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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인 아카데미의 NTL 왕이 되다-61화 (61/102)

〈 61화 〉 60화. 옐로우 게이트.(30)

* * *

눈을 감은 지 두 시간 정도가 흘렀을까.

수면을 취하는 도중에도 계속해서 내 정신을 무겁게 짓누르는 압박감과 불안함에 불편한 휴식을 취해야만 했다.

.....이건 뭐, 자는 게 자는 게 아니네. 차라리, 불침번을 서는 쪽이 훨씬 마음이 편하겠어.

슬며시 자리에서 일어나 맨 앞에서 청각과 후각에 의지한 채, 반푼이 불침번을 서고 있는 라이칸들에게로 다가간다.

가는 도중 내 시야에는 옹기종기 모여 몸을 구부정하게 구부린 채 잠을 자고 있는 녀석들이 보였다.

......짜식들. 잘만 자네.

도통 편하게 잠을 이룰 수 없던 나와는 다르게 미세하게 코까지 골아가며 잠을 자고 있는 녀석들을 보니 피식 웃음이 새어 나온다.

­ 저벅저벅.

­ 쫑긋

아주 작게 나의 발걸음소리가 들려오자, 불침번을 서고 있던 라이칸들의 고개가 홱 돌아가며 내 쪽을 바라본다.

...,딴청을 피우거나, 근무태만은 아니구만.

【...나다. 지금부터 나도 불침번에 합류한다.】

머릿속에서 들려오는 내 목소리에 작은 안도감이 피어오르며 고개를 끄덕이는 녀석들.

내가 텔레파시 채널을 키자, 기다렸다는 듯이 말을 걸어오는 녀석들이었다.

이런 어둡고 꺼림칙한 장소에서 단 한마디 말도 없이 불침번을 서고 있던 라이칸들에게는 두려움과 불안함을 조금이라도 해소시켜 줄 수 있는 좋은 능력이었다.

녀석들의 말에 대충 맞장구를 쳐주기를 몇 분.

【사이코메트리】를 사용해 이곳의 기억들을 조금씩 읽어나가기 시작했다.

천천히 하루 전의 기억부터 길게는 두 달 전의 기억까지 서서히 읽어내려가며 이곳의 정보를 최대한 긁어모은다.

벽과 지면, 쥐들까지 이용할 수 있는 건 모두 이용해 기억을 읽어내려간 결과.

확실히 이곳은 출구란 존재하지 않았다.

그리고 이 동쪽 길로 들어선 것은 최고의 선택이라고 말할 수 있었다.

동쪽 길에서 【사이코메트리】를 사용해 다른 구역의 길까지는 자세하게 알 수 없었지만, 이 동쪽 길에 서식하는 커스로치들의 특성을 알아냈다.

그건 바로.....군집 생활이다.

보통 바퀴벌레들은 단독생활을 하며 먹이를 위해 몰려다닐 뿐이고, 자손 번식과 공동육아를 위해 힘쓰지 않는다고 알려졌다.

하지만, 이 동쪽 길에 서식하는 커스로치들은 그런 일반적인 바퀴와는 다르게 진사회성의 특징을 가지고 있었다.

진사회성이란, 집단에서 특정 개체가 자손을 낳고 다른 개체들은 자식들을 공동으로 부양하는 특성을 말한다.

이런 진사회성을 가지고 있는 곤충들의 대표적인 예로는 꿀벌과 개미가 있었다.

이 동쪽 길에 서식하는 커스로치들을 통솔하는 하나의 여왕이 있었고, 그 여왕을 제외한 모든 암컷 커스로치들은 스스로 생식을 포기하고 여왕이 낳은 알을 돌보며 특수한 임무를 맡은 시종이 되었고, 수컷 커스로치들은 이 여왕의 둥지를 지키는 병사이자, 먹잇감을 구해오는 충실한 일꾼이었다.

더군다나, 지금은 여왕이 알을 낳는 산란 시기인 것 같았다.

두 달 전만 해도, 우리가 머무는 이곳까지 많은 커스로치들이 바글바글거리며 돌아다녔었다.

안 그래도 다른 커스로치들보다 더욱더 거대한 여왕이 빵빵하게 부푼 배를 더듬이로 톡톡 두들기며 괴로움에 허우적거리는 모습이 【사이코메트리】를 통해 볼 수 있었는데, 그때부터 모든 커스로치들이 모든 활동을 전면중지한 채, 둥지 앞에서 여왕을 지키고 있었다.

