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57화 〉 56화. 옐로우 게이트.(26)
* * *
옐로우 게이트가 생성된 지, 10일이 넘는 시간이 흘렀다.
이제 어느 정도 상황파악을 끝낸, 대한민국의 정부와 헌텨 협회는 상황의 위험도를 낮추었다.
옐로우 게이트의 여정이 꽤나 장기적으로 갈 것 같았기 때문이다.
지하대피소에서 생활하고 있던 수많은 사람들이 다시 지하를 벗어나 일상생활로 돌아가기 시작한다.
여전히 옐로우 게이트를 둘러싸고서 항시 대기를 하고 있는 수많은 헌터들이 있었고, 연일 생방송으로 옐로우 게이트 안의 상황이 중계가 되었다.
그로 인해, 일반 시민들의 생활에는 조금 변화가 찾아왔다.
평상시, 퇴근하면 주변 지인들과 술잔을 기울이며 자신의 취미를 즐기던 사람들이 모두가 약속이라도 한 듯이 옐로우 게이트의 상황을 챙겨보게 된 것이다.
옐로우 게이트의 상황을 전문적으로 다루는 티비 프로그램이 나올 정도로 지금 옐로우 게이트에 대한 모든 것은 뜨거운 감자였다.
중장년층들은 대부분 티비를 통해서 그 소식을 접했고, 젊은층들은 거의 대부분 인터넷 방송을 통해 그 상황을 바라보고 있었다.
마침, 하르멜에서 맞이하는 10 일차가 끝날 시간에 벌어졌던 사건에 대해서 갑론을박을 토하는 채팅이 끊임없이 올라오고 있었다.
ㅡ 와....님들 진짜 저 새끼 완전 사이코 아님?
ㅡ ㄹㅇ ㅋㅋ ㅈㄴ 소시오패스새끼지 저게...사람의 새끼가 아니야...
ㅡ ㅅㅂ ㅋㅋ 우리가 랜덤 뽑기 하는 과정을 다 지켜봤는데...무슨 주작주작 거리고 있어....찌질이 새끼가..
ㅡ ㅇㅇ 근데 어쩔 수 없음...우리가 영화 같은 거 보면 ㅈㄴ 발암캐들 꼭 나오잔슴? 그런거랑 똑같은 거임...
ㅡ ㄹㅇ 소름....저런 소시오패스 정신병자 새끼가 10명 중에 최소 3명은 있다는데...ㄹㅇ ㅈㄴ 소름 돋음..
ㅡ 아니, 근데 나는 좀 이해가 되는데? 솔직히 죽기 싫잖아....나 같아도 저럴듯.
ㅡ 와 ㅅㅂ 소시오패스새끼가 여기 한 명 더 있네.....ㄹㅇ 님 같은 사람은 절재 집밖으로 나오지마셈...제발 부탁임 민폐....
98%가 거의 이지원을 거세게 비난....아니, 비하하는 댓글로 도배되어 있는 채팅창.
사람들의 무시무시한 질타와 비난을 받는 이지원과는 반대로 사람들의 무한한 칭찬과 애정을 듬뿍 받는 존재가 있었다.
ㅡ 그나저나....사이비...진짜 존나 멋있다...ㄹㅇ 마지막 3초 남을 때 까지...아무도 구역 이동 포기 안했는데...혼자서 포기함....ㄹㅇ 상남자...
ㅡ 상남자라기보단....그냥 신이야...그는 신이야...ㄹㅇ 빛 밖에 안보임..
ㅡ 진짜 사이비 없었으면 ㄹㅇ 다 뒤졌다 ㅋㅋㅋ 대가리 펑펑!!
ㅡ ㄹㅇ 저번에 막 이능 몬스터 잡을 때 부터 ㅈㄴ 멋있다고 생각했는데...ㄹㅇ 개쩌는 듯...오늘부터 사이비 팬 한다.. 살아서 돌아오기만 하면...
ㅡ .......ㅅㅂ 진짜 살아서 돌아와라....진짜 영웅은 저런 사람을 두고 말하는 거임...진짜 저 상황에 저럴 수 있는 사람이 얼마나 되겠냐...
ㅡ 근데...님들 저번에 한시아랑 사이비랑 DVD방? 거기 갔을 때...갑자기 화면 검정색으로 물들던데 왜 그런거임?
