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수인 아카데미의 NTL 왕이 되다-43화 (43/102)

〈 43화 〉 42화. 옐로우 게이트.(12)

* * *

"................그렇게 지금 저희 아카데미의 1학년 훈련생들과 엇갈린 상황입니다."

이석훈의 침울한 목소리가 낮게 울리며 시청자들의 귀를 때렸다.

이석훈과 더불어 한강진이 현재 자신들의 상황을 설명하자, 박수민은 한 손으로 이마를 짚고서 고개를 절레절레 흔들었다.

......하필 떨어져도, 가장 경험이 없고, 전투력이 뒤떨어지는 1학년 훈련생들이 낙오되다니...

안타까운 일이었다.

자신의 재능을 꽃피우기 위해 아카데미에 입학한 신입생들이건만, 뜻하지 않게 옐로우 게이트로 빨려 들어가 믿고 의지할 사람조차 없이 신입생들끼리 낙오되었다니...

정말 그들에게는 미안하지만, 신입생들은 전부 살아남지 못할 것이라는 생각이 강하게 드는 박수민이었다.

"혀, 협회장님!!"

협회 소속의 한 헌터가 다급하게 박수민을 부른다.

"......왜 그러는가?"

"이, 이석훈 헌터의 말대로 저, 정말로 1학년 훈련생들이 낙오되었습니다. 그, 그래도 다행인 점은...레드문의 훈련생들뿐만이 아니라, 블루와 골드의 신입생들이 모두 한곳에 모여있습니다."

....다행이라... 과연 그게 정말로 다행이란 말인가...

박수민의 두 눈썹이 꿈틀거렸다.

"...그래. 그렇다면 지금 상황은 어떤가?"

"아, 네! 현재 상황은 옐로우 게이트 내부에는 총 4개의 그룹이 존재합니다. A조인 레드문의 교수진과 2, 3학년 훈련생, B조인 블루문의 교수진과 2, 3학년 훈련생, C조인 골드문의 교수진과 2, 3학년의 훈련생, 그리고 마지막으로 모든 아카데미들의 신입생들이 모여있는 D조가 있습니다."

부하 직원의 보고에 박수민은 하늘을 올려다본다.

"후우....하늘도 참 무심하구만..... 안 그런가?"

"그, 그렇습니다...아니, 무심함을 뛰어넘어서 악독한 것 같습니다."

"......그게 무슨 말인가?"

"고, 곧 있으면 D조와 몬스터 무리가 전투를 벌일 것 같습니다....나머지 조도 현재 탐색 중이긴 하나...아직까지 전투가 벌어질 기미가 보이지는..."

눈을 질끈 감는 박수민이다.

그리고는 천천히 눈을 다시 뜨며, 부하 직원에게 말한다.

"D조의 화면을 띄우게. 너무나 안타깝고 슬픈 장면이 우리를 덮치겠지만, 우리는 혹시 모를 상황에 대비해 얻을 수 있는 정보는 최대한 얻어야 하네."

"....네. 알겠습니다."

부하 직원이 딱딱하게 굳은 얼굴로 대답을 마치고선, 어디론 가로 사라진다.

그렇게 이석훈에게 현재 상황을 듣게 된 사람들이 하나둘씩 D조가 모여있는 46번 화면으로 모여들기 시작했고, 많은 이들의 관심과 불안, 기대와 희망 속에서 D조의 전투가 시작되려고 하고 있었다.

나는 지금 내 눈앞에 떠오른 반투명한 상태창을 바라보고 있었다.

【이름: 오소리】

【나이: 20】

【크리쳐: 벌꿀 오소리】

【특성: 신체강화】

【속성: 대지】

【힘: A】 【민첩: B】

【마력: B】 【체력: S】

【고유 능력: 두꺼운 지방, 질긴 가죽, 면역, 고통 무시, 근성, 깡】

그 상태창의 주인공은 바로 오소리.

허약해 보이던 겉모습과는 달리, 녀석의 상태창은 제법 훌륭했다.

특히나, 체력에 붙은 S는 녀석에 대한 나의 생각을 크게 뒤바꾸며 신선한 느낌을 선사해주었다.

