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수인 아카데미의 NTL 왕이 되다-51화 (51/102)

〈 51화 〉 50화. 옐로우 게이트.(20)

* * *

"모두 식사는 잘하셨는지요. 흠흠. 긴말 없이 바로 본론으로 들어가겠습니다. 저는 한 아카데미의 지도자로서 결정해야 했습니다. 물론, 그 결정이 정말로 쉽지는 않았지만.....저는 세 아카데미의 신입생들에게 우선순위를 매겨 구역을 이동시키고자 합니다."

신지헌이 말의 끝나자, D 구역의 생존자들에게서 커다란 파문이 일어나며 순식간에 소란스러운 웅성거림이 퍼져나갔다.

"...우, 우선순위?"

"....이게 뭔 개소리야...우선순위?"

시끄러운 웅성거림이 일파만파 퍼져나가며 장내가 순식간에 들끓기 시작한다.

그때.

블루문의 한 신입생이 손을 번쩍 든다.

"우, 우선순위라뇨…? 그게 도대체 무슨....."

불안한 눈빛을 띠며 물어보는 신입생을 바라본 신지헌은 잠깐 침묵을 지키더니, 곧 그의 무거운 목소리가 흘러나온다.

"...제가 말한 우선순위는 각 아카데미의 상위 클래스의 훈련생들을 먼저 이동시키는 계획을 뜻합니다."

".........!!!!"

한순간 침묵이 장내를 덮친다.

그리고는....

"..마, 말도 안 돼!!!! 이, 이건 말도 안 돼요!!!"

"씨, 씨발...!! 그, 그럼 나머지 훈련생들은....다 뒤지라고?"

"우선순위는 씨발....우리도 이동을 희망할 권리가 있다고!!!"

D 구역의 생존자들에게서 거센 반발이 터져 나온다.

물론, 그 거센 반발이 터트리는 것은 C나 D 클래스에 속해 있는 훈련생들이었다.

A나 B 클래스에 속해 있는 훈련생들은 슬그머니 고개를 돌려 신지헌을 바라보며 고개를 끄덕거린다.

그리고 그런 모습을 바라보고 있는 하위 클래스의 훈련생들이 적개심을 드러낸다.

"이, 이런 배신자 새끼들!!!"

"...씨발!! 네들은 아니라 이거지? 비겁한 새끼들!!"

"뭐라고 좀 말해 이 새끼들아!!!"

참담한 광경이었다.

......사람 목숨에 가치를 매겨 우선순위를 정한다고…?

참 좆같은 발상이었다.

하지만 지도자인 그들에게는 어쩌면 가장 합리적이고 필요한 결정이기도 했다.

­ 꼬옥.

내 손을 강하게 붙잡는 한시아의 손이 느껴진다.

나와 한시아 역시 레드문의 D 클래스였기에, 이런 식으로 상황이 마무리가 지어진다면 생존을 장담하기 어려운 상황이 된다.

...좆까, 씨발. 네들한테는 상위 클래스의 훈련생들이 우선순위겠지만……. 내게는 얘가 제일 먼저야.

그들에게 있어서 최고의...아니, 최선의 선택이라고 할지언정, 곧이곧대로 따라줄 생각은 없었다.

그 순간.

"지헌이. 자네...지금 이 상황을 수많은 사람들이 지켜보고 있다는 것을 잊은 겐가?"

한강진이 미간을 좁히며 신지헌을 향해 묻는다.

......역시, 자기 손녀를 죽게 내버려 둘 순 없지.

다른 하위 클래스의 훈련생들처럼 직접 나서서 반발을 할 수도 있었지만, 한강진의 존재를 믿었기에 잠자코 기다리고 있었다.

그리고 보란 듯이, 신지헌의 의견에 부정적인 의사를 내비치는 한강진.

한강진의 물음에 가늘게 눈을 뜨고서 한강진을 바라보는 신지헌.

신지헌은 매우 못마땅하다는 듯한 눈빛으로 한강진을 흘겨보고선, 고개를 돌려 무덤덤한 목소리로 말한다.

"물론, 알고 있다네. 그걸 왜 모르겠는가? 친구여."

"뭐? 알고 있으면서도 그런 말을 한다는 겐가?"

"...그렇다네. 난 한 아카데미의 최고 권력자로서, 가장 이성적이고 이상적인 판단을 내리고 있네. 자네도 나와 같은 위치이니, 잘 알고 있잖아? 이것이 최선이라는 걸. 우리는 앞으로도 많은 몬스터, 게이트와 전면전을 펼쳐야 하지. 그리고 그 전투에 있어 가장 중요한 건... 훌륭한 자원이자 재능이 뛰어난 친구들이지."

신지헌의 말에 한강진이 고개를 저으며, 혀를 찬다.

"이보게. 지헌이. 사람의 목숨에 우선순위와 등급을 나눌 수 없네. 구실 좋게 미래를 운운하며 그런 말을 해봤자, 결국, 우리들의 이기심에 희생당하는 사람이 있다는 게 중요한 사실이지."

"......정말로 그렇게 생각하는 겐가? 강진이."

