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66화 〉 65화. 옐로우 게이트.(35)
* * *
"....씨발....저건 또 뭐야."
낮게 으르렁거리듯이 절로 욕설이 튀어나온다.
내 눈에 보인 그것들. 그것들은 바로 살아 숨 쉬는 것처럼 아주 미세하게 꿈틀거리는 동쪽 커스로치들의 알주머니였다.
낮은 내 목소리에 등을 돌리고 있던 표지안이 휙 돌아보며 묻는다.
"....이번에는 또 뭔데...?"
그런 표지안의 물음에 대답을 한 건 내가 아니었다.
이 알을 보관하는 장소에 서식하는 반딧불 몇 마리가 우리의 대화 소리를 듣고 놀랐는지, 밝은 불빛을 내며 허공을 날아올랐고, 그 빛에 의지해 주변을 둘러본 표지안이 나와 같은 표정이 되었다.
"...씨...발... 이게 전부 다 알 인 거야?"
보통, 바퀴벌레의 알 주머니에서 부화하는 유충의 개수는 알 주머니 1개당, 20에서 많게는 40마리라고 한다.
그 생각을 떠올리게 된 후, 절로 몸에 소름이 돋아났다.
여기 있는 알 주머니는 어림잡아도 수백 개가 훨씬 넘어 보였다.
"와…. 어질어질하네."
솔직한 심정이 입 밖으로 튀어나온다.
"...그, 그러게....씨발...이런 역겨운 것들은...."
"군침이 싸악 도네....."
"그래..군침이 싸악......?"
표지안이 말을 하다 말고 나를 미친놈 보듯이, 쳐다본다.
그리고는 자신의 팔뚝을 문지르며 나에게 한마디 하려던 찰나.
"으으...읏....머, 머리가...."
표지안이 두통을 호소하며 천천히 바닥에 무릎을 꿇는다.
.......이 상황은....?
【야생의 감】이란 능력을 이용해 자신의 위기를 미리 알아차릴 수 있는 표지안이었다.
그 말인즉슨, 지금 현재 우리에게 위기가 찾아온다는 말.
"으..으으....머, 머리가 깨질 것 같아.....흐으읏..."
전에도 두통을 호소하는 모습을 봤었지만, 이번에는 더욱 심각했다.
자신의 몸도 제대로 가누지 못할 만큼의 두통이 찾아왔는지, 표지안은 몸을 움직일 생각조차 못 하고 바닥에 고개를 박은 채 신음을 흘릴 뿐이었다
할 수 없이 고통에 신음하는 표지안의 몸을 일미를 이용해 들어 올리고서 거대한 바위 뒤에 몸을 숨기고서 상황을 지켜본다.
그리고는 표지안의 입술에 나의 검지를 갖다 대며 말한다.
【쉿…!! 이제부터는 텔레파시로 말해야 해. 아파도 조금만 참아.】
이를 악물며 힘겹게 고개를 끄덕이는 표지안.
일미들을 이용해 바위 옆으로 고개를 빼꼼히 내밀어 상황을 지켜보던 중, 이상한 소리가 들려오기 시작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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난생 처음 듣는 괴상한 소리는 점차 커지며 가까워진다.
그럴수록, 표지안은 이를 악물고 소리를 내지 않기 위해서 온 정신을 집중하고 있었다.
나의 옷자락을 꽉 움켜쥔 채, 몸을 부르르 떠는 모습이 참 애처로워 보였다.
그 위태롭고 애처로운 모습이 초반의 한시아와 상당히 비슷했다.
천천히 손을 뻗어 표지안의 머리카락 위에 갖다 댔고, 아주 천천히 그녀의 머리카락을 쓰다듬는다.
....해줄 수 있는 게 고작 이런 거라니, 한심하네.
치유계열의 능력을 가지고 있는 누군가 있었다면, 표지안의 두통을 낫게 해줄 수 있을까 하는 생각을 하던 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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괴상한 목소리라 해야 할지, 언어라 해야 할지 모를 소리가 또다시 들려왔고, 일미들의 시야로 바라본 그곳에는 족히 7m는 넘어 보이는 거대한 커스로치와 수천은 되어 보이는 동쪽의 커스로치들이 있었다.
...여, 여왕...!! 나머지는 여왕을 지키는 호위대 녀석들인가?
괴상한 소리의 출처가 어딘지 알 수 있을 것 같았다.
그건 바로 여왕이 내는 소리가 틀림없었다.
여왕은 주변에 있는 커스로치들을 바라보며 소리를 내었고, 여왕의 명령을 받은 수백 마리의 커스로치들이 빠르게 어딘가로 사라졌다.
그러는 동안, 여왕의 곁에 있던 다른 녀석들은 뽈뽈뽈 움직이며 알 주머니에 다가가 그 겉에 묻은 이물질들을 갉아먹으며 청소를 한다.
잠시 후, 여왕의 명령을 받고 사라졌던 녀석들이 돌연 다시 나타났는데, 나도 모르게 몸이 튀어 나갈 뻔 한 걸 겨우 참아내었다.
