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74화 〉 73화. 옐로우 게이트.(43)
* * *
"...으음...잘 잤다...진짜 오래간만에 푹 잤...."
천천히 기지개를 켜며 질 좋은 수면에 만족하며 주위를 둘러보던 표지안은 자신의 하복부에 꽤나 묵직한 누군가의 팔이 올려져 있자 당혹감을 감출 수가 없었다.
그 팔의 주인은...
`..사, 사이비..?!!'
재빨리 어제의 기억을 되 감아본다.
그 지옥 같던 마력의 맹세에서 자신을 구원해준 사이비에게 보답을 하기 위해 펠라를 했었고, 컨디션을 상당히 깎아 먹는 생리통 때문에 계속해서 달려들던 사이비를 밀어냈던 일.
결국, 마지못해 녀석의 말 한마디에 마음의 무언가가 녹아내려 관계를 맺은 일까지.
어젯밤의 기억들이 천천히 떠오르는 그녀였다.
`....조, 좋아...다 좋다 이거야....근데...씨, 씨발...도대체 내가 어제 무슨 개지랄을 한 거야!!`
사이비와 자지가 처음에 삽입됐을 때.
아픔이 따르긴 했지만, 솔직히 나쁘지 않았다.
아니, 사실대로 말하자면 여자로서의 진정한 기쁨과 쾌감을 알게 되어버렸다.
고통은 잠시, 충분한 애무로 이미 달궈져 있던 몸은 빠르게 적응해 고통을 밀어내고서 쾌감을 집요하게 좇았다.
하지만 그 쾌감에 몸을 맡겨 앙앙거리는 소리가 새어 나오자 뭔가 마음속에서 분함이 고개를 들고 일어섰고, 그녀는 최소한의 자존심을 지키기 위해 최대한 그 쾌감을 무시하며 얼른 이 시간이 지나가기만을 바랐다.
`부, 분명 잘 참고 있었는데...아! 맞아! 그때!!"
갑작스레 자신의 발목을 양어깨에 걸치더니, 엄청난 기세로 자신의 제일 깊은 그곳을 찔러대던 그 순간.
뇌가 부글부글 끓고, 아랫배가 터져 나가버릴 것 같은 엄청남 쾌감에 육체의 지배권을 놓쳐버렸다.
그 뒤의 기억을 떠올린 표지안은 똑 떨어지는 자신의 검은색 단발머리를 거칠게 털었다.
`...하..씨발같네..진짜!! 미, 미친년 아무리 좋았어도 그렇지...어, 어떻게 그따위 말을...하...`
수치심과 자괴감이 얽매여오며 자신을 괴롭히자, 괜히 편안한 얼굴로 잠이든 사이비가 원망스러워지는 표지안이었다.
`...하아...저 놈이 뭔죄냐...그, 그 커다란 자지놈이 문제지..하아..아니, 내가 미친년이지...어떻게든 안 된다고 했어야 했는데..`
주르륵.
무릎을 세워 얼굴을 파묻으며 한탄을 하고 있자, 그곳에서 끈적한 무언가가 흘러내렸다.
순간적으로 질내사정을 한 사이비를 노려보던 표지안은...
`...내가 싸달라고 했잖아...이 미친년아...`
다행히 생리를 하고 있는 도중이라, 임신에 대한 걱정은 없었다.
후우...
작게 한숨을 내쉰 표지안은 이내 구겨져 있던 표정을 풀고서 사이비를 바라본다.
무표정한 얼굴로 사이비를 바라보던 표지안의 얼굴에 별안간 자그마한 미소가 맺힌다.
`...뭐, 네 말대로 안 좋은 기억이거나, 나쁜 경험은 아니었다. 이 새끼야.`
어차피, 언젠가 한 번은 벌어질 일.
매도 빨리 맞는 게 낫다고, 일을 치르고 나니 마음이 훨씬 가벼워지는 그녀였다.
