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수인 아카데미의 NTL 왕이 되다-46화 (46/102)

〈 46화 〉 45화. 옐로우 게이트.(15)

* * *

데스롤(death roll) 일명, 죽음의 회전.

악어들이 자신이 물고 있는 상대방을 잘게 잘게 자르기 위해 온몸을 빠르게 회전하는 행동.

그 죽음의 회전을 지금 오소리를 물고 있는 초거대 악어 녀석이 시작하려고 있었다.

그 모습을 지켜보던 나와 한설화, 표지안의 얼굴에는 조금씩 짙은 절망감이 깃들기 시작했다.

.....새, 생각해...!! 어떻게든 방법을 생각해야.....씨발!!! 그딴 게 있을리가....

절체절명의 순간에도 너무나 또렷하고 차분한 머리가 원망스러웠다.

차라리 분노와 무력함에 젖어 크게 소리라도 지르고 싶었지만, 【차가운 피와 심장】으로 인해 너무나 맑은 정신은 끊임없이 돌파구를 찾아내라고 재촉하고 있었다.

머리는 차가웠지만, 활화산과도 같은 뜨거운 화가 나의 몸을 달구었다.

...씨발...절대 곱게는 못 죽어주지. 이 개새끼들아.

­ 빠드드득.

입안에서 이가 갈리는 소리가 흘러나왔다.

오른손을 움직여 강하게 주먹을 쥐었다.

그러자 검은색의 아지랑이가 더욱 짙게 피어오르기 시작했고, 이를 악물고서 나의 왼팔을 물고 있는 악어 녀석의 아가리를 사정없이 후려갈겼다.

­ 퍼어억! 퍼억!! 퍼억!!

주먹이 악어의 아가리와 충돌할 때마다, 녀석이 더욱더 강하게 나의 팔을 꽉 물어댔지만, 그런 고통 따위는 안중에도 없었다.

지금 내 머릿속엔 오직 이 녀석의 이빨을 부셔야 한다는 생각밖에 없었기에.

­ 퍼억! 퍼억!!

정교한 움직임이나 방향 따위는 없었다.

오로지 아가리 사이로 삐쭉삐쭉 튀어나온 녀석의 거대한 이빨을 주먹으로 후려칠 뿐이다.

마력을 끌어올려 주먹에 집중시켰지만, 녀석의 이빨은 너무나 단단했다.

오히려, 나의 주먹에 생채기가 늘어나며 조금씩 피가 흘러내리고 있었다.

....제발.. 제발 좀!!!

그때.

­ 콰직..!!

­ 투투투툭.

드디어 원하던 소리가 들려왔다.

전혀 아무렇지 않아 보이던 녀석의 이빨이 부서지며 바닥으로 그 거대한 이빨과 잔해들이 흘러내렸다.

일미를 이용해 바닥에 떨어진 이빨을 주워 역수로 쥐었다.

그리고는...

­ 푸우욱!! 푸우욱!!

손을 최대한 뻗어 녀석의 눈 근처를 마구 찌르기 시작했다.

확실히 맨손으로 공격하는 것보다, 녀석의 이빨에 마력을 싣고 공격을 하자 더욱더 강한 공격을 할 수 있었다.

­ 푸우욱!!

찔렀다.

녀석의 눈을...

­ 크아아아왕!!!!

­ 콰드드득.

......독한 새끼...

하지만 녀석은 고통에 몸부림을 칠지언정, 결코, 나의 왼팔을 놓아주지 않았다.

.....너도 한 성깔 한다 이거지? 좋아. 누가 이기는지 한 번....

­ 스르르르륵..

등에서 식은땀이 흐르기 시작했고, 다시 한 번 머릿속에서 경고음이 맹렬하게 울리기 시작했다.

오소리를 물고 있는 녀석과 마찬가지로 나의 팔을 물고 있는 녀석이 데스롤을 시전하기 시작했다.

.....아....안 돼. 이대로가면...

녀석이 이대로 데스롤을 시작하게 되면, 엄청난 고통과 함께 팔이 걸레 짝처럼 뜯겨 나갈 것이다.

난 고개를 돌려 오소리를 쳐다보았다.

오소리는 벽 속에서 튀어나온 악어에 의해 몸을 물려 허공에 붕 뜬 상태였고, 그 상태로 조금씩 회전하고 있었다.

하지만 나는 두 발이 지면에 닿아있는 상태.