녀석들은 굴속에서 사라졌던 훈련생들을 강인한 턱으로 물고 질질 끌고 이곳으로 데려왔다.
산 미치광이(호저)의 능력을 가지고 있는 김미래, 100명 중 유일하게 얼음 속성을 가지고 있는 김민, 그리고 나의 친구이자 든든한 탱커인 오소리 등등 친숙한 얼굴들이 보였다.
하지만 녀석들의 상태는 좋지 않았다.
모든 인원이 온몸에 크고 작은 상처들이 많았으며, 신체가 절단되어 팔과 다리를 잃은 녀석들도 있었다.
그리고는 그런 녀석들을 바라보며 수천 마리의 커스로치들이 둘러싸 입맛을 다시는 듯, 그 날카로운 턱을 요리조리 움직이며 입가에 묻은 살점을 음미하고 있는듯했다.
여왕의 목소리가 다시 한번 울렸다.
당연히 다른 커스로치들에게 무언가의 명령을 내릴 줄 알았던 난 이상한 광경을 목격했다.
여왕의 목소리에 반응을 한 건, 여왕의 곁을 지키는 커스로치들이 아니라 바로 훈련생들이었던 것이다.
"사, 살려주세요!! 제, 제발..."
"저, 저는 죽고 싶지 않아요...흐흑..."
대부분이 살려달라고 울고 빌며 여왕의 앞으로 기어가며 고개를 조아렸다.
그리고 그들 중 가장 눈에 띄는 녀석은.
"..씨, 씨발!! 이, 이게 다 그 씨발새끼 때문이야!!! 그, 그 개새끼만 아니었다면...."
뇌리에 강하게 기억이 남았던 녀석이었다.
....분명, 이름이 정희철이라고 했었지..?
D3 지역에서 자신의 패거리를 이끌고 앞에서 몬스터들을 모두 죽여버렸던.... 표지안을 전혀 두려워하지 않았고, 이진하도 실력 하나는 믿을만하다며 인정한 녀셕.
그런 녀석이 누군가를 원망하듯, 울분을 토해내며 거칠게 소리치자 여왕이 정희철을 바라본다.
그 순간.
"입 닥쳐!! 이 개새끼야!! 센 척하면서 가오 잡을 땐 언제고, 이제 와서 대장을 욕하는 거야!!"
분노가 가득 담긴 오소리의 반박이 튀어나온다.
.......자, 잠깐...대장..? 나....?
오소리에게 대장이라면 나밖에 없었다.
그건 그렇고, 왜 정희철이 나를 욕 한단 말인가.
....내가 정희철한테 뭘 잘못했나?
상상도 못 했던 곳에서 내가 거론되자, 잠깐 머리가 멈춘 듯 했으나, 계속해서 상황을 지켜보기로 했다.
정희철과 오소리는 서로를 향해 욕설을 퍼부으며 소리치고 있었고, 대부분의 훈련생들은 그저 살려달라고 외치고 있었다.
여왕은 그 광경을 흥미롭다는 듯 쳐다본다.
그리고는.
무언가를 명령했다.
훈련생들을 둘러싼 커스로치들이 여왕의 맨 앞에서 살려달라고 빌고 있는 5명의 훈생들에게 득달같이 달려들어 도륙을 내기 시작한다.
그러더니, 뭔가 조롱하는듯한 느낌으로 다시 소리를 내었다.
여왕의 말에 정희철이 오소리와의 말싸움을 그만두고선, 재빠르게 고개를 끄덕이며 말한다.
"네! 네!! 맞습니다!! 저희 말고도 두 명이 아직 남았습니다. 물론 그 죽었을 수도 있지만....그 새끼는…. 살아남았을 수도...아니, 살아남았을 겁니다!!"
아부를 하듯이, 여왕의 앞으로 쫄래쫄래 기어가 내부고발을 하는듯한 느낌을 풍기는 말들을 쏟아내었다.
......저 개새끼가...
빠득.
이가 갈렸다.
왜 나를 미워하고 원망하는지는 모르겠지만, 동료를 팔아서 자신의 목숨을 구걸하려는 그 모습이 한심하기 짝이 없었다.
"제, 제가 직접 잡아오겠습니다. 부디...하, 한 번만 기회를..."
정희철은 최대한 비굴한 표정을 지으며 여왕의 앞에서 무릎을 꿇고 고개를 조아린다.
그 순간.
퍼어억!!!
"이 개새끼가!!!!"
오소리가 화를 참지 못하고, 정희철을 향해 주먹을 날렸다.
그런 돌발상황에 주위에 있던 커스로치들이 오소리를 향해 달려들며 도륙을 내려던 찰나.
, ,
여왕의 명령에 커스로치들의 움직임이 멈췄고, 바닥에 널브러져 있는 훈련생들은 떨리는 눈으로 정희철과 오소리를 번갈아 가며 바라본다.
수근수근
곧 훈련생들에게서 윙윙거리는 수군거림이 들려온다.
"정희철과 오소리 둘 중에 한 명에게 붙으라고...?"
"....둘이 싸워서 지는 쪽은 전부 죽고, 이기는 쪽은 당분간 살려두겠다니…."
