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수인 아카데미의 NTL 왕이 되다-59화 (59/102)

〈 59화 〉 58화. 옐로우 게이트.(28)

* * *

­ 찌이이잊.

­ 서걱서걱.

조금 전만 해도 멀쩡히 살아 숨 쉬고 있던 여 훈련생의 육체를 갉아먹는 그 생생한 소리가 귓가로 울려 퍼진다.

어두컴컴한 시야 속에서 느껴지는 건 졸졸졸 흐르는 오염수 소리와 섬뜩한 녀석들의 식사 소리밖에 없다.

여 훈련생의 시체 위에 수십 마리의 바퀴들이 산을 쌓듯 올라서서 먹이 경쟁을 하는 모습이 눈에 들어왔다.

....역겨워...

­ 사사사삭.

녀석들의 검갈색 날개에서 바스락 거리는 소리가 흘러나왔고, 강인하고 탄력 있는 키틴질로 덮인 그 외부는 웬만한 공격은 거뜬하게 받아낼 수가 있을 것 같았다.

....바퀴벌레인 건 알겠는데....정확히 어떤 몬스터지...? 바퀴벌레의 모습을 한 몬스터라니...전혀 들어본 적이 없어.

평소 수업을 잘 듣지 않는 나였지만, 몬스터에 대한 정보만큼은 예외였다.

지구에 살고 있는 동물과 상당히 흡사하거나, 똑같은 모습을 한 몬스터의 얘기는 많이 들어봤지만, 지구의 바퀴벌레와 똑같은 모습을 하고 있다는 몬스터의 얘기를 듣거나 본 적은 단 한 번도 없었다.

.....녀석들의 정보도 나올까?

나를 알고 상대를 알면, 승리할 확률이 높다고 했던가, 그런 이유에서는 아니었지만 녀석들의 정보가 궁금해진 난 식사를 즐기고 있는 녀석들을 향해 【뱀의 심안】을 사용했다.

그러자.

【이름: 커스로치】

【특성: 잡식, 무통(無?), 번식, 지능】

【설명: 지구의 바퀴벌레와 아주 흡사한 성질을 가지고 있는 몬스터. 오랜시간 먹이를 섭취하지 않아도 생존을 할 수 있으며, 신경차단능력을 갖추고 있어 고통에 대한 두려움이 없다. 위기의 순간이나, 먹잇감을 사냥할 때는 기이할 정도로 높은 지능을 선보이기도 한다. 번식력은 타의 추종을 불허한다.】

내 눈앞으로 떠오른 반투명한 창을 읽어내려간다.

.......커스로치..? 그냥 완전히 바퀴벌레 그 자체잖아.

예전, 내가 살고 있던 지구에서도 바퀴벌레가 인간과 비슷한 크기를 가지게 된다면...이라는 주제에 대해 참 많은 사람들이 왈가왈부 떠들어대며 갑론을박을 펼쳤는데, 그 사람들에게 이 녀석들을 직접 보여주고 싶었다.

특히나, 크기가 커지면, 뼈가 없는 곤충들은 그 무게를 견디지 못하고 움직일 수가 없을 것이라 말했던 사람들에게..

어째서 크기가 인간과 비슷한 바퀴벌레가 그냥 걸어 다니는 것도 아니라, 이렇게 빨리 움직일 수 있는지 그들에게 물어보고 싶었다.

........설마....몸속에 뼈라도 있나...?

바퀴벌레와 비슷하다고 해서, 그 속까지 완전히 똑같지는 않을 것이다.

애초에 저렇게 거대한 크기로 변했다면, 그 내부 또한 외부에 걸맞는 모습을 진화했을 가능성이 있었다.

......뭐가 됐든, 겉모습은 완벽한 좆퀴벌레지만...

그때.

여 훈련생의 시체를 뼈 하나도 남기지 않은 채, 모두 갉아먹어 버린 커스로치들이 긴 더듬이를 주둥이로 핥으며 정리를 한다.

어서 빨리 이 오염수를 벗어나고 싶었다.

좀 전부터 물속에 잠긴 신체의 여러 부위가 조금씩 간질거리기 시작했다.

이대로 조금만 더 오염수 속에 신체를 방치해둔다면, 살이 썩어들어가며 피부병이 도질 것 같았다.

.......이제 거의 다 왔는데...

커스로치들이 우리를 포위하고 있던 시점부터 저 멀리 앞에 척후 활동을 보냈던 독충들을 불러들였다.