게다가, 고유 능력이 도합 6개나 되었는데, 이제까지 봐왔던 다른 훈련생들보다 많게는 3개, 적게는 1~2개 정도는 더 많았다.

.....살려두길 잘한 것 같은데.... 고유 능력의 이름으로 대충 유추해보자면...탱커 계열일 것 같네.

그때.

1조와 2조가 모두 라이칸으로 형태변화를 마치자, 이진하의 입에서 돌격 명령이 떨어졌다.

"모두 돌격!!!! 어떻게해서든 녀석들을 막아!!!"

참 심플하면서도, 굉장히 어려운 명령이었다.

...어떻게 해서라도 막으라니... 말로는 쉽다. 하지만 어쩌겠는가, 이진하는 이 파티를 이끄는 리더였고 까라면 까야했다.

"가즈아아아아악!!!!!!"

"크아아아아앙!!!"

라이칸으로 변화한 1조와 2조가 흙먼지를 피워올리며 저 반대편에서 모습을 드러내고 있는 몬스터들을 향해 달려간다.

자신들을 지켜보는 수많은 사람들이 있다는 사실을 전혀 모른채...

나 역시 라이칸들과 속도를 맞춰 몬스터들을 향해 달려나갔다.

"야, 오소리."

나의 말에 오소리가 귀여운 소리를 내며 돌아본다.

"꾸르르르륵..?"

"너무 깊게 들어가지 말고, 안될 것 같으면 즉시 내 옆으로 와. 너 하나 정도는 어떻게 커버 쳐줄 수 있으니까."

"뀨우우으으..."

감동을 받았는지, 또다시 귀여운 소리를 내며 똘망똘망한 눈빛으로 날 바라보며 고개를 끄덕이는 오소리.

그렇게 고개를 끄덕이기 무섭게, 코끝으로 몬스터들의 꾸리꾸리한 악취가 느껴졌다.

그러자.

"그르르르륵..!!! 크허어어엉!!!"

조금 전과는 다르게, 매우 거친 짐승의 소리를 포효하며 달리는 속도를 높이는 오소리였고, 녀석은 나의 말을 금세 잊기라도 한 듯이 하늘 높이 뛰어올라 몬스터들을 향해 자신의 몸을 내던졌다.

....저, 저 미친 새끼가...!!

올데스의 살기를 못 이기고서 오줌을 싸질렀던 녀석이 어디서 그런 깡따구가 나왔는지, 한 몬스터의 등 뒤로 착지해 그대로 뒷목을 물어뜯었다.

­ 콰아아아앙!!

­ 캬오오오옹오!!!

­ 크르르르릉..!!!

두 짐승의 집단이 부딪혔다.

마치, 절벽에 내몰린 적들을 밀어내기 위해 밀집해서 방패를 이용해 밀어버리려는 듯, 두 집단 간의 팽팽한 힘 싸움이 시작되었다.

어떻게서든 라이칸들을 뚫어내려는 몬스터들과 어떻게서든 몬스터들을 저지하려는 라이칸들.

팽팽한 힘겨루기를 하고 있는 두 집단의 머리 위에서 오소리 녀석이 자신의 밑에 있는 녀석들의 머리를 밟아가며 요리조리 움직이고 있었다.

그러더니.

오소리의 날카로운 이빨이 늑대와 같은 이빨을 가지고 있는 사슴 몬스터의 길쭉한 목을 강하게 물고선 고개를 이리저리 흔들었다.

­ 콰드득! 부욱..! 찌이익!!

뼈와 가죽이 찢기는 소리가 들려오며 피가 뿜어져 나온다.

"크르르르릉..."

"캬아아아오."

별다른 공격 없이 힘겨루기를 하던 두 집단의 짐승들이 코끝으로 스치는 비릿한 피 냄새에 들끓는 가래소리를 내며 흥분하기 시작한다.

그리고는 그 팽팽하던 긴장감이 한 번에 폭발하며 순식간에 날카로운 송곳니와 발톱을 이용해 서로를 향해 공격을 퍼붓기 시작한다.

­ 촤아아악!!

­ 콰드드득.

