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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인 아카데미의 NTL 왕이 되다-14화 (14/102)

〈 14화 〉 13화. 먹이사슬 정립.(5)

* * *

­ 쉬이이익!!

일미가 쇳소리를 내며 갈색의 고양이 귀와 꼬리를 달고 있는 여 훈련생을 빙빙 감고서 아주 강하게 옥죄었다.

"끄으으읏!! 으읏...하앗.....이, 이거 당장 푸, 풀어...으으응...."

"으음? 뭐라고? 소리가 너무 작아서 안 들려."

"...으읏...이, 이거 풀라....윽..."

­ 뿌드드득...으드득!!

여 훈련생은 끝내 말을 마치지 못했다.

그녀의 몸에서 듣기만 해도 섬뜩한 뼈가 부서지는 소리와 장기가 찢겨가 나는듯한 소리가 들려오더니, 이내 고개가 추욱 늘어졌기 때문이다.

:.....아주 마음에 들어... 이렇게 사람을 죽여도 버튼 하나면 가상의 이미지가 벗겨져 멀쩡한 상태로 돌아온다니....

아니, 정확히는 죽였다고 볼 수 없었다.

무대를 중심으로 넓게 퍼져나간 마력장은 일종의 가상현실이었다.

그랬기에, 그 무대에서 어떠한 상처를 입던, 죽음을 경험하던, 결국, 모두 가상현실이었기에, 그 모든 것은 허상에 지니지 않았다.

"하, 하하…. 이렇게 죽고, 죽이기 좋은 세계가 있을 줄이야..."

­ 털썩

일미가 옥죄고 있던 여 훈련생이 딱딱한 지면에 몸이 기이하게 뒤틀린 처참한 모습으로 떨어졌다.

­ 쉬이이이이.

이미 충분히 많은 훈련생들을 탈락시켜버린 일미와 이미였지만, 녀석들은 아직도 만족을 못 했는지 그 시뻘건 뱀의 혀를 날름거리며 또 다른 먹잇감의 냄새를 맡으며 고개를 이리저리 돌리기 시작했다.

"쓰읍! 안 돼!!"

나는 마치 강아지의 주인이 자신의 애견에게 호통을 치듯이 녀석들을 다그쳤고, 그런 나의 호통에 놀랐는지, 녀석들이 쉬이이익 하는 소리를 내며 내 얼굴에 자신들의 얼굴을 조심스럽게 비볐다.

"지금부터는 마법의 효과를 확인해봐야 하니까, 얌전히 기다리고 있어."

녀석들의 머리를 한 번 쓰다듬어준 나는 조금 전 사용했던 【광기의 환각】을 터치해 마법의 정보를 확인했다.

【광기의 환각】: 【독 구름】마법을 위한 연계마법이다. 【독 구름】에 【광기의 환각】을 흘려보내게 되면, 【독구름】 속에 있는 적들은 33%의 확률로 광기에 물들게 된다. 광기가 몸속으로 침투하게 되면, 피아식별이 불가능하며, 눈앞에 있는 적들을 닥치는 대로 공격하는 광전사가 된다.또한, 이러한 광기는 【독 구름】의 독무 속에서 빠져나간다 해도 5분간 지속된다.

"으음? 아무나 미쳐주지 않으려나?"

나의 주위로는 계속해서 마른기침을 해대는 소리만 들려올 뿐, 그 어떠한 움직임이나, 변화 같은 것이 눈에 띄지 않았다.

"....설마.. 여기 있는 모든 녀석들이 33%의 확률을 피해갔다고...?"

불안함 예감이 들려던 그 순간.

"뒤져 이 개새끼야!!! 전기사슬!!"

­ 크르르르라라라락!!!!!! 커헉! 도, 도대체 왜....

살기와 광기가 가득 담긴 서슬 퍼런 남 훈련생의 목소리와 타닥타닥 스파크가 튀기는 소리가 들려왔고, 그 뒤를 이어 고통에 울부짖는 짐승의 포효가 들려왔다.

­ 씨익

".....시작됐네."

그 순간을 기점으로 내 주위에서 내가 간절히 기다리며 바라던 달콤한 멜로디와 같은 비명과 욕설들이 사방에서 난무하기 시작했다.

"이, 이 더러운 짐승 새끼!!!! 뒤져!!!"

­ 크르르르르...주, 죽인다!!!

"꺄아아아악!!! 저, 정신 차려... 미, 민욱아... 으으..."

­ 콰아아앙!!

­ 서걱!!! 서거걱!!!

­ 콰드득!!! 콰득 콰득!!!