신지헌이 날카롭게 눈을 빛내며 묻는다.

고개를 끄덕거리며 대답하는 한강진.

"그렇다네."

그 순간.

­ 씨익.

신지헌의 입꼬리가 말려 올라간다.

"하지만 자네의 아카데미 교수들은 그렇게 생각하지 않는 것 같은데 말이지..."

조소를 머금은 신지헌의 말에 한강진이 자신의 뒤를 돌아본다.

그러자 그곳에는 레드문 아카데미의 많은 교수들이 보였는데, 그중 절반이 한강진의 눈빛을 피해 고개를 슬그머니 돌리고 있었다.

"....자네들...."

힘없이 내리깔리는 한강진의 목소리.

"그래. 자네 말대로 사람의 목숨에 어떻게 값을 매기겠나…."

갑작스러운 신지헌의 나긋나긋한 어투에 다시 한 번 고개를 돌려 신지헌을 바라보는 한강진.

"다만...!! 지금은 특수한 상황이라는 말일세. 국가적 재난 사태가 발생한 상태에서 수많은 환자가 속출했다면...우리에게 필요한 사람은 누구겠는가? 바로 의료업계 종사자란 말이지. 그렇다면... 그런 상황에서 일반인의 목숨이 더 무겁겠는가? 아니면, 의료업계 종사자의 목숨이 더 무겁겠는가? 답은 정해져 있다네. 그저, 자네는 허울 좋은 말로 현실을 외면하고 실체라고는 없는 이상을 꿈꾸는 몽상가일 뿐이지. 정신 차리게, 친구."

­ 빠드득.

한강진의 입에서 이가 갈리는 소리가 들려온다.

"이건...내 손에 피만 안 묻힐 뿐…. 엄연한 살인행위라는 걸 알고 말하는 거겠지?"

"....살인행위라니, 큰일 날 소리를 하는구먼. 이건 단지, 최선의 선택에 의해 발생하는 조그마한 손해일 뿐이네. 모두가 함께 갈 수 있다면, 그것만큼 좋은 일이 없지만...상황이 상황이다 보니, 어쩔 수 없는 아름다운 희생이라네. 안 그렇습니까? 김현철 이사장님?"

아주 뻔뻔하기 짝이 없는 말을 늘어놓으며, 블루문의 이사장인 김현철에게 화두를 던지는 신지헌이다.

"............."

김현철은 아무런 대답도 하지 않았다.

하지만 딱히, 거부적인 의사를 내비친 것도 아니었다.

아니, 오히려 조용히 수긍하는듯한 분위기를 풍기고 있었다.

배신감과 경악으로 물든 블루문의 하위 클래스 신입생들.

아무리 지금이 특수한 상황이라지만, 자신들의 목숨을 저울질하며 팽을 하는 모습은 강한 거부반응을 일으키기에 충분했다.

"....씨발.... 그냥 얌전하게 뒤져달라고?"

"어림도 없지...절대 용납 못 해!! 씨발! 내가 왜...나의 목숨을 포기하면서까지 상위 클래스 새끼들을 살려야 하는데?"

세 명의 이사장 중, 두 명이 우선순위를 매긴다는 계획에 동의했으니, 좋든 싫든 어른들의 입맛에 맞춰져 개죽음을 당할 판이 되었다.

점점 장내의 분위기가 험악해지기 시작한다.

­ 고오오오오.

장내의 곳곳에서 거친 마력이 솟구쳐 오르기 시작했고, 사나운 들짐승들의 울음소리가 낮게 깔리기 시작한다.

" 크르르르르릉...."

"그르르륵..."

이래 죽으나, 저래 죽으나 어차피 개죽음을 당할 운명에 처한 하위 클래스의 훈련생들이 모두가 한마음이 되어 힘을 끌어올린다.

"절대 용납 못 해!! 이 개새끼들아!!!"

"...이, 좆같은 배신자 새끼들도 그렇고...그 좆같은 이기적인 계산에 뇌가 절여진 꼰대 새끼들도 전부 좆같아!! 씨발!!!"

마법을 사용하면 죽는다는 올데스의 금제도 이 안전지역에서는 무용지물이었기에, 곳곳에서 화려한 불빛들이 떠오르며 살상용 마법이 캐스팅된다.

상위 클래스에 속해 있는 D 구역의 훈련생들이 반란을 일으키는 하위 클래스 훈련생들에게서 멀찍이 물러나며 다른 구역의 훈련생들과 자연스럽게 합류한다.

철저하게 고립이 되듯이, 하위 클래스의 훈련생들이 자신들을 둘러싼 모든 이를 바라보며 이를 드러낸다.

당장에라도 뛰쳐나갈 듯 몸을 들썩이는 라이칸들과 이미 완성이 되어 주인의 명령을 기다리는 수많은 마법들.

누가 톡 하고 건들면 터져버릴 것 같은 긴장감이 흐르던 그때.

나는 손을 들고서, 버려진 이들을 대표하듯이 앞으로 걸어나간다.

".......?"

"........!!! 너는...."

하찮은 의아함을 품은 신지헌과 놀란 눈으로 나를 쳐다보는 한강진.

