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수인 아카데미의 NTL 왕이 되다-56화 (56/102)

〈 56화 〉 55화. 옐로우 게이트.(25)

* * *

3일 차.

나와 한시아, 둘 중 그 누구도 선택을 받지 못했다.

17명 중 10명이 골드문 아카데미의 훈련생이 선택되었지만, 신지헌의 표정이 좋지가 않았다.

선택받은 훈련생들이 모두 하위 클래스에 속한 훈련생들이었기에...

아직은 괜찮다. 정말로 괜찮았다.

비단, 이런 생각은 나만 하고 있는 게 아닌 듯, 아직 다른 녀석들 또한 꽤나 쿨하게 결과를 받아들인다.

4일 차.

잠들기 전, 불안감을 없애기 위해 오소리에게 나의 독을 주입하며 불안감을 씻어내는 매일 밤이었다.

오소리 녀석도 말은 하지 않고 있지만, 많이 불안해 하는 게 보인다.

녀석도 같이 선택을 받으면 좋겠지만, 우선은 한시아가 먼저였다.

하지만 오늘도 선택을 받지 못했다.

괜찮아. 아직 절반도 진행하지 않았으니까.

5일 차.

드디어 안전지역 하르멜에서 보장하는 생존시간의 절반.

차츰차츰 불안감을 티가 나게 뿜어대는 훈련생들이 보이기 시작한다.

오늘은 블루문과 레드문의 서열 1위인, 한설화와 이진하가 선택을 받았다.

김현철 이사장은 표정을 숨길 생각은 없단 듯, 흐뭇한 미소로 이진하를 맞이했고 한강진 또한 한설화를 향해 밝게 웃음을 지어 보이며 맞이한다.

그럴수록, 신지헌의 표정이 썩어들어가며 매우 안타까운 눈빛으로 표지안을 바라본다.

각 아카데미의 서열 1위가 두 명이나 빠진 이상, 이 D 구역 탐사는 이미 확실한 저승길 루트가 된 것이나 다름없었다.

오늘따라, 한시아의 표정이 더욱 어두워 보인다.

애써, 내 앞에서 티를 내지 않기 위해서 무리를 하며 참고 있는 게 눈에 훤히 보였다.

6일 차.

....씨발.... 답이 없었다.

슬슬 불안함과 초조함이 나의 턱 끝을 계속해서 때리며 옥죄어 오는 것 같다.

한강진 또한, 연신 한숨을 내뱉으며 힐끔힐끔 나와 한시아를 바라봤고, 한시아는 애써 밝게 웃음을 지으며 한강진을 향해 손을 흔들어 보인다.

.....이렇게 밝은 척을 해도 얼마나 무서워하고 있을까...

내일은 광장 분수대에 가서 메리를 만나서 이것저것을 물어보고 와야겠다.

오늘밤은 한시아를 꼬옥 껴안고서 잠을 자야 할 것 같았다.

그녀를 위로해 주기 위한 목적도 있지만, 요 며칠 계속해서 나를 괴롭히는 악몽을 벗어나기 위해서.

그 지독한 악몽은 나와 한시아가 끝내 선택을 받지 못하게 되어, D 구역에서 처참한 죽음을 맞이하는 꿈이었다.

7일 차.

오늘 분수대에서 메리를 만나고 왔다.

자신의 희망한 구역 이동은 언제든 취소를 할 수 있다고 이야기를 하는 메리였다.

만약...만약에 내가 선택된다면.....

....하아...이런 생각을 하는 것 자체가 우스웠다.

오늘 역시도 나와 한시아는 선택을 받지 못했기에….

.....이쯤 되면 너무 큰 기대를 가지는 것은 정신건강에 좋지 않았다.

보통, 꿈은 반대라고 내가 꾸고 있는 악몽들은 흉몽이 아니라, 길몽일 수도 있었다.

물론, 그건 내가 바라는 상황이었고, 흉몽보다 더욱 무서운 예지몽일 수도 있었다.

