 말속에 명백히 담긴 작은 호의와 뼈와 살이 되는 충고를 쉴 새 없이 남발하던 녀석.

또한, 어느새 말도 안 되게 성장해, 엄청난 힘으로 자신들을 구원해준 녀석.

그렇게 항상 필사적으로 사투를 벌이고, 알게 모르게 주위 사람들에게 희망이라는 빛을 조금씩 보여주던 그 녀석은 결국, 살아 돌아오지 못했다.

분위기가 순식간에 가라앉기 시작한다.

그중에서도 가장 음울하다 못해, 보고 있는 것만으로도 비참함, 비통함, 원통함, 슬픔, 분노, 자신에 대한 혐오를 피워올리며 무릎을 꿇고 있는 훈련생들이 있었으니.

그들은 바로, 빛으로 산화되어 사라지지 전까지 사이비 곁에 남아있던 한시아, 오소리, 표지안, 이진하였다.

아니, 한 명이 더 존재했다.

그 사람은 바로 김아영.

김아영은 저 네 사람처럼 마음껏 자신의 마음을 드러내지도 못한 채, 힘없이 터벅터벅 걸어가며 구석으로 사라져간다.

그 끈적하면서도 감당하기 힘든 감정들을 전신으로 뿜어내고 있는 네 사람에게 쉽사리 다가갈 수 있는 사람은 없었다.

그때.

목에 제법 커다란 크기의 카메라를 가지고 있는 누군가가 네 사람을 향해 카메라를 들이민다.

­ 찰칵.

차가운 기계 소리가 들려왔고, 네 사람의 심정 따위는 전혀 생각지도 않는 그 차가운 말과 목소리가 들려온다.

"사이비씨는 어디 있습니까? 정말로 사이비씨는 빠져나오지 못한 겁니까?!"

넘어선 안 될 선을 아주 세게 넘는 기자였다.

결국, 그 역겹다 못해, 너무나도 투철한 직업의식에 찌든 말을 참지 못한 표지안과 오소리는..

"...씨발!! 아가리 안 닥쳐!!!"

"크허어어엉!!!"

거친 욕설을 내뱉으며 기자를 찢어 죽여 벼리려는 듯 노려보는 표지안과 다른 라이칸들의 비해 비교적 귀여운 느낌을 풍기는 라이칸의 모습으로 변해 인상을 와락 구기는 오소리.

둘의 기백이라 할지, 살기라고 해야 할지 모를 무언가에 놀란 기자가 "허, 헛!!" 하는 숨소리를 내며 뒷걸음질을 치자.

­ 타닥타닥.

한강진의 지시를 받은 레드문의 교수님들이 재빠르게 그 기자의 앞을 막아섰고, 곧 "당신도 사람이라면, 지금은 부디 조옹히 계셔주시죠."라고 말한다.

....아...아...사이비님...사이비님...그렇게 가버리시면...저는 도대체 어떻게 해야...

사람들이 무슨 말을 하건, 도통 아무런 생각이 들지 않는 한시아.

아니, 단 한 가지의 생각밖에 나질 않는다.

악연(??)이었던 첫 만남.

평생을 자신의 목소리도 모른 채, 살아오던 벙어리였던 자신의 말문을 트여준 사람.

항상, 툴툴대며 빈정거리는 말을 내뱉더니, 나를 위해 운명에 거역해 운명을 뒤바꾸려던 사람.

몇 번이고, 몇 번이고 나를 최우선으로 하며, 자신의 목숨을 기껍게 던지던 사람.

자신의 비참한 과거에 누구보다도 뜨겁고 진득하게 화를 내주며, 잘못됨을 바로 잡으려던 사람.

나를 위해 행동하며, 나를 위해 바뀌어가던, 어떤 상황에서도 그 예의 이죽거리던 미소를 잃지 않던 사람.

그리고 마지막으로 선함을 뒤집어쓰고 살기엔 너무 지쳤다는 그 사람.

그가 그 말을 내뱉던 그 순간.

한시아는 알 수 있었다.