허공에 떠 있는 오소리는 말 그대로 놀이기구를 타는 것처럼 공중에서 빙빙 돌게 되겠지만, 지면에 발이 닿아있는 난 처참하게 팔이 뜯겨 나갈 것이다.

......남 걱정 할 때가 아니야.

다행이었다.

초거대 악어가 멍청한 것인지, 아니면 오소리를 상대로 갖고 놀고 있는 것인지는 모르겠지만, 확실한 건 허공에 떠 있는 상태라면 오소리는 데스롤에 의해 그렇게 커다란 피해를 입지 않을 것이라는 거다.

.....문제는 난데.. 씨발...이렇게 된 이상....내 스스로 팔을 잘라내는 게..

극단적이긴 하지만, 나름 이 위기의 순간을 벗어날 수 있는 유일한 방법 같았다.

.....결정을 내렸으면 빠르게 행동해야지.

이를 악물었다.

살기 위해서 나의 팔을 잘라내야 한다지만, 그건 쉬운 일이 절대로 아니었다.

.....어쩔 수 없어. 목숨을 잃는 것 보다야...팔 하나가 낫겠지.

주변에서 달려드는 몬스터들을 정리하느라 바쁜 이미와 삼미를 제외하고서 일미를 내 팔 근처로 움직였다.

­ 콰드득.

일미가 자신의 아가리 근처로 다가오자, 더욱 거세게 힘을 주어 몸을 회전시키려는 녀석이었다.

­ 뚜두두둑.

그 회전하려는 힘을 억지로 버티고 서 있다 보니, 나의 왼팔에서 연쇄적인 뼈 소리가 들려왔다.

"크으읏....후우....자, 잘 부탁한다. 일미야. 한 번에 잘라내야 해."

절로 떨리는 목소리로 혼잣말을 중얼거린다.

일미의 기다란 독니를 이용해 나의 팔을 꿰뚫고서 그대로 강하게 움직여 팔을 뜯어낼 생각이었다.

­ 빙그르르르.

더는 회전을 억제하기가 힘들었다.

.....크윽...지, 지금이야.

일미의 아가리가 쩍 벌어졌다.

그 순간이 마치, 슬로우모션처럼 느리게 재생되는듯했고, 그 짧은 시간 동안 많은 기억이 머리를 스쳐 지나가기 시작했다.

한시아와의 첫 만남, 섹스, 그리고 그녀를 운명의 상대로 받아들이는 순간과 그녀의 보지 속에 나의 자지가 들어가는 순간까지.

....아, 씨발...이 순간에도 그 생각이냐….

수컷은 죽음의 순간에도 종족 번식을 위해 발기를 한다는 생물이었다.

......미쳤지. 미쳤어. 이 순간에도...

그때.

나의 뒤통수를 강하게 때리는듯한 깨달음이 찾아왔다.

...자, 잠깐... 배, 뱀의 머리!!!

내가 이차원에 도착했을 때부터 받은 고유 능력.

.......멍청한 새끼....왜 이 생각을 못 했을까...

따지고 보면, 일미와 이미, 삼미까지 전부 【뱀의 머리】의 능력을 이용해서 싸우고 있었는데...

【뱀의 머리】: 신체의 어떤 부위라도 뱀의 머리를 만들 수 있다. 길이부터 굵기, 모양까지 자신의 마음대로 바꿀 수 있다.

여태 섹스 할 때나, 자지나, 꼬리의 길이. 굵기 등을 키워서 사용할 생각만 했지, 단 한 번도 크기를 줄여야겠단 생각을 한 적이 없었던 것 같았다.

.....아니....있었나? 시아가 작은 몸을 가지고 있었을 때, 한 번 자지의 크기를 줄였던 것 같기도...

아무튼, 지금 중요한 건 그게 아니었다.

"넌 뒤졌어. 이 개새끼야."

활활 타오르는 화가 엄청난 집중력으로 변질되어 나의 왼팔에 집중되었다.

그러자.

­ 스르르르륵.

나의 왼팔에서 느껴지는 묘한 이질감과 함께 손이, 뱀의 모습으로 바뀐 것이 느껴졌다.

.....크기를 더 줄여야 해. 지금은 너무 굵어.

여전히 내 팔목만 한 뱀으로 변해버린 왼손의 정신을 집중하고서 더욱더 크기와 굵기를 줄이기 시작했다.

­ 스르르륵.

편안했다.