".......의 가호!!!"

뒤에서 4조의 목소리가 들려오며 라이칸들의 위로 형형색색의 빛이 내려오며 버프를 가져다주었다.

근력이 올라가고 좀 더 몸이 빨리지는 느낌과 함께 자신감이 차오르기 시작했다.

【탐(?)】의 힘을 끌어올리자, 검은색의 아지랑이가 나의 전신에서 피어오른다.

....씨발. 죽기 아니면 까무러치기지.

­ 타타탓.

민첩한 발걸음 소리가 나의 귀에 들려왔다.

바닥을 기어 다니는 벌레처럼 수백 마리의 몬스터들의 머리와 등을 밟고서 빠르게 움직이는 여우가 나에게로 튀어 오르며 아가리를 쩍 벌려왔다.

정확히 나의 목을 노리고서 들어오는 공격에 난 있는 힘껏 허리를 숙였고, 내 등 뒤로 여우가 지나쳐가는 바람이 느껴진다.

­ 타악.

여우가 지면으로 착지하는 소리가 들려오자, 나는 고개를 돌리지도 않고서 일미의 시야로 상황을 지켜보며 그대로 일미를 이용해 녀석의 몸을 강하게 물었다.

­ 푸욱.

일미의 기다란 두 독니가 여우의 가죽을 뚫었고, 독니에 있는 독샘에서 극독이 뿜어져 여우의 체내에 주입되었다.

자신의 일을 끝마친 일미가 물고 있던 여우의 몸을 놓아주고서 혀를 날름거렸다.

.....이건 공격마법이 아니다. 이거야.

어차피, 여우는 일미의 독으로 인해 근육과 신경이 마비되어 생명을 다할 것이라는 걸 알고 있었기에, 일미를 제외한 이미와 삼미를 이용해 다른 몬스터들을 공격해나가기 시작했다.

마법을 사용할 수 없는 지금, 일미는 최소한의 안전장치로 나의 몸을 지켜야 했기에, 일미는 날카로운 눈으로 주변을 경계하며 내 신체 근처에 머물러 있었다.

【차가운 피와 심장】 때문인지, 당장에라도 터져나갈 것 같이 뛰는 심장과는 다르게 머리는 굉장히 차가웠고, 침착한 상태를 유지할 수 있었다.

걸음을 천천히 옮기며 전투 상황을 지켜보던 내게 사자의 모습을 한 몬스터 세 마리에게 집단 공격을 당하는 고릴라 라이칸이 보였다.

사자의 등 뒤에 올라탄 고릴라 라이칸이 왼팔로 사자에게 백초크를 걸고 있었고, 오른손으로는 다른 사자의 목을 조르고 있었다.

하지만 두 손으로 세 마리의 사자를 막을 수는 없는 법.

나머지 하나의 사자가 백초크를 걸고 있는 고릴라 라이칸의 왼쪽 어깨를 강하게 물어뜯으며 살점을 사방에 흩뿌려대고 있었다.

"키에에에엑!!!"

고통스러운지 비명을 내지르는 라이칸.

고통에 찬 비명을 내지르고 있는 라이칸이었지만, 그 눈빛만은 독하기 그지없었다.

절대로 백초크를 건 왼손과 사자의 목을 쥐고 있는 오른손을 놓아줄 생각은 없어 보였다.

자신이 죽더라도 이 두 마리는 데려가겠다는 의지가 확고해 보인다.

동귀어진(????), 절대로 혼자 죽지 않겠다는 그 의지에 심장이 두근거린다.

그 순간.

어깨뼈가 드러날 만큼 깊게 패여있는 어깨에서 관심을 거둔 사자가 고릴라 라이칸의 목을 쳐다보는 게 느껴졌다.

­ 크르르릉.

사자의 낮은 울음소리와 함께 그 날카로운 송곳니가 라이칸의 목을 물어뜯으려는 찰나.

­ 콰드드득.

삼미가 재빠르게 머리를 들이밀어 사자의 공격을 막아내었고, 그 대가로 사자의 날카로운 송곳니가 삼미의 비늘을 조금 뚫고서 출혈을 일으켰다.

.....크윽..

