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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인 아카데미의 NTL 왕이 되다-15화 (15/102)

〈 15화 〉 14화. 한강진.

* * *

"하아....누가 이 봄에 에어컨을 틀어놓은 거야, 진짜."

나는 아무런 감정도 내비치지 않고서, 나와 한시아를 내려다보는 그녀와 그런 그녀를 호위하듯 지키고 있는 A 클래스 녀석들의 심기를 건드릴 생각으로 그러한 말을 흘렸다.

.....호오.... 아무런 반응도 없네...?

짧은 시간이었지만, 한설화에 대해 냉혈인(?血人)이라는 결론을 내린 나는 그녀와 내가 비슷한 부류라고 생각했다.

둘 다, 냉혈인(?血人)이 맞지만, 묘하게 틀렸다.

그녀는 말 그대로 기쁨, 슬픔, 등등 여러 가지 감정이라는 것을 모르는 사람처럼 몸속에 차가운 피가 흐르는 타입이라면, 나는 사람을 해하는 데 있어, 일말의 죄책감이나, 후회의 감정을 느끼지 않는 반사회적 인격장애를 가지고 있는 천살자의 차가운 피가 흐르고 있었다.

뭐, 실제로 냉혈동물인 뱀의 크리쳐를 가지고 있기도 했고.....

그녀를 살짝 도발할 마음으로 내뱉은 말이긴 했으나, 기대하지는 않았다.

오히려, 그녀를 노렸다기보다는 그녀의 추종자들이 목표였다.

하지만 어째선지, 금방이라도 욕설을 내뱉으며 달려들 것만 같은 기세를 뿌리는 추종자들은 나를 노려보며 가만히 서 있을 뿐이었다.

꽉 쥔 두 주먹이 부들부들 떨리는 것으로 보아, 극한의 인내심을 발휘해 참고 있는 것 같았다.

그때.

"........오랜만이야."

먹이사슬 정립에서 검술 명을 읊조릴 때를 제외하고서 한 번도 열리지 않았던 그녀의 예쁜 입술이 열리며 엄동설한(??雪?) 기운을 가득 담고 있는 아주 맑고 차가운 목소리가 흘러나왔다.

한설화는 바닥에 주저앉아 몸을 오들오들 떨고 있는 한시아를 향해 말했다.

그러자, 한시아는 덜덜 떨리는 몸을 부여잡으며 간신히 자리에서 일어났고, 두 손으로 한설화를 향해 수화를 하는듯싶더니 나를 바라보았다.

【....혹시 가능하다면…….】

비에 쫄딱 젖은 강아지처럼 애처로운 눈빛으로 전음을 보내는 한시아의 의도가 무엇인지 단번에 감이 왔다.

......한설화와 대화하고 싶은 거겠지......흐음...

【알겠어. 하지만 나도 될지 안 될지는 잘 몰라. 너 외에는 누구한테도 사용해본 적이 없으니까.】

듣고 싶었다.

어느새 내 마음속에선 한시아는 나의 물건, 나의 무언가라고 결론을 내렸기에 내가 그녀에 대해서 모르는 정보가 있다는 게, 왠지 모르게 기분이 안 좋았다.

【잘 부탁해요….】

­ 하아....

나는 작게 한숨을 내쉬고는 한설화를 바라보며 정신을 집중했다. 그리고는....

【......야, 들리냐?】

한시아와 정신을 연결한 상태로 한설화에게 전음을 보냈다.

"......."

한설화가 아주 예쁜 투명한 하늘색의 머리카락을 살짝 휘날리며 나를 바라보았다.

.....들리나 보네.

【대화의 장을 마련해줬으니까, 나머진 둘이 알아서 해.】

나는 전음을 보내고서 홱 고개를 돌려 자리에 털썩 주저앉았고, 고개를 푹 숙였다.

하지만 둘은 10초가 훌쩍 지나도 서로를 향해 그 어떤 말도 하지 않고 있었다.

.........뭐 하는 거야? 서로 할 말이 있던 거 아니었어? 아....그냥 갈까?

진지하게 이곳에서 한시아를 데리고 나가버릴까, 생각하던 그 순간.

【으...오, 오랜만이야…. 어, 언니...】

매우 긴장한듯한 한시아의 목소리가 들려왔다.

【.....신기한 재주를 가지고 있네.】

한시아의 말에 대한 대답은 없었다.

