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수인 아카데미의 NTL 왕이 되다-38화 (38/102)

〈 38화 〉 37화. 옐로우 게이트.(7)

* * *

나는 미련도 없이 전투가 벌어지는 현장에서 등을 돌려 발걸음을 옮기기 시작했고, 그 뒤를 따라 아직도 어리둥절한 모습으로 서 있던 라이칸들이 말 잘 듣는 개처럼 나의 뒤를 쫄래쫄래 따라오고 있었다.

"동물의 왕국 다큐멘터리나 보자 이 말이야."

음울한 보랏빛을 뿜어내는 전등과 독무가 몬스터들의 미래를 대신 말해주고 있는 것 같았다.

광기와 혼란, 혼돈, 공포와 서로를 향한 살기가 끈적하게 엉켜 들며 날것 그대로의 죽음의 전장을 만들어내었다.

­ 콰드득!!

­ 크르르르릉!!!

­ 촤아아악!!

­ 쩌저저저정!!

가죽이 갈라지며 피가 튀기고 흰 뼈가 드러났다.

뜨끈뜨끈한 내장이 꿀렁꿀렁 움직이며 바닥으로 쏟아지고, 허공에서 피의 비가 내리기 시작했다.

그때.

실시간으로 짐승들의 목숨을 건 싸움을 지켜보던 내게 전장을 미쳐 빠져나가지 못한 라이칸 한 명이 보였다.

그 라이칸은 전투에 너무 심취한 나머지 몬스터 한가운데로 들어가 녀석들을 도륙 내고 있었는데, 미묘하게 바뀐 공기의 흐름에 그제서야 정신이 어느 정도 돌아온 것 같았다.

.......저대로 두면 죽겠네.

굉장히 위험한 상황이었다.

이미 그를 제외한 모든 라이칸들과 한설화, 표지안마저 뒤로 물러선 채, 몬스터들끼리 서로 죽고 죽이는 동족상잔을 바라보고 있었으니.

철저하게 고립이 된 라이칸이었다.

그때 옆에 있던 호랑이와 표범을 섞어놓은 듯한 몬스터가 그 라이칸을 발견하고선, 침을 뚝뚝 흘리며 거친 숨을 토해내었다.

­ 그르르르르..

"....크, 크르르릉...!!"

샛노란 짐승의 눈이 나와 똑같이 붉게 물든 것으로 보아, 【광기의 환각】에 잠식당해 미쳐버린 몬스터 같았다.

.....쯧, 【광기의 환각】에 물든 녀석들은 상처 따위는 생각하지 않고서 덤벼들는데….

구해내야 했다.

이 옐로우 게이트가 언제 끝날지도 모르는 상황에 전투할 수 있는 인원 한 명 한 명이 굉장히 소중했기에.

【산성독】.

일미에게 다시 【산성독】을 사용하고 나서 일미를 지면 아래로 보냈다.

­ 크르르와아앙!!

­ 콰득!

범의 모습을 한 몬스터가 라이칸의 왼팔을 거세게 물었고, 두 앞다리로 라이칸의 가슴팍을 마구 할퀴기 시작했다.

­ 촤악! 촤아악!

­ 푸화아아악!

라이칸의 가슴팍이 갈라지며 피가 뿜어져 나왔다.

하지만 라이칸 또한 지지 않겠다는 듯, 자신의 왼손을 물고 있는 녀석의 어깻죽지를 강하게 물고서 고개를 털기 시작했다.

" 크, 크르르릉.."

....도착했네.

직감적으로 일미가 그 둘의 발밑에 도착한 것이 느껴졌다.

【야. 지금 당장 피해.】

텔레파시를 이용해 라이칸에게 전음을 보내자, 인상을 팍 찌푸리며 몬스터의 어깨를 찢기 위해 고개를 털던 라이칸의 귀가 쫑긋 움직였다.

"....크르릉?"

【....피해라.】

그러자 라이칸 녀석이 아주 작게 고개를 끄덕이고는 왼팔을 물어뜯고 있는 몬스터를 향해 오른손을 휘둘러 턱관절을 그어버렸다.

­ 촤아아악!

피가 튀었고, 턱관절이 잘려나간 몬스터의 아가리가 덜덜 떨리며 반쯤 벌어지자, 라이칸이 잽싸게 뒤로 몸을 던지며 물러난다.