`...분명, 정희철도 같은 말을 했었지? 근데 어쩜 이렇게 느낌이 다를까? 그 녀석이랑 한다고 생각하니까, 최후의 최후까지 어떻게든 버티고 싶었는데...`
주르륵.
또 한 번 그곳에서 끈적한 액체, 사이비의 정액으로 추정되는 그것이 흘러내리자 표지안은 손으로 문질러 슥 닦아내고는 아주 조심스럽게 침대에서 빠져나온다.
그리고는 옷을 주섬주섬 주워서 입기 시작했고, 확실하게 옷매무새를 정리하고 밖으로 나가려다 힐끔 잠들어있는 사이비를 돌아본다.
`그나저나...흠흠...확실히 끝내주긴 했었지...흐흠..! 그래도 나를 그 지옥 같은 마력의 맹세에서 구원해준 은인인데, 한 번의 보답은 좀 너무 양심 없지? 음음. 그렇고 말고 나 표지안은 그런 쪼잔한 밴댕이가 아니야. 두고두고 은혜를 갚는 게 나 표지안이지.`
생각을 마친 표지안은 고양이걸음으로 잠들어있는 사이비에게 다가가 숨을 멈춘 채로, 그의 얼굴에 입술을 살짝 갖다 댔다 뗐다.
`운 좋은 줄 알아. 이 새끼야. 옆에 두고두고서 확실하게 은혜를 갚아줄 테니까.`
그런 다짐을 한 뒤, 싱긋 웃어 보인 표지안이 좀 전과 마찬가지로 도둑고양이처럼 살금살금 발을 움직이며 조용히 집을 빠져나갔다.
※
"흐아암...진짜 원 없이 잤네..."
기지개를 쭉 늘어지게 켜며 주위를 둘러본다.
단 하나밖에 없는 창문에서는 산뜻한 아침햇살이 아닌, 오후의 미적지근 햇살이 들어오고 있었다.
....벌써 갔나? 아니, 내가 늦게 일어난 것 같네.
내가 앉아 있는 침대에는 아주 격렬했던 어젯밤의 흔적이 적나라하게 드러나 있었다.
....뭐, 상관없나. 이곳에 있는 사람들이라고는 우리밖에 없으니까.
아직 멍한 상태의 정신을 가다듬으며, 어젯밤 일을 떠올리는 도중.
...맞아! 메노필리아(Menophilia)의 성욕은 어떻게 됐지? 분명, 섹스가 끝나고서 너무 피곤한 탓에 그대로 잠이 든 것 같았는데..
잠이 든 덕분에 기다리고 있던 알림음을 듣지 못했던 것 같다.
그런 생각을 하며 길라에게 결과를 물어보려던 그 순간.
shaaaaaaa!!!
일미 녀석들이 내 볼에 얼굴을 들이밀며 애교를 피워댔다.
...짜식들. 이럴 때보면, 꼭 진짜 살아있는 것 같다니까....어? 잠깐...넌 누구니? 못 보던 애인데?
일미와 이미, 그리고 마지막으로 삼미까지의 눈인사를 끝낸 나는 녀석들과 똑같이 생긴 또 하나의 꼬리를 발견하고는 장난스러운 미소를 지었다.
메노필리아(Menophilia)인지, 뭔지, 잘 해결이 됐나 보네.
그렇지 않고서야 또 하나의 꼬리가 생겨날 리가 없었기에.
"좋아. 네 이름은 사미. 네가 제일 막내니까, 형들 말 잘 들어라."
너무나도 격렬한 섹스에 대량의 정액을 뽑아내고서 잠이 들어 깨어난 난 기분이 좋은 상태였으므로, 평상시엔 잘 하지도 않았을 장난을 쳐가며 새로운 식구(?)가 된 사미와 인사를 나눴다.
적당히 인사를 끝낸 난.
【상태창】
옐로우게이트에 들어오기 전과는 비교도 할 수 없을 정도로 올라간 능력치에 흐뭇한 미소를 지었고, 지금껏 볼 수 없었던 능력들을 집중적으로 알아보았다.