나는 고개를 숙인 채, 둘의 대화에는 관심이 없단 행동을 취하고 있었지만, 일미와 이미의 눈으로, 모든 상황을 지켜보고 있었는데, 한설화는 차가운 눈으로 나를 바라보고 있었고, 한시아는 금방이라도 주저앉을 듯 아주 위태로운 얼굴을 하고 있었다.

【어, 언니가…. 이곳에 있을줄은 모, 몰랐어...】

【......엄마, 아빠는 잘 지내?】

한설화는 다시 한 번 한시아의 말을 무시한 채, 물었다.

.......이런 싸가지 없는 년... 감히..이병찬한테 몸이나 대줄 운명이었던 걸레 같은 년이...

화가 났다.

한시아는 어째서 저 싸가지없고, 오만한 녀석에게 저자세로 대하며 자신의 자존감을 깎아내리는 것인지, 도무지 이해가 안 됐다.

.....확 엎어? 씨...발 좆같네...

【으, 응...엄마, 아빠 두 분 다 잘 지내셔....어, 언니는 잘 지냈....】

【그래? 그럼 됐어. 두 분께 안부 좀 잘 부탁해.】

【...어, 언니! 자, 잠깐만..!】

......아오...씨발년...말하는 버르장머리 하고는....

둘의 대화로 추측해보자면, 둘은 가족인 것 같았다.

......근데 왜 이석훈은 이사장님의 하나뿐인 손녀라고 말했던 거지?

둘이 동생과 언니 사이라면, 하나뿐인 손녀가 될 수가 없었다.

그때.

­ 저벅저벅

가벼운 발소리가 울리며 한설화가 한시아에게서 시선을 거둔 뒤, 훈련실의 출입구를 향해 걸어나갔다.

여전히 난 고개를 숙인 상태였지만, 일미와 이미로 보이는 광경에 나는 속에 고구마가 얹힌듯한 기분이 들었다.

한설화는 처음과도 같은 무표정으로 이곳을 빠져나가고 있었지만, 한시아는 덜덜 떨리는 자신의 몸을 한 손으로 부여잡고는, 나머지 한 손은 자신이 끼고 있는 검은 안대에 갖다 댔다.

그 모습이 너무 초라하고, 안쓰럽고, 위태로워서 괜히 그 모습을 지켜보는 내가 억울하고 답답하고 화가 났다.

......아니, 씨발... 사람이 말하고 있는데....저 좆같은 년이...

이유는 아무래도 좋았다.

나의 물건이나 다름없는 한시아가 내 앞에서 모욕을 당한 것은 나를 모욕한 거나 다름없었고, 가정교육을 못 받은듯한 저....아니, 사실 이유 같은 건 필요 없었다.

그냥, 지금 이 순간.... 저 버릇없는 사이코패스 년을 족쳐놔야 분이 풀릴 것 같았다.

"야, 이 씹....."

점점 멀어져가는 한설화를 향해 내 입에서 거친 욕설이 흘러나오려던 그 순간.

­ 사아아아아아아...

".....고, 공기의 흐름이 변했다...?!?!"

마치, 당장에라도 나를 벌레 죽이듯이, 너무나도 쉽게 짓눌러버릴 것만 같은 강대한 마력이 느껴졌다.

".....커헉.....하...하...하아..."

......뭐, 뭐야... 이 미친 마력은....

"한시아, 한설화..."

키가 2m는 되어 보이는 터질 것 같은 근육을 자랑하는 백발의 노인이 검은 정장을 입고서 서 있었다.

.......괴, 괴물..... 저, 저게 사람이라고....?

나는 나의 머릿속을 울리는 커다란 경고음에 온몸에 털이 삐쭉삐쭉 서는 걸 느꼈다.

.....미, 미친 도, 도망가야......

그런 생각이 순식간에 나의 머릿속을 지배하기 시작했고, 나는 나를 옥죄어오는 커다란 압박감을 이기지 못한 채, 내 뒤에 있던 한시아의 팔목을 잡고 도망을 가려던 그 순간...

【하, 할아버지.....?】

놀란 기색이 역력한 한시아의 목소리가 들려왔다.

.....할아버지? 레드문 아카데미의 이사장....?

