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수인 아카데미의 NTL 왕이 되다-20화 (20/102)

〈 20화 〉 19화. 운명.(4)

* * *

`..........우우웅....잘 잤다....이렇게 개운한 느낌이 얼마 만이지.....`

한시아는 그런 생각과 함께 몸을 일으키려 했다. 하지만....

­ 욱씬...

`...아얏...! 으으....왜, 왜 이렇게 그곳이 쓰라리지....`

그때.

­ 투욱.

침대 위로 누군가의 손이 떨어지며 퉁 하고 침대가 울렸다.

"...........!!!"

`...아, 맞어....어제...사, 사이비님이랑....`

아직 덜 깨어있던 정신을 헤집으며 어젯밤 있었던 일들이 한시아의 머릿속을 가득 채우기 시작했다.

자신을 잡아먹을 듯이 바라보며 거친 숨소리와 쇳소리를 내뱉던 사이비와 그의 밑에 깔려서 앙앙거리며 교성을 터트리던 자신...

­ 화아악.

한시아의 얼굴이 붉게 물들었다.

한시아는 두 손으로 얼굴을 가리고선 다시 내린 후, 쌕쌕거리는 숨을 뱉으며 아주 깊게 잠든 사이비를 바라보았다.

하얀 머리칼과 똑같은 하얀 피부, 남자치고 제법 긴 속눈썹과 옆으로 쭉 찢어져 매우 사나워 보이는 듯한 눈매, 오똑하고 매끄러운 코, 그의 목을 덮고 있는 뱀의 문신까지….

어젯밤 자신을 향해 짐승처럼 달려들었던 사이비의 모습이었으나 분위기가 너무나도 달랐다.

­ 스윽

손을 뻗어 사이비의 턱선을 따라 얼굴을 쓰다듬었다.

`..풉...이렇게 가만히 있으면....완전히 다른 사람인 것 같은데.....입만 열면 어쩜 그렇게 얄미운지…….`

­ 짹짹짹짹...

슬슬 동이 트며 날이 밝아오기 시작했고, 부지런한 새들이 활기차게 돌아다니며 아침을 알리기 시작했다.

`..아...힝...좀 더 보고 싶은데……. 깨기전에 얼른 나가야 해.....`

­ 쪽.

잠시 울상을 짓던 한시아는 가볍게 사이비의 볼에 키스하고선 이불을 걷어내 자리에서 일어났다.

­ 주륵...주르륵...

`......허, 허어으..!!?? 이, 이게 다 뭐야...`

한시아는 자신의 성기에서 무언가가 흐르는 감촉을 느끼자 밑을 내려다보았고, 그 후 너무나도 놀라운 광경에 잠시 얼음이 되어 굳어있었다.

그 이유는, 자신의 몸이 아주 커다란 대격변을 맞이했기 때문이다.

그건 자신의 몸이 맡긴 했으나, 평소에 알고 있던 자신의 몸이 아니었다.

이 몸은 너무나도....

`........아, 아름다워요......`

아름다웠다.

여자인 자신이 봐도, 몸의 주인인 자신이 객관적으로 봐도 너무나 황홀하고 아름다운 몸매였다.

상처받은 남성들은 빈틈없이 푹 껴안아 보듬어 줄 수 있는 큰 가슴과 예쁜 색의 유륜과 유두, 붙잡기 좋은 얇은 허리와 커다랗고 선이 아름다운 골반까지 모든 여성들이 원하는 꿈의 몸매이자, 현실에서는 도저히 찾기 힘든 완벽한 몸매였다.

`....도, 도대체 나에게 무슨 일이......서, 설마...?`

그녀는 어젯밤의 마지막 기억을 다시 곰곰이 생각해봤다.

`......부, 분명...사이비님과 한 번 세, 섹스하고 나서.....이야기를 나누던 도중에......무슨 목소리가 머릿속에서 들려왔고.....그 후론 기억이 없어...`

한시아는 천천히 고개를 끄덕이며 확신을 가지기 시작했다.

한시아 본인은 지난 일주일간 감당하기 힘든 홍역을 치러야만 했다.