ㅡ 아....그거... 그 이석훈 【차원안】에 내재되어 있는 AI 기능이라고 해야하나? 개인의 프라이버시를 침해하는 장면은 저절로 송출을 안 한다고 했던 것 같은데...
ㅡ 프라이버시...? 둘이 있는데 프라이버시를 침해한다고 하면.....그것 밖에 없는데?
ㅡ 야스? ㅅㅅ? CEX?
ㅡ 야스!!
ㅡ 왠지....ㅅㅂ 여 훈련생들 샤워실에서 샤워하는 거 보려고 할 때 마다....검은색으로 물들더라 ㅡㅡ ㅅㅂ....
ㅡ ㅄ 새끼....훔쳐보기냐? 더러운 ㅆㄷ 새끼...ㅉㅉ
ㅡ ㄹㅇ 표지안 샤워하는 거 ㅈㄴ 보고 싶었는데.....몸매 ㅈㄴ 죽이는 듯 표지안...
ㅡ ㅇㅈㅇㅈ ㄹㅇ 여전사 같은 느낌...ㅈㄴ 세쿠시...
ㅡ 난 한설화....진짜 걔 몸 보고 싶음....ㄹㅇ 진짜 ㅈㄴ 좋겠다 미래의 한설화 남편은....그 몸이랑 맨날 떡칠 거 아녀....ㅈㄴ 부럽...
ㅡ 뭔소리여.....시아가 짱이지....ㄹㅇ 얼굴은 ㅈㄴ 귀여운데...몸매는 ㅜㅑ.....
ㅡ 한시아는 이미 사이비가 있는데? 양아치 같은 새끼네 이거....
ㅡ ㅅㅂ 골대에 골키퍼 있다고 골이 안들어가냐 ㅄ아...생각 좀 해라..
ㅡ ㅅㅂ 너나 생각 좀 해 ㅋㅋㅋㅋ 방구석 키보드 워리어랑 뱀신 킹갓 제네럴 카이져쏘제 히어로 영웅 스윗뱀남 사이비가 비교가 되냐? 대가리에 총 맞았나 ㅋㅋㅋㅋㅋㅋ
그렇게 채팅창은 빠르게 빠르게 올라가며 여 훈련생들의 몸매 비교에 대한 글들이 올라오기 시작했고, 수많은 충돌이 채팅창에서 일어나기 시작했다.
※
"우욱....이게 무슨 냄새야..."
포탈존에서 이동한 여파로 울렁울렁 거리는 속을 부여잡고 한 손을 벽에 기댄 채 서 있었다.
축축한 공기와 코가 썩어들어갈 것만 같은 악취.
주변은 온통 어두컴컴했고, 가까운 곳에서 물이 흐르는 소리가 들려온다.
이 코를 찌르는 악취가 자꾸 신경이 쓰였다.
.....분명....어디서 맡아본 냄새인데...
울렁거리던 속이 제법 진정이 되자, 머리가 조금은 맑아졌다.
그러자.
.........아... 이 냄새는.....?
정확하게는 잘 모르겠지만, 흔히들 하수구 냄새라고 표현할듯한 냄새였다.
도로 위 맨홀 뚜겅을 열고서 깊숙하게 머리를 처박고서 냄새를 맡으면 이런 냄새가 날 것 같았다.
......지하...지하 인 건가?
그런 생각이 머리를 스칠 때 쯤.
【D2 구역에 도착하셨습니다.】
【시험을 통과하셨기에, 보상이 주어집니다.】
【시험에서 세운 공에 따라 알맞은 보상이 주어집니다.】
【알맞은 보상을 내리기 위해 검토 중입니다.】
올데스의 시험에 대한 보상을 알리는 기계음이 들려왔다.
".......보, 보상? 또 주는 거야?"
"....그, 그게 무슨 소용이야...어차피 우리는...."
의도치 않게 얻게 된 보상에 놀라는 녀석도 있는 반면에, 이미 삶을 포기한 듯 비관적인 말을 내뱉는 녀석도 있었다.
.......한심한 새끼.
저런 비관론자가 파티에 끼어있다면 여러모로 피곤해질 수 밖에 없었다.
【띠링!】
【시험에서 가장 큰 공을 세웠습니다.】
【특별한 선택적 보상이 주어집니다.】
.......특별한..서, 선택적 보상...?
【1. 냉기의 손길. 2. 지면 이동. 3. 신체 강화.】
내 눈앞으로 반투명한 창이 생겨났다.
