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34화 〉 33화. 옐로우 게이트.(3)
* * *
그녀가 내 퀘스트의 목표 대상이든, 같은 여자나 따먹고 다니는 정신병자든, 상관없었다.
이 좆같은 기분을 그대로 그녀에게 돌려줘야 직성이 풀릴 것 같았다.
.......아..... 이 씨발 좆맛도 모르는 년이....넌 진짜 뒤졌다.
한 발을 내디뎠다.
몸에서 마력이 피어올랐고, 꼬리에서 쉬이익! 하는 소리가 울려 퍼지며 주변의 분위기를 낮게 가라앉히기 시작했다.
저벅저벅.
....이 미친년이 감히 누구를...
터억.
표지안의 코앞에서 걸음을 멈추었다.
".....야."
낮게 깔린 내 목소리에 표지안이 "이건 뭐야?" 라는 표정을 지으며 날 바라본다.
"경고하는데, 한 번만 더 그딴 눈으로 쟤 쳐다보면.. 죽인다?"
고개를 살짝 돌려 시선을 한시아에게 던지며 말했다.
마음 같아서는 뒤를 생각할 것도 없이, 그냥 냅다 꽂아버리고 싶었지만, 상황도 상황이고, 표지안이 어느 정도의 전투력을 가졌는지 몰랐기에 적당히 말을 꺼냈다.
하지만 적당히 유하게 말을 꺼냈다는 내 생각과는 다르게 주변의 녀석들은 두 눈을 커다랗게 뜨고서 작게 소곤거렸다.
웅성웅성.
.....으음? 이년 봐라?
씨익.
웃고 있었다.
새하얀 치아를 드러내고서 말이다.
"내 여자는 내가 지킨다. 뭐, 그런 거야? 이야...너, 존나 멋있...."
재밌다는 표정으로 이죽거리는 게 꼴 보기 싫어 녀석의 말을 잘랐다.
"..야."
그러자.
까드득.
이가 갈리는 소리가 들려왔다.
"...레드문 새끼들은 원래 다 대화 예절이 이렇게 거지 같은 거야? 한 년은 사람 말을 무시하지 않나, 한 녀석은 말을 잘라먹지 않...."
"좆까는 소리 그만하고, 대답이나 해."
".....좆까는 소리...?"
"..으음? 아, 미안. 좆도 없는 년에게 좆까는 소리라니...골드문 아카데미의 여 훈련생들을 따먹었다고 했으니까...답은 딜도네? 자, 그럼 다시...딜도까는 소리 그만하고 대답이나 해."
당장에라도 터질 것 같은 분위기가 와해되며 묘한 분위기가 흘렀다.
" 풉...!! 푸푸풉....!!"
".....크큭...아, 진짜 쟤는 진짜 혼모노다.."
"레알... 저번에 선배들한테도 그렇고, 어그로 하나는 개쩌는듯....크크큭"
"진짜 저 정도는 해야...선배들에게 쿠데타를 일으키는구나…."
레드문 아카데미에서 이러한 소리들이 흘러나왔고, 그와 반대로 골드문 아카데미의 훈련생들은 인상을 찌푸리며 정적을 지켰다.
그때.
이죽거리던 표정이 사라진 표지안의 무표정한 얼굴이 다시 한 번 입꼬리가 올라가며 씨익 미소를 지었다.
"아아...그치..그치..네 말대로 나는 좆이 없는 보지년이지...."
혼잣말을 하듯 고개를 끄덕거리며 시선을 바닥에 고정하는 표지안이다.
.......뭐야. 갑자기 저자세로...
오싹.
왠지 모르게 닭살이 돋아났고, 불길한 예감이 들었다.
"근데...그런년도...좆까는 소리는 잘 낼 수 있을걸...?"
씨익.
초승달의 모양을 하고 있는 표지안의 입가.
분명히 웃고 있는 그녀였지만, 그 새까만 칠흑 같은 두 눈동자에 번들거리는 살기와 분노가 나를 향해 쏟아지고 있었다.
....미, 미친년...!!
그 순간.
처억.
표지안의 오른발이 물 흐르듯이 자연스럽게 뒤로 옮겨지는 광경이 눈에 들어왔다.
....서, 설마....
머릿속을 마구 울려대는 경고음을 자각할 틈도 없이, 일미부터 삼미까지 모든 꼬리를 동원해 벌려진 나의 다리 사이를 보호해야 했다.
"좆까는 소리!!!!"
"좆까는 소리!!"를 커다랗게 외치며 표지안의 오른발이 나의 자지를 향해 빠르게 다가왔다.
휘이이이익!!!
콰아아앙!!!
"...크으으......이, 미친년이..."
