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수인 아카데미의 NTL 왕이 되다-67화 (67/102)

〈 67화 〉 66화. 옐로우 게이트.(36)

* * *

네 개의 다리로 사족보행을 하며 서로를 향해 달려들던 둘은 누가 먼저랄 것도 없이 서로를 향해 높게 뛰어들어 공중에서 부딪힌다.

­­ 콰아아앙

공중에서 몸이 얽힌 둘은 조금 더 자신이 유리한 포지션을 잡기 위해 서로의 목을 향해 아가리를 들이밀었다.

하나의 덩어리가 돼버린 둘은 공중에서 몇 바퀴를 회전하더니 중력의 법칙에 따라 지면으로 낙하한다.

­ 크허어엉!!

­ 그르르르릉!!

악으로 가득 찬 포효소리를 내뱉으며 시작한 포지션 싸움의 승자는 울버린...정희철이었다.

정희철은 배를 훤히 보이며 자신의 밑에 깔린 오소리의 목 옆을 콱 물었다.

그런 정희철에게 지지 않겠다는 듯, 오소리 또한 반격한다.

불리한 포지션이라 정희철의 목을 물지는 못했지만, 털을 바짝 곤두세우며 정희철의 왼쪽 어깨를 강하게 물었다.

그리고는 서로의 가죽을 찢어버리겠다는 듯이 연신 고개를 거칠게 흔든다.

그러자 정희철의 어깨 가죽과 오소리의 목의 가죽이 고무처럼 늘어나며 이리저리 흔들리기 시작한다.

­ 크르릉!!

서로 아무런 타격이 없는 걸까?

둘은 자신의 몸 따위는 전혀 신경도 쓰지 않고, 눈에 독기를 가득 품은 채 물러설 생각을 도통하지 않았다.

그때.

정희철에게 깔려 공격을 당하던 오소리가 두 뒷다리를 들어 올렸다.

그리고는 두 뒷다리로 위에서 아래로 움직이며 마치, 고양이가 먹잇감을 잘게잘게 찢기 위한 행동을 흉내를 냈다.

날카롭게 날이 바짝 서 있는 뒷다리의 발톱이 정희철의 배를 긁으며 샥 샥! 하는 소리를 낸다.

등 쪽 부위에 비해 비교적 연약한 배 쪽은 그냥 넘길 수 없었는지, 정희철이 목을 콱 물은 그 상태 그대로 시계방향으로 회전을 했다.

­ 꾹, 꾸르르륵.

늘어난 오소리의 목 가죽이 베베 꼬이자 오소리의 입에서 가냘픈 소리가 흘러나온다.

물론, 정희철이 빙글빙글 돌며 오소리의 목을 꼬을수록 정희철의 어깨 가죽이 팽팽하게 늘어났다.

이대로 조금만 더 움직인다면, 그 어깨 가죽이 펑 하고 끊어지며 꽤나 큰 상처를 입을 것 같았다.

.....아무리 미친 분노 조절 장애인이라지만, 설마 계속해서….

그런 생각을 하며 마음속으로 오소리를 응원하고 있을 때.

­ 팍!!

짧고 강렬한 소리가 들려온다.

오소리의 입에는 정희철의 어깨 가죽으로 추정되는 무언가가 한 움큼 물려있었고, 정희철의 왼쪽 어깨에서는 갈색의 털과 질긴 가죽 대신 새빨간 속살과 피가 흘러나오고 있었다.

......미친 새끼..

­ 크허어어엉!!

아예 데미지가 없지는 않았는지, 고통스러운 포효를 내지르던 정희철은 그 곰과 하이에나를 닮은 얼굴을 와락 구기며 빠르게 오소리를 중심으로 빙빙 돌기 시작했다.

그러는 동시에 앞발로 오소리의 상체를 꽉 누르며 계속해서 유리한 포지션을 잡았고, 자신보다 체급이 큰 정희철의 무게에 꼼짝도 못하고 자신의 가죽이 베베 꼬이는 고통에 신음하는 오소리였다.

.....더는 안 되겠어. 이대로 가면 정말 죽을지도 몰라.

눈앞에 죽음의 위기에 처한 오소리를 그대로 방관할 수 없었던 난 뛰쳐나가기 위해 다리에 힘을 주었다.

표지안 또한, 지끈거리는 머리를 부여잡으며 고개를 끄덕이던 찰나.

오소리가 있는 힘껏 고개를 쭉 내밀어 자신의 머리 위를 지나치는 정희철의 뒷다리를 물었다.

­ 콰득!