......내겐 【죽음 회피】 능력이 있어. 이 능력을 사용하고 싶지는 않지만....한 번...한 번은 시아를 죽음에서 도로 끌어올릴 수가 있어. 내가 정신을 차려야 해. 절대 시아보다 먼저 죽어서는...

그런 생각을 하는 도중, 주변에 있는 수많은 녀석들의 얼굴이 눈에 들어온다.

.....새끼들... 모두 똑같은 표정이네. 나도 저런 표정일까?

그때.

유리창에 비친 내 얼굴이 보였고, 쓰게 웃음을 지을 수밖에 없었다.

어느새 내 얼굴 또한 녀석들과 똑같은 표정을 지은 채, 시꺼멓게 눈이 죽어가기 시작했으니까.

8일 차.

..........!!!

선택받았다.

한시아가.

도저히 나의 입가에서 미소가 떠나지를 않는다.

그동안 얼마나 마음을 졸이며 긴 밤을 지새웠던가...

내 머리의 혈관을 꽉 막고 있던 무언가가 시원하게 뻥 뚫려버린 기분이었다.

한강진과 나의 시선이 허공에서 얽혔고, 둘은 곧 누가 먼저랄 것도 없이 서로를 바라보며 시원한 웃음을 지어 보였다.

한시아에게 다가가 그 가녀린 어깨를 붙잡고서 축하의 말을 건넸다.

하지만 한시아의 표정은 그전과 똑같이 매우 불안한 얼굴을 하고 있다.

......아마, 나 때문이겠지.

최대한 한시아를 안심시키기 위해서 노력을 했다.

나의 강함을 어필을 하기도 했고, 아직 2번의 기회가 더 남았다고 말을 한다.

절대로 널 과부로 만들지 않겠다고 두 눈에 확신의 감정을 가득 담은 채 말하자, 그제야 작게 고개를 끄덕거린다.

그날 밤.

홀가분한 나의 얼굴을 보고선, 오소리가 축하의 말을 건네왔다.

지현우는 자신만 무단으로 이동을 희망했기 때문에, 미안한 감정이 있는 건지 나에게 말조차 붙이지 못하고 눈치를 볼 뿐이었다.

김민철은 이미 며칠 전에 선택을 받았기에, 그의 얼굴에는 아무런 걱정이 담겨 있지 않았다.

그는 오소리와 나를 시체 바라보듯이 쳐다볼 뿐이었고, 그 어떠한 말조차 하려고 하지 않았다.

그 모습을 보니, 정말로 내가 걸어 다니는 시체가 된 기분이 조금씩 들었다.

하지만 상관없다.

이미, 나의 가장 큰 목표였던 한시아의 이동이 확정되었기에.

그날 밤.

난 처음으로 악몽에서 벗어날 수 있었다.

9일 차.

내 평생 신이란 작자를 찾았던 적이 없었지만, 오늘만큼은 나를 이곳에 보내버린 그 신이란 작자에 대해 절로 감사가 피어올랐다.

선택을 받았다.

마지막 17명을 뽑는 차례에서 기적처럼 나의 이름이 흘러나온 것이다.

나의 이름이 흘러나오는 순간.

한시아가 털썩 제자리에 주저앉으며 굵은 눈물을 흘리며 아기처럼 울었다.

그러자 한강진이 내게 눈짓하며 얼른 달래주란 의사를 보냈고, 마음속에서 차오르는 안도감과 계속해서 함께 할 수 있다는 기쁨이 마구 날뛰기 시작한다.

한시아의 등을 토닥여주며 달래주고 있을 때, 레드문 아카데미 무리에 껴있는 김아영이 나를 바라보며 눈물을 글썽이고 있는 게 보였다.

딱딱한 선배와 후배 관계를 유지해달란 나의 말에 말 한 번 못 붙이고 멀리서 바라보기만 하던 김아영이었다.

