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63화 〉 62화. 옐로우 게이트.(32)
* * *
【신체강화】를 이용해 거대한 사두사(???)로 변한 탓인지, 아니면 오직 살아남아야 한다는 간절한 생각 때문인지 표지안을 입 안에 머금고 달리고 있음에도 내 몸은 빠르게 쭉쭉 앞으로 미끄러져 나아갔다.
그렇게 잠깐을 곧장 전진하며 나아가자, 자신들의 여왕을 지키기 위해 달려 나오는 동쪽의 커스로치들이 매우 가까워져 있었다.
앞으로 2초 정도의 시간이 흐른다면, 앞뒤로 밀려오는 녀석들에게 깔려 죽거나, 집단공격을 받게 될 터.
.......좋아. 지금이야.
바닥과 딱 붙어 마찰을 일으키며 앞으로 나아가던 몸을 세우고선, S자를 그리듯 근육을 아주 강하게 수축시켰다.
그러자 그 짧은 멈춤의 시간을 놓치지 않기 위해 뒤에서 가장 선두로 쫓아오던 커스로치 몇 마리가 나의 꼬리를 물어뜯기 위해 다가온다.
그 순간.
파아앙!
쐐애애애액.
한껏 응축되어 수축상태를 유지하고 있던 몸을 해방하자 바람이 터져나가는 소리와 함께 용수철이 튀어 오르듯이 아주 빠르게 공중으로 치솟아 올랐다.
단 한 걸음.
단 한 걸음만 더 빠르게 나아갔다면 나의 꼬리를 공격할 수 있었던 커로스치들이 공중으로 튀어 오른 내 몸뚱이를 보고 순간 당황하는듯했으나, 곧 녀석들은 날개를 바스락거리는 작은 소리를 내며 있는 힘껏 날아올라 나의 뒤를 쫓는다.
파닥거리는 녀석들의 날갯소리가 묘한 혐오감을 심어준다.
공중에 떠 있는 내 몸뚱이 밑으로는 동쪽의 커스로치들이 거대한 파도처럼 물밀듯이 앞으로 나아가고 있었고, 드디어 내 뒤를 쫓아오는 타구역의 커스로치들과 마주치기 직전이었다.
아마 내 예상대로라면, 자신들의 여왕을 지키기 위해 자신들의 구역을 침범한 타구역의 커스로치들을 향해 무차별적인 공격이 발생하겠지만 만에 하나라는 게 있었기에 나는 나를 따라 공중으로 튀어 오른 몇 마리의 커스로치들을 아주 유의미하게 이용해 먹을 생각이었다.
본체인 나의 머리를 제외한 일미와 이미, 삼미의 머리를 길게 늘려 공중에 떠 있는 녀석들 중 세 마리를 덥석 물었다.
콰드득!
파르르르르..!!
녀석들의 머리 부분을 피해 옆으로 돌아간 일미들이 옆구리를 강하게 물었고 찐득한 체액이 흘러나와 일미들의 입속을 촉촉하게 적신다.
.....좆같으 기분이네. 내 입속에 있는 표지안의 기분이 이럴까?
찐득찐득하고 기분 나쁜 감각에 몸을 부르르 떨며 거세게 반항하는 녀석들을 내 밑에 있는 녀석들에게 먹잇감으로 던져버렸다.
곧 강하게 휘둘러진 일미들이 꽉 다물고 있던 입을 크게 벌렸고, 그로 인해 자연스럽게 녀석들은 여왕의 병사들에게 내동댕이쳐졌다.
퍼어억!
딱딱한 소리를 내며 바닥을 기어가던 여왕의 병사들과 충돌한 녀석들의 말로는 비참했다.
자신들과는 다른 냄새, 페로몬을 가지고 있는 타구역의 커스로치들을 여왕의 병사들을 결코 용서하지 않았다.
바닥에 떨어진 세 마리의 커스로치들을 향해 적게는 5마리에서 많게는 20마리가량의 여왕의 병사들이 달려들어 사지를 절단시키고 있었다.
【서쪽의 커스로치를 두 마리를 처치하셨습니다.】
【남쪽의 커스로치 한 마리를 처치하셨습니다.】
【현재 처치한 커스로치: 104마리】
동쪽과 타구역의 커스로치들의 상잔을 만들기 위해 이용했던 커스로치 세 마리의 생명이 끊어지자 제법 기분 좋은 알림음이 들려온다.
.........내가 막타를 치지 않아도 카운트가 되는 건가? 그렇다면......아니, 일단 지금 당장의 문제부터 해결해야...