.......타이밍이 좋다고 해야할까....어쨌든 다행이야. 산란 시기가 아니었다면, 길 초입부부터 녀석들과 살육전을 펼쳐야 했을테니까...그나저나.....이건 좀 충격적인데....

께름칙한 표정으로 사방에 뚫려있는 구멍들을 바라보았다.

【사이코메트리】를 사용해서 얻을 수 있던 가장 충격적인 정보가 있었는데, 그건 바로 땅굴을 파고서 그 속에서 수면을 취하고 있는 커스로치들에 대한 일이었다.

조금 전까지만 해도, 100개 이상의 구멍에 들어가 있는 커스로치들을 처리했던 우리였다.

당연히, 이 동쪽 길의 서식하고 있는 커스로치들이 동면이나 휴식을 취하기 위해 파놓고 들어가 있을 거라는 생각과 달리 현실은 충격 그 자체였다.

구멍 속에서 죽은 듯이 바짝 엎드려있던 녀석들은 바로 이 동쪽 길에 서식하는 커스로치들의 저장식량이자, 타 구역의 커스로치들이었다.

이 동쪽 길에 서식하고 있는 암컷 커스로치들은 특수한 페로몬을 뿜어내서 그 페로몬의 홀린 다른 구역의 커스로치들을 세뇌해 스스로 굴을 파게 하여 하염없이 죽음을 기다리는 반 시체 상태로 만들어놓았다.

그리고는 식량을 충분히 구하지 못하거나, 여왕의 산란 시기가 찾아오면 한 마리씩 꺼내서 동족포식을 하고 있었다.

나의 독충들을 따라서 북쪽으로 이동했던 커스로치들은 까무잡잡한 일반적인 바퀴벌레의 모습을 하고 있었다면, 이 동쪽 길에 서식하고 있는 커스로치들은 여왕을 제외한 모든 개체가 몸통은 녹색, 머리는 검붉은 색이었고, 여왕은 흰색 몸통에 검붉은 색 머리를 가지고 있었다.

...상황이 이렇다면.....이야기는 쉽다.

거의 모든 개체가 둥지 쪽으로 이동한 동쪽 길은 몇 마리의 보초 커스로치를 제외하면, 텅텅 빈 요새나 다름없었다.

......둥지와 둥지를 지키는 녀석들을 한 번에 몰살시킬 수만 있다면....

머릿속에 그림이 그려지기 시작한다.

그렇게 한참을 머릿속에 그려지는 그림을 그리고 수정하고를 반복하자, 잠을 자고 있던 녀석들이 하나둘씩 일어나더니 곧 모두가 기상을 완료했다.

제일 먼저 눈을 뜨자마자 나를 찾아오는 오소리와 표지안에게 간단한 인사를 건넸다.

그리고는 모두에게 【텔레파시】를 이용해 새벽에 내가 보았던 기억들을 전부 말해주었다.

【....확실해...?】

그 사나운 눈을 치켜뜬 채 물어보는 표지안에게 살짝 고개를 끄덕여준다.

【....대, 대장 말이니까...뭐 믿겠는데...그래서 어떡하려고...?】

오소리의 물음에 새벽부터 지금까지 그려왔던 그림을 생각하며 씨익 웃음을 지었다.

【이이제이(????)라고 알지? 오랑캐는 오랑캐를 이용해 제압한다고...】

나의 말에 모두가 놀란 눈으로 나를 바라본다.

【...이, 이이제이(????)....? 그게 무슨.....】

【아까 말했잖아. 지금 여왕이 산란 시기를 맞이하고 있다고... 이 동쪽에 서식하는 수컷 커스로치가 실수로 여왕에게 접근해도 암컷 커스로치들이 사지절단을 시켜버리는 상황인데, 다른 구역의 커스로치들이 이곳에 몰려오면 어떻게 되겠어?】

­ 꿀꺽.

누군가의 침 넘어가는 소리가 울려 퍼진다.

【....저, 전쟁....?】

표지안이 미간을 찌푸리며 중얼거리자, 내 입꼬리가 더더욱 높게 올라간다.