....설마 내가 신이게 감사하다고 인사를 올릴 줄이야.

이곳에 온 이후로, 참 많은 게 변한 것 같다고 느끼는 나였다.

모습도, 성격도, 가치관도, 나의 인생도.

앞으로는 내가 꿈꾸는 행복한 미래를 위해 열심히 전력질주를 해야 할 때였다.

그렇게 밝은 미래를 그리며 주위를 둘러보던 그때.

.......오소리....

오소리가 고개를 축 늘어트린 채, 바닥을 보고 있는 모습이 내 눈에 들어온다.

룸메이트로 지내며 굉장히 많은 정이 붙은 녀석이었다.

항상 매일 밤 내게 독을 주입 당하면서 강해지는 것 같은 기분이 든다며 농담을 건네던 녀석.

"우린 괜찮을 거야." 라고 말하면서 눈치를 보며 위로를 하던 녀석.

그랬던 녀석이 선택을 받지 못하게 되자, 마음속에서 답답함과 미안함이 밀려온다.

......아...씨...진짜 거슬리네...

평상시와 같이 내 옆에서 조잘조잘 떠들어대는 한시아를 보니 기분이 좋았지만, 옆으로 고개를 돌려 애써 밝게 웃음을 지으며 축하를 건네는 오소리를 보자 그 좋았던 기분이 팍 식는 기분이었다.

그날 밤.

난 오소리와 굉장히 많은 대화를 나눴고 잠이 들기 직전, 처음으로 신에게 기도라는 것을 해보았다.

대망의 10일 차.

결국, 오소리는 선택을 받지 못했다.

이제 정확히 10 일차가 끝나기 전까지, 10분이라는 시간이 남았다.

정확히 170명의 구역 이동 희망자가 나왔고, 나 또한 그 무리에 섞여 D 구역을 탐사하게 될 인원들과 거리를 둔 뒤 그들을 바라보고 있었다.

긴장감인지, 두려움 때문인지는 몰라도 덜덜 떨리는 몸을 억지로 통제하며 환한 웃음을 짓고서 손을 흔드는 오소리.

.......씨발....아.......좆같아...

내 인생에 있어, 첫 친구라고 할 수 있는 녀석이 죽음의 골짜기로 들어가는 꼴을 보려니 말로 표현할 수 없는 비참함이 몸을 타고 흐른다.

그 순간.

­ 꼬오옥.

나의 손을 감싸는 따뜻한 온기와 함께 부드러운 감촉이 느껴진다.

【.....사이비님...죄, 죄송해요...이럴 땐 어떤 말을 해야 할지 잘 몰라서....】

눈물을 글썽이는 한시아.

【...으음...아니야. 오히려 내가 미안해. 신경 쓰이게 해버렸네. 그냥 지금처럼 손을 잡고 있어 줘. 그거면 돼.】

­ 꼬오옥.

말없이 고개를 끄덕거리며 내 손을 더욱 강하게 붙잡는 한시아.

그런 모습을 흐뭇하게 바라보며 엄지를 치켜세우는 한강진.

.....그래. 어쩔 수 없잖아. 나에겐 지켜야 하는 게 있어. 내가 할 수 있는 건 이제.....녀석의 생존을 바라며 기도를.....아..씨발!! 기도는 무슨....기도가 통할 것 같았으면 진작...오소리 녀석이 이쪽으로 왔어야지.

체념했다.

어차피 내가 할 수 있는 건 없었기에, 최대한 담담하게 오소리 녀석과 인사를 할 뿐이었다.

슬픈 마지막은 싫었기에, 오소리 녀석에게 농담을 던졌다.