바닥에 떨어져 온몸이 절단당한 커스로치들의 다음 차례는 당연하게도 중력의 법칙에 의해 빠르게 바닥으로 낙하하고 있는 나였다.
아무리 【신체강화】로 인해 방어력이 높아졌다지만, 유연하면서도 단단한 키틴질로 이루어진 커스로치들도 절단이 나는 판이었다.
.......무슨 수가 필요해.
거세게 뛰어대며 요동치는 심장에 조바심이 일어났지만, 【차가운 피와 심장】으로 인해 냉정함을 지킬 수 있었던 난 결국 한 가지 방법을 생각해냈다.
【독충강림】
나의 전체 마력에서 50%의 마력을 소비해 【독충강림】을 사용한다.
그러자 지금껏 사용했던 【독충강림】과는 비교도 할 수 없을 정도로 많은 독충들이 그림자와 어둠을 찢고서 내 주위로 몰려들었다.
샤샤샤샤샥!
바글바글바글.
콰아아아앙!!!!!
마침 중력에 의해 바닥과 충돌하게 된 내 몸에 밑을 기어 다니는 커스로치 몇 마리가 터져나가며 압사되었고, 바닥에 떨어진 나를 보호하기 위해 셀 수도 없이 많은 독충들이 나의 비늘 위로 달라붙기 시작한다.
내 배 밑에 깔린 커스로치들은 아직 죽지 않은 것인지, 조금씩 꿈틀대며 배를 간지럽히고 있었다.
그 순간.
성난 파도처럼 대열을 맞춰 이동하던 여왕의 병사들이 나의 몸을 거세게 들이박으며 위로 올라타기 시작한다.
퍼어억!
샤샤샤샤샥!
몸 전체에서 느껴지는 엄청난 압박감과 두드림에 식은땀을 흘리며 나의 본체(머리)를 숨기며 단단하게 똬리를 틀기 시작했고, 일미들을 이용해 최소한의 공격 태세를 갖췄다.
이른바, 표지안을 머금고 있는 본체(머리)는 몸으로 보호하되, 일미들을 이용해 최소한의 공격과 방어를 갖추는 전략이었다.
콰득! 콰득!
찌이이잊!!!
나의 몸을 달라붙어 나의 새하얀 비늘 대신 명예로운 죽음을 맞이하는 독충들이었다.
독충 한 마리가 커스로치 한 마리의 날카로운 턱에 찢기거나 먹히면 새로운 독충이 그 자리를 메꾸며 나를 보호하고 있었다.
아마, 다른 사람들이 봤다면 거대한 뱀이 아닌 독충들의 탑이 세워져 있고, 그 탑을 향해 미친 듯이 달려드는 거대 바퀴벌레들이라고 생각할 것이다.
하지만 이 독충들로 끝까지 내 몸을 지켜낼 수는 없을 게 분명했다.
독충들의 숫자도 많았지만, 이곳에 있는 커스로치들의 숫자도 너무나 많았다.
이미 자신들끼리 물어뜯고 찢으며 상잔을 시작한 녀석들이었지만, 난 아직 전장의 중심에 있는 상태였다.
【산성독】
이 긴박한 상황에서도 살아남을 방법을 끝없이 생각하고 있는 나의 차가운 정신을 따라 【산성독】을 바닥과 닿아있는 배 부분에 사용한다.
치이이익.
메케한 타는 냄새가 깊숙하게 숨은 나의 코와 혀를 타고 들어오고, 점점 나의 거대한 몸이 지면 밑으로 조금씩 가라앉는 게 느껴진다.
그에 따라 거대한 탑을 이루며 내 몸을 보호하고 있던 독충의 탑이 점점 작아지기 시작했다.
물론 그건 내가 점점 밑으로 가라앉는 이유도 있었지만, 그 수많았던 독충들이 녀석들의 공격에 아주 많은 숫자가 죽어 나갔기 때문이다.
.......크읏...좀 더 빨리..
독충들의 숫자가 줄어듦에 따라 당연히 내 몸이 녀석들에게 조금씩 노출되기 시작했고, 녀석들은 강인하고 날카로운 턱을 이용해 나의 비늘을 물어뜯으며 조금씩 갉아내고 있었다.
콰드드득!!
끼이이익!!
그 소리가 어찌나 살벌한지, 마치 손톱이나 쇠 같은 무언가로 칠판을 강하게 긁는 소리까 곳곳에서 울려 퍼지며 나에게 아찔한 고통과 압박감을 선사해주었다.