【자, 일단 계획부터 설명할게. 간단해. 우리의 계획은.....】

나의 입에서 모두에게 계획이 전파된 지 이틀이 흘렀다.

이틀간 최대한 숨죽이며 계획을 준비하고 있었다.

계획은 간단했다.

이 동쪽 길을 빠져나가서 중앙에 도착한 뒤, 벌집에다 연기를 쑤셔 넣은 것처럼 녀석들의 서식지에다가 연기를 풀 생각이었다.

물론, 일반적인 연기가 아니라, 【독구름】을 말이다.

그리고는 커다란 소음으로 녀석들을 자극해 우리의 위치를 알려준 뒤, 죽을힘을 다해 동쪽 터널길을 향해서 달리는 것이다.

그 단계까지 왔다면, 벽에다가 미리 파놓은 커다란 굴로 몸을 숨긴 뒤, 대지속성 마법을 이용해 굴을 닫고서 녀석들의 상잔을 지켜보기만 하면 되는 간단한 계획.

그렇게 모든 준비를 마친 난 걱정스러운 얼굴로 바라보는 오소리에게 슬쩍 웃음을 지어준 뒤, 동쪽 길을 빠져나와 처음 커스로치와 마주쳤던 오염수가 흐르는 장소에 도착했다.

그리고는 내 뒤를 말없이 졸졸 따라오던 표지안에게 묻는다.

【....나 혼자 해도 되는데, 정말 괜찮겠어?】

【왜..? 못미덥냐?】

눈썹을 좁히며 묻는 표지안.

【그럴 리가, 정말 나 혼자 서도 괜찮으니...】

【....아아, 그만. 미끼는 많으면 많을수록 좋은 거 아냐?】

더는 듣기 싫다는 듯, 자신의 귀를 막으며 말하는 표지안은 주위를 둘러본다.

【....만약에, 만에 하나라도 너가 녀석들에게 잡힌다면, 남은 미끼 한 명인 내가 끝까지 동쪽으로 유인해야지. 그래야 계획을 시작하든가 말든가 할 거 아냐.】

【......맞는 말이긴 한데....묘하게 기분 나쁘네?】

【그러니까....열심히 달리라고.】

이 오염수에서 몸을 떨고 있던 표지안에게 잠시 어깨를 빌려줬던 그 순간부터 묘하게 나에 대한 태도가 많이 부드러워진 표지안이었다.

【자, 그럼 시작할까?】

­ 끄덕.

긴장된 눈빛으로 고개를 끄덕이는 표지안을 보고선, 일미와 이미, 삼미를 각각 북쪽, 서쪽, 남쪽으로 쭈욱 뻗기 시작했다.

잠시 후, 모든 꼬리가 각 터널길의 입구에 도착하자, 긴 호흡을 들이마시고선 뱉어낸다.

그 순간.

【독구름】【독구름】【독구름】

세 개의 꼬리에서 자욱한 검보랏빛 독연기가 대량으로 뿜어져 나오기 시작한다.

­ 푸화아아아악!!!!

마치, 가스가 새듯이 날카로운 소리가 조금씩 울려 퍼지기 시작했고, 그럴수록 세 개의 꼬리에서 분출되는 독연기가 더욱 많아진다.

이곳은 밀폐된 공간이라 나의 독 속성 마법이 꽤나 활약하기 좋은 장소였다.

물론, 【독구름】만으로 녀석들의 목숨을 빼앗기는 무리일지 몰라도, 최소 녀석들의 심기를 자극할 수는 있을 것이다.

【시작해줘.】

어느 정도 【독구름】을 뿜어내자, 표지안에게 다음 계획 시작을 알렸다.

그러자, 어느새 아주 날렵하고 튼튼한 몸매가 돋보이는 흑표범으로 모습을 변화한 표지안이 천장을 바라보며 커다랗게 울부짖었다.

­ 캬아아아아아아오오오!!!!!

지하와 같은 모습을 하고 있는 곳이라 그런지, 표지안의 포효소리가 대포 소리처럼 쩌렁쩌렁하게 울려 퍼졌고, 그 소리는 분명하게 각 터널길에 있는 커스로치들에게 전달이 될 것 같았다.

­ 그르르르르....캬아아아아아아오옹!!!!!

아주 사납고 날카로운 울음소리를 반복해서 내뱉기를 몇 번.