더 이상의 설명은 없는 것 같았다.
매우 불친절한 시스템에 인상을 찌푸린 난 보상이 적혀있는 창을 뚫어지게 바라본다.
....냉기의 손길과 지면 이동이라...이 두 개는....마치...
D3 지역에서 마주쳤던 두 종의 이능 몬스터.
발톱과 이빨로 상대방을 공격해 얼음으로 만들어버리던 청표범과 땅속을 헤엄치며 무시무시한 기습을 해오던 악어가 생각나는 듯한 이름이었다.
아마, 내 생각이 맞다면....저 두 개의 능력은 그 두 몬스터의 이능과 같을 것이다.
......그렇다면....마지막 남은 신체 강화는.....설마....라이칸들이 사용하는 그 신체 강화...?
이것에 대해선 확신이 없었다.
신체 강화를 사용하는 이능 몬스터도 없었고, 말 그대로 나의 신체를 강화만 해주는 능력인지, 아니면 라이칸들처럼 짐승의 모습으로 변화시켜주는 능력인지 감이 잘 오지 않았다.
.....냉기의 손길과 꼬리의 시너지는 말로 표현할 수 없을 정도로 좋을 것 같았고, 지면 이동을 이용한 기습공격도 꽤나 맘에 들었다.
하지만.
......만약에, 신체 강화가 라이칸들과 똑같은 신체 강화라면...?
더할 나위 없이 좋았다.
신체 강화를 사용해 뱀으로 변하고서, 그 튼튼한 몸을 가지고서 적들을 쓸어담으며 마법까지 쓸 수 있다면...?
올데스의 시험 자체도 "마법을 사용하지 말 것"이라는 조건이 붙어있었으니, 높은 확률로 라이칸의 신체 강화가 보상으로 떨어질 것 같았다.
그 시험에서 캐리를 한 것이 바로, 라이칸들이었고 그 라이칸들을 만들어 낸 능력이 바로 신체 강화였으니.
....좋아. 신체강화로 가자.
손가락을 뻗어 3번 신체 강화를 눌렀다.
그러자.
파아아앗.
【사이비님이 선택적 보상에서 3번, 신체 강화를 선택하셨습니다.】
【고유 능력: 【신체 강화】가 주어집니다.】
【모든 능력치가 소폭 상승합니다.】
환한 빛무리가 내 몸을 감싼다.
확인을 해봐야 했다.
과연, 이 신체 강화가 그 신체 강화가 맞을지.
...상태창.
【이름: 사이비】
【나이: 20】
【크리쳐: 뱀 (이무기)】
【특성: 마법】
【속성: 독】
【힘: B】 【민첩: A】 【체력: B】
【마력: A】 【도력: A】
【고유 능력: 도력, 차가운 피와 심장, 쾌락액, 뱀의 머리, 길라잡이, 뱀의 심안, 텔레파시, 탐(?), 사이코메트리, 죽음 회피, 신체 강화】
【운명】: 【기본 능력치 상승률: 10%】 【현재 추가 능력치 상승률: 2%】
전과는 다르게 민첩이 A로 올라있었고, 운명의 추가 능력치 상승률이 1% 올라있었다.
......그러고보니, 시아와 섹스를 끝냈을 때, 운명의 추가 능력치 상승률이 올랐다는 말이 들려왔었지….
.....섹스를 하면 능력치가 복사가 된다...? 물론, 아주 소량이지만.
실없는 생각을 하며 실실 웃음을 흘리던 난 시선을 돌려 신체 강화를 바라본다.
【신체 강화】: 자신의 크리쳐의 형태로 몸을 변화시킬 수 있다. 재생력이 늘어나며 보다 강력한 힘과 단단한 방어력을 가지게 된다.
.......이거야!!!
나의 생각이 정확히 맞아떨어졌다.
라이칸의 【신체 강화】와 똑같은 능력이었다.
이로써, 나는 마법과 신체 강화를 다룰 수 있게 되었다.
얼마 전 나와 몸을 섞었던 김아영과 같은 라이칸+수인족의 힘을 다룰 수 있는 수라가 된 것이다.
.....그나저나, 내가 시험에서 가장 높은 공을 세웠다고...? 【사이코메트리】 덕인가...? 많은 부분을 기여하기는 했으니까...
