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수인 아카데미의 NTL 왕이 되다-60화 (60/102)

〈 60화 〉 59화. 옐로우 게이트.(29)

* * *

­ 철벅철벅.

지면 곳곳에 썩은 물웅덩이에 발이 닿으며 만들어내는 소리가 울려 퍼지자, 모두가 걸음을 멈춘다.

동쪽으로 뻗은 터널 같은 길을 지나오던 지난 30분 동안 그 어떠한 수상한 움직임도 발견하지 못했다.

....들어가자마자, 반겨줄 거란 내 생각과는 너무 다른데...?

천장과 벽에 매달려 침을 질질 흘리며 노려볼 거란 예상과는 다르게 터널길 초입부는 너무나 조용했고 고요했다.

천장에서 또옥 또옥 하고 떨어지는 물방울 소리와 99명이 만들어내는 미세한 발소리가 전부.

터널길 천장과 벽에는 꽤 커다란 구멍들이 슝슝 뚫려있었는데, 누가 봐도 저 구멍은 너무나 수상했다.

.......아마 뻔한 클리셰로 저 구멍은 녀석들의 통로나 동면을 하기 위해 만들어놓은 굴 같았다.

....여기서 처리해야 할까..? 아니면, 그냥 모른 척 지나가야 할까...? 만약, 저기에 녀석들이 있다면 퇴로가 막힐텐데....단숨에 죽이지 못한다면…. 녀석들이 몰려올 가능성도 있고...

선택을 내려야 했다.

나의 선택 한 번에 이 수많은 녀석들의 목숨이 달려있단 사실에 과감하게 판단을 내리기가 어려웠다.

........아니야. 어차피, 모두 제거해야 해. 괜히 남겨둬서 퇴로를 막을 가능성을 남겨두지 말자. 자, 그러면....단숨에 죽여야 하는 문제가 남았는데...

내가 알기로는 바퀴벌레들끼리 의사소통이 가능하다고 알고 있었다.

정확한 원리는 모르겠지만, 의사소통을 하기 전에 아주 재빠르게 녀석을 처리해야 했다.

녀석들의 소굴에 들어온 이상, 불필요한 소리는 자제해야 했기에 99명의 인원을 【텔레파시】 채널에 묶어놓았다.

【너희들 눈에는 안보이겠지만……. 지금 우리 주변으로 엄청나게 많은 구멍이 있거든? 아마, 녀석들의 통로거나 동면을 취하기 위한 굴인 것 같은데 여기부터 확인해야겠어.】

【...화, 확인을 해서 만약에 녀석들이 있다면...?】

【그런 걸 왜 물어? 당연히 죽여야지. 나중에 뒷빵 맞고 싶은 거야?】

【텔레파시】의 사용법을 알게 된 블루문의 한 훈련생이 너무나 당연한 말을 하고 있기에 핀잔을 줬다.

【....문제는…. 일격필살이 필요하다는 거야. 조용하고 깔끔한데...강한 공격력으로 저 속안에 있을수도 있는 녀석을 한 방에 보내버릴...】

독을 사용하는 나로서는 한 번에 녀석을 죽이는 것은 거의 불가능했고, 강한 빛을 내뿜고 커다란 소리를 만들어내는 마법 공격은 도리어 우리의 위치를 알려줄 뿐이었다.

그렇다면...남은 방법은 그나마 조용한 얼음속성의 마법을 사용할 수 있는 녀석을 찾는 것과....

【...그, 그거라면 내가....!!!】

한 여 훈련생의 목소리가 들려온다.

손을 번쩍 든 녀석의 손을 슬며시 잡고는 내 앞으로 이끌었다.

.......상태창.

【이름: 김미래】

【나이: 20】

【크리쳐: 산미치광이, 호저(?)】

【특성: 마법】

【속성: 전기】

【힘: B】 【민첩: B】

【마력: B】 【체력: B】

【고유 능력: 보호하는 가시, 날리는 가시, 늘어나는 가시】

......산미치광이...?

산미치광이라면, 매우 귀여운 얼굴을 한 모습과는 다르게 굉장히 살벌한 뾰족한 가시가 신체에 무수히 많이 돋아나 있는 반전 매력이 있는 동물이었다.

그 가시를 만만히 봤다가, 공격을 해온 사자가 가시에 심장을 관통당해 죽은 사례가 꽤나 자주 일어나기도 할 정도로 그 가시의 살상력은 말할 것도 없었다.

강한 공격력은 당연했고, 마법들처럼 요란한 소음과 빛을 내뿜지도 않으리라.

고유 능력란에 【늘어나는 가시】라고 적힌 걸 보니, 사거리 또한 걱정을 하지 않아도 될 것 같았다.

【...딱 인데..?】

【...그, 그래...? 근데...문제가 있어..】

자신이 없는 목소리로 말하는 김미래.