그 이유는, 그녀의 고유 능력인 【운명】 때문이었다.

`....운명.`

【운명】

스무 살, 자신의 생일을 넘기기 전까지 운명의 상대를 지정해야 하며, 상대방이 받아들인다면 두 사람 다 운명의 효과를 받을 수 있다. 운명의 상대를 지정할 기회는 딱 한 번이며, 시전자와 같은 또래여야 한다. 만약 상대가 거절한다면 시전자는 소멸하게 된다. 두 사람의 운명이 하나의 운명으로 섞인다면 두 사람은 거리와 장소에 상관없이 항시 모든 능력치가 상승하는 버프를 얻게 되며, 시전자는 운명의 상대가 마음속에서 바라는 이상형의 모습으로 변하게 된다.

【기본 능력치 상승률: 10%】

【현재 추가 능력치 상승률: 1%】

서로를 향한 신뢰와 감정이 깊어질수록 능력치가 조금씩 올라간다.

아주 적은 양의 글자만 적혀있던 전과는 달리, 사이비와 하나의 운명으로 섞인 지금은 장문의 설명이 적혀있었다.

그리고 그 긴 능력의 설명을 읽어내려간 한시아는 단번에 모든 상황을 이해하며 고개를 끄덕였다.

오늘은 한시아 자신의 생일이었고, 만약, 어제 운명의 계약이 이루어지지 않았다면, 오늘 밤 사이비를 찾아가 운명의 상대가 되어달라고 부탁할 계획을 세우고 있던 그녀였다.

그 부탁을 사이비가 들어준다면, 그와 운명의 상대가 되어서 평생을 살아갈 생각이었고, 거절한다면 모든 걸 받아들이고 조용히 소멸당할 생각이었다.

하지만 한시아 본인이 몸에서 일어나는 커다란 변화에 적응하는 동안 사이비, 그가 아주 감사하게도 운명의 상대로써 자신을 받아들인 것 같았다.

`.....히, 히히히....사, 사랑해요오오.....`

그가 자신을 받아들여 줬다는 기쁨에 한시아는 이상한 웃음소리를 흘리더니, 다시 한 번 잠든 사이비에게 다가가 입술에 가볍게 입을 맞추었다.

­ 주르르륵..

그녀가 움직이자 벌려진 그녀의 보지사이에서 사이비가 밤새 싸질렀던 정액이 흘러내렸다.

`........아이...참....도대체 얼마나 사정을 하신 거야....히, 힛 ♡`

그녀는 자신의 허벅지를 따라 흘러내리는 정액을 손가락으로 닦고선 그대로 입으로 집어넣고는 복슬복슬한 꼬리를 살랑살랑 흔들며 맛있게 핥았다.

­ 츄르릅.... 할짝..

마음 같아서는 이런 차갑게 식어버린 정액이 아닌, 그의 귀두에서 뿜어지는 따끈따끈하고 뜨거운 갓 짜낸 정액을 마시고 싶었지만, 다음을 기약해야 했다.

`.......어머, 벌써 시간이......`

슬슬 아침 훈련을 나가는 훈련생들의 목소리가 조금씩 들려오기 시작하자, 그녀는 재빠르게 바닥에 떨어져 있는 자신의 제복을 입고서 다급하게 남자기숙사를 빠져나갔다.

샤워를 마친 후 곧장 D 클래스로 향한 나는 나의 옆자리에 다소곳하게 앉아있는 한시아를 보고선 몸을 흠칫 떨었다.

......여, 역시 꿈이 아니었어....

­ 두근두근.

그녀를 보자마자 부끄러움이라고는 없는지, 주책없이 뛰어대는 심장이었다.

"....흠흠!!"

­ 덜그럭

최대한 아무런 감흥이 없다는 듯, 표정관리를 하며 그녀의 옆자리에 앉았다.

【...어? 오셨어요……?】

【......어...】

너무도 낯선 한시아의 모습에 자꾸만 진정이 되질 않았다.

나를 빤히 바라보는 그녀의 시선을 피해 주변을 두리번거리던 나의 눈에 넋이 나간듯한 얼굴로 한시아를 바라보는 남 훈련생들이 보였다.