묵직한 충격과 함께 느껴지는 상상도 할 수 없는 공포.
.....이 씨...발년이...누굴 고자로.....
다행히도 그곳을 맞았을 때 느껴지는 절망, 남자에게 있어서 그 어떠한 것보다 공포스러운 고통과 감각이 느껴지지는 않았다.
그저 표지안의 발을 막아낸 꼬리가 조금 쓰라렸지만, 본능적으로 그곳의 안전을 확인하기 위해 몇 걸음 뒤로 물러섰다.
그리고는 고개를 숙여 나의 그곳을 바라보며 손으로 바지 위를 더듬던 찰나.
"...아...아쉽네? 진짜 좆까는 소리 좀 듣나 했더니...크큭."
표지안이 처음과 같은 표정으로 이죽거리며 나의 그곳을 바라보았다.
그때.
타타타탓...!
다급한 발소리가 들려왔고, 그 뒤를 이어 여러 가지 감정이 마구 뒤섞인듯한 한시아의 목소리가 들려왔다.
【사, 사이비님!!! 괘, 괜찮으세요?!!】
빠르게 내 옆으로 다가온 한시아는 쉴 새 없이 떨리는 눈동자로 나를 한 번 바라보더니, 곧 무릎을 접고 쪼그려 앉았다.
【...히, 히잉... 이, 이게 얼마짜리...아니, 어떤 물건인데......】
떨리는 손으로 내 바지 위를 더듬으며 울상을 짓는 한시아였다.
한시아의 손이 바지 위를 더듬으며 금방이라도 눈물을 떨굴 것 같은 표정을 보고 있자니, 상황파악이라고는 전혀 할 줄 모르는 나의 자지가 조금씩 부풀어 올랐다.
.....아...씨...그렇게 만지면....
수많은 학생들이 보는 앞에서 나의 자지가 바지를 뚫고 올라와서 배꼽과 키스하는 장면을 보여줄 순 없었다.
【..야, 야... 괘, 괜찮으니까....그, 그만...】
【세, 세상에.....저런 나쁜 사람이 어딨어요...!!! 아, 아들 셋, 딸 셋, 낳으려면 갈 길이 한참 남았는데....자, 잘못되기라도 하면...】
내 말을 귓등으로도 듣지 않는 한시아였다.
한시아는 마치 산삼을 캐는듯한 섬세한 손길로 내 바지 위에 묻은 먼지를 털어내며 그 고운 얼굴과 두 손을 부들부들 떨었다.
【괘, 괜찮다니까...시아야? 사, 사람들이 보잖아... 제발...】
한시아의 섬세한 손길에 반쯤 발기가 된 자지를 보며 얼굴이 뜨거워지는 것을 느낀 내가 한시아의 어깨를 토닥거리며 진정을 시키려 했다.
【이, 이익.!! 저, 정말 나쁜 사람이에요!! 누구 혼삿길 망칠려고....주, 죽여버려요!!! 아, 아니...제가 죽여버릴 거에요!!!】
울음기와 분노가 가득 담긴 목소리로 말을 내뱉던 한시아가 돌연 벌떡 일어나더니, 표지안을 향해 달려가려는 모션을 취했다.
덥석.
꽈악.
한시아가 나를 위해서...(?) 아니, 내 자지를 위해서(?) 화를 내주는 모습이 참 고마웠고, 기특하기도 했지만, 냉정히 말하자면 한시아는 표지안에게 결코 이길 수 없었다.
아직도 얼얼한 꼬리의 통증을 느끼며 한시아가 앞으로 나아가지 못하게 그녀를 뒤에서 꽉 붙잡았다.
【...이익!!! 이거 놓으세요!!! 지, 지금 당장 저 여자를....이익!!!】
【그, 그만...시아야...】
【이익!!! 이거 놓으시라고요...!! 이익!!!】
백허그로 한시아를 꽉 안고 있다 보니, 한시아가 몸부림을 칠 때마다 그 토실토실하고 빵빵한 엉덩이가 자지를 문질렀다.
.....제, 제발....커, 커진다....으읏.
이대로라면, 나의 자지가 바지를 뚫고서 당장에라도 배꼽과 키스를 할 것만 같았다.
.......안 되겠어...꼬리로 한시아와 나의 몸을 감싸서 벗어나야....
휘리리릭.
꼬리를 이용해 한시아와 나의 몸을 휘감았다.
그리고는 자지가 진정이 될 때 까지 기다리기 위해 뒷공간으로 점프하려던 찰나.
【게이트의 안전지역 비활성화까지 1분 남았습니다.】
길라의 목소리가 아닌, 조금은 다른 기계음의 목소리가 들려왔다.
"...뭐, 뭐야!! 누, 누구의 목소리 인거지?"