삼미 또한 나의 신체 일부라 그런지, 제법 성가신 고통이 삼미를 타고 나에게로 전해져왔다.

당황한 눈빛의 사자가 보였고, 그보다 더 당황한 고릴라 라이칸이 나를 바라보고 있었다.

­ 쉬이이이익!!!

공격을 받은 삼미가 뻘건 혀를 날름거리며 사자를 노려보았고, 곧 삼미의 아가리 크게 벌려지며 사자의 머리통을 찍어누르듯 그대로 물어버렸다.

­ 캬아아아오오오!!!!

고통에 찬 비명을 내지르는 사자.

그러자 그 비명을 들은 주변에 몬스터들이 일제히 고개를 돌려 나를 바라본다.

삼미의 독니에서 독이 흘러나와 사자의 뇌에 직접 독을 주입했고, 곧 사자가 몸을 부르르 떨며 바닥으로 쓰러졌다.

­ 타타타탓.

하지만 상황은 그리 좋지 않았다.

죽기 전 내질렀던 사자의 비명 때문에 주변에 있는 수많은 몬스터들이 나를 의식해 달려오기 시작한 것이다.

이미를 이용해 달려오는 늑대 한 마리를 칭칭 둘러감아 옥죄어 압사시키기 시작한다.

­ 촤아악!

볼에서 뜨거운 핏방울이 흘러내린다.

어느새 다가온 표범 한 마리가 발톱을 이용해 나의 볼을 스치듯 긁어낸 상황.

일미가 나를 지키고 있었지만, 공격을 허용할 수밖에 없었다.

"......!!!"

.......씨발...새로운 이능 몬스터...

지면이 호수나 바다처럼 일렁거리기 시작하더니, 그곳에서 거대한 악어가 튀어나와 나의 두 다리를 노린 공격을 일미가 막아내었기 때문이다.

"...바닥을 조심해!!! 지면을 물속에 있는 것처럼 헤엄칠 수 있는 악어의 모습을 한 이능 몬스터다!!!!"

정보 전달은 빠르면 빠를수록 좋았다.

일미가 악어의 공격을 막아내고서 독니로 악어의 등을 물었지만, 그 두껍고 단단한 가죽을 뚫어낼 수 없었다.

.....가, 가죽을 뚫을 수 없어....?

가죽을 뚫을 수 없다면, 체내에 독을 주입할 수 없었다.

­ 스르르륵.

또다시 지면이 일렁이며 나를 공격하던 악어가 지면 속으로 가라앉듯이 사라져버렸다.

서늘하다. 가슴에 비수가 날아와 꽂히는 것 같았다.

마치, 너무 더러운 수질 탓에 물속이 전혀 보이지 않는 늪지대에 고립이 된 느낌이었다.

그 늪지대에는 악어떼들이 득실득실해 내가 방심하는 순간만을 노리는 것 같은 느낌이다.

­ 크허허헝!!!! 캬아아악!!

하지만 경계해야 할 건, 늪지대뿐만이 아니라, 그 늪지대에서 살아가는 또 다른 짐승들도 있었다.

늑대 한 마리가 바닥에 신경을 집중해 있는 나에게 달려들며 나의 오른손을 덥석 물었다.

­ 콰득!

"...크으으....이..개새끼가..."

사자의 머리에 독을 주입하고서, 고릴라 라이칸의 오른손에 목을 붙잡힌 사자마저 확실하게 숨통을 끊어놓은 삼미가 재빠르게 귀환하며 나의 오른손을 물어버린 늑대의 몸을 칭칭 감았다.

그리고는 있는 힘껏 힘을 주어 늑대의 뼈와 장기들을 쥐어짜 낸다.

­ 콰드드득. 빠드득.

­ 깨, 깨애애앵...

몸이 부서져서는 고통에 앞다리를 휘적이며 깨갱거리는 늑대.

벌어진 늑대의 아가리에서 오른손을 빼내어 양손으로 늑대의 아가리를 그대로 위아래로 잡아당겼다.

"이 개새끼야...감히 네가...."

검은색의 아지랑이가 더욱 짙게 피어올랐고, 점점 더 내 양손에 더욱더 강한 힘이 들어갔다.