【....야, 저 괴물....아니, 저 백발의 할아버지가 레드문의 이사장이자.....너, 너의 할아버지야?】

【.....네. 그, 그건 갑자기 왜요? 우우...가, 갑자기 식은땀을 엄청 흘리시는 것 같은데... 어, 어디 안 좋으세요?】

【....하, 하하... 아, 아니? 너, 너무 건강한데? 어...음...일단 사과할게.. 여러모로 미안했어.. 또....특히...그, 그 가, 강....간...】

나는 얼굴과 등에서 폭포수처럼 흘러내리는 식은땀을 느끼며 최대한 자상한 얼굴로 한시아를 바라보며, 석고대죄하는 마음으로 이런저런 말들을 쏟아내던 그 순간.

"한시아, 한설화. 둘 다 따라오거라."

레드문 아카데미의 이사장...아니, 한강진의 무거운 목소리가 울려 퍼졌고, 나는 꼬옥 쥐고 있던 한시아의 작은 손을 놓아주며 말했다.

【...뭐, 뭐해? 얼른 가봐.. 할아버지가 부르시잖아.】

그러자 그녀는 매우 의아한 눈빛으로 나를 바라보더니, 곧 고개를 끄덕이며 천천히 한강진을 향해 걸어갔다.

"....휴, 휴우.....씨, 씨발....내가 저런 괴물의 손녀를 담그려고 했다고?!!! 미, 미친.... 미친 새끼....어후...지, 진짜 뒤질 뻔했네."

그렇게 한시아와 한설화가 조용히 한강진의 뒤를 따라가며 상황이 마무리되는듯했다.

­ 저벅저벅

세 사람이 만들어내는 발소리에 가만히 숨을 죽이며 바라보고 있던 A 클래스 녀석들과 나는 아주 작게 안도의 한숨을 내쉬었다.

­ 하아...

­ 터억!

발소리가 멈췄다.

.......으, 으음? 왜, 왜 날 쳐다보시는 거, 거죠???

한강진의 깊게 가라앉은 눈빛이 스트레이트로 나에게 향했다.

"....자네가 혹시 사이비 훈련생인가?"

....조, 좆됐다!!

나는 생명의 위기를 느꼈지만, 애써 침착하게 웃음을 지어 보였다.

억지로 짓는 어색한 웃음에 나의 안면근육에 쥐가 날 것만 같았다.

"....네. 그, 그렇습니다만....?"

"자네도, 따라오게."

­ 덜컹.

나의 심장이 공중제비 100바퀴를 돌며 흔들리듯이 심장이 철렁거렸다.

.....서,, 설마....한시아가...?

그런 생각이 들자, 나의 눈은 재빠르게 한시아를 찾아 헤맸다.

그리고는 절망했다.

한시아가 남자에게 묘한 자극과 상상을 일으키는 색스러운 혀를 쭈욱 내민 채, 나를 새침하게 쳐다보고 있었기 때문이다.

"....하, 하하....저, 저는 다음 강의를 준비해야 해서..."

­ 콰아아아아아아!!!!

나의 말이 끝나기도전에 한강진의 몸에서 너무나도 강대한 마력이 뿜어졌고, 그중 일부가 나를 향해 쏘아졌다.

"크으읏......으헉.....하..하아...하아....하, 하하하....가, 강의가 중요한가요...? 불러주셔서 여, 영광입니다."

나는 억지로 미소를 지으며 말했다.

".......흐음....좋아. 따라오게."

­ 터벅터벅.

힘없는 발소리가 울려퍼졌다.

….….….…..아 살해당해버려…. 살해당해버려….살해당해버려…. 살해당해버려….살해당해버려…. 살해당해버려….살해당해버려…. 살해당해버려….살해당해버려…. 살해당해버려….살해당해버려…. 살해당해버려….살해당해버려…. 살해당해버려….살해당해버려…. 살해당해버려….살해당해버려…. 살해당해버려….살해당해버려…. 살해당해버려….살해당해버려…. 살해당해버려….살해당해버려…. 살해당해버려….살해당해버려…. 살해당해버려…. 살해당해버려….

이런 생각이 나의 머리에 가득 찬 상태로 걷고 걷다 보니, 고급스러운 분위기를 풍기는 이사장실에 도착해있었다.

곧 한강진이 앉으라고 가리킨 소파에 모두가 착석하자….

"사이비라고 했나...? 하하....우리 아직 계산할 게 남았잖아? 그치?"

....아무래도 좆 된 것 같았다.

* *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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