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수인 아카데미의 NTL 왕이 되다-22화 (22/102)

〈 22화 〉 21화. 불편함.(2)

* * *

미친년.....그녀는 미친년이었다.

.......이, 이거 완전 미친년 아냐.....또라이 같은 년......

내가 한설화 그녀를 그렇게 생각할 수밖에 없는 이유가 있었다.

지금 내 머릿속으로 들려오는 한설화의 생각은 내 상식선에서는 도저히 이해가 불가능한 그것이었다.

아니, 도대체 어느 사람이, 자신의 가족이자 자신의 여동생을 향해 이리도 더럽고 추잡한 말을 퍼붓는단 말인가….

......미친년.....

속으로 욕설을 내뱉으며 놀란 가슴을 진정시키는 이 순간도 나의 머릿속으로 들려오는 그녀의 생각은 이랬다.

『정말 네가 죽었으면 좋겠어.』

『아니, 죽음보다 더한 고통을 받길 바래.』

『도둑고양이 같은 년, 발정 난 개들에게 던져줘야 해.』

악담을 퍼붓는 수준이 아니었다.

그건 가족, 자매란 이름으로 이어진 두 사람의 관계에서 절대 나올 수 없는…. 아니, 나와서는 안 될 말이었다.

....도대체, 둘 사이에서 무슨 일이 있었던 거야....

불편한 사이인 줄은 알았으나, 이렇게 온갖 증오와 저주가 담긴 말을 뱉어내는 사이일 줄은 몰랐다.

지금도 평소처럼 아무런 관심이 없다는 표정으로 무심하게 허공을 바라보고 있는 한설화였지만, 그건 그녀의 가면일 뿐이었다.

차가운 인상을 가진 외관만큼, 시니컬하고 인간관계에 차가운 마음을 가졌을 거라고 지레짐작했던 내가 우스웠다.

그녀는 차가운 마음을 가지고 있는 얼음여왕따위가 아니었다.

그녀는 그저, 추악한 증오와 가식이 한데 섞여 만들어진 끔찍한 재앙을 초래하는 악(?) 그 자체였고, 한설화의 생각을 듣는 것만으로도 내 안에 있는 깊은 심연과 마주한 것처럼 답답하고 불쾌한 기분이 느껴졌다.

어째서 한설화 그녀가 이렇게까지 한시아를 미워하고 증오하는지는 모르겠지만, 확실한 건 한시아의 곁에 한설화를 가까이 두어서는 안 됐다.

차라리 아예 몰랐다면 몰랐지, 한설화가 한시아를 어떻게 생각하는지 모두 알아버린 이상 그녀를 내버려둘 순 없었다.

【야. 나가자.】

서둘러 한시아에게 전음을 보냈다.

【...네..? 나, 나가다뇨....갑자기 왜....그러...】

【아이...씨...!! 쯧...지금 당장 너랑 존나게 떡 치고 싶으니까, 그냥 나가자고.....】

그녀를 이곳에서 데리고 나가고 싶다는 생각과 그녀를 향한 나의 솔직한 마음이 더해지자, 나와 한바탕 논쟁을 펼치려는 듯한 분위기를 뿜어대던 한시아의 기세가 한풀 꺾여나갔다.

【....아, 아이 참.....며, 며 칠 전에도 그렇게 잔뜩 하시고선…….】

【그거론 모자라니까, 나가자고. 아니면 여기서 할래?】

나는 강렬한 눈빛으로 한시아를 바라보았다.

그러자 한시아는 얼굴을 붉게 물들이고선 나의 시선을 피하며 요리조리 고개를 돌리며 슬쩍 한설화를 바라보았다.

【.....그, 그건 안 돼요....또, 또....오늘은 위험한 날이라....대, 대신 입으로....】

......생각해보니까, 한시아에게 펠라를 받아 본 적이 없네....

솔깃했다.

......어떻게 상황이 또 이렇게 돼버렸네……. 좋아. 이대로 밀고 나가서 펠라를.....

그때.

"둘이서 무슨 얘기를 그렇게 재밌게 하는 거지?"

나의 머릿속에서 이미 나의 자지를 빨고 있는 한시아의 모습이 뜬금없이 들려온 한설화의 목소리에 의해 사라져버렸다.

.......아...저 씨발년이...

전음을 주고받는 게 너무 티가 난 것 같았다.

나와 대화를 하며 얼굴을 붉게 물들이기도 하고 고개를 절레절레 젓기도 했던 한시아였으니, 알아챌 만도 했다.

심지어 한설화 그녀는 나와 한시아가 전음으로 얘기를 나눈다는 사실을 알고 있었으니 당연한 결과이기도 했다.

".....둘이서 뭘 그리 얘기하냐고 묻고 있잖아."

물론, 그녀가 그 사실을 알고 있다고 해서 알려줄 이유도, 명분도 없었다.

현재 그녀는 내게 있어, 나의 것을 망가뜨리려는 심보 고약하고 싸가지없는 병찬이의 좆집 그 이상 그 이하도 아니었으니까.

