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수인 아카데미의 NTL 왕이 되다-35화 (35/102)

〈 35화 〉 34화. 옐로우 게이트.(4)

* * *

D­4 지역을 전력을 다해 질주한 훈련생들이 단 한 명의 낙오자도 없이 D­3 지역인 사원의 내부로 들어섰다.

그리 커 보이지 않았던 사원의 입구에 내부도 굉장히 좁을 거란 생각과는 달리 그 내부는 상당히 넓었고 쾌적했다.

물론, 너무 어두컴컴해서 그 크기가 얼마나 큰지 정확하게는 몰랐지만..

거뭇거뭇한 형체만 보이는 탓에 훈련생들이 불안한 신음을 내뱉자, 불 속성과 빛 속성을 가진 훈련생들이 불꽃과 빛을 일으키며 주위를 밝히기 시작했다.

나는 피트기관으로 인해 그나마 괜찮았지만, 숨을 옥죄여 오는듯한 어둠에 몸을 떨어대는 한시아였다.

【..괜찮아. 내가 옆에 있잖아.】

【...네. 이런 모습 보여서 죄, 죄송해요...자꾸 민폐만 끼치고...】

­ 토닥토닥.

제복 상의 위로 느껴지는 한시아의 브래지어 끈을 어루만지며 등을 토닥이고 있을 때.

­ 팟 팟 팟 팟!! 파아앗!!

공기가 뿜어지는 소리와 함께 벽에 붙어있는 전등에서 보기만 해도 음울한 보라색의 불꽃이 저절로 타오르며 시야를 제공했다.

그렇게 드러난 이곳의 모습이 눈에 들어왔는데, 그 모습은 마치 신화 속에서 나올법한 오래된 미로처럼 보였다.

보라색의 불꽃이 타오르는 전등이 길을 인도하듯 쭉 늘어져 있었고, 어둠밖에 안 보이는 그 길의 끝에서 차갑고 서늘한 바람이 한차례 불어왔다.

­ 휘이이잉..

......무슨 분위기가....귀신의 집도 아니고...

­ 꿀꺽.

을씨년스러운 사원의 내부 모습에 훈련생들 사이로 적막이 깊게 자리를 잡고 있었기에, 누군가의 침이 넘어가는 소리가 유별나게 크게 들려왔다.

"흐음...딱 봐도 미궁이나 미로인 것 같지?"

이진하가 그의 트레이드 마크인 시원한 미소를 지으며 표지안에게 물었다.

"......어."

그녀의 짧은 대답.

그런 그녀의 반응이 너무나 익숙하다는 듯 표지안에게서 시선을 뗀 이진하가 미로의 입구 앞으로 걸어나가며 훈련생들의 시선을 모았다.

­ 짝 짝.

박수까지 동원하며 모든 훈련생들의 시선을 이끌어낸 이진하가 입을 열었다.

"뭐, 보면 알겠지만....미궁이나 미로 타입의 게이트야. 미궁이라면...그냥 벽면을 따라서 앞으로 나아가기만 하면 돼. 뭐, 복잡해 보여도...결국, 미궁은 길이 한 개뿐이거든."

이진하가 잠시 말의 흐름을 끊고서 훈련생들의 반응을 지켜보고는 다시 말을 이어갔다.

"하지만...만약에 미궁이 아닌 미로라면...그게 꽤나 복잡해진단 말이지.. 미로는 미궁과 달리 갈림길이라는 게 존재해. 우리 모두가 알다시피 우리는 1학년 훈련생들일 뿐이고, 실전 경험이 없는 녀석들도 꽤나 많잖아? 갈림길이 나오면 인원을 나눠서 가야하는데.... 인원을 나눈다면 전투가 더욱 힘들어지겠지? 뭐, 어차피 통로가 인원에 비해 좁아서 싸울 수 있는 인원이 한정되어서 또이또이 하긴 한데..."

제법 말솜씨가 괜찮았다.

녀석이 말하고자 하는 게 무엇인지 알고 있다는 듯, 모든 훈련생들이 고개를 끄덕거렸으니.

"뭐, 미궁인지, 미로인지는 우리가 직접 알아보면 되는거고... 그전에 우리는 한가지 정해야 할 게 있어."

".....그게 뭔데..?"