【가서 형 없다고 또 저번처럼 오줌 지리지 마라. 알지? 몬스터들은 오줌 냄새에 환장하는 거?】

【....그, 그건 잊어줘...그건 불가항력이라고....솔직히 올데스정도면 오줌 정도는 인정해줘야 하는 거 아니야?】

【....크큭...하하하...하긴. 그것도 그렇지...솔직히 나도 지릴 뻔했으니까.】

【...푸풉...!!사실 지렸던 건 아니고..?】

말을 섞으면 섞을수록, 가슴속 한 켠이 답답해져 온다.

하지만 어쩌랴.

이 악물고 웃는 얼굴로 배웅하는 수밖에.

그렇게 오소리 녀석과 시시콜콜한 말들을 주고받으며 마지막을 기다리던 그때.

".....씨, 씨발!!!!! 나, 난 인정 못 해!!!!! 씨발!!!!!!!!"

블루문의 한 훈련생이 자신의 머리를 쥐어뜯으며 절규를 하듯이 소리친다.

­ 웅성웅성.

녀석의 제복을 보니 이지원이라는 이름이 적혀있었다.

­ 뿌욱 뿌욱.

이지원이 자신의 머리를 아주 강하게 잡아당기자, 한 움큼의 머리카락이 뽑혀 나온다.

"나, 나, 나, 난... 인정 못 해!!! 씨발!!!! 모두 짜고 치는 고스톱이잖아!!! 이건 너희가 계획해 놓은 판이잖아!!! 이 사기꾼 새끼들아!!!!"

삿대질을 하고 악을 써가며 외치는 녀석.

그러자 주변에 있던 99명의 학생이 조금씩 동요를 하기 시작한다.

사람이 극한의 상황까지 몰리게 되면, 정상적인 사고를 할 수가 없었다.

자칫, 잘못하면 10일간 전신의 기가 빨리며 진행한 랜덤 뽑기의 결과가 순식간에 무로 돌아갈 수도 있었다.

"아...저 미친 새끼...진짜.... 랜덤 뽑기 할 때는 아무 말 하지 않다가 왜 이제 와서 저 지랄인데....존나 역겹네..."

"...아 좀 받아들여라…. 씨발.. 남자 새끼가....이제와서 뭔 주작 타령인데?"

내 주변에서 짜증이 가득 담긴 말들이 들려온다.

이해는 갔다.

물론, 이해는 갔지만, 이 랜덤 뽑기는 주작도 뭣도 아니었고 아주 투명하고 공정하게 진행이 되었다.

그건 모두가 아는 사실이었지만, 자꾸 저렇게 주작 타령을 한다면 D 구역 탐사 인원으로 결정된 99명의 훈련생이 어떻게 나올지는 모르는 일이었다.

......빨리 상황을 수습해야 해. 이러다가 누구 한 명이 트롤짓이라도 한다면..........그땐 다 같이 죽는다.

그때.

고래고래 악을 써가며 소리를 지르는 이지원을 더는 못 보겠는지, 골드문의 훈련생 한 명이 나서며 쓴소리를 내뱉는다.

"야!!! 뭔 주작 타령이야!!! 너도 봤잖아!! 씨발!! 그냥 받아들이라고!!! 이제 와서 네 이기심 때문에 다른 사람들 곤란하게 만들어서 민폐 끼치지 말고!!!"

"아아아악!!! 씨발!!! 좆까!!! 뭐, 미, 민폐?!! 크흐흐흐...진짜 민폐가 뭔지 보여줄까?!!!"

".........!!!"

이지원의 말 한마디에 장내의 분위기가 싸늘하게 가라앉는다.

이지원이 방금 내뱉은 그 말은 "다 같이 죽자!"라는 말의 느낌이 아주 강하게 묻어나는 말이었다.

­ 저벅저벅.

신지헌이 앞으로 걸어 나온다.

그는 무척이나 아쉬운듯한 눈빛으로 D 구역 탐사 인원들이 모여있는 곳에 있는 표지안을 바라본다.