소리나 진동에 민감하게 반응하는 바퀴벌레의 특성을 생각해 떠올린 한 가지의 방법을 실행하기 위해.

그 순간.

독충들이 우리가 몸을 숨긴 장소와 얼마 떨어지지 않는 곳에 도착했음을 느꼈다.

....됐어..!!! 그럼 이제 해야 할 일은....

­ 찌르르르르르!!!

­ 쉬리리리릭!!!!

독충들이 사나운 소리를 내지르기 시작했고, 날개를 거세게 비비며 위압감이 가득 담긴 소리를 만들어내기 시작했다.

­ ......?

­ 스스슷..

긴 더듬이를 청소 중이던 커스로치들의 고개가 일제히 소리가 나는 방향으로 돌아간다.

그러더니,

­ 샤사사사사삭!!!

­ 바스락 바스락.

매우 경쾌한 발소리와 날개가 비벼지는 섬뜩한 소리를 내며 빠르게 달려가는 커스로치들.

셀 수도 없이 많은 커스로치들이 대규모 이동을 하고 있음에도, 지면에는 그 어떠한 진동이나 울림이 전혀 느껴지지 않았다.

마치, 잘 훈련된 암살자와 같은 그 모습에 온몸에 소름이 돋아난다.

커스로치들이 이동하는 것에 맞춰, 독충들 또한 사방으로 빠르게 흩어지기 시작한다.

독충들과 연결된 나의 시야로 거뭇거뭇한 광택을 아주 조금씩 내는 커스로치들이 보였고, 커스로치 한 마리가 그 뾰족한 주둥이를 앞으로 들이미는 순간, 연결된 시야가 끊겼다.

아마, 커스로치의 훌륭한 영양분이 되었으리라.

.......최대한 오래 시간을 끌어야 해.

독충들에게 최대한 멀리, 최대한 빠르게, 최대한 잘 숨어있으라고 머릿속으로 명령을 내린 뒤 주변을 천천히 둘러보기 시작한다.

아직 빠져나가지 못한 커스로치가 있을 수도 있었기에, 잘 살펴봐야 했다.

"....하아...."

작은 한숨이 입 밖으로 흘러나온다.

다행히 우리를 포위하고 있던 모든 커스로치들이 빠져나갔는지, 나의 시야에는 화려한 열화상 카메라의 화면이 아닌, 온통 검은색의 시야만이 잡힌다.

다시 한 번 독충 중 한 마리와 시야를 연결해보니, 독충의 뒤를 바짝 쫓는 커스로치들이 보였다.

....미끼역할을 제대로 하고 있네.

【......모두들 물 밖으로 나가도 돼. 녀석들은 모두 갔어.】

오염수 속에 코와 눈을 제외한 모든 부위를 담그고 있던 녀석들이 천천히 주위를 둘러보며 고개를 끄덕인다.

제일 먼저 지면 위로 올라온 난 발바닥에서부터 사타구니, 허리, 등에서 느껴지는 간질거림에 인상을 팍 찌푸렸다.

수많은 세균들이 흘러다니고 있는 오염수에 몸을 장시간 담그고 있었던 결과였다.

뭐, 그로 인해서 목숨을 건지긴 했지만.

"3조는 지금부터 바로 살균 마법과 해독 마법을 사용해줘. 이대로 가다간 피부병으로 인해 안 좋은 상황이 발생할 거야."

곧바로 3조에게 살균 및 해독 명령을 내린다.

나의 명령이 떨어지기 무섭게 3조의 인원들이 자신들의 몸에 살균 마법과 해독 마법을 걸기 시작했고, 순차적으로 나머지 89명의 인원을 치료해나간다.

그렇게 어느 정도 시간이 흐르자, 모든 지독한 가려움에서 벗어날 수 있게 되었다.

"....대장...이제 어쩌면 좋지...? 우리는 계속 앞으로 나아가야 하는데...너무 어두워서 잘 보이지도 않아...그렇다고 빛 속성 마법을 사용하면 녀석들에게 우리를 잡아먹어 달라고 광고하는 꼴이고..."

걱정스러운 감정이 가득한 오소리의 목소리.

"....앞으로 나아가야 한다라... 그 말도 틀린 건 아니야....하지만 내 생각은 좀 틀려."

의아한 표정을 띠는 오소리.

"틀리다니...? 대장 생각은 어떤데...?"

"이번...D­2 지역은 앞으로 나아가는 게 목표가 아닐 수도 있다는 생각이 들어."