【키틴질 Lv1】: 너무 단단하기만 하면, 부러질 수도 있다는 말이 있다. 외피에 유연하면서도 튼튼한 성질을 추가해 받는 피해를 감소시킨다.
현재 피해 감소 수치: 10%
【신경차단 Lv1】: 상처를 입었을 시, 느끼는 고통을 감소시킨다. 현재 고통 감소 수치: 10%
【끈질긴 생명력 Lv1】: 치명적인 상처를 입었을 시, 일정한 확률로 순식간에 상처를 재생한다. 현재 재생 확률: 10%
【위기 속에 피어나는 가속 Lv1】: 상처를 입었을 시, 일정한 확률로 가속 상태에 돌입한다. 현재 가속 상태 돌입 확률: 10%
【냉기의 손길】: 자신의 신체에 힘을 집중해 냉기의 힘을 사용할 수 있다.
【기억 조작】: 타인의 기억을 딱 한 번 조작할 수 있다. (기억 조작의 해제는 시전자의 의지가 트리거가 된다.)
다른 것들은 제쳐두고서, 새로 얻은 능력들을 살펴본바.
처음 보는 것이 있었다.
그건 바로.
능력의 레벨 시스템.
아주 생소한 시스템이었다.
어떤 이유에서 레벨이 붙었는지는 모르겠지만, 4개의 능력 모두 다 계속해서 발동하는 패시브 능력 같았다.
【냉기의 손길】은 이미 표지안을 죽일 때 한 번 써봤던 능력이었고, 남은 한 개의 능력인 【기억 조작】.
내 예상대로라면, 【기억 조작】은 어젯밤 메노필리아(Menophilia)의 성욕을 풀고서 사미와 함께 얻은 능력 같았다.
꼬리가 하나씩 개방될 때마다, 능력이 따라왔었으니.
그나저나, 1회성 능력이라 이건가? 게다가 해제하기 위해선 나의 의지가 트리거가 된다고? 이게 무슨..
마음 같아서는 누군가를 붙잡고 사용해보고 싶었지만, 함부로 사용할만한 능력이 아닌 것 같았기에 이내 그 생각을 지워버렸다.
......잠깐...그러고보니, 한설화도 이런 비슷한 능력이 있었던 것 같은데?
동아리실에서 한설화와 있었던 일을 떠올린 난 아마도 그녀가 나와 같은 【기억 조작】의 능력과 비슷한 능력을 가지고 있을 거라고 확신했다.
그때 들었던 강력한 정신 간섭이라 하면, 【기억 조작】 정도는 될 것 같았기에.
...게다가..한시아는 항상 한설화를 볼 때마다 자신의 왼쪽 눈을 가리고 있는 안대를 매만졌었지.
....도대체 왜? 뭔가 엄청 구린내가 나네. 새로 얻은 능력들도 알아봤고, 이참에 한시아에게서 가서 제대로 알아봐야겠어.
쇠뿔도 단김에 빼라고 했던가, 한설화를 알고 지내던 내내 찝찝했던 기분을 D 지역의 생존을 위해 억지로 떨쳐냈었는데 안전을 보장받는 지금 그 찝찝함의 이유를 알아보고 싶었다.
빠르게 옷을 챙겨 입은 뒤, 건물을 빠져나와 곧장 한시아에게로 향했다.
한시아는 2층에 배정된 나의 방문 앞에 쪼그려 앉은 채, 하염없이 나를 기다리고 있었다.
【...사, 사이비님!! 도, 도대체 어디에 계셨던 거에요!!】
나를 발견하자마자, 벌떡 일어서서 그 복슬복슬한 꼬리를 흔들며 달려오는 한시아.
나의 가슴에 얼굴을 묻고 앙탈을 부리는 한시아의 머리를 쓰다듬어준다.
그런데...
....저 새끼는 뭐야? 아까부터 왜 이렇게 쳐다보는 거야.