만약에, 정말 만에 하나라도 계속해서 이런 보상시스템이 주어진다면, 1등을 놓쳐서는 안 됐다.
...뭐, 어디까지나 만약이라는 가정일뿐이지만.
그렇게 상태창을 닫아버리고선, 천천히 고개를 돌려 주변을 바라본다.
D3 지역과는 다르게 벽에 등불 같은 것도 없었기에, 주변이 상당히 어두웠다.
등불과는 비교가 안 되지만, 빛이 하나 있다면....그건 바로 내 머리 위를 날아다니며 제법 큰 형광색의 불빛을 뿜어내는 주먹만 한 반딧불이 내뿜는 빛이었다.
.....그래도 없는 것보다는 낫네...
물론, 나는 피트기관으로 인해 어두운 시야 따위는 아무런 문제가 되지 않았지만, 다른 녀석들은 모르는 일이었다.
그렇게 연약한 형광색의 빛에 의지하며 주위를 둘러보자, 다른 녀석들도 어느 정도 상황파악을 끝냈는지 나와 같은 움직임을 보이고 있었다.
그때.
앞에서 표지안이 무뚝뚝한 표정으로 저벅저벅 걸어오더니, 나의 앞으로 다가와 걸음을 멈추었다.
"....이제 어떡할 거지?"
......으음? 지금 나에게 물어본 건가?
무슨 의미냐고 눈으로 묻자, 표지안이 자신의 뒷머리를 거칠게 털어낸 뒤 입을 연다.
"....아이...씨...나는 이런 거에는 전혀 소질 없으니까, 싸움이라면 몰라. 이진하가 없으니 누군가가 리더를 맡아야 할 거 아니야?"
"....내가 리더를 맡으란 소리야?"
".....그럼? 너 말고 누가 있는데? 다른 녀석들도 나하고 크게 다르지 않을걸?"
표지안의 말에 고개를 돌려 다른 녀석들을 바라보자, 천천히 고개를 끄덕거리며 나에게로 모여들기 시작했다.
"......네가 D 클래스 학생이라지만....네 실력은 우리가 직접 봤으니까...난 찬성."
"....나도...솔직히...무슨 일이 있을 때 마다, 다 네가 먼저 나서서 좋게 풀린 일이 많으니까..."
"나도. 찬성."
"잘 부탁해."
.......아...실화냐고 이거...
귀찮기는 했지만, 거의 모든 인원이 찬성을 하고 있는 상황에서 못하겠다고 말하는 것도 보기가 안 좋았다.
"....그래. 근데 이거는 명심해 둬. 나는 전지전능한 리더가 아니야. 분명 사상자는 발생할테고....나는 그냥 상황에 맞는 최선의 명령을 내릴 뿐이야. 나를 믿고 따르면 살 수 있을 거란 기대는 마음속 한 켠에 넣어둬. 자신 없으니까."
솔직히 말해, 부담이 컸다.
이진하에게 이 수많은 목숨들이 네 손끝에 달려있으니까, 똑바로 처신하라며 큰소리쳤지만 내가 그 자리에 서 있어보니 느껴지는 부담감과 압박감이 틀렸다.
".....우선 조를 짜도록 한다. 라이칸은 이쪽으로 딜러들은 이쪽, 그리고 마지막으로 지원병력들은 여기로 이동해줘."
100명.
내가 처음으로 이끌게 될 파티의 인원.
잠시 후 간단하게 인원파악을 끝냈다.
라이칸 55명, 마법을 사용하는 딜러 35명, 갖가지 서포팅을 할 지원가들이 10명.
불행중 다행으로 제법 괜찮은 밸런스였다.
앞에서부터 1조, 2조, 3조로 나누어졌다.
오소리와 표지안을 양옆에 끼고서 맨 선두로 선 뒤 말한다.
"출발한다."
그때.
부우우우웅...!!!
머리 위에서 날아다니던 반딧불 한 마리가 내 눈앞으로 지나가며 거센 날개 소리를 흩뿌렸다.
곤충에게서 뿜어지는 강력한 날개 힘이라고는 믿어지지 않을 정도로 강력한 바람이 나의 앞머리를 흩트려놓았다.
.......무슨....벌레가 이렇게 힘이 좋아... 또 크기는 왜 이렇게 큰 거야.
흐트러진 앞머리를 정리하고서 【독충강림】을 사용해 척후 활동을 시작한다.
......정신 바짝 차려라. 사이비.
* *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