.......아니...이 씨발 새끼들이.....감히....

녀석들은 힐끔힐끔 몰래 보는 것도 아니고 대놓고 그녀를 뚫어지게 쳐다보고 있었다.

그래서 그런 것인지, 한시아는 조금 붉어진 얼굴로 그들에게서 등을 돌린 후, 나의 얼굴을 빤히 바라보고 있었다.

­ 까득.

단단한 무언가가 갈리는 소리가 나의 입에서 흘러나왔고, 나는 한시아를 더러운 욕정이 가득 담긴 눈으로 바라보는 남 훈련생들을 매섭게 노려보았다.

".......!!"

"...어, 어? 가, 갑자기 화장실이...."

그러자 녀석들은 아주 크게 몸을 들썩거리며 한시아에게서 시선을 거두었다.

그리고 이 모든 광경은 지켜보고 있던 한시아는....

­ 생긋 쫑긋.

보기만 해도 상큼함이 듬뿍 느껴지는 미소와 함께 그 커다랗고 넓은 강아지의 귀를 쫑긋거렸다.

【...헤헤..】

괜히 내가 지고 들어가는 느낌이 들었다.

아무런 말도 없이 다 알고 있다는 표정으로 웃고 있는 저 얼굴이 더욱 분했다.

【....흠흠!! 그나저나 도대체 일주일이 넘는 시간 동안 어디 있던 거야?】

나는 화제를 돌리기 위해 그녀가 내 곁에 없었던 그 시간에 관한 얘기를 꺼냈다.

【아, 아...그, 그게....어떻게 된 거냐면...】

그렇게 시작된 한시아의 이야기로 나는 모든 사실을 알 수 있었다.

첫째. 그녀가 일주일간 매우 심한 몸살과 고열 때문에 학교를 쉴 수밖에 없었던 이유는, 그녀가 가지고 있는 고유 능력인 【운명】 때문이라는 것.

두 번째. 일주일이 넘는 시간 동안 그녀를 괴롭혔던 【운명】이 어젯밤 내가 그녀를 운명의 상대로써 받아들여 모든 상황이 끝났다는 것.

세 번째. 그녀가 이렇게 완벽한 몸매를 가진 모습으로 변한 건, 전부 나의 의지이고 바램이라는 것.

【.......뭐, 어쨌든....좋게 끝났다는 거네.】

【네!!.. 사, 사이비님 더, 덕분에요....】

다행이었다.

조금 우울해 보이던 전과는 달리, 아주 아름다운 여성의 모습을 하고있는 한시아의 분위기가 많이 밝아진 것 같았다.

물론, 그 덕에 날파리들이 조금 꼬일 것 같기는 했지만…….

.......그런 새끼들은 전부 죽여버리면 그만이지.. 음.!

그때.

­ 끼이이익.

강의실에 문이 열리며 이석훈이 들어왔다.

그는 강의실에 들어오자마자 한시아가 앉아있는 자리를 쳐다보고선, 작게 고개를 끄덕였고 이내 흠흠!! 하고 헛기침 소리를 낸 뒤 훈련생들을 향해 입을 열었다.

"어느덧 너희가 아카데미에 신입생이 된 지도 2주 가까이 되었다. 다음 주부터 2주간의 적응 기간이 끝나면 해야 할 것들이 아주 산더미지.우선은 이번 주가 끝날 때까지, 각자 들어가고 싶은 동아리를 이곳에 적어 제출해라."

이석훈은 햐얀 종이 뭉치를 맨 앞에 있는 훈련생들에게 나눠주었고, 곧 그 훈련생들이 자신의 것을 한 장 챙기고는 뒤로 전달했다.

.....내가 살던 지구보다 훨씬 더 기술이 발달했으면서.....이런건 아직도 아날로그네....

훈련생들이 열심히 뒤로 전달하는 모습을 보자, 내가 살아왔던 지구가 생각이 났다.

......이런 것도 향수병을 쳐주나..?

"자, 다들 받았으면 모두 집중해라…!!"

­ 네에에!!