3개의 터널길을 보고 있는 꼬리의 시야에서 열화상 카메라의 그것처럼 화려한 색상을 가진 존재들이 지면과 천장, 벽을 타고서 아주 빠른 속도로 나와 표지안을 향해 이동하고 있었다.

......오, 온다...!!

그 모습은 마치 바퀴벌레로 이루어진 파도가 들이닥치는 모습과 다를 게 없었다.

각 구역에 서식하는 3종의 커스로치들이 이곳을 향해 다가오자, 재빨리 표지안에게 신호를 줬다.

표지안 역시, 녀석들의 움직임을 느꼈는지, 두통이 느껴지는 것처럼 자신의 머리를 꾸욱 누르며 고개를 끄덕인다.

【..달려!!!】

­ 파아아앗!

­ 타타타타타탓!!!

늘어난 세 개의 꼬리를 다시 원상복귀 시키면서 쉴 새 없이 발을 움직인다.

...무서웠고 두려웠다.

그 많은 커스로치들이 이동하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지면이 진동하기는 커녕 너무나 고요했고, 아무런 일도 없는 것만 같았다.

가끔 녀석들의 날개가 스치며 바스락하는 소리가 들려올 뿐.

.......아마 나와 표지안의 육체를 뜯어먹기 위해서 존나게 달려오고 있겠지.

동쪽 터널길의 입구에 막 도착할 때 쯤.

나머지 세 개의 터널에서 형형색색의 화려한 색깔들로 이루어진 파도가 나와 표지안이 있는 동쪽을 향해 덮쳐오는 게 일미의 시야로 보였다.

...미, 미친!!! 무슨 물량이!!!

어림잡아도 수천은 훌쩍 넘어 보일 것 같은 그 아찔한 숫자에 다리가 떨려온다.

­ 타타타탓.

이 다리를 잠시라도 멈췄다가는 녀석들에게 사지가 잘리며 뜯어먹히기도 전에, 짓뭉개져 압사당해버릴 것이다.

­ 푸화아아악!!

두 다리를 바쁘게 움직이며 도망치는 와중에도 세 개의 꼬리는 연신 【독구름】을 뿜어대고 있었는데, 그런 나의 뒤를 쫓아오는 녀석들을 보니 소독차를 따라가는 꼬맹이들의 모습이 겹쳐 보여 살짝 웃음이 흘러나왔다.

【....미, 미친놈!! 지금 이 상황에 웃음이 나오냐!!】

내 앞에서 뭐가 빠지게 달리고 있는 표지안이 뒤를 힐끔 돌아보며 소리쳤다.

그 순간.

【...어, 어..?】

갑작스레 벽틈에서 쥐 한 마리가 튀어나와 내 발밑으로 뛰어들었다.

­ 콰드득.

­ 휘청.

나의 발에 깔린 쥐는 내장을 사방으로 뿜어대며 몸이 터져 죽어버렸고, 그로 인해 난 순간 중심을 잃어버렸다.

.....소, 속도가.......씨발....이 쥐새끼들이 저번부터 자꾸 트롤짓을.......

낭패였다.

커스로치가 아닌, 쥐새끼들 먼저 족쳐놔야 했어야 했나란 생각이 머리를 헤집을 때 쯤.

뒤에서 죽음의 기운이 느껴져 왔다.

그때.

【뭐해!!! 어서 업혀!!!】

표지안이 버럭 소리치며 나의 정신을 일깨웠다.

......업히라고....?

생각은 그렇게 했지만, 이미 나의 세 개의 꼬리가 표지안의 몸을 칭칭 휘감고 있었고 빠르게 나의 몸은 표지안에게로 날아간다.

­ 덥석.

그리고는 뒤에서 그녀를 강하게 껴안았다.

­ 뭉클뭉클.

【........야, 이 미친새끼야아아아!!!!! 소, 손 당장 안 떼?!!!】

내 손에서 느껴지는 딱딱 뭉클뭉클한 감각에 의해 느껴지는 의문이 풀리는 순간이었다.

【아, 미안. 너무 딱딱해서 복근인 줄….】

【내리고 싶어? 이 개새끼야?!!!】

표지안의 진심 어린 협박에 슬그머니 손을 위로 올려 그녀의 목을 살짝 휘감는다.

* *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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