­ 퍼석!!

위아래로 잡아당겨 지는 강력한 힘에 의해 늑대의 아가리가 완전히 찢어지며 박살이 났다.

­ 털썩.

힘없이 바닥으로 떨어져 내리는 늑대.

그 뒤를 이어 곧바로 나에게 길쭉한 턱을 내밀어 오른쪽 다리를 공격하려는 악어가 보였다.

.......악어..? 씨발.. 도대체 언제.

다행히도 다른 몬스터들의 공격을 막고 있는 두 꼬리와는 다르게 할 일이 없던 삼미가 또다시 움직여 악어의 아가리에 자신의 몸을 들이밀었다.

­ 콰득.

비늘이 긁히는 소리와 함께 또다시 출혈이 일어났지만, 삼미는 절대 당하고만 있지 않겠다는 듯, 자신도 악어의 등가죽을 향해 이빨을 독니를 들이밀었다.

­ 푸우욱!!

.....푸우욱? 부, 분명 아까는 가죽에 흠집도 못 냈는데..?

그냥 본능적으로 삼미를 이용해 악어의 등가죽을 공격했지만, 그전에 전혀 통하지 않았던 공격이 갑작스레 성공하자 기쁨보다는 의아함이 더욱 크게 느껴졌다.

.....서, 설마...?

그때.

내 등 뒤에서 바닥이 물처럼 일렁이는 게 삼미의 시야로 통해 똑똑하게 보였다.

.......씨발. 좆 됐다..

악어의 등가죽을 물고 독을 주입하고 있는 삼미를 재빠르게 움직여 등 뒤에 있는 녀석의 공격을 막으려던 찰나.

­ 콱!!

독을 주입 당해 생명력을 빠른 속도로 잃고 있는 악어가 삼미를 강하게 물고는 놓아주지를 않는다.

...모, 몸이라도 움직여야 해. 구, 구르자..!!

삼미마저 움직일 수 없다면, 나의 몸을 던져서 피하는 방법밖에 없었다.

"........!!"

­ 우끼이이이잇!!!

침팬지와 원숭이를 섞어놓은 것 같은 몬스터 두 마리가 달려들어 나의 다리를 붙잡았다.

"이, 이런 씨발 새끼가....이거 안 놔?"

­ 퍼억! 퍼억! 퍽!!

나의 두 다리를 붙잡고 있는 녀석들로 인해, 움직일 수가 없는 상황.

있는 힘껏 원숭이 새끼들의 머리를 주먹으로 내려친다.

하지만 녀석들은 자신들의 목숨 따위는 이미 내려놓았는지, 두개골이 조금씩 함몰되어 가고 있는 와중에도 결코, 내 다리를 놓지 않았다.

­ 퍼억! 퍽! 퍽!!

그때.

­ 저릿저릿.

­ 오싹오싹.

무엇인지 확실히 느낄 수 있는 죽음의 한기가 내 등 뒤에서 나를 덮쳐왔고, 지면에서 튀어나온 아주 거대한 악어가 아가리를 쩍 벌린 채, 나를 찍어눌렀다.

"......아아...미친...이거 난이도 버그 아니냐고....."

떨리는 나의 목소리가 흘러나왔다.

­ 퍼어억!!

무언가가 나의 몸을 아주 강하게 후려쳤고, 곧 나의 몸이 빠른 속도로 튕겨져나가며 그 장소를 벗어났다.

그리고.

­ 콰드드드득.

무언가를 씹는듯한 소리가 내 귓가로 울려 퍼졌다.

....살았다...? 도대체 뭐가 어떻게....

그런 생각이 들자, 고개를 돌린 내 눈에는 나를 대신해서 거대한 악어의 아가리 속에 몸이 절반쯤 들어가 있는 오소리 녀석이 보였다.

"...오, 오소리...? 네가 왜..."

몬스터들을 마주하고서 정신이 나가버린 놈처럼 튀어나가 버렸던 오소리가 악어의 아가리 속에서 몸을 바둥바둥거리며 사나운 울음소리를 내고 있었다.

* *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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