그때 보호해 줄 독충들이 거의 죽어버린 탓에 무방비하게 노출이 된 나의 꼬리를 향해 여왕의 병사 한 마리가 달려들어 기어코 비늘을 뚫어 그 안의 속살을 공격하기 시작한다.
쉬이이이샤아아아아!!!
맨 살을 찢고 들어오는 날카로운 턱에 의해 느껴지는 고통에 내 입에서 절로 뱀의 쉰 소리가 흘러나온다.
【..야!! 너, 너!! 왜 그래!! 괘, 괜찮아?】
내 입속에서 몸을 숨기고 있던 표지안의 걱정스러운 목소리가 들려온다.
【괜찮아. 이제 다 됐어....크읏...】
치이이익!!
【산성독】이 좀 더 분발하며 빠르게 지면을 녹여내려가자.
【동쪽의 커스로치 7 마리를 처치하셨습니다.】
【현재 처치한 커스로치: 111마리】
거대한 내 몸에 깔려있던 커스로치들이 이제서야 생명이 끊어진 것 같았다.
........미친...생명력 하난 존나 끝내주네.
그렇게 내 밑에 깔린 커스로치들의 시체가 【산성독】에 의해 빠르게 녹아내리자, 내 몸은 더욱더 빠르게 지면으로 가라앉기 시작했고 이내 딱 내 몸에 맞는 정도의 깊이까지 가라앉았다.
.....좋아. 됐어!! 이제 내 머리 위를 적당히 가려놓기만 하면...
수많은 커스로치들이 끈적한 체액을 튀기며 난전을 벌이고 있었기에, 나를 향해 적의를 뿜어대는 몇몇 커스로치들을 처리한 후, 몸을 숨기면 끝이었다.
우선...
내 꼬리를 집요하게 공격하고 있는 저 건방진 새끼부터 죽여야겠어.
진드기처럼 내 꼬리에 달라붙어 나의 살을 파먹고 있는 녀석을 죽이기 위해 삼미를 이용해 녀석을 강하게 물었다.
콱!
부르르르!!!
신경차단 능력 때문에 고통을 느낄 수 없는 녀석이 몸을 거세게 바둥거리며 반항을 한다.
....한낱 벌레새끼 주제에....
녀석의 키틴질의 외피를 뚫고 들어간 삼미의 날카롭고 거대한 독니에서 치명적인 독을 뿜어내 녀석의 몸에 주입시킨다.
독이라는 게 원래 그렇듯이, 단 한 순간에 상대방을 죽음으로 몰아가지는 못했다.
그랬기에 독을 주입한 뒤, 몸을 조여 상대를 천천히 죽음의 골짜기로 인도하거나, 중독당한 상대를 풀어줘 "넌 이미 죽어있다."를 시전한 뒤 그냥 방생을 하기도 했다.
하지만 지금은 그럴 상황이 아니었기에, 삼미의 독니를 통해 일반적인 독이 아닌 【산성독】을 주입시켰고, 그 결과는 내가 생각했던 것 이상으로 뛰어났다.
녀석의 체내에서 흐르기 시작한 【산성독】은 순식간에 녀석의 내부를 망가뜨리기 시작했고, 죽음에 이르기까지 필요한 시간을 대폭 감소시켜 주었다.
물론, 그로 인해 녀석에 거친 반항이 동반되었지만...
고통도 느끼지 못하는 녀석이 【산성독】에 의한 고통으로 발버둥을 쳤다기보다는 죽음이라는 무언가를 직감적으로 느껴서 그런 것 같았다.
유연하고 탄탄하던 녀석의 외피가 아주 부드럽고 뭉클거리게 변하자, 나는 그대로 녀석을 뱉어내기 위해 삼미의 아가리를 크게 열었다.
그 순간.
샤샤샤샤샷.
날렵한 소리와 함께 무언가가 날아들었고, 그 무언가는 【산성독】으로 인해 순두부가 되어버린 녀석에 몸을 퍽! 하고 뺑소니를 치더니, 다른 커스로치를 향해 달려들어 턱을 들이밀었다.
........이, 이 개새끼가...!!
꿀꺽!
그로 인해 아가리를 크게 벌리다 못해 목구멍을 훤히 드러내고 있던 삼미의 입속으로 순두부가 되어버린 커스로치가 그대로 빨려 들어갔고 순간적으로 놀란 삼미가 아가리를 닫자 퍽 하고 터져나가 체액과 그 시체가 삼미의 목구멍을 타고 넘어갔다.