"....안전지역 비활성화...? 그게 도대체..."
나에게만 들려온 것 아닌듯했다.
【게이트의 안전지역 비활성화가 시작되면, D4 지역이 붕괴됩니다.】
【서둘러 D3 지역으로 이동해주시기 바랍니다.】
이해할 수 없는 말들이 또다시 들려왔다.
.......D4? D3? 도대체 무슨 소리를 하는...잠깐...저건..?
뜬금없이 들려온 기계음에 발기가 풀린 자지를 느끼고는 한시아를 천천히 풀어주며 주변을 둘러보던 내 눈에 무언가가 보였다.
".......밑을 봐."
바닥을 바라보며 아직도 고개를 갸웃거리는 녀석들을 향해 말했다.
"........!!!"
"......D4...? 지금 우리가 밟고 서 있는 이곳이 D4 지역 인 거야..?"
세 아카데미의 신입생들 소환된 이곳.
그 지면에는 아주 커다랗게 D4라는 빨간색으로 적혀있었다.
그때.
"...저, 저기 봐!!! 저곳에 D3이라고 적혀있어…!!!"
블루문 아카데미의 한 훈련생이 사원의 입구 옆에 있는 기둥을 바라보며 소리쳤고, 그와 동시에 다시 한 번 더 기계음이 들려왔다.
【D4 지역의 안전지역 비활성까지 25초 남았습니다.】
......미, 미친!!!
카운트가 끝나면 D4 지역은 붕괴가 된다고 했다.
【시, 시아야!! 꽉 잡아!!】
【...네...네?】
한시아를 두 손으로 번쩍 들어 올려 안았다.
"네들도 뒤지고 싶지 않으면, 달려라."
아직도 상황파악을 못 하고 있는 빡대가리들에게 구원의 말을 내뱉고는 전력을 다해서 사원의 입구로 내달렸다.
"...어, 어? 다, 달리라.....으하아아악!!! 씨, 씨발 다, 달려!!!"
"왜...달려...? 아...마, 맞다!! 붕괴!!!! 씨바아알!!!"
타타타탓!!
두다다다닥!!
딱히 군중심리라고 보기도 힘들었다.
D4 지역이 곧 붕괴된다는 알림을 받았으니, 살기 위해서 달리는 것이다.
한시아를 안고서 선두로 달리던 난 어느덧 사원의 입구에 가까워지자 뒤를 돌아보았다.
시종일관 무표정을 하고 있던 한설화도, 자신만만한 미소를 짓고 있는 이진하도, 나와 한 따까리 했던 표지안도 모두가 전력을 다해 나의 뒤를 바짝 쫓고 있었다.
각각 다른 이미지를 뽐내며 훈련생들을 휘어잡던 이 녀석들도 죽기는 싫었는지, 아주 이를 악물고 뛰고 있었다.
...드디어 게임 시작이네.
과연, 300명이 훌쩍 넘는 게임 플레이어들과 함께 이 게임의 엔딩을 볼 수 있을까란 생각이 들었다.
하아...
....그딴 건 모르겠고, 최소 우리 둘만은 살아남아야 해.
붉게 물든 얼굴로 나에게 공주님 안기를 당한 한시아의 몸을 더욱 꽉 붙잡았다.
※
"이, 이사장님!!"
1학년 D 클래스의 담임교수인 이석훈과 나머지 1학년 클래스의 담임교수들이 한강진에게 헐레벌떡 달려갔다.
".....표정을 보니, 알 것 같습니다. 찾지 못한 겁니까?"
"....그, 그게.....죄송합니다...모든 신입생들이...."
꾸깃.
안 그래도 주름이 가득했던 한강진의 얼굴이 와락 구겨지며 더욱 많은 주름을 만들어내었다.
".....원인은...? 원인은 무엇입니까..?"
"그, 그것도....죄송합니다. 이런 경우는 처음인.........."
쯧,
"죄송합니다."
이석훈과 나머지 교수가 한강진을 향해 고개를 숙였다.
"아닙니다. 교수님들이 무슨 잘못이 있겠습니까...문제는 이놈이겠지요."
한강진이 A4라고 적힌 바닥의 글자를 보며 말했다.
".......그 손녀분은...."
1학년의 A 클래스 담임교수인 김철중이 한강진의 눈치를 보며 한시아의 얘기를 꺼내자, 한강진의 눈동자가 잠깐 떨렸지만 이내 작은 한숨과 함께 말의 머리를 돌렸다.
"됐습니다. 그 아이도 레드문 아카데미의 훈련생인만큼 자기 앞가림은 잘하겠지요. 다른 학년의 훈련생들은 어떻습니까?"