그 순간.

­ 콰과과과광!!!

지면으로 진동이 느껴지는가 싶더니, 아가리를 3m 이상 쩌억 벌린 일미가 그대로 몬스터를 삼켜버렸다.

【지금이야. 뛰어.】

나의 전음을 들은 라이칸 녀석이 상처투성이인 몸을 이끌고서 달려온다.

.....마중은 나가줘야겠지.

이미와 삼미의 길이를 쭈욱 늘어트리며 라이칸이 후퇴하는 방향에 있는 몬스터들을 하나둘씩 처리하며 길을 만들었다.

­ 휘이이익!!

­ 콰아앙!!

­ 퍼어억!!

....씨....생각보다 너무 많은데..?

적진의 한가운데로 뛰어든 라이칸이었기에, 돌아오는 길에는 수많은 몬스터들이 길을 막고 있었다.

일미와 이미만으로는 완전하게 길을 만들어낼 수 없을 거란 생각에 직접 몸을 움직여 길을 만들려던 찰나.

"【얼음 칼날】!!"

이진하의 목소리가 들려왔고, 곧 그의 말이 끝남과 동시에 수많은 마법명이 들려왔다.

"불화살!!!"

"물폭탄!!"

­ 퍼퍼펑!!

그 광경을 넋을 놓고 지켜보던 나를 이진하가 바라본다.

"............"

­ 씨익.

호쾌한 유선을 그리며 시원한 미소를 짓는 이진하였다.

그 순간. 이미의 눈으로 보이는 시야에 라이칸 녀석이 방금 이미의 앞에 도착한 모습이 보이자, 단 일말의 망설임도 없이 이미와 삼미를 이용해 라이칸의 몸을 휘감았다.

".....크, 크르릉?"

그리고는 있는 힘껏 당겼다.

­ 슈화아아아악!!

신체능력이 뛰어난 라이칸이라지만, 지금 그는 상처를 입어 속도가 많이 느려진 상태였기에 이 방법이 훨씬 빠르고 안전했다.

길게 늘어나 있던 일미와 삼미가 빠르게 줄어들며 상처를 입은 라이칸을 내 눈앞으로 데려왔다.

".....살만하면, 뒤로 빠져서 치료부터 받아라."

".......끼잉,,,,"

복잡한 시선으로 나를 바라보는 녀석이었다.

1순위였던 구출이 끝났으니, 바로 2순위 목표를 실행해야 했다.

.......지금이 절호조야. 지금 끝내지 않으면....

이미 대부분의 훈련생들은 지쳐있는 상태였다.

시간을 끌어서 얻게 되는 이득은 없을 게 뻔했다.

그때, 나의 그런 생각을 잘 알고 있는지, 이진하가 나를 바라보며 작게 고개를 끄덕인다.

"....하는 거지?"

날 바라보며 물어오는 이진하.

"....해야만 하는 일이지."

­ 씨익.

서로를 마주 보며 웃었고, 곧 이진하의 입에서 커다란 함성과 함께 총공격의 명령이 떨어졌다.

"라이칸을 제외한 모든 인원은 총공격!!!!! 절대 다가가지 말고 원거리에서 적들을 말살한다!!!"

"우와아아아!!!"

"주, 죽어 이 개새끼들아!!!!"

이진하의 명령이 떨어지자, 3조와 4조가 한껏 고양된 함성과 함께 마력을 쥐어짜며 공격마법들을 쏘아 보낸다.

나 또한 묘한 동질감과 서로를 죽고 죽이는 전투에서만 느낄 수 있는 흥분감에 도취해 포효를 내질렀고, 눈에 보이는 족족 몬스터들을 향해 마법들을 난사하기 시작했다.

­ 콰콰콰콰쾅!!!

­ 퍼퍼버버벙!!!

핏방울 대신 물 속성 마법의 물방울들이 허공으로 튀어 올랐고, 파지직 거리는 전기 소리는 두려움이 아닌 용기를 심어주며 몬스터들에 대한 가학심을 끌어냈다.

­ 화르르륵!!

불길이 치솟아 오르며 만들어내는 메케한 탄내와 검은 연기는 우리의 감각을 마비시키며 이 살육의 축제를 더욱 가속시켰다.

이능 몬스터인 청표범또한 이 지독한 살육을 막을 수 없었다.