블루문의 훈련생 한 명이 조심스럽게 물었다.

"......리더를 정해야 해. 다들 알지? 뱃사공이 많으면 어떻게 되는지쯤은."

"아...리더...."

질문을 했던 훈련생이 고개를 끄덕거리며 수긍했고, 그런 그를 바라보던 이진하가 기세를 몰아 추가적으로 말을 덧붙이기 시작했다.

"이 300명이 넘는 인원을 제대로 통솔하기 위해서는 리더가 있어야 해. 아, 물론, 아무리 리더라고 한들 혼자서 300명의 인원을 통솔하는 것은 무리니까, 몇 명의 사람이 더 필요해. 뭐, 솔직히 우리가 지금 처음 만난 상태고 갑자기 누군가를 리더로 받들라고 한다면 거기에서 생기는 반발감도 무시할 순 없겠지."

"......그래서? 그럼 어떻게 하자는 거야?"

골드문의 훈련생이었다.

"누가 됐든 이 세 아카데미에서 총대장의 역할을 할 리더 한 명을 뽑고, 나머지 두 아카데미에서 한 명씩 백인장을 뽑는 게 어때? 솔직히 말해서처음 보는 녀석들에게 머리를 숙여가며 따르고 싶진 않을 거 아냐? 또, 리더의 독재를 대비하기 위해서 백인장 두 명에게 그만한 권한을 주자 이거지. 물론, 이유 없이 리더의 명령을 어기면 안 돼. 또한, 리더는 불합리하거나 말도 안 되는 명령을 해서도 안 되고."

이진하의 말이 끝나자, 훈련생들 사이에서 웅성거리는 소리가 울려 퍼졌다.

각자 조금씩은 생각이 달랐지만, 대부분은 고개를 끄덕거리며 이진하에 의견에 긍정적인 반응을 보였다.

......이진하라....호쾌 미남의 이미지처럼 무대뽀 막가파일 줄 알았는데…. 오히려 그 반대로 상당히 침착한 전략가 유형이네.

역시 사람은 겉모습만 보고 판단을 해선 안 된다.

내 마음속에 담긴 이진하의 정보에 별표 하나를 더 추가했다.

...만만한 놈이 아니다.

훈련생들을 훑어보며 그들의 긍정적인 반응을 확인한 이진하가 시원한 미소를 지으며 말했다.

"뭐, 거의 긍정적인 반응인 것 같으니까, 그렇게 진행해도 되겠지?"

­ 끄덕.

"좋아. 이런 때일수록 이렇게 단합이 잘 되어야 살아남을 확률이 높아지는 거지. 자, 그럼....리더를 뽑아야 하는데...."

이진하가 말끝을 흐리며 힐끔 표지안을 쳐다보았다.

"아아, 귀찮은 건 질색이거든?"

표지안이 손을 절레절레 저으며 말했고, 이진하는 그럴 줄 알았다는 듯 고개를 끄덕거린 뒤 한설화를 바라보았다.

"......한설화. 넌...?"

"......"

고개를 홱 돌리는 한설화였다.

"...오케이. 잘 알았어....그럼...."

모두의 시선이 이진하를 향했고, 뒷머리를 긁적이던 이진하가 뻘쭘한 표정으로 입을 열었다.

"내가 리더를 맡을까 하는데....괜찮나...?"

­ 끄덕.

말을 하며 훈련생들의 반응을 살피던 이진하가 안도의 한숨을 내쉬었다.

온 힘을 다해서 뜨거운 반응은 아니었지만, 거의 모두가 납득하며 작게 고개를 끄덕거렸기 때문이다.

"...흠흠!! 일단 고맙다. 내가 리더를 맡는다는 사실이 맘에 안 드는 사람도 있겠지만, 다수결의 원칙에 따라 이 게이트를 빠져나가거나, 교수님들을 만나기 직전까지는 내가 리더를 맡을게. 아, 참! 백인장은 저 두 명으로 해도 되겠지?"

이진하가 표지안과 한설화를 바라보며 물었고, 훈련생들은 너무나 당연하단 듯 고개를 끄덕거렸다.

".....쯧...귀찮게시리..."

"........."

뭐, 급하게 만들어진 지휘체계였지만, 최선의 선택이었던 것 같았다.