텅 비어버린 공허함과, 허무함, 자포자기의 심정이 그의 감정을 감추려는 듯, 감싸 안고 있었지만, 그 안에는 앞의 세 감정과는 다른 감정이 담겨있었다는 걸.

억울함, 분함, 원망 등등 그 속을 들여다보기만 해, 절로 뒷걸음질이 쳐질 듯 한, 새까만 악(?)을 향한 갈망이.

­ 빠드드득.

이가 갈리는 소리가 들려온다.

어째서, 그의 마지막 순간이 감정이 자신에 대한 감정이 아니었을까?

어째서, 나를 향한 슬픔과, 애잔함, 아쉬움이 아닌 누군가를 향한 억울함, 분함, 원망이 나 대신에 그 자리를 차지한 것일까?

그와의 마지막을 장식해버린 그 악(?)을 향한 갈망이 미웠다.

그가 미운 게 아니었다.

아니, 오히려 그를 너무나도 사랑하고 사랑하고 사랑하고 사랑하고 사랑하고 사랑하고 사랑하고 있다.

그 생각을 하니, 아니, 이 게이트를 빠져나온 후부터 눈물이 멈추지를 않는다.

....절대 이 사랑을 이대로 끝낼 순 없어. 그 사람은...사이비님은 여기서 죽어선 안 돼.

그랬다.

뾰족뾰족하고 날카로운 가시를 가지고 있는 장미와도 같은 그는 여기서 죽어선 절대 안 됐다.

그 가시는 세상의 위험으로부터 나를 지켜주기 위해 만들어 낸 가시였고, 실제로도 그랬으니.

왜, 왜 하필이면...그가...

그러한 생각이 머리를 스치자.

하염없이 눈물을 쏟아내던 한시아의 시선이 휙 돌아가며, 누군가와 대화를 나누고 있는 한강진과 자신의 호위대에 둘러싸여 무표정한 표정을 짓고 있는 한설화에게로 고정된다.

....당신들이 죽었더라면, 우린 행복해질 수 있었어.

누군가와 사랑에 빠진다는 것.

그것은 그 상대에게 모든 걸 바치는....아니, 세상을 바칠 수 있을 만큼 위험한 감정이자, 위대한 감정이었다.

특히나, 그 보스몬스터가 지껄였던 고대의 혼을 가지고 있는 것으로 추정되는 한설화에게 그녀의 새까만 감정들이 쏟아지기 시작한다.

...언니가...언니가 선택 받았더라면...모두가 행복했을 거야. 나도...사이비님도....엄마, 아빠도..

­ 스윽 스윽.

소매를 이용해 붉게 물들어 퉁퉁 부은 눈가를 닦아낸다.

자신은 사이비처럼 상태창이란 능력을 가지고 있지 않았기에, 정확히 알 수는 없었지만, 그녀는 본능적으로 알 수 있었다.

아직은 사이비가 살아있음을...

한시아 그녀의 고유 능력인 【운명】으로 인해.

...정말 미약한 기운이지만, 아직은 살아계셔.

물론, 그 미약한 기운은 사나운 폭풍 앞에 있는 촛불처럼 지금, 이 순간도 마구 불안함을 보내며 꺼질 듯 했지만.

울고 있을 시간이 없었다.

이럴 시간에 특수 게이트에 대해 뭐라도 알아봐서. 움직이는 게 훨씬 현명한 방법이었다.

그를 데려올 방법을 찾아야 했다.

아니, 그를 데려와야 한다.

비록, 한시아 그녀가 늦어 사이비가 죽음을 맞이한 상태라도.

....시체라도 꼭 가져서 올 거야. 기다리고 계세요. 사이비님. 제가... 제가 꼭...

옷에 묻은 흙을 털지도 않고서 일어난 그녀는 다시 한 번 더 한강진과 한설화를 눈 속에 가득 담고서 천천히 걸어 나간다.

이제는 찾아버릴 수 없는 사이비의 자취가 조금이나마 묻어있는 레드문 아카데미로.

* *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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