"신경 꺼. 남이사, 우리가 네 뒷담을 까든, 서로의 성감대를 고백하든 네가 무슨 상관이지?"

나의 말에 한시아가 얼굴을 확 붉히고선 가볍게 나의 가슴을 두드렸다.

".....왜? 맞잖아.. 방금전까지 따먹네...입으로 해주...읍읍!!"

한시아가 작은 손을 이용해 나의 입술을 틀어막았다.

그런 그녀가 귀여워 손을 뻗어 머리를 쓰다듬고 있을 때.

『....남친? 이제 보니까, 얼굴도 괜찮네. 물론, 말버릇이 안 좋긴 하지만, 한시아에겐 아까운 놈이야.』

한설화의 생각이 들려왔다.

나는 전혀 내색하지 않고서 한시아를 향해 일부러 성적인 농담을 던지며 그녀의 부끄러운 반응을 유도했다.

그래야 그 반응을 본 한설화가 조금 더 자신의 속마음을 드러낼 것 같았기 때문이다.

【왜? 맞잖아? 내 밑에 깔려서 앙앙거릴 땐 언제고... 이제 와서 부끄러운 척 하시겠다?】

나의 말에 한시아가 또다시 슬쩍 한설화의 눈치를 보고선 대답했다.

【아...저, 정말!! 제, 제가 언제 아, 앙앙거렸다고 그러세요…!!】

『....무슨 얘기를 하는 거지?』

걸려들었다.

왠지 한시아와 관련된 모든 것에 예민하게 반응하는듯한 그녀의 모습에 한 번 던져본 미끼를 덥석 물어버린 그녀였다.

­ 씨익.

.......월척이구나....좋아, 기세를 이어서 좀 더...

【다음에 너를 따먹을 땐, 너의 보지를....】

【.....흐, 흐읏.....그, 그때가 언제인데요오오오...】

직설적인 야한 말로 한시아의 반응을 유도했고, 그 결과...

『치사한 년놈들...』

『...설마 정말.....섹스.. 얘기...? 아니면....정말로 내 뒷담을...?』

실시간으로 한설화의 생각이 들려왔다.

『웃지마.』

『웃지 말라고.』

『네가 그렇게 행복한 미소를 짓고 있으면 안 되는 거잖아.』

『나의 전부를 빼앗아 가고서 그런 표정을 지으면 안 되지.』

『도둑년.』

『그 남자가 그렇게 좋아? 응?』

『과연, 그 남자도 네가 그를 좋아하는 만큼 너를 좋아할까?』

『죽어.』

『죽어. 죽어.죽어. 죽어.죽어. 죽어.죽어. 죽어.죽어. 죽어.죽어. 죽어.죽어. 죽어.죽어. 죽어.죽어. 죽어.죽어. 죽어.죽어. 죽어.죽어. 죽어.죽어. 죽어.죽어. 죽어.죽어. 죽어.죽어. 죽어.죽어. 죽어.죽어. 죽어.죽어. 죽어.죽어. 죽어.죽어. 죽어.죽어. 죽어.죽어. 죽어.죽어. 죽어.죽어. 죽어.죽어. 죽어.죽어. 죽어.죽어. 죽어.죽어. 죽어.죽어. 죽어.죽어. 죽어.죽어. 죽어.죽어. 죽어.죽어. 죽어.죽어. 죽어.죽어. 죽어.죽어. 죽어.죽어. 죽어.죽어. 죽어.죽어. 죽어.죽어. 죽어.죽어. 죽어. 죽어.』

『네가 가진 행복은 전부 내 것이었어야 해.』

『네가 나의 행복을 전부 빼앗아갔어.』

『너에게서 그를 빼앗을 거야.』

『부탁이야...제발.. 죽어줘.』

『.....그는 내꺼야.』

"...........!!!"

나는 내 머릿속을 아득하게 울려대는 한설화의 목소리 때문에 지끈거리는 머리를 부여잡았다.

.........세, 세상에.....미, 미친년....

정신병자 그 이상으로 마음속으로 혼잣말을 속사포처럼 뱉어내는 그것도 놀라웠지만, 그것과는 비교도 안 될 정도로 놀라운 것은 바로 한설화 그녀였다.

그녀는 마음속으로는 미친 사람처럼 수없이 많은 말들을 아주 빠르게 속사포처럼 내뱉었지만, 그런 마음속과는 다르게 그녀는 그 늘씬한 다리를 여유롭게 꼬고 앉은 처음 상태 그대로 너무나도 권태롭고 무표정한 얼굴로 허공을 바라보고 있었다.

마치, 자신은 이 모든 상황에....아니, 이 세상에 아무런 관심이 없다는 듯이....