표지안과 한설화, 이진하까지 나서며 녀석들을 막아섰다.

타오르며…. 터져나가고...끝을 맞이하며 우리의 생존을 약속했다.

"주, 죽여!!!!"

"이, 이 개새끼들!!! 설빈이를 살려내!! 이 씨발새끼들아!!!"

두려움은 걷잡을 수 없는 화(火)가 되어 돌아왔고, 슬픔은 상대를 죽여야만 잦아드는 증오로 변질되어 있었다.

타올라라. 훨훨.

터져나가라. 펑펑.

죽여라. 좀 더.

이 순간만큼은 모두가 한마음 한뜻을 가지고 있을 것이다.

"라이칸!!! 모두 돌겨어어억!!!"

확실히 적들의 숨통을 끊어내기 위해, 더욱 완벽한 말살명령이 떨어졌다.

비교적 부상이 덜한 라이칸들이 흉포한 울음소리와 함께 사족보행을 하며 피와 살점이 묻어있는 날카로운 이를 드러낸다.

­ 타타타타탓!!!

"아오오오오오올!!!"

­ 두근두근.

좀 더 죽여. 죽여. 죽여. 죽여. 죽여. 이 개새끼들.

마음속에선 더욱더 진한 피비린내를 원하고 있었고, 더 많은 생명을 빼앗으라고 끊임없이 속삭였다.

­ 쉬이이익!!

입에서 나도 모르게 자꾸만 뱀의 쇳소리가 흘러나온다.

­ 휘이이익!!

­ 퍼어어엉!!

괴물...

괴물이 된 것 같았다.

아니, 지금 이 순간...우리 모두는 괴물과 다름이 없었다.

­ 콰아아앙!

꼬리에 직격당한 몬스터 한 마리가 온몸에 뼈가 부서지는 섬뜩한 소리와 함께 날아가 벽에 처박힌다.

­ 쉬이이익!

또 다른 놈이 삼미의 쩍 벌려진 아가리 속으로 빨려 들어간다.

­ 빠드득!! 우두드드득.!!

나의 뒤를 노리던 몬스터 한 마리가 이미의 몸에 감겨 뼈가 바스러지며 압사당한다.

이상한 기분이었지만, 즐겁다.

심장은 당장에라도 터질 듯이 엄청난 속도로 뛰어대며 전신에 강력한 활기를 불어넣었고, 전투로 인해 과열된 내 머리에 과부하가 걸려 당장에라도 이성이 날아가 버릴 것만 같았지만, 어째선지 정신이 또렷하다.

......아마 【차가운 피와 심장】 때문이리라.

미칠듯한 고양감과 흥분감이 휘몰아치는 이 육체에서 느껴지는 전투에서 발생하는 강렬한 쾌감과 만족감을 또렷한 정신으로 느낄 수 있다는 게, 가히 최고였다.

­ 오싹오싹.

마치, 섹스 중 절정에 도달하기 전과 같은 오싹함이 전신에 타고 흐르며 무아지경으로 날 인도했다.

좀 더!! 좀 더....조, 조금만 더..!!

마법과 꼬리, 육체를 이용해 몬스터들의 생명을 빼앗을 때마다, 사정감과 같은 알 수 없는 쾌감이 쌓이기 시작했고, 곧 절정에 도달할 듯 보였다.

....마, 마지막 한 번만 더......

­ 우드드드득!!

­ 툭..

세 개의 꼬리에 휘감겨진 늑대의 모습을 한 몬스터가 온몸이 비틀린 처참한 몰골로 바닥에 떨어져 내린다.

"...하아....하아....하아아..."

입에선 거침 숨소리가 쉴 새 없이 흘러나왔고, 얼굴에선 피와 섞인듯한 빨간 땀이 계속해서 흘러내렸다.

섹스에서 맞이할 수 있는 절정과는 성질이 다른 만족감과 절정감이 내 몸을 휩쓸었다.

­ 부르르르르..

......아…. 이게 나라지....

눈을 감고서 천천히 여유롭게 그 절정감을 음미한다.

사이비가 눈을 감고서, 절정을 음미하던 그때.

"...........하아....하아..."

"...헉...헉!!!"

적진의 한가운데...아니, 몬스터들의 시체 위에서 눈을 감고 몸을 부르르 떨고 있는 사이비를 바라보는 훈련생들의 눈에 여러 가지 감정이 교차하고 있었다.