나의 왼팔을 꽉 물어 재끼던 강한 압박이 느껴지지 않았다.

­ 씨익.

녀석의 아가리 속에서 자유롭게 움직이는 나의 팔...아니, 뱀이라고 해야 할까.

끈적이는 침으로 뒤덮인 커다란 혀의 감촉이 느껴졌다.

.....이건, 선물이다. 이 새끼야.

끈적이는 침으로 뒤덮인 녀석의 혀를, 이제는 일미 녀석들과 같이 뱀의 머리를 가지고 있는 왼팔로 물어버렸다.

­ 표오옥!

그러자 녀석이 몸을 움찔거린다.

이미 독니가 녀석의 부드러운 혀에 박힌 상황이었고, 녀석은 돌이킬 수 없는 강을 건너게 된 셈이다.

­ 슈우우욱.

작지만 강력한 독을 가지고 있는 독샘에서 독이 뿜어져 녀석의 혀 속으로 주입이 된다.

뭔가 이상한 낌새를 눈치챘는지, 홱 하고 고개를 돌려 자신의 아가리 속에 들어있는 내 팔을 뱉어내는 녀석.

녀석의 입에서 빠져나온 나의 왼손이 축축이 젖어있었다.

담배 한 개비 정도의 굵기를 가진 뱀으로 변해있는 나의 왼팔에 헛웃음이 흘러나왔다.

"...하.. 왜 이렇게 멸치 같냐...이거."

혼잣말을 중얼거리던 찰나.

나를 공격했던 악어 녀석이 다시 한 번 벽 속으로 몸을 숨겨버렸다.

....넌 이미 죽어있어. 이 새끼야.

조금 있으면, 온몸에 독이 퍼져 죽을 녀석에게 더 이상의 관심은 사치였다.

­ 휘익! 휘익! 휘이익!!

신경을 거스르는 바람 소리가 왼편에서 들려왔다.

고개를 돌려 바라본 그곳에는, 오소리 녀석이 허공에서 아주 빠른 속도로 빙글빙글 돌아가며 데스롤을 당하고 있었다.

"꾸, 꾸르르르륵..."

그때.

점점 오소리의 몸이 지면과 가까워지기 시작했다.

악어 녀석이 유흥은 끝났다는 듯, 물밑으로 가라앉듯이 점점 지면을 향해 내려갔기 때문이다.

...그렇게는 안 되지.

나는 마력을 집중해 일미에 불어넣기 시작했다.

그러자 풍선에 바람을 불어넣듯, 점점 더 크기가 커지는 일미였다.

마치, 원X스에 나오는 주인공이 자신의 손에 공기를 불어넣어 주먹의 크기를 키우는 것과 같이 점점 더 크기를 키워간 일미가 결국 초거대 악어 녀석과 비슷한 크기의 머리까지 도달했을 때.

­ 쉬이이이익!!!!!!!!!

일미가 허공을 향해 커다란 쇳소리를 내었다.

크기가 커짐에 따라 목청도 커지는 것인지, 그 엄청난 위압감이 풍기는 커다란 소리에 전투를 벌이고 있던 라이칸들과 몬스터들의 시선이 일미에게로 집중이 되었다.

"허, 허어억!!! 저, 저게 뭐야!!!"

"미, 미친.... 요, 용이냐...."

헛숨을 들이켜며 놀라는 훈련생들의 목소리가 들려왔으나, 전혀 신경 쓰지 않은 채 천천히 오소리를 바닥에 갈아버리려는 악어 녀석에게로 일미를 움직였다.

......크으...크, 크기가 커지니까, 움직이기가 너무 힘든데...?

그랬다.

너무나도 거대해져 버린 일미를 움직이는 일은 결코 쉬운 일이 아니었다.

일미를 지탱하는 꼬리뼈가 시큰거리고 아려오는 게 천천히 움직이는 지금 이 순간조차도 무리일 정도였다.

....전투는 할 수 없겠지만...깔아 뭉개는 건 가능하다. 이거지.

자신에게 거대한 일미가 다가오는 것을 모르는 것일까, 악어 녀석은 그저 오소리를 갈아버리기 위해서 밑으로 내려가고만 있었다.

그 순간.

­ 콰아아아앙!!

악어의 머리 위에 도달한 일미가 온몸에 힘을 풀었고, 그대로 악어를 향해 낙하했다.