한강진의 물음에 이석훈이 굳어있던 표정을 조금은 피고서 대답했다.
"아, 네. 1학년을 제외한 2학년, 3학년 훈련생들은 전부 인원수 파악이 되었습니다. 이상 없습니다."
"후우....다행이군요.."
"...네..."
톡 톡 톡.
검지를 이용해 자신의 허벅지를 톡톡 두드리는 한강진이었다.
그 모습을 본 이석훈은 입술을 질끈 깨물었다.
이석훈은 20년이 넘는 시간 동안 한강진을 위해서 살아왔던 그의 심복이었다.
그랬기에, 지금 이 순간 한강진이 얼마나 답답하고 초조해 하는지 알 수 있었다.
저 습관은 한강진이 일이 마음대로 안 풀리거나, 무언가를 크게 걱정할 때 나오는 습관이었기 때문이다.
그때.
규칙적으로 들려오던 톡톡 거리던 소리가 멈추었고, 낮게 깔린 한강진의 목소리가 들려왔다.
"후우.. 그럼 이제 해야 할 일은 하나겠군요. 모든 교수님들은 훈련생들을 통솔해서 사원의 내부로 진입할 준비를 해주시기 바랍니다. 한시가 급한 때이지만, 어처구니없는 불필요한 인명피해가 나지 않게 각별한 주의를 전파해주십시오."
"네, 알겠습니다."
이석훈을 비롯한 모든 교수님이 고개를 숙이고선, 뿔뿔이 흩어지며 타 학년의 담임 교수들에게로 달려갔다.
바쁘게 뛰어가는 그들의 모습을 지켜보던 한강진은 천천히 뒷짐을 지고서 작게 한숨을 내쉬었다.
하아
하필 떨어져도 가장 경험이 없고, 전투력이 낮은 1학년 훈련생들이 낙오되어버렸다.
물론, 이번 신입생들의 수준이 정말로 뛰어난 것을 알고 있었지만, 그건 아카데미에서나 해당되는 것이었고 지금 이 옐로우 게이트에서는 가장 밑바닥에 있는 피식자나 다름없었다.
실전경험이 없는 훈련생들도 있었고, 그들을 이끌어줄 지도자도 없었기에 물가에 내놓은 아이처럼 자꾸만 걱정이 되었다.
특히, 자신의 손녀들인 한시아와 한설화도 같이 낙오되어버렸기에, 한강진의 속은 말 그대로 타들어 가는 것 같았다.
....제발...아무 일 없어야 할 텐데...
둘 다 걱정이 되었지만, 한설화는 워낙 상황판단을 잘하고 무력 또한 뛰어났기에 비교적 덜 걱정이 되었다.
물론, 비교적 덜 걱정이 된다뿐이지, 아직은 어린 녀석이었으니 걱정이 되었다.
......잘 해내겠지…. 설화 이 녀석은...
문제는 한시아였다.
태생적으로 약한 몸을 태어난 자신의 핏줄을 이어받은 친손녀, 바보같이 착한 심성과 상냥한 마음을 가진 손녀, 얼마 전 좋아하는 사람이 생겼다며 한 녀석을 소개해주던 손녀.
분명 설화 못지않게 똘똘한 녀석이었지만, 어째선지 모르게 자꾸만 불안감이 들었다.
.....그래도 시아 옆에는 그 녀석이 붙어있으니, 괜찮..... 괜찮긴 뭐가 괜찮아!!!
얼마 전 자신의 앞에서 당당하게 너무나 어여쁘고 귀여운 손녀를 임신시키겠다고 선언한 당돌한 녀석.
그 말을 듣는 순간.
자신도 모르게 피어오르는 살기를 통제하느라 진땀을 뺐다.
손녀가 좋아한다는 녀석을 흠씬 두들겨 팰 수는 없었기에, 초인적인 인내심으로 사람 좋은 미소로 녀석을 받아주었지만 왠지 모르게 자꾸만 손녀를 뺏긴 것 같은 기분 때문에 곱게 보일 리가 없었다.
.........이 녀석.....사이비 라고 했었나....? 만약, 내 손녀에게 무슨 일이 생긴다면 너부터 족쳐주마....결코, 내 손녀가 너보다 빨리 죽어서는 안 될 거야.
빠드득.
한강진의 입에서 이가 갈리는 소리가 들려왔다.
사이비에게 뺏긴 한시아의 관심으로 인해 괜히 아무런 잘못도 없는 사이비를 향해 분노를 돌리는 그는 손녀 바보였다.
....뱀눈 녀석아....무슨 일이 있어도 한시아를 지켜다오..
두 손을 꼭 모아 혼잣말을 중얼거리는 한강진이었다.
* *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