".....저 녀석..아니, 저 얘는 도대체 누구야..."

"......미, 미쳤다....호, 혼자서 몇 마리를 죽인 거야..."

"......최악....또는 최고....괴물...또는....신...."

마지막에 들려온 훈련생의 말에 숙연한 분위기가 이곳을 휩쓸며 아주 고요한 적막을 만들어냈다.

지금 이 옐로우 게이트의 내부에서 벌어진 첫 번째 전투에서 살아남은 훈련생들의 눈에 사이비는 자신들과는 격이 다른…. 규격외에 존재였다.

그 때문인지, 사이비를 향한 공포와 두려움, 동경과 희망의 동아줄이라는 두 가지 생각이 맞부딪히며 복잡한 감정이 훈련생들의 정신과 몸을 강하게 눌러왔다.

그때.

"....으음? 너희들 뭐하고 있는 거야?"

몸을 부르르 떨며 눈을 감고 있던 사이비가 장난스러운 미소를 띠며 말을 걸어왔다.

"...어, 어? 그, 그냥..."

"...괘, 괜찮아? 아, 아까보니까....사, 상처를 입은 것 같은데..."

"으음...? 아, 그러네. 여기 허벅지랑 복부 쪽에...."

마치 남의 일을 얘기하듯이, 시니컬하게 말하는 사이비의 모습에 훈련생들이 몸을 흠칫 떨었다.

"야. 이진하."

이진하는 뜬금없이 자신의 이름을 부르는 사이비를 바라보았다.

"..........??"

"...뭐해? 몬스터들 도축 안 해? 밥 안 먹고 살 거야?"

­ 머엉.

긴장감과 알 수 없는 흥분감으로 인해 과부하가 걸렸던 머리가 다시 맑아지는 기분이었다.

"...흠흠...!! 해야지. 도축."

"그래. 다 먹고 살자고 하는 짓 아니야. 난 조금 피곤해서 쉬고 있을 테니까, 밥 되면 불러줘."

구렁이가 담 넘어가듯, 너무나 자연스럽게 밥셔틀을 시키는 녀석의 모습에 저도 모르게 고개를 끄덕이며 대답하는 이진하였다.

"어, 어?....그래. 많이 피곤할 텐데, 쉬고 있어..."

그러한 모습을 이곳에 있는 그 누구도 이상하게 여기지 않았다.

다른 훈련생들 또한 모두 고개를 끄덕거리며 사이비가 걸어나갈 수 있게 길을 비켜주었는데, 그 모습은 모세의 기적이라는 말이 아주 딱 어울렸다.

­ 저벅저벅.

말로는 피곤하다 했지만, 다른 훈련생들과는 다르게 여유로운 얼굴로 웃음을 흘리며 걸어가는 사이비였다.

.....뭐, 뭐지...이 진 것만 같은 기분은....?

이진하는 마음속 한켠에서 꾸물꾸물 대는 요상한 감정을 애써 무시하며 자신의 옆을 지나가는 사이비를 바라보았다.

"잠깐.."

"........?"

".....너...이름이 뭐야?"

이진하의 물음에 사이비가 웃는다.

­ 씨익.

"참, 빨리도 물어본다."

"...어? 그게 상황이...그렇다보...."

"사이비."

"...엉?"

"사이비. 그게 내 이름이야."

말을 마치고서 돌아서 한시아를 향해 걸어가는 사이비.

아마, 모르긴 몰라도 지금 이 순간부터 사이비의 이름을 모르고 있는 훈련생은 찾아볼 수가 없을 것이다.

......으으...괜히 오바했나. 상처가 제법 쓰라린데..?

특히, 복부에 생겨난 상처에서 느껴지는 고통이 인상을 확 찌푸리게 만들었다.

.....얼른, 4조에게 가서 치유나 받아야겠어. 그리고 시아의 가슴에 코를 박고서 잠시 쉬도록 할....

【띠링!】

【D­3 지역에서 벌어진 첫 전투에서 생존한 인원이 50%가 넘기에, 특별한 보상이 주어집니다.】

【게이트 내부에 존재하는 정령지기가 60초 뒤에 소환됩니다.】

게이트 내부에서 들려왔던 딱딱한 기계음이 들려왔다.

* *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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