『제발 죽어. 제발 죽어. 제발 죽어. 제발 죽어. 제발 죽어. 제발 죽어. 제발 죽어. 제발 죽어. 제발 죽어. 제발 죽어. 제발 죽어. 제발 죽어. 제발 죽어. 제발 죽어. 제발 죽어. 제발 죽어. 제발 죽어. 제발 죽어. 제발 죽어. 제발 죽어. 제발 죽어. 제발 죽어. 제발 죽어. 제발 죽어. 』

『그는 내꺼야. 그는 내꺼야. 그는 내꺼야. 그는 내꺼야. 그는 내꺼야. 그는 내꺼야. 그는 내꺼야. 그는 내꺼야. 그는 내꺼야. 그는 내꺼야. 그는 내꺼야. 그는 내꺼야. 그는 내꺼야. 그는 내꺼야. 그는 내꺼야. 그는 내꺼야. 그는 내꺼야. 그는 내꺼야. 그는 내꺼야. 그는 내꺼야. 』

­ 덜덜덜덜...

분명, 너무나 고고하고, 도도한 모습으로 허공을 바라보고 있는 그녀였지만, 그런 모습과는 다르게 끊임없이 혼잣말을 하는 그녀를 보고 있자니 전신에서 소름이 쫙 돋아나기 시작했고, 몸이 덜덜 떨려왔다.

".....우욱....웁..."

속에서 역한 무언가가 올라왔다.

【...어, 어머!! 괘, 괜찮으세요?!!】

【...어, 어....어제 먹은 저녁이 좀 말썽이네...】

【어, 어떡해...!! 자, 잠시만 기다리세요...!! 제, 제가 금방 치료실에서 약이라도 받고 올게요!!】

아마, 모르긴 몰라도 지금 나의 표정은 여태껏 한시아가 본 적이 없는 표정일 게 확실했다.

지금도 내 눈앞에서 매우 걱정스러운 표정을 짓고 있는 한시아가 글썽거리는 눈으로 나를 바라보고 있었으니...

.....걱정하고 있겠지. 이런 나사 풀린 표정은 처음일 테니까.

이내, 한시아가 "얼른 가지고 올게요." 라는 전음을 남기고는 다급하게 부실을 빠져나갔다.

그러자.

『그는 내꺼야. 그는 내꺼야. 그는 내꺼야. 그는 내꺼야. 그는 내꺼야. 그는 내꺼야. 그는 내꺼야. 그는 내꺼야. 그는 내꺼야. 그는 내꺼야. 그는 내꺼야. 그는 내꺼야. 그는 내꺼야. 그는 내꺼야. 그는 내꺼야. 그는 내꺼야. 그는 내꺼야. 그는 내꺼야. 그는 내꺼야. 그는 내꺼........』

­ 사아아아아아...

한시아가 부실을 빠져나가기 전까지만 해도, 나를 향한 집착의 말을 계속해서 중얼거리던 한설화의 목소리가 거짓말처럼 사라졌다.

온몸의 털이 삐쭉삐쭉 섰다.

숨도 제대로 쉬어지질 않았고, 눈을 돌려 한설화, 그녀를 쳐다볼 수도 없었다.

아니, 쳐다보지 말아야 할 것 같았다.

그 광기가 어린 집착을.

그 거대한 악의를.

­ 째깍째깍.

아주 고요하면서도 무거운 적막이 흐르던 그때.

『넌 내꺼야.』

여태껏 들려왔던 무감정한 한설화의 목소리가 아닌, 아주 고혹적인 웃음소리가 섞인 그녀의 말이 들려왔다.

"........!!"

­ 화아아아아아.

그리고는 무언가 나의 정신을 좀먹는듯한 감각이 느껴짐과 동시에 나의 머릿속이 아닌, 한설화가 앉아있는 방향에서 그녀의 목소리가 들려왔다.

"사랑해. 여보. 지금부터 우리는 서로가 없이는 살아갈 수 없어."

달콤한 목소리가 담긴 그녀의 사랑스러운 말을 끝으로 간신히 붙잡고 있던 나의 정신이 저 멀리 날아가 버렸다.

­ 쪼오옥. 으음...

"사랑해. 사랑해. 사랑해. 사랑해. 사랑해. 사랑해. 사랑해. 사랑해. 사랑해. 사랑해. 사랑해. 사랑해. 사랑해. 사랑해. 사랑해. 사랑해. 사랑해. 사랑해. 사랑해. 사랑해. 사랑해. 사랑해. 사랑해. 사랑해. 사랑해. 사랑해. 사랑해. 사랑해. 사랑해. 사랑해. 사랑해. 사랑해. 사랑해. 사랑해. 사랑해. 사랑해. 사랑해. 사랑해. 사랑해. 사랑해. 사랑해. 사랑해. 사랑해. 사랑해. 사랑해. 사랑해. 사랑해. 사랑해. 사랑해. 사랑해. 사랑해. 사랑해. 사랑해. 사랑해. 사랑해. 사랑해. 사랑해. 사랑해. 사랑해. 』

집착을 넘어선 그 무언가의 감정을 아주 진하게 담고 있는 한설화의 목소리가 이 공간을 가득 채워나갔다.

* * *

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