훈련생들은 지금의 상황을 파악할 시간조차 없었다.
앞에서 커스로치들이 얼른 빨리 선택을 하라는 듯, 점점 앞으로 다가와 자신들을 찢어 죽이려 하고 있었기에.
"...으,으....모, 몰라...!! 겨, 결국엔 사이비 그 녀석이 우리를 지, 지켜주지 못한 거잖아!!"
"나, 나도 정희철한테 부, 붙을 거야!!"
"그, 그딴 건 상관없어!!! 두, 둘 중에 누가 더 센 거야…!!"
이윽고 훈련생들은 오소리와 정희철의 뒤로 다가가 선택을 마쳤다.
갈라진 인원의 비율은 대충 7:3 정도 되어 보였고, 정희철 팀이 7 오소리 팀이 3이었다.
이대로 가면, 내가 커스로치들에게 그랬던 것처럼, 이이제이(????)의 전략처럼 훈련생들끼리 싸우게 될 것 같은 상황.
.....이대로는 안 돼. 한 번에 친다.
수많은 커스로치들을 잡아먹으면서 덩치와 능력이 상승했으니, 이 한 번의 공격에 모든 걸 걸어볼 만하다고 느꼈다.
그렇다면...우선.
【야, 오소리. 지금 우리는 너희 뒤쪽에 있으니....】
【텔레파시를 보낼 수 없습니다. 더욱 강한 무언가의 힘으로 인해 텔레파시망이 작동하지 않습니다.】
....뭐, 뭐라고..?
처음 겪는 상황에 당황스러움이 나를 덮쳐온다.
...더욱 강한 힘...?
그런 생각과 함께 나의 시선이 여왕에게로 향한다.
아까부터, 다른 훈련생들과 대화를 하는듯한 모습과, 커스로치들을 아주 자연스럽게 다루는 모습.
...서, 설마 여왕 녀석도 나와 같은 텔레파시를...?
그렇다면, 이 상황이 이해가 가능했다.
왜 훈련생들이 녀석들에게 끌려가면서 나에게 텔레파시를 보내지 않았는지, 왜 그렇게 무기력하게 끌려갈 수밖에 없었는지.
괜히 여왕이 아니었다.
이 수많은 커스로치들은 통제할 수 있는 능력이 여왕에게는 있었던 것이다.
그때, 나의 상념을 깨는 정희철의 목소리가 들려온다.
"여기서 너를 죽이고, 사이비 그 뱀 새끼를 잡으러 갈 거다. 이 따까리 새끼야."
"....따까리든, 뭐든 좋아. 근데...대장의 욕은 하지 않는 게 좋아."
"아주 충성스러운 개새끼구만. 크크큭.... 네 주인이 참 슬퍼하겠어. 이런 개새끼는 흔하지 않은데 말이야."
"....내가 하나만 약속할게."
"뭔 약속? 이 새끼야. 어차피 곧 뒤질 새끼가."
"내 목숨을 걸고서라도 너는 꼭 죽인다."
오소리의 얼굴이 와락 구겨지며, 이제껏 볼 수 없었던 무시무시한 표정으로 변한다.
"하..나 이 좆밥 새끼가...."
정희철 또한 조소를 가득 머금은 채, 주먹을 꽉 움켜쥐기 시작했고, 그 모습을 본 오소리의 입이 다시 한번 열린다.
"뭐해? 이리 와. 죽여줄게."
그 순간.
정희철과 오소리는 누가 먼저랄 것도 없이 동시에 라이칸으로 변했고, 하늘을 향해 커다란 짐승의 포효를 내질렀다.
.....어, 저 모습은...?
오소리의 모습과 상당이 흡사한 모습을 하고 있는 정희철을 바라보며 의문을 풀기 위해 【뱀의 심안】을 사용했다.
【이름: 정희철】
【나이: 20】
【크리쳐: 울버린】
【특성: 신체강화】
【속성: 물】
【힘: A】 【민첩: B】
【마력: B】 【체력: S】
【고유 능력: 두터운 지방, 질긴 가죽, 고통 무시, 근성, 깡, 분노 표출】
오소리의 상태창과 거의 판박이 수준인 정희철에 상태창에 헛웃음이 흘러나왔다.
두터운 가죽과 지방층으로 인해 웬만한 공격들에는 꿈쩍도 하지 않으며 이유 없이 깡으로 들이박는 동물계의 사이코패스인 벌꿀오소리.
벌꿀오소리와 마찬가지로 두터운 가죽과 지방층, 근성을 가지고 있으며 화가 나면 상대방이 누구든 들이박는 분노조절장애를 앓고 있는 울버린.
동물계에서 근성, 깡, 악의 1대장, 1티어라고 불리는 크리쳐의 모델을 가지고 있는 둘의 싸움에 절로 성대가 움직이며 침이 꼴깍 넘어간다.
둘은 각각 울버린과 벌꿀오소리의 형태로 변한 뒤, 두 발로 서서 서로를 바라보더니 이내 사족보행을 펼치며 서로를 향해 빠르게 쏘아져 나갔고, 묵직한 소리와 함께 생사를 건 혈투가 시작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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