"이지원군...? 자네도 알다시피 나는 우선순위 계획을 실행하고 했던 사람이네. 만약, 자네 말대로 우리가 미리 결과를 짜놓았다면 나는 1순위로 저기에 서 있는 표지안양을 선택받게 만들었을텐데....이상하다고 생각은 안 하는가? 표지안양이 D 구역 탐사를 하게 된다니?"

너무나도 논리적인 말이었다.

실력 지상주의에 찌든 신지헌이었더라면, 당연히 표지안을 데려와야 했지만, 표지안은 D 구역 탐사 인원에 속해 있었다.

"...이이익!!! 그, 그건....표, 표지안은 그냥 보여주기식으로……."

이지원의 아무 말에 신지헌의 표정이 찌푸려진다.

"...보여주기식이라....저 표지안 훈련생이 말인가...?"

슬그머니 기세를 끌어올리는 신지헌.

­ 딸꾹!

그때.

【안전지역 하르멜이 1분 뒤에 소멸합니다. 생존자분들은 각 구역의 포탈존으로 이동해주시기 바랍니다.】

이지원의 정신을 무너뜨릴 만한 기계음 목소리가 들려온다.

"흐, 흐히이익!!! 시, 싫어!!! 뭐, 뭐가 됐든 상관없어!!! 나, 난 저, 절대 D 구역으로 안 갈 거야!!!!"

­ 타타타탓!!!

고개를 도리도리 저으며 빠르게 D 구역의 포탈존에서 멀어져 B 구역의 포탈존으로 달려가는 이지원.

나와 한시아 또한 B 구역으로 배정받았기에, B 구역 포탈존에서 대기를 하고 있었는데 이지원이 내 앞으로 달려오고 있는 상황이었다.

【...사, 사이비님!! 저, 저 사람을 어떻게 해야....】

가늘게 떨리는 한시아의 목소리.

이미 모두가 자신이 배정받은 포탈존에서 대기를 하고 있는 상황이었다.

단 한 명, 이지원만 빼고 말이다.

이지원의 탈주로 99명의 인원밖에 안 되는 D 구역의 탐사 인원이었다.

그 말은 즉....이대로 남은 40초가 흘러간다면 모두가 머리가 터져 죽을 것이라는 얘기였다.

그 순간.

거친 숨을 몰아쉬며 B 구역 포탈존에 도착한 이지원이 오른쪽 손을 들어 올리기 시작한다.

"야!!! 저, 저 새끼 팔 못 올리게 막아!!!"

"이 씨발새끼가!!!!"

주변에 있던 훈련생들이 하늘을 향해 올라가는 이지원의 팔을 붙잡고서 강한 힘으로 밑으로 누른다.

".....이, 이익!!! 이거 놔!!! 너, 너희끼리만 사, 살겠다 이거야?!!!"

"뭐래...이 씨발새끼가....우리는 공정하게 뽑기로 뽑혔다고!!!!"

세 명의 훈련생들이 달라붙었음에도 쉽사리 이지원의 손을 무력화시키지 못하고 있었다.

엄청난 힘이었다.

사람이 위기에 순간에 몰리면 순간적으로 초인 같은 힘을 발휘한다고 했던가...

지금 이지원이 딱 그런 상황인 것 같았다.

"이, 이새끼 무슨 힘이...."

"...이, 이익...!! 이거 놓으라고!!!"

­ 퍼어억!!

이지원이 자신의 팔을 붙잡는 훈련생 한 명을 팔꿈치로 가격한 뒤, 더욱 높게 팔을 올리려 한다.

"야!! 안 되겠다!!! 이 새끼 혀부터 뽑든가, 잘라내든가!!!"

"재설정"이라는 말을 내뱉을 수 없도록 혀를 잘라내겠다는 말을 내뱉는 훈련생들.

【15초 남았습니다. 서둘러 포탈존으로 이동해주시기 바랍니다.】

........낭패다. 씨발!!! 어디서 이런 트롤새끼가...!!

그때.

­ 콰드득!!

"으아아아악!!!!" 내, 내 손가락!!!!"