그런 오소리의 공격은 신경도 안 쓴다는 듯이, 다시 다리를 움직여 빙빙 돌던 정희철은 낮은 울음소리를 내며 움직임을 멈추었다.

오소리가 자신의 뒷다리를 물은 탓에, 자신의 몸이 움직일 때 마다 오소리 또한 반작용에 의해 절로 몸이 빙글빙글 돌았기 때문이다.

조금만 더, 아니, 한 바퀴만 더 돌았더라면 오소리의 목 가죽이 버티지 못하고 끊어질 것만 같았기에, 더욱 큰 아쉬움과 분노와 짜증이 치밀어 오르는 정희철이었다.

­ 꾸륵.?

마치, 자신을 보며 "끝날 줄 알았지?"라는 표정과 소리를 내는 오소리를 보니 더더욱 화가 치밀어 오른다.

"크르르륵....한 번 해보자 이거지?"

이 더럽게 질기고 튼튼한 녀석을 상대로 유리한 고지를 점한 지금이 아니면, 확실한 승부처가 나오지 않을 것으로 판단한 정희철은 또 한 번 살을 내주고 뼈를, 아니, 목숨을 취하는 전략을 선택했다.

과감히 자신의 오른쪽 뒷다리를 포기하는 것.

그것이 정희철이 선택한 전략이었다.

생각을 마치기 무섭게 정희철은 자해를 하듯이, 자신의 오른쪽 뒷다리를 거칠게 움직이며 털었다.

그럴수록 오소리의 날카로운 이빨은 정희철의 뒷다리에 깊게 파고들어 심각한 상처를 만들어내기 시작했고, 이대로 시간이 지난다면 그의 뒷다리가 툭 하고 잘려 나가든, 찢겨나가든 할 것 같았다.

오소리는 처음에 자신의 어깨를 포기하고 자신을 죽음을 몰아가던 정희철의 성격과 그 전략을 한 번 겪었기에, 정희철이 무엇을 생각하고 있는지 단숨에 알아챘다.

`....크윽....같은 방법에 또 당할 것 같냐.`

목의 가죽이 한계치까지 늘어나며 베베 꼬인 고통에 정신을 차리기 힘들었지만, 정신을 바짝 차려야만 했다.

안 그러면, 자신의 목 가죽이 터져나가며 노출된 속살을 정희철이 게걸스럽게 물어뜯을 것이다.

생각을 마친 오소리는 자신의 다리를 스스로 잘라내기 위해 다리를 거칠게 털어대는 정희철을 힐끔 바라본 후, 재빠르게 입에 물고 있던 정희철의 뒷다리를 놓았다.

그리고는 정희철이 순간적으로 당황한 틈을 놓치지 않고서, 두 뒷다리로 정희철의 가슴팍을 밟고서 역 시계 방향으로 몸을 회전시켰다.

그러자 목에서 느껴지던 커다란 고통이 조금은 줄어듦을 느꼈고, 그 기세를 몰아 더욱더 빠르게 정희철의 가슴과 배를 밟듯이 누르며 역방향으로 회전한다.

과연 레슬링의 대가라는 말이 어울리는 벌꿀오소리(라텔)의 특성을 잘 보여주는 예였다.

정희철은 한순간에 유리했던 상황을 잃어버리자, 허탈함과 짜증이 났지만 더는 상황을 방관할 수 없었기에 오소리의 몸을 앞발로 더욱더 거세게 누르며 다시 회전을 시작한다.

하지만, 자신이 상처를 입는 것을 두려워하지 않는 만큼, 오소리란 녀석 또한 자신이 상처를 입는 것을 두려워하지 않았다.

오소리의 가슴을 누르고 있는 정희철의 앞발에 뾰족하게 돋아난 손톱에 가슴이 동그란 원으로 찢겨나가며 상처를 입어도 오소리는 회전을 멈추지 않았다.

마치, 술래잡기하듯이 정희철이 시계방향으로 회전하면, 오소리는 역방향으로 회전하며 정희철의 전략을 무마시키는 모습.

그때.

한가지 변수가 발생했다.

여전히 오소리의 목 가죽을 콱 물고서 회전하던 정희철이 갑작스레 털썩 넘어졌다.

` 크으읏....씨, 씨발...다리의 상처가...!`

오소리를 죽이기 위해 포기했던 자신의 뒷다리를 자해하듯이, 상처릅 입힌 것이 악재로 돌아왔다.

그 순간을 놓치지 않은 오소리가 젖 먹던 힘을 다해 이리저리 몸을 회전시키며 밑에서 벗어나려던 찰나.

­ 꾸륵..