【뭐가.?】

【너도 알겠지만..지금 내 시력으로는 아무것도 안 보여...너무 어두워서..】

­ 피식.

【그건 걱정하지 마.】

천천히 손을 움직여 내 옆에 있는 검은 구멍에 손을 갖다 댄 후, 30일이란 시간의 기억을 읽어내려간다.

【사이코메트리】

내 정신이 어딘가로 빨려 들어감과 동시에 처음에는 그저 평범한 벽이었던 이곳이 시간이 어느 정도 흐르자, 그 구멍을 주둥이로 갉아대며 파고 있는 커스로치가 보였고, 곧 이 구멍이 완성되자 이곳을 들락날락하는 커스로치의 모습이 보인다.

.....있다. 아직 녀석이 이곳에.

녀석은 수면을 취하고 있다고 해야 할 지, 잠깐 쉬고 있다고 해야 할 지 모르겠지만 아무런 미동도 없이 이 깊은 굴속에서 몸을 바짝 엎드린 채 가만히 있었다.

.....아무런 움직임이 없어.

【가시로 공격할 거지?】

【...어, 어? 그, 그걸 어떻게....】

【그런 건 됐고, 가시를 내뿜을 곳이 어디야?】

【...오, 오른 손...】

살포시 김미래의 오른손을 잡고서, 구멍 쪽으로 손을 옮겼다.

그리고는 다시 한 번 【사이코메트리】를 사용해 녀석의 위치를 확인했고, 손을 조금씩 움직이며 방향을 조절한다.

.......이곳..!! 여기가 녀석의 머리 중앙이다.

【지금 여기서 일직선으로 가시를 쏘거나 뿜어대면 녀석의 머리를 관통할 수 있어.】

【....후우...후우....너, 너무 떨려....】

【괜찮아. 괜찮으니까, 쫄지마. 내가 꽉 잡고 있을 테니까.】

조금 더 힘을 줘 김미래의 손을 잡았다.

­ 덜덜덜..

계속해서 떨리던 김미래의 손이 차츰 차츰 떨림을 멈추기 시작하고...

【갈게. 늘어나는 가시!】

굳건한 김미래의 목소리가 들려온다.

­ 끄덕.

그 순간.

­ 쐐애애액!

아주 조용하게 무언가 쏘아져 나가는 소리가 구멍에서 들려왔고...

­ 표오옥!!

붙잡은 김미래의 손이 거세게 흔들리기 시작했다.

아마, 머리를 관통당한 커스로치가 반사적으로 몸을 거세게 흔드는 것이리라.

......이제 움직임이 잦아들겠지.

그럴 거라고 생각했다.

머리를 꿰뚫리고서도 살 수 있는 생물은 없었으니.....잠깐...바퀴벌레는 머리가 잘려도 1주 정도를 살 수 있다고 했던 것 같은.....

불길한 생각이 머리를 스침과 동시에 엄청나게 강력한 힘에 의해 김미래의 몸과 나의 몸이 뒤로 쭈욱 밀려나기 시작한다.

【...미, 미친!!!!】

【...꺄아아악!!! 무, 무슨 힘이!!!】

일미를 구멍에 갖다 대고서 【사이코메트리】를 사용해 굴안의 상황을 보니, 머리를 관통당한 채 체액을 흩뿌리고 있는 커스로치 한 마리가 맹렬한 기세로 우리에게로 달려오려고 하고 있었다.

.....미, 미친...무슨 이런 사기캐가...!! 이건 좀 너무한 거 아니냐고 ....씨발...

머리를 정확히 관통당했음에도 불구하고, 경악스러운 힘을 이용해서 굴 밖으로 빠져나오려는 커스로치의 모습에 절로 혀가 삐져나왔다.

....씨발...빨리 죽여야 하는데....다른 녀석들이 오기라도 한다면..

【...가, 가시에 전기를 휘둘러!!! 최대한 소음이 안 생기도록!】

그 순간.

­ 파지지짓....

아주 작게 팝콘 튀기는 소리가 들려오더니, 붙잡고 있는 김미래의 손에 더욱 큰 떨림이 느껴져 왔다.

【버텨…. 조금만 더....】

여전히 악을 쓰며 굴 밖으로 탈출하려는 녀석을 밀어내기 위해 김미래를 뒤에서 강하게 껴안고 붙잡고 있는 오른손에 힘을 주어 강하게 밀었다.

그러자.

­ 덜덜.......덜.....덜....

김미래의 오른손에서 느껴지던 강한 떨림이 서서히 멈추기 시작했고, 코끝으로 오징어를 굽는듯한 꾸리꾸리한 냄새가 느껴지기 시작한다.

......위, 위험해... 냄새가.....

인간의 후각으로도 느껴지는 이 강력한 냄새가 퍼지기라도 한다면 큰일이었다.