중얼거리듯이 심각한 표정으로 말을 뱉어내자, 다른 녀석들이 웅성거리는 소음을 만들어낸다.

"쉬잇…! 지금부터는 최대한 말을 아껴. 우리의 이 웅성거림이 녀석들에겐 맛있는 식사시간을 알리는 종소리가 될지도 모르니까."

"...허어업!!"

그러자 오소리가 마치, ASMR을 하듯이, 아주 작은 소리로 묻는다.

"그래서..? 그런 이번 지역의 목표는 뭐라고 생각하는데…?"

오소리의 말에 나는 내 오른손에 콱 붙잡힌 쥐를 앞으로 들이밀며 말한다.

"조금 전에 이 녀석을 매개체로 삼아서 【사이코메트리】를 사용해봤거든…?"

"....으, 으응...."

"다행스럽게도 이 쥐새끼 녀석이 이곳에서 제법 오래 생존을 한 것 같더라고...그 좆같은 바퀴벌레들에게서 말이야. 그 말은 즉, 이 쥐새끼 녀석이 이곳을 아주 많이 돌아다녔다는 거고...난 쥐를 통해서 이곳의 지리를 봤어."

"...오..오!! 그, 그래서...? 추, 출구라도 찾은 거야?"

매우 기쁜듯한 얼굴로 치아를 드러내며 묻는 오소리.

".....아니, 이곳은 출구가 없어. 아주 넓은 크기를 가지고 있는 밀폐된 지역이야."

"...뭐, 뭐어엇..??"

"아, 아니...그게 말이 되는 거냐고..."

"추, 출구가 없다니....그, 그럼 우리는 어떻게..."

수많은 녀석들이 자리에 털썩 주저앉으며 앓는 소리를 해댄다.

"근데...."

그 절망적인 상황 속에서 나의 목소리가 들려오자, 천천히 나를 향해 고개를 돌리는 녀석들.

"이상하단 말이지...출구가 없는 이곳에 우리를 가둬놓다니...? 말이 안 되잖아. 결국, 이 D­2 지역도 D­1 지역으로 가기 위한 경유지에 불과해.

출구가 없다면....뭔가 이곳을 빠져나갈 방법이 따로 있다고밖에 볼 수 없잖아."

쥐의 기억 속에서 본 이곳은 출구가 없었다.

물론, 이 쥐새끼가 출구 근처에 가본 적이 없는 것일 수도 있지만, 이상하게 내 감은 이곳에 출구 따위는 없다고 강하게 주장하고 있었다.

".....그, 그러게.....이곳도 결국, 경유지일텐데... 우리를 그냥 죽일려고 이곳에 가둬놓은 건 아닐테고...."

"...오, 올데스라면 충분히 그러고도 남지 않을까...?"

".....오, 올데스라면……. 가능할지도...."

그 순간.

【올데스 하라마만타의 두 번째 시험이 내려집니다.】

【시험을 내리기 전, 두 번 째 시험에 대한 목표에 대한 알맞은 추리로 추가 보상이 주어집니다.】

【소량의 능력치 상승과 (잘 말린 육포)와 (생수) 가 주어집니다.】

【커스로치 1만 마리를 처리하십시오.】

【커스로치 1만 마리를 모두 처리하게 되면 자동으로 다음 지역으로 이동하게 됩니다.】

【현재 처리한 커스로치: 0.】

올데스의 두 번째 시험이 내려졌다.

.......그 바퀴벌레 새끼들을 1만 마리를 때려잡으라고…?

"....1만 마리면...한 명당……. 거의 100마리가 할당량이잖아……."

"......무, 무리라고...!! 보, 본적은 없지만....아, 아까 사람만 한 바퀴벌레라면서!!!"

"...시, 싫어....못해...!!! 무리라고...이런 건..."

뒷걸음질을 치며 고개를 도리도리 젓는 녀석들.

특히, 여 훈련생들이 격하게 고개를 내저으며 강한 거부감을 드러낸다.

".....싫으면 죽던가."

나의 입에서 무감정한 말이 흘러나왔고, 여 훈련생들의 움직임이 멈춘다.

"...나도 무리거든. 너희 같은 겁쟁이를 지켜주면서 케어하는 건. 하기 싫다면... 뭐, 어떡할 거야? 평생 이곳에서 숨어지내면서 오염된 이끼나 뜯어 먹으면서 광인이 되던가, 녀석들의 밥이 되든가 해야지."

분한 듯 입술을 질끈 깨무는 여 훈련생들.