허공에서 빙빙 돌고 있던 오소리가 바닥으로 처박혔고, 악어의 아가리 또한 일미의 무게를 견디지 못하고 바닥에 처박혔다.

­ 들썩들썩.

악어 녀석이 자신의 머리를 들어 올리기 위해 안간힘을 썼지만, 신화 속에서나 나올법한 괴물의 크기로 변해버린 일미를 들어 올리기란 역부족이었다.

그렇게 악어의 머리 위로 일미를 고정시켜 꾹 눌러놓은 채, 발걸음을 옮겨 죽은 듯이 쓰러져 있는 오소리에게로 다가간다.

­ 터억.

한쪽 무릎을 꿇고서 오소리의 상태를 살펴보았다.

악어의 입안에서 피가 흘러나오는 것으로 보아 아마도 꽤나 심각한 상처를 입은 것 같았다.

【야, 오소리..괜찮냐?】

혹시나 싶어, 전음을 보내자, 몇 초 후 녀석의 끙끙 앓는 소리가 들려왔다.

【꾸, 꾸르르륵...어, 어지러워....대장...】

­ 피식.

목소리를 들어보니, 나름 괜찮은 것 같았다.

【수고했어. 잠시만 기다려. 꺼내줄게.】

일미의 무게에 눌려 움직이지 못하고 있는 악어였지만, 치명적인 상처를 입은 것은 아니었다.

당연히, 녀석의 거대한 아가리를 힘만으로 벌리기는 어려운 일이다.

....하지만 방법이 다 있지.

나의 왼쪽 검지가 길게 늘어나며 뱀의 머리로 변한다.

그리고는 그 검지를 움직여 거대한 이빨 사이 속에 있는 틈으로 흘려보냈고, 축축한 녀석의 혀가 느껴지자 그대로 입을 벌려 독니로 물었다.

독이 주입되고 있는 상황.

녀석의 덩치가 덩치이다 보니까, 꽤나 오랜 시간 동안 독을 주입했다.

.......그나저나, 이 상황이면 지면 속으로 도망쳐야 하는 거 아닌가? 왜 가만히 있는 거지.

지면 속을 물처럼 헤엄칠 수 있는 능력을 가졌더라면, 지금 이 상황을 벗어나기 위해 지면으로 잠수해야만 하는 녀석이 어째선지, 지면 속으로 들어가지를 않았다.

그 순간, 처음으로 한설화의 목소리가 들려왔다.

【이 몬스터. 자신의 몸에 무언가가 닿아있으면, 지면 속으로 들어가지 못하는 것 같아.】

한설화는 처참하게 도륙이나 숨을 헐떡이는 악어를 무표정으로 바라보며 말했다.

한설화의 왼발이 악어의 몸에 닿자, 악어는 지면에서 거친 숨을 헐떡이고 있었는데, 그녀가 잠시 왼발을 떼자 지면이 일렁이며 악어가 조금 지면으로 가라앉고 있었다.

......확실히, 강해. 그 어떠한 조금의 상처도 없어.

한설화, 그녀는 처음과 같이 아주 깨끗한 상태였다.

몬스터의 피 한 방울 조차 그녀의 옷에 튀지 않았으며, 숨소리마저 처음과 똑같이 아주 평온했다.

.....그러고 보니, 저 녀석의 상태창을 본 적이 없었네. 한설화의 특성은 신체 강화인가? 크리쳐는 뭐지...

문득, 한설화의 상태창을 한 번도 열람해 본 적이 없다는 걸 깨닫는 나였다.

.....지금 한 번 봐볼까?

그런 생각을 하며 두 눈에 힘을 집중시키던 찰나.

"아이.. 이 씨발 새끼가!!! 별것도 아닌 게 얼굴을 들이밀고 지랄이야."

상당히 거친 욕설을 내뱉으며 표지안이 두 손을 탁탁 털며 다가오고 있었다.

한설화와는 너무나 대조적인 모습이었다.

온몸에 피 칠갑을 한 것만 같은 표지안의 모습.

그 새까맣게 칠흑 같던 털에 피를 몇 바가지는 뿌린 것 같았다.

흑표범이 아니라, 붉은기가 감도는 검은 털을 가진 표범과도 같은 모습이 아주 성격과 딱 어울린다는 생각이 들었다.

【꾸르르륵...대, 대장...?】

오소리의 목소리가 들려온다.