난 바람속성을 가진 마법을 사용하는 녀석에게 이 냄새가 퍼져나가지 않도록 바람의 결계를 만들 것을 재촉한 다음, 99명의 인원 중에서 유일하게 얼음속성을 가지고 있는 녀석을 알아두었기에, 내 입에서 녀석의 이름이 흘러나왔다.

【김민..!!! 지금 당장 얼음으로 이 구멍을 메워버려!】

김미래는 커스로치의 머리에 박아넣었던 가시들을 끊어버린 뒤 뒤로 물러섰고, 김민이 빠르게 그 자리를 채워 굴속에 손을 집어넣고선 마법을 사용한다.

【얼음 증식!!!】

그러자 차가운 푸른빛이 잠깐 일렁이더니, 천천히 얼음이 생겨나기 시작했고 그 구멍을 메워나간다.

잠시 후.

탄내를 풍기던 커스로치의 시체가 들어있던 굴속이 얼음으로 완벽하게 메워지자, 코끝을 자극하는 탄내 또한 사라진다.

바람의 결계를 만들어 냄새가 퍼져나가지 않도록 하고 있던 녀석들이 탄내를 가득 담은 결계를 없애자, 결계와 함께 그 속에 있던 탄내까지 한순간에 증발해버렸다.

【.....하아....어떻게든 위험한 상황을 잘 넘겼네.】

【띠링!】

【현재 처리한 커스로치: 1마리.】

눈앞에 반투명한 작은 창이 나타난다.

.....갈 길이 멀구만. 뭐, 그래도 다행히 첫 사냥이 아무런 피해도 없이 끝났네.

원래 시작이 반이었다.

지금부터는 굴속에 숨어있는 녀석들을 찾아내 하나하나씩 죽이면 될 일이었다.

【.......일단 이곳에 있는 굴부터 정리 시작하자. 라이칸들은 청각이나 후각에 의지해서 보초를 서주고, 김미래, 김민, 그리고 바람속성을 가진 마법사들은 아까처럼 움직이면 돼.】

.....세스코의 직원을 소환할 수 없다면, 내가 직접 될 수밖에 없지.

피트기관으로 구멍이 뚫려있는 굴을 찾아내고서, 【사이코메트리】를 이용해 굴속에 커스로치들이 있는지를 알아본다.

그리고는 김미래의 손을 잡고서 녀석들의 머리를 조준한 뒤, 이어지는 전기가 휘감긴 테이저건 헤드샷.

탄내가 퍼지지 못하도록 둘러싼 바람결계와 굴속에서 흘러나오는 냄새를 막기 위한 얼음까지.

처음에는 제법 시간이 걸리는 과정도 몇 번을 해보니, 모두가 오랜 시간 동안 손발을 맞춰온 것처럼 너무나 자연스럽고 물 흐르듯이 매끄럽게 진행이 되었다.

처음 머리를 관통당한 상태로도 몸을 움직여 발악을 하던 커스로치를 제외한 다른 커스로치들은 김미래의 뾰족한 가시가 머리에 닿는 순간 격렬한 움직임을 짧게 보낸 뒤, 그대로 절명했다.

역시, 벌레의 약점은 불과 전기와 같은 열을 품고 있는 것들이었다.

그렇게 굴속에 잠들어있는 100여 마리의 커스로치들을 처리했을 때.

끊임없이 능력을 사용하던 김미래가 탈진증세를 보이기 시작하자, 어쩔 수 없이 작업을 중단할 수밖에 없었다.

시간이 많이 흐르기도 했고, 긴장감이 풀리며 피곤함이 쏟아지기 시작한다.

....오늘은 여기까지 해야겠어.

굴 청소 작업에 힘을 썼던 인원들을 우선순위로 휴식을 취하도록 명령을 내렸고, 비교적 편한 보초를 서고 있던 라이칸들에게 불침번을 지시했다.

물론, 라이칸들이 불침번을 서고는 있지만 크게 의미는 없었다.

이곳은 아직 반딧불들이 서식하는 지역에서 떨어진 곳이었기에, 빛이라고는 찾아볼 수가 없었다.

청각으로 커스로치들의 움직임을 잡아내기에는 무리가 있을 것 같았지만, 그래도 어쩌랴...이가 없으면 잇몸으로라도 뭘 해야만 했다.

.....3시간만 자고 일어나야겠어. 그리고 그 뒤에는 내가 불침번을 서야지.

그 3시간이 너무나 불안했지만, 휴식을 취하기는 해야 했다.

나 또한 평범한 사람이었고, 몸이 천근만근 너무나 무겁고 피곤했기 때문이다.

.....딱...3시간만...3시간만 잘게. 그때까지만 버텨....주..

짙은 불안감 속에서 내 눈을 짓누르는 피곤함에 저항하지 않은 채, 달콤한 수면에 빠져든다.

* * *

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