.....으으...더러우...역겨워...우욱...
오염수를 처마시며 생쥐를 잡아먹던....아니, 그냥 바퀴벌레란 이유 하나만으로 혐오감을 이끌어내던 존재가 내 입....아니, 정확히는 삼미의 목구멍으로 들어가자 본능적으로 불쾌감이 일었다.
.....그 뺑소니 새끼...절대 가만 안 둔다....으윽....이게 무슨 맛이야...구려.....존나 구리다ㄱ......으..으음?
어째선지, 삼미가 삼켰던 녀석의 체액의 맛과 시체의 질감이 나에게도 전해졌다.
정확히는 머릿속에 주입이 되었다고 말할 수 있었다.
근데 처음에는 무슨 비릿한 구정물이나 흙탕물을 먹는 것과 같은 냄새와 맛이 느껴졌는데, 가면 갈수록 정확히 맛을 내릴 수 없는 뭔가 오묘한 맛이 나기 시작했다.
.........생각보다 괘...괜찮잖아...?
먼 훗날 인간의 미래 식량은 곤충이라고 했던가?
그 말을 조금은 이해할 수 있을 것 같다며 절로 고개가 끄덕여지는 그때.
【띠링!】
【D2 지역의 숨겨진 보상을 발견하셨습니다.】
【커스로치를 섭취하셨습니다.】
【커스로치는 각종 병원균을 제외하면 훌륭한 단백질원입니다.】
【『키틴질』에 대한 단서를 얻었습니다.】
【『신경차단』에 대한 단서를 얻었습니다.】
【『끈질긴 생명력』에 대한 단서를 얻었습니다.】
【『위기 속에 피어나는 가속』에 대한 단서를 얻었습니다.】
【능력치 힘과 민첩, 체력이 극소량 상승합니다.】
【변질된 병원균으로 인해 불안 상태가 유지됩니다.】
【차가운 피와 심장으로 인해 불안 상태가 해제됩니다.】
......기연(??)이다!
그 혐오스러운 바퀴벌레를 의도치 않게 삼켜버린 것에 대한 보상치고는 너무나 후한 큰 기연(??)이 찾아온 것이다.
_씰룩씰룩.
나의 입이 위를 향해 씰룩씰룩 치솟아 오른다.
기분이 좋아지니, 아니, 그런 상태창을 봐버리니 조금 전만 해도 나를 죽이기 위해 찾아온 사신과 같았던 커스로치들이 이젠 둘도 없는 단백질원으로 보이기 시작했다.
........암암! 괜히 미래 식량이 곤충이란 말이 나왔겠냐고.
누군가 말했다.
바퀴벌레는 새우와 사촌지간이고 그 맛도 새우와 비슷하다고...
식탐(??)이 끓어오른다.
나에게 적의심을 보이는 커스로치들을 일미들을 이용해 단숨에 내부에서부터 녹여버린 뒤, 주변에 널브러져 있는 커스로치들의 시체를 가져와 나의 머리 위로 차곡차곡 덮어 쌓았다.
그리하여, 나는 완벽하게 지면 속으로 몸을 숨기고서 내 위에 쌓인 커스로치들의 시체들 틈에 일미들을 대기시켜놓고는 개미귀신이 개미를 잡아먹듯이 한 마리씩....아니, 세 마리씩 납치를 해와 녀석들을 먹어 치우기 시작한다.
......아..맞다. 임무도 깨야 하니까, 골고루 양념을 발라놔야겠네.
녀석들을 먹어 치우는 것도 중요했지만, 우선 이 D2 지역을 빠져나가야 했기에, 머리 위에 쌓인 시체 틈 속에 숨어있는 일미들의 입에서 자욱한 독을 뿜어내었다.
【독구름】 【독구름】 【독구름】
살상력이 약한 마법이지만, 시간이 꽤나 지난다면 서로 싸우다 지친 커스로치들에게는 치명적으로 다가올 것이다.
원래 독 속성 마법이라는 게 비겁하고 치사하고 짜증이 나는 마법이었고, "진짜 마법 좆같이 쓰네."라는 말은 최고의 포상이었다.
휘이이익!
콱..!!
파르르르.
또 하나의 개미가..아니 바퀴벌레가 이미의 공격을 받고 독을 주입당한다.
지금, 이 순간만큼은 난 개미귀신이다….
아니, 정확히는 바퀴귀신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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