오소리 역시도 무리해서 회전을 한 탓에 가슴에서 느껴지는 극심한 고통에 움직임을 멈추었다.

이미 오소리의 가슴에는 정희철의 날카로운 발톱에 의해 난자 당한 상태였다.

"크르르릉....이, 이제 끝이다. 이 씨발 새끼야..."

어느새 몸을 일으켜 세운 정희철이 낮은 울음소리와 함께 승리를 확신하는 말을 내뱉는다.

­ 꾸륵....꾸르륵...

힘없는 오소리의 울음소리.

`피를 너무 많이 흘렸나? 몸에 힘이 들어가지가 않아....대장, 미안해. 대장의 곁에서 대장이 어디까지 올라서는지 함께 보고 싶었는데...미안..`

­ 바들바들.

쇼크라도 일으킨 듯이, 오소리의 몸이 축 늘어지며 부르르 떨려오자, 정희철이 아가리에 좀 더 힘을 주어 오소리의 목 가죽을 찢으려 했다.

계속해서 감기는 눈에 힘겹게 억지로 눈을 뜨며 간신히 정신을 유지하고 있던 오소리의 눈앞으로 웬 열매 두 덩이가 보였다.

`...하...그것 참 맛있게 생겼네. 먹고 죽은 귀신이 때깔도 좋다던데...아...배고파.`

이게 죽음 직전 보는 환각이던지, 아니면 현실의 열매라든지, 그런 건 중요하지 않았다.

그냥 그 탐스러운 두 덩이의 열매가 먹고 싶었을 뿐이다.

` 따, 딱 한 입만...먹자. 그리고는 받아들이자.`

죽음의 다짐을 한 오소리는 천천히 머리를 들어 올린다.

목 근처에서 자신의 배까지 팽팽하게 늘어난 목 가죽 때문에 쉽게 움직일 수 없었지만, 사력(?力), 말 그대로 죽을힘을 다해 머리를 움직였고 결국엔 열매의 바로 앞까지 당도했다.

`......이게, 무슨 냄새야.. 왠 똥냄새가....혹시 두리안인가?`

생각은 거기까지, 힘겹게 벌린 입안에 그 열매가 들어와 혀에 열매가 닿는 감촉이 들었다.

그리고.

­ 콰득!!

­ 꺄아아아오오오오올!!!

정희철, 아니, 울버린의 절망과 고통이 뒤죽박죽 뒤섞인 울음소리가 들려왔다.

........으...이건 좀...으으..

오소리를 구출하기 위해 일미들을 【산성독】으로 흠뻑 적셔 지면 밑으로 이동시켜 오소리의 근처에 도달했을 때.

오소리가 정희철의 큰 고환을 입으로 콰득! 씹어먹는 장면을 보고 나의 모든 움직임과 사고가 멈췄다.

왠지 모르게 나의 두 손이 그곳으로 다가가 잘 있는지 확인을 하고 있었다.

보는 사람도 이러한데, 고환을 물어뜯긴 사람은 오죽할까.

오소리는 정말 벌꿀오소리가 그 자체였다.

벌꿀오소리는 자신 보다 체급이 큰 동물들과 싸우기 위해 특이한 전략을 종종 사용했었는데, 그건 바로 고환을 물어뜯는 것이었다.

그로 인해 벌꿀오소리는 많은 사람들에게서 악마, 사탄이라고 불렸으며, 이 전략은 남자나 수컷들에게 있어 최악의 기술이었다.

정희철은 자신의 고환이 오소리의 입속으로 사라지는 순간, 콱 물고 있던 오소리의 목 가죽을 뱉어냄과 동시에 높게 점프해 그 자리를 벗어난 뒤, 지면을 이리저리 데굴데굴 구르고 있었다.

­ 퍼엉! 퍼억!

말로 표현 못할 고통에 이리저리 구르며 고통을 호소하는 정희철은 모르겠지만, 한순간에 분위기가 험악해졌다.

자신의 고환이 뜯겨나가는 고통에 높게 점프해 떨어져 데굴데굴 구르는 곳이 바로 커스로치들의 알주머니가 모여있는 곳이었기 때문이다.

정희철의 무게와 힘을 이기지 못한 알 주머니들이 퍽 하는 소리와 함께 터져나갔고, 체액과 아직 모습을 완전히 갖추지도 못한 유충들이 지면으로 후드득 쏟아져 내렸다.

순간 피가 얼어붙는 느낌이 훈련생들과 나를 감싸는듯했고, 상황을 파악하지 못한 정희철만이 고래고래 소리를 지를 뿐이었다.

" 크허어어어엉!!! 고, 고자...내가 고자라니이이!!!!"

* *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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