이지원의 혀를 정말 잘라내려는 듯, 이지원의 혀를 쭈욱 잡아당긴 채 작은 단검을 꺼내던 한 훈련생의 손가락을 이지원이 강하게 물어버렸다.

피가 허공으로 튀었고, 당연하게도 잡고 있던 이지원의 혀를 놓친다.

"재, 재설정!!!!"

이지원의 입에서 시한폭탄과 같은 말이 흘러나왔고.

【10초 남았습니다. 서둘러 포탈존으로 이동해주시기 바랍니다.】

"꺄, 꺄아아아악!!!!"

"씨, 씨발!!! 미친 새끼야아아!!!!!"

"이 개새끼가!!! 뒤져 이 병신 같은 새끼야!!!!"

­ 퍼억!! 퍼억!! 퍽!! 퍽!!

자신의 목적을 달성했다는 듯이, 실성한 웃음을 흘리고 있는 이지원을 여럿의 훈련생들이 무자비하게 구타하기 시작했고, 주변에서는 곧 있으면 다가올 죽음에 절망해 비명을 지르는 훈련생들이었다.

"우, 우린 다 죽었어!!!"

"하, 하하하...끄, 끝났어...다, 다 같이 죽는 거야..."

【5초 남았습니다. 서둘러 포탈존으로 이동해주시기 바랍니다.】

귓가로 딱딱한 기계음이 아주 또렷하게 들려온다.

쉴 새 없이 흔들리는 한시아의 눈과 오들오들 떨리고 있는 그 가녀리면서도 풍만함 몸.

......모두가 개죽음을 당할바엔.....

【나중에 봐. 시아야.】

".........!!!"

【....사, 사이비님...?】

매우 놀란 눈으로 날 바라보는 한시아.

­ 피식.

의미 없는 헛웃음이 새어 나온다.

"나 사이비는 구역 이동 희망을 취소한다!!"

메리에게 들었던 대로 오른손을 들어 올리고서 말을 내뱉었다.

【띠링!】

【사이비님이 구역 이동을 희망을 포기하셨습니다. 현재 구역 이동 희망자는 170명입니다. 신규 이동 희망자인 이지원님은 자동으로 B 구역으로 배정받게 됩니다.】

".........!!!!"

".....허어억!!!!"

【3초 남았습니다. 각 생존자들은 서둘러 포탈존으로 이동해주시기 바랍니다.】

"오소리!!!!"

일미를 빠르게 직선으로 오소리를 향해 뻗었다.

"...대, 대장!!!!"

일미의 머리를 콱 잡은 오소리가 아주 강하게 잡아당긴다.

"너, 너희들도 도와줘!!!"

오소리가 주변을 바라보며 도움의 요청을 하자, 주변에 있던 훈련생들이 나의 꼬리를 붙잡고서 강하게 잡아당겼고, 나 또한 두 다리에 힘을 주고서 아주 빠르게 앞을 향해 쏘아져 나갔다.

튀어져 나가는 힘과 잡아당기는 힘이 합쳐지자, 내 몸이 엄청나게 빠른 속도로 쏘아져 나갔고....

【1초 남았습니다. 각 생존자들은 서둘러 포탈존으로 이동해주시기 바랍니다.】

카운트가 끝나기 직전, 무사히 D 구역의 포탈존으로 이동할 수 있었다.

그 순간.

【사, 사이비님!!!!!!】

찢어질 듯한 한시아의 절규소리가 머릿속에 웅웅 울려댔고, 굵은 눈물을 흘리고 있는 한시아의 모습이 나의 눈에 들어올 때쯤.

환한 빛무리가 시야를 가로막으며 울렁거림이 느껴졌다.

【무리하지 말고 기다리고 있어. 나중에....나중에....꼭 데리러 갈게.】

한시아에게 전음을 보냈다.

물론, 그 말을 한시아가 들었을지, 못 들었을지는 모르겠지만.

* *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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