"신입생들의 2주간의 적응 기간은 이번 주에 끝이 난다. 그리고 그 다음 주부터는 바로 게이트 실습을 대비하는 훈련이 일대일 맞춤훈련을 시행한다!!"

­ 웅성웅성.

이석훈의 말이 끝나자, 한 훈련생이 손을 번쩍 들며 말했다.

"교, 교수님...!! 일대일 맞춤훈련이 뭔가요?!!"

"일대일 맞춤훈련이란... 2학년 훈련생들이 너희에게 각각 한 명씩 붙어 일대일 코치를 해주는 훈련이다. 당연히 1학년보다 게이트에 관한 지식과 여러 가지 실전 팁들을 잘 알고 있으니, 도움이 많이 될 거다. 물론, 실력이야 말할 것도 없지. 일대일 맞춤훈련은 2주간 진행하며 끝나는 즉시 게이트 실습을 시행한다."

"...그, 그럼 교수님들이 저희를 멘토링 해주실 선배님들을 정해주시는 건가요...?"

".....무르기 짝이 없는 녀석이군. 이곳은 레드문 아카데미다. 그런 나약한 응석을 받아주는 곳이 아니다."

"......아, 죄, 죄송합...."

"훌륭한 선배에게서 훈련을 받고 싶다면, 너희의 두 발로 직접 뛰어다니며 발품을 팔아라. 우리 아카데미는 약자를 배려하지 않는다. 약자는 도태될 뿐이지. 이상."

이석훈은 말을 마치고서 훈련생들의 인사를 받는 둥 마는 둥 하며 강의실을 빠져나가 버렸고, 그가 사라지자마자, 주변의 수많은 훈련생에게 멘붕이 찾아왔다.

"...으아아아...!!! 어, 어쩌면 좋지...이곳에 아는 선배는 한 명도 없는데..."

".후우우...다행이다…. 용석이형한테 부탁해봐야지…."

"........누가 나 같은 D 클래스 아싸한테 관심을 줄까...."

역시 대한민국은 인맥사회라고 했던가, 희비가 엇갈리는 훈련생들의 표정에 절로 고개가 저어졌다.

......하여튼, 인맥 하나로 먹고사는 나라답네….

【...사이비님!!】

.....아오, 깜짝이야...

【뭐야? 왜?】

­ 싱긋.

【어느 동아리 가입하실 생각이에요...?】

【....으음? 그러게....】

나는 미적지근하게 대답하며 책상에 놓여있는 레드문 아카데미의 동아리명단을 바라보았다.

....마력 단련회, 마법 연구회, 체력 단련회, 심령 연구회, 탈모 연구회....아니, 무슨 동아리들이 죄다 연구회나, 단련회야.... 매일 하는 훈련만으로도 빡세 죽겠구만...

그때.

.......으음? 책과 다도...?

­ 씨익.

동아리의 이름부터가 꿀 휴식을 보장하는 냄새를 잔뜩 풍겨왔다.

매일 아카데미가 끝나면 자정이 넘도록 훈련을 하는 내게 다른 동아리 활동은 별로 흥미가 일어나지 않았다.

【으음...여기로 해야겠어. 이곳이라면 밀린 잠을 보충할 수 있을 것 같아.】

【그, 그곳이 어딘데요오오..?】

【책과 다도...라고 적혀있네...뭐, 대충 차나 마시면서 책을 읽는 곳 같은데...】

­ 스걱스걱

난 일말의 망설임도 없이 책과 다도에 체크를 하고서 나의 이름을 적었다.

그러자 한시아가 허둥지둥거리더니, 누가 들어도 어색한 목소리로 말하며 무언가를 적기 시작했다.

【....우.와.아.아..대.박...!! 저, 저도 독서와 차를 엄청 좋아하거든요,...가, 같이 동아리 활동을 하면 되겠네요...아,헤헤..】

...귀엽기는.

하지만 이때의 난 전혀 알지 못했다.

이 동아리를 선택한 것이.. 나의 아카데미 생활에 아주 큰 소란을 불러올 것이라는 걸.

.......아 날씨 좋다..

........전혀 모르고 있었다.

* * *

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