특히, 상황 파악이 빠르고 잡다한 지식들을 제법 많이 알고 있는듯한 이진하가 리더가 된 게 베스트였다.

대외적으로 세 아카데미 중에서 가장 뛰어나다는 골드문에서 서열 1위를 차지하고 있는 표지안의 무력은 의심할 여지가 없었지만, 그녀가 리더 역할을 할 수 있는 재량이 된다고 물어보면 선뜻 대답할 수가 없었다.

한설화는……. 이곳에 끌려온 순간부터 지금까지 아무런 말도 하지 않았기에…. 말 할 것도 없었다.

"잘 부탁한다!! 그럼...정확히 30분 후에 진입할 테니까, 각자 개인정비 하면서 컨디션을 끌어올려 줘. 아, 그리고 감지계열의 능력을 가지고 있는 사람은 지금 당장 내게 와줬으면 해. 척후대를 편성할거니까."

이진하는 그 말을 남기고선, 표지안에게 다가가 무어라 말을 꺼내기 시작했고 하나둘씩 훈련생들이 자리에 주저앉아서 휴식을 취하거나, 스트레칭을 하며 몸을 풀고 있었다.

또한, 감지계열의 능력을 가지고 있는듯한 훈련생들이 이진하의 앞으로 모이기 시작했다.

나 역시도 피트기관을 가져 감지계열에 가까운 능력과 독충 강림을 이용해 곤충들의 시선을 통해 주위를 정찰할 수 있는 능력을 갖췄지만, 일부러 지원하지 않았다.

.....한시아를 놔두고 갈 순 없지.

대신, 녀석들 몰래 곤충들을 보내 미리미리 상황을 파악할 생각이었다.

.....참...편하단 말이지.. 폭발적인 화력은 없지만, 이렇게도 유틸이 뛰어난 속성이라니.

내가 가진 독 속성 마법에 대해 자부심이 들었다.

`마법 정보, 독충안.`

【독충안】: 【독충 강림】을 통해 세상 밖으로 튀어나온 독충들과 시야를 공유한다.

괜히 희귀 속성이 아니란 듯, 독 속성은 다른 속성의 마법들보다 여러 가지 유틸적인 면이 뛰어났다.

화려하게 상대방을 죽이거나, 강력한 파워를 가지고 있지는 않지만 정말 여러 면에서 활약을 할 수 있는 마법들을 가지고 있었다.

【독충안】의 마법정보를 확인하고서 한시아와 함께 자리에 털썩 주저앉아 휴식을 취했다.

딱히 준비할 게 없었기에, 한시아와 노닥거리며 시간을 보내고 있던 찰나.

"개인정비 끝!!! 모두 입구 앞으로 모여줘!!"

이진하의 우렁찬 목소리가 들려왔다.

【가자.】

【네, 사이비님.】

한시아의 손을 잡고서 훈련생들이 모이는 곳으로 걸어갔고, 레드문 훈련생들 틈에 끼어 적당한 곳에 자리를 잡았다.

"자, 그럼 조를 편성할게. 1조는..."

이진하는 30분 동안 머리를 싸매며 편성한 조를 말해주며 빠르게 인원들을 정리하기 시작했다.

그리하여 짜여진 조는.

1조: 라이칸 81명.

2조: 라이칸 82명.

3조: 수인 74명. (불 속성, 전기 속성. 물 속성.)

4조: 수인 70명. (바람 속성, 대지 속성, 빛 속성, 독 속성.)

5조: 라이칸 5명, 수인 5명. (감지계열 능력.)

1조와 2조는 마법사들을 지키며 근접전을 벌일 라이칸들이 전부 속해 있는 전사조였고, 3조는 강력한 화력을 한꺼번에 쏟아붓는 딜러조, 4조는 여러 가지 변수나 상황에 빠르게 대비하고, 버프를 걸어주는 지원조였다.

"일단 급하게 이렇게 조를 편성했어! 우선은 이 4개의 조를 내가 통솔할 거고, 혹시라도 내가 말도 안 되는 명령을 내리거나 독재를 한다면, 조를 해체하고서 표지안이나, 한설화 같은 백인장을 따라 각 아카데미끼리 행동해도 좋아. 그럼 출발…!!! 5조는 맨 앞으로 가서 척후 활동을 시작해줘!!"

군더더기 없이 깔끔한 지휘였다.