한시아가 나를 발견하고 달려오는 순간부터 계속해서 적의심이 가득 담긴 눈빛으로 나를 쳐다보는 녀석이 있었다.
뭐, 중요한 건 그게 아니니까.
예전이면 모를까, 현재는 한낱 파리로밖에 안 보이는 녀석에게 신경을 끄고서 한시아의 양어깨를 잡고서 낮은 목소리로 말한다.
【시아야. 자리 좀 옮기자. 꼭 해야 하는 말이 있어.】
사실 【텔레파시】를 이용해 말하면 아무런 문제가 없었지만, 파리가 자꾸 신경을 거슬리게 요리조리 움직이며 쳐다보고 있었기에 이곳은 싫었다.
그렇게 자리를 옮겨 예쁜 벤치가 마련된 산책로로 장소를 옮긴 난 아무 벤치에 적당히 앉고서, 어젯밤에 있었던 표지안과 일과 새롭게 얻은 능력들에 대해 한시아에게 설명했고, 그 능력을 이용해 한설화를 볼 때마다 느꼈던 그 찝찝함을 알아보고 싶다고 말을 건넸다.
그런 나의 말에 한시아의 대답은...
당연히 오케이였다.
물론, 자신에게 말도 없이 거사를 치렀다고 한 소리 듣긴 했지만, 한시아는 나와 자신을 위한 일이라며 앞으로도 분발해달라고 말한다.
말은 그렇게 했지만, 그 말 속에 담긴 감정 속엔 기쁨과 축하도 있었고 서운함과 약간의 슬픔이 담겨있었다.
그런 기색을 알아차린 내가 미안한 티를 내자, 이내 밝게 웃으며 【기억 조작】에 관한 얘기를 꺼내는 한시였기에, 나도 그 분위기 휩쓸린 척하며 일을 진행했다.
....우선 【사이코메트리】를 이용해 한시아의 과거를 알아보는 게 좋겠지?
생각과 동시에 한시아의 머리에 손을 올려 【사이코메트리】를 사용했다.
그렇게 어느새 나의 마음속으로 한시아가 들어왔듯이, 그녀의 기억들이 나의 머릿속으로 물밀듯이 들어오기 시작한다.
...으음....정말로 태어날 때부터 몸도 약하고 말을 할 수 없었구나...
어쩌면, 한시아 그녀조차도 기억하지 못할 어릴 적의 일들은 나는 아주 생생하게 바라보며 느낄 수 있었다.
....기나긴 병원 생활과 일상생활이 가능해져 다시 집으로 돌아올 수 있던 날, 그 집 안에서 자신을 복잡한 표정으로 바라보고 있는 어릴 적의 한설화, 그리고 그런 한설화와 꽤나 오랜 시간을 가족으로 지내며 살아오던 날, 그 후에 보이는 건 바로....나...?
....이상했다.
그 어디에도 한시아의 눈에 문제가 생기는 장면은 보이지 않았던 것이다.
【흐음....이상한데...】
【...어떤 게 이상한데요..? 뭔가 문제라도....】
짐짓 걱정스러운 얼굴을 하고 있는 한시아였기에, 다급하게 고개를 털고선 대답한다.
【아니, 네가 이상한 게 아니라, 기억이 이상하다고...그러니까, 시아 너의 그 왼쪽 눈 예전에 다쳤다고 했었지?】
언젠가 한시아가 침대 위에서 거사를 치르고 나서 했던 말을 떠올리며 묻는다.
【...네...한 1년 전쯤에요. 자세히 기억은 안 나는데, 사고였던 것 같아요...부모님도 저도 이상하게 이 눈에 대한 기억은 잘 없어서..죄송해요.】
【..으음? 아니, 네가 뭘 죄송해..오히려 내가 미안해. 이런 걸 물어봐서.】
1년 전 쯤에 다친 상처를 기억하지 못한다...? 상당히 구린 냄새가 났다.