하지만 그녀들은 이내 다시금 앞으로 한 발짝 다가왔고, 말없이 바닥을 내려다본다.

......선택의 여지가 없다는 걸 알아차린 듯하다.

나는 【사이코메트리】를 사용해서 보았던 쥐새끼의 기억을 토대로 녀석들에게 설명을 시작했다.

"우리가 지금 있는 위치는 이 D­2 지역의 가장 중심이라고 봐도 좋아. 너희들은 잘 안 보이겠지만 피트기관을 이용하고 있는 내게는 잘 보이거든. 지금 내가 서 있는 곳을 중심으로 오른쪽이 동쪽, 왼쪽이 서쪽, 뒤가 남쪽, 그리고 정면이 북쪽이야."

"....그, 그래? 부럽네....내 눈에는 거의 아무것도 안보이는데.."

"지금 우리가 서 있는 곳에서 각각 한 30m쯤 떨어진 곳마다 어두운 터널 같은 길들이 뻗어있어. 동서남북 모두다. 아까 우리를 포위하던 녀석들은 모두 북쪽으로 사라졌으니까, 웬만하면 북쪽은 피하려고 해. 뭐, 다른 방향에 커스로치들이 없다고는 절대 못 말해. 어디를 가든 있을 거야."

나의 설명에 이제는 두통이 제법 가셨는지, 가만히 상황을 지켜보고 있던 표지안이 물어온다.

"..그럼 어느 방향의 길로 갈건데...?"

"...으음...동쪽으로 가는 게 좋을 것 같아."

"...이유는?"

"별다른 이유는 없어. 그냥 반딧불이 다른 지역보다 조금 더 많이 서식하고 있다는 정도…? 빛 속성 마법을 사용하면 너무 환하니까, 녀석들의 이목을 끌게 돼. 최소한의 시야를 확보하려면 반딧불이 많은 쪽이 좋다고 생각해. 뭐, 그만큼 녀석들이 우리를 발견할 확률도 높아지지만...우리도 녀석들을 발견한 확률이 높아지니깐…. 쌤쌤이지. 뭐."

최소한의 시야 확보.

별것이 아닌 것처럼 보일지 몰라도, 모두 눈뜬 맹인과 같은 상황인 지금에선 이보다 좋은 선택지가 없었다.

자신의 눈앞에 커스로치가 그 뾰족한 주둥이를 들이밀며 공격을 해와도 반응을 할 수 없는 녀석들이 대부분이었기에.

"우리는 동쪽으로 이동해서 천천히 동쪽에 서식하는 커스로치들을 제거해 나갈 거야. 그렇게 동쪽의 커스로치들을 모두 제거하면 적당한 위치에 은신처를 만들 거고. 그리고는 날마다 사냥을 나가서 1만 마리의 커스로치들을 죽이는 게 내 계획이야."

간단하게 말을 했지만, 말처럼 쉬운 일이 아니었다.

애초에, 동쪽 구역의 커스로치들을 제거하다가 전멸을 할 수도 있었고, 다른 구역의 커스로치들이 몰려와 퇴로가 막혀 진퇴양난(???)의 상황에 빠질 수도 있었다.

하지만 움직여야 했다.

오히려 지금 우리가 서 있는 이 장소는 너무나 위험했다.

그 이유는 이곳은 커스로치들의 목을 축일 수 있는 오염수가 흐르고 있었고, 네 방향에서 커스로치들이 언제 튀어나올지 몰랐기에.

그리고 확실하지는 않지만, 【사이코메트리】를 사용해 보았던 기억 속에서 각 구역의 커스로치들의 생김새가 조금씩 다른 것 같았다.

쥐의 시점으로 바라본 것이라, 너무나 어두워 확실하게 판단을 하기는 어려웠지만, 만약....동.서.남.북.에 각각 서식하는 커스로치들의 종이 다르다면…. 녀석들에게도 영역 다툼이나, 먹이 경쟁 같은 것이 있을 수도 있었다.

.....내가 잘못 본 것일 수도 있지만....방법이 없잖아.

".....자아, 동쪽으로 이동한다."

보상으로 받은 육포와 생수를 제복의 주머니에 꽂아넣고서 발걸음을 옮겨 이동하기 시작한다.

.....하아...이럴 줄 알았으면....세S코에서 한 번이라도 일해보는 건데..."

바퀴벌레에게 있어, 사신이자 악명높은 화학 테러가인 세S코의 직원을 소환하고 싶은 심정이었다.

* * *

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