【....으음? 왜?】

【....다른 게 아니라, 이 녀석 입 좀 어떻게 해줘...너무 무거워서...나 혼자서는....】

한설화와 표지안을 바라보고 있던 시간 동안 어느새 몸에 독이 퍼져 생명을 거의 잃어버린 악어 녀석이 미동도 없이 축 늘어져 있었다.

작게 고개를 끄덕거린 후, 너무나 쉽게 벌어지는 악어의 아가리를 쩍 벌려 오소리가 기어 나올 수 있는 공간을 만들어줬다.

그러자 오소리가 피에 절은 복부를 드러내며 슬금슬금 악어의 입에서 빠져나왔고, 두 사람의 옆에 서서 나를 바라보았다.

셋이 보내는 눈빛의 의미를 알아차린 난 거대해져 버린 일미를 다시 원래의 상태로 돌려놓고선, 무릎을 꿇어 오른손을 바닥에 대었다.

그리고는 정신을 집중한 뒤, 지면 속을 헤엄치는 이능 몬스터들을 찾기 시작한다.

잠시 후, 작은 미소와 함께 고개를 절레절레 저었다.

【다, 다행이다...】

안도의 한숨과 함께 오소리가 씨익 웃었다.

【이능 몬스터들을 모두 처리했다. 다음으로 넘어가도 돼.】

이진하에게 전음을 보냈고, 곧 안도의 한숨과 함께 이진하의 목소리가 들려왔다.

【수고했다...정말 모두 수고했어. 이쪽도 어떻게든 방어적으로 버티다 보니, 상황이 제법 괜찮았어. 이제 한 번에 몰아쳐서 끝내자고.】

【한 번에 몰아치다니? 그게 가능할 것 같아? 최대한 방어적으로 나가면서 천천히 녀석들의 숫자를 줄이는 게...】

이진하의 말에 표지안이 미간을 좁히며 반박했다.

【아니, 방어적인 것도 좋지만, 이능 몬스터를 전부 쓸어버린 지금이 적기야.】

【적기라니? 도대체 무슨...】

【지금 실시간으로 이능 몬스터들을 제거했다고 주변에 알리고 있어. 당연히 사기는 하늘을 찌르고 있고...이 사기를...자신감을 계속해서 끌고 가야 해. 또다시 소모전으로 길게 전투를 벌이면 이 사기가 떨어질지도 모르는 일이야. 최대한 빠르게 녀석들을 쳐부수고서 승리를 쟁취해야 해. 그래야 이 녀석들이 다음 전투에선 더욱더 제대로 된 활약을 할 테니까.】

확실히, 이진하의 말대로 앞열에서 싸우고 있는 라이칸들의 텐션이 굉장히 높아져 있었다.

하긴, 전쟁으로 친다면...적들의 지휘관이나 장수들을 몰살시킨 셈인데…. 이때 밀어붙여서 확실하게 사기를 올리는 게 좋지.

어느 정도 미래까지 계산해서 전략을 짠 이진하에게 작은 박수를 보내주고 싶었다.

하지만 여전히 뚱한 표정을 짓고 있는 표지안이었지만, 결국, 그녀 또한 작게 고개를 끄덕이며 수긍의 뜻을 내비쳤다.

【그래서? 어떻게 하겠다는 건데? 무작정 돌격은 아니지?】

정곡을 찌르는 말이었다.

아무리 사기가 높다 한들, 비슷한 전력과 숫자인 건 다름없었다.

무작정 닥공하는 것은 최악의 악수가 될 수 있었다.

표지안의 물음에 이진하가 침음소리를 내더니, 곧 굳건한 결의가 가득 담긴 목소리로 대답했다.

【....음....우리는 아니, 모든 라이칸들은 속성화를 사용할 거야.】

이진하의 파격적인 선언에 표지안과, 오소리가 두 눈을 커다랗게 떴다.

【뭐, 뭐? 속성화를 사용한다고...?】

표지안이 황당하다는 듯 물었다.

속성화, 그것은 라이칸들의 전유물이자, 양날의 검이었다.

마법을 사용해 속성의 힘을 사용하는 수인들과 달리, 속성의 힘을 제대로 다룰 수 없는 라이칸들이 유일한 방법으로 속성을 사용하는 기술.

자신의 특성에 맞는 속성의 힘을 사용하게 해주지만, 그 리스크가 제법 뼈아픈 라이칸들의 전유물인 속성화가 거론 된 것이다.

* * *

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