이윽고, 척후조인 5조가 전방을 경계하며 걸어나가기 시작했고, 그 뒤를 이어 1조와 2조, 3조, 4조 순으로 미로로 진입했다.

음울한 보라색의 불꽃이 제공하는 탁한 시야에 괜스레 몸에 힘이 들어가 긴장을 하는 훈련생들이었다.

"4조에서 빛 속성을 가진 사람은 백광(白光) 마법을 사용해줘. 벽에 달린 전구만으로는 시야가 너무 어두워!"

이진하의 명령이 떨어졌고, 곧 한시아와 내가 속한 4조에서 빛 속성을 가진 훈련생들이 허공에 축구공만 한 하얀빛을 발하는 구체를 띄워 올렸다.

".....휴우...이제 좀 살 것 같네...뭐가 보여야 말이지..."

누군가의 안도감이 담긴 말이 흘러나왔다.

.....이제 녀석들을 보내야겠어.

【독충 강림】.

마법을 사용하자 나의 그림자에서 몇 마리의 독충이 기어 나오더니, 곧 나의 의지대로 은밀하면서도 빠르게 미로의 벽면을 타고서 앞으로 나아가기 시작했다.

...잘 부탁한다. 요놈들아.

그렇게 20분 정도를 걸었을까, 혹시 모를 상황에 잔뜩 긴장했던 것과는 다르게 미궁인지, 미로인지 모를 이곳은 너무나 평화로웠다.

옐로우 게이트라는 악명이 자자한 곳이었지만, 아무런 일도 없이 계속해서 벽면을 따라 걷기만 하니 훈련생들이 조금씩 긴장의 끈을 놓는듯했다.

나 역시도 조금은 그런 느낌을 받으며 아주 조금은 긴장의 끈을 놓고 있었다.

....이상하네...너무 조용해.

별일이 없다면, 그게 제일 베스트였지만 너무 이상하리만치 조용했다.

마치 폭풍 전 고요함이라는 말이 딱 어울리는 상황이었다.

"...흐아아암..."

옆에서 걷고 있는 4조의 훈련생 한 명이 늘어지게 하품을 하는 모습을 보고 있자니, 이 파티 이대로 괜찮은걸까란 생각이 들었다.

.......평화롭다 못해...너무 권태로운데..? 나라도 정신을 바짝 차려야...

"........!!!"

이 대규모 파티보다 훨씬 멀리 정찰을 나가 있는 나의 독충들이 전방에서 무언가 이상한 움직임을 감지했고, 독충들이 경고신호를 보내며 나에게 시야를 공유했다.

.......미, 미친.....저건...?

몬스터였다.

이 게이트에 들어와서 처음으로 맞이하는 몬스터...아니, 살면서 처음으로 맞이하는 몬스터였다.

.......씨...발...미친...!! 무슨 몬스터가...아니, 몬스터들이...

많았다.

그것도...존나....많았다.

........어? 이 녀석들은...아까 사원의 입구에서 봤던 그 짐승 동상들이랑 똑같이 생겼는데...?

지금 내 눈에는 늑대, 표범, 멧돼지, 등등 각자 다른 동물의 모습을 하고 있는 몬스터들이 침을 질질 흘리며 달려오고 있는 광경이 보였다.

그 머릿수는 어림잡아도 이 파티와 비슷하거나, 그보다 조금 낮은 정도였다.

적당히 몸을 사리며 정보를 전달할 상황이 아니었다고 판단한 난 한시아를 내 등 뒤로 이동시켰다.

【사, 사이비님...?】

불안한 눈빛으로 나를 바라보는 한시아의 머리를 한 번 쓰다듬어주고선, 커다란 목소리로 소리쳤다.

"전투준비!!!!"

".......!!!!"

"허, 허억!! 뭐, 뭐라고...?!!"

뜬금없이 가장 후미에서 울린 나의 목소리에 걸음을 옮기던 모두가 황당한 표정과 깜짝 놀란 표정으로 나를 바라보았다.

"짐승형 몬스터. 숫자는 대략 200. 살고 싶으면, 무기 쳐들어."

나는 말을 마치고선, 【탐(?)】의 힘을 끌어올렸고, 곧 나의 몸에서 검은색 아지랑이가 스멀스멀 피어올랐다.

* *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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