그리고 1년 전이라면, 한시아의 기억 속에서 한설화가 스스로 호적을 파내고서 집을 떠나던 시기와 맞물렸다.
【설마...? 한설화가 벌인 일인가? 만약 내 예상대로 한설화가 【기억 조작】과 비슷한 능력을 가지고 있다면...딱히 어려운 일도 아니다!
심각한 얼굴로 【기억 조작】에 대한 고찰을 하고 있을 때.
무의식적으로 【기억 조작】에 대한 힘이 흘러나온 것 같았다.
뭔가 상당히 꺼림칙한 힘이 흘러나오는 것 같아, 고개를 들어보니 한시아 머리 위에 『기억을 소실한 자』라는 문구가 적혀있었다.
"........!!!"
놀란 나의 표정을 본 한시아가 고개를 갸웃거리며 "왜 그러세요?"라고 물어왔지만, 대답할 겨를이 없었다.
이미 나의 의지는 한시아 머리 위에 떠 있는 문구에게 집중이 되어있었으니.
그 문구에 의식을 집중하자, 그토록 내가 찾아 헤매던 한시아의 왼쪽 눈에 대한 기억이 보이기 시작한다.
빠드득.
이가 갈리는 소리가 울려 퍼지고..
....이거 존나 씨발같은 년이네....결론적으로 한시아의 왼쪽 눈을 박살 낸 건 한설화가 맞았다.
한설화가 집을 떠나던 그 날.
한설화는 자신의 검을 이용해 한시아의 왼쪽 눈에 지울 수 없는 상처를 새기고 말았다.
그리고는.
【기억 소실】이라는 무책임한 말을 뱉어놓고는 그대로 사라져버렸다.
한설화 그녀의 능력은 【기억 조작】이 아닌 【기억 소실】이었다.
...아니, 그럼 한강진 이사장님은 이런 사실을 모르고 있나? 알고 있다면, 절대 한설화를 손녀 취급할 수 없을 텐데..?
자기 친손녀의 눈을 그어버린 한설화의 만행을 알고 있다면, 절대 편하게 대할 수 없는 상대일 것이다.
아니, 오히려 죽지나 않으면 다행이었다.
....설마? 한강진 이사장님도? 한시아의 부모님도..?
그런 생각이 들자, 온몸에 소름이 돋는 것과 함께 나의 정신에 간섭을 하려 들던 한설화 그녀의 얼굴이 떠올랐다.
부르르.
...미친년...도대체 얼마나 많은 사람의 기억을 지워버린 거냐..
화가나는 것도 화가나는 것이지만, 이 사실을 한시아에게 어떻게 말해야 할까에 대한 걱정부터 앞섰다.
기억을 소실 당한 한시아는 한설화에게 딱히 나쁜 감정을 가지고 있지 않은 것 같았기에, 아니, 오히려 한설화를 바라보는 순간마다, 슬픔과 서운함이 가득 담긴 눈빛을 보내던 한시아였다.
하지만 그렇게 슬픈 눈빛을 보내는 순간에도 한시아는 항상 자신의 왼쪽 눈을 가리고 있는 안대를 어루만졌었다.
그건, 기억을 소실 당했어도, 그 세포에 각인된 습관이나, 트라우마 등등이 먼저 알아차리는 것 일터.
다른 사람에게 심장을 이식받은 사람이, 심장을 이식해준 그 누군가의 지인을 볼 때마다 알 수 없는 친근감을 느끼는 것과 같은 맥락이다.
나의 정신이 기억하지 못해도, 세포가 대신 기억을 하고 있는 것.
【왜, 왜 그러세요. 사이비님...저, 정말 뭐라도 잘못되신….】
여전히 내 걱정을 하며 손을 뻗어오는 한시아을 지긋이 바라본다.
...모르는 게 약이냐, 아니면, 고통스러운 진실을 마시게 하냐 인데...
나의 눈이 깊게 가라앉는다.
* *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