".....안녕하세요. 저는 레드문 아카데미의 D 클래스 사이비라고합니다."

고개를 살짝 숙여 인사를 했지만, 대답은 들려오지 않는다.

"단도직입적으로 말씀드리겠습니다. 방금 말씀해주신 의견은 내부에 분열을 일으키는 최악의 수라고 말씀드리고 싶네요. 평소라면 윗분들이 까라고 하면 까야겠지만, 신지헌 이사장님이 말씀해주셨듯...지금은 특수한 상황이네요? 뭐, 상황이 그렇다보니...저희도 사소한 반항쯤은 할 수 있을 거라 생각이 드는데……. 예를 들면……. 모두가 다 같이 죽는 해피엔딩이라던지요?"

­ 씨익.

가볍게 싱긋 웃는다.

두 명의 이사장이 손을 잡은 이상, 한강진에게 어떻게든 다수결이니, 대를 위한 소의 희생이니 아무 말이나 곁들여 좆같은 우선순위의 의견을 밀어붙일 게 뻔했기에, 터질 것 같은 심장을 달래며 우리가 할 수 있는 최선이자, 최고의 수를 이용해 상황을 진행시켜야 했다.

"저희도 살고 싶은데....상황이 자꾸 저희가 안 좋은 생각이 들도록 만들게 하네요? 어떻게 생각하세요? 신지헌 이사장님?"

한강진이 근처에 있었기에, 그를 믿고서 입안에서 맴도는 말을 제법 순화시켜서 말을 했다.

뭐, 그 말을 듣는 입장인 신지헌에겐 협박을 하는 것과 다를 바 없겠지만.

최대한 여유로운 척 웃음을 짓고서, 신지헌을 바라보았다.

초조해 보이는 모습을 보인다면, 왠지 얕잡아 보일 것 같았기 때문이다.

여차하면, 사고를 터트릴 미친놈이라는 인상을 심어주는 게 협박...아니, 협상에 좋을 것 같았다.

"......지금 나를 협박하는 겐가?"

낮은 신지헌의 목소리가 들려온다.

매우 심기가 불편해 보이는 그의 목소리에는 은은한 노기가 서려 있었다.

­ 오싹.

약간의 노기가 담긴 그의 말 한마디에 뒷목이 서늘해진다.

거대한 압박에 움츠러드는 몸과는 다르게 나의 얼굴은 처음과 같은 여유로운 미소를 짓기 위해서 필사적으로 노력한다.

"...협박이 아닌, 협상으로 해두죠. 큰 의미는 담아두지 마세요. 주인이 자신을 죽이려 손을 뻗는데, 그 손길을 받아들이는 개새끼가 어디 있겠습니까, 그 손을 물어 뜯어버리....아니, 그 주인의 목을 물어뜯는 게 당연한 일 아니겠습니까?"

나의 말이 끝나자마자, 거대한 마력이 나의 몸을 짓눌러온다.

­ 고오오오오...

몸이 덜덜 떨려온다.

물론, 신지헌이 모든 마력을 끌어올려 기세를 던지거나 하지 않았지만, 이 정도만으로도 나의 몸을 괴롭히기엔 충분했다.

그 강대한 마력이 나의 몸을 감싸자, 내부가 진탕이 되며 속에서부터 피가 역류해 입 밖으로 흘러내린다.

고통스러웠고, 나의 몸을 거인이 찍어누르는 것과 같은 압박감이 느껴졌지만, 결코 표정을 찌푸리거나 하진 않았다.

오히려, 더욱 진한 미소를 피어올라며 신지헌을 바라본다.

".....주인을 물어 뜯는다라.... 하지만 난 너의 주인이 아닐세. 모르는 들개가...아니, 미친개가 공격을 해온다면 당연히 죽여야겠지. 안 그런가?"

­ 쿨럭.

기세가 더욱 강해진다.

입 안에서는 비릿한 핏물이 계속해서 느껴졌고, 귀로는 삐이이 하는 이명음이 들려온다.

"....큭....주인의식이 굉장히 강하시네요. 이사장님....크으읏.....제가 언제 저의 주인님이 이사장님이라 말씀드렸습니까?"

­ 쿨럭.

" 커허억...!! 쿨럭.. 쿨럭..."

한 웅큼의 핏물이 터져 나온다.

그리고...

­ 저벅저벅.

내 뒤로 수많은 발소리가 들려온다.

"................!!!!!"

가늘게 떠져 있던 신지헌의 눈이 커지며 그 눈동자가 떨려온다.

일미로 보는 시야에는 내 뒤로 길게 줄을 나열해 서 있는 수많은 훈련생들이 있었다.

그들은 바로 자신들의 주인에게 버려진 C, D 클래스에 속해 있는 D 구역의 생존자들.

"미친개라뇨....전부 버려진 유기견들인데, 말씀은 똑바로 해주세요. 양심 없는 견주님."

또다시 입 밖으로 터져 나오려는 핏물을 억지로 삼키고선 활짝 웃음을 짓는다.

"개밥 되기 싫으시면 말이에요."

* *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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