장관이었다.

나를...나 하나를 죽이기 위해 동맹을 맺었던 녀석들이 서로를 죽이기 위해 발톱을 휘두르고, 피가 번들거리는 날카로운 송곳니를 들이밀었다.

화려한 폭발을 일으키는 형형색색의 마법들은 마치 여름날 축제에서 아름답게 밤하늘을 물들이는 불꽃축제의 폭죽과도 같았으며, 허공을 날아다니는 시뻘건 핏물은 향긋한 봄 내음을 물씬 풍기고 있는 벚꽃과도 같았다.

"....아아, 완벽해..."

나의 전신을 타고 올라오는 강렬한 쾌감과 희열감에 몸이 부들부들 떨려왔다.

이 순간만을 생각하며, 끊임없이 머릿속에서 이미지트레이닝을 했던 장면이 지금 내 눈앞에서 펼쳐지고 있다는 생각에 거대한 전율이 나의 몸을 휘감았다.

【으으.....사, 사이비님....더, 더 이상은 한계에요……. 마, 마력이,.....으읏...】

나의 머릿속으로 한시아의 목소리가 들려온 듯 했지만, 전혀 신경 쓰지 않았다.

지금 나의 두 눈은 지금 내 눈 앞에 펼쳐진 새로운 세계에 대한 아름다움만을 집요하게 쫓고 있었다.

"하, 하하하....하핫...하하하하!!!"

통제할 수 없는 웃음이 입 밖으로 흘러나오기 시작했고, 어느새 무대를 감싸고 있던 돔 형태의 바람벽이 사라져버려, 독무가 조금씩 옅어지며 사라지고 있었다.

그렇게 잠시 후, 무대에 가득 차 있던 독무가 사라지며 드러난 충격적인 장면에 D 를 제외한 다른 클래스의 훈련생들과 교수님들이 너무나도 놀란 눈으로 그 현장을 바라보고 있었다.

"...미, 미친!! 씨발!!! 저 , 저게 D 클래스라고..?"

"마, 말도 안 돼!!! 저, 정도면 B 클래스는 충분히....아니, B 클래스 정도가 아니야. 그냥 A 클래스 중에서도 순위권 아냐?"

"....흐, 흥!! 단순히 D 클래스 버러지 같은 녀석들이니까, 가능한 거야.. D 클래스 상대로는 나 혼자서도 추, 충분...."

마지막에 괜히 허세를 부리며 말하던 남 훈련생은 자신을 쳐다보는 주변의 시선에 결국 말을 끝마치지 못한 채, 홱 하고 고개를 돌려버렸다.

먹이사슬 정립을 치르는 D 클래스 훈련생들은 무대를 가득 채운 독무 때문에 모든 상황을 지켜볼 수 없었겠지만, A, B, C 클래스의 훈련생들과 교수님들은 무대를 감싸고 있는 마력결계 덕분에 【독구름】이 가득 차 있는 무대를 아무런 불편함 없이 관전 할 수 있었다.

한편, 이석훈은 이게 어찌 된 일이냐고 묻는듯한, 다른 교수들의 눈빛에 신음을 삼키며 고개를 저었다.

"......저도 알고 싶네요... 과연 저 훈련생이 D 클래스가 맞는지..."

정말이었다.

이제 D 클래스의 담임교수가 된 지 겨우 3일이었고, 그동안 훈련생들의 정보는 서류로만 봐왔기에, 사실, 이석훈 본인도 다른 교수들과 다를 바 없었다.

자신도 영문을 모르겠다는 듯한 말을 내뱉는 이석훈을 바라보던 교수들은 이내 끄응....하고 앓는 소리를 내더니, 입맛을 다셨다.

"...흐음....그, 그렇습니까....? 에흠!!"

그때.

­ 콰아아앙!!

­ 퍼어어억!!!

­ 콰콰콰쾅!!!

사이비라는 독특한 이름을 가지고 있는 남 훈련생의 두 꼬리가 5m 이상 쭈욱 늘어나더니, 아직 지면에 받을 딛고 서 있는 훈련생들을 향해 무차별적인 폭격을 시작했다.

그리고 그 훈련생의 두꺼운 꼬리...아니, 뱀의 머리...? 사두사미가 움직일 때마다 수박이 으깨지듯이 터져나가는 훈련생들과 촤아아악 하고 튀겨져 나가 끈적한 소리를 내는 피가 끊임없이 연출되고 있었다.

그렇게 2분 정도가 지났을까...

"........."

무대 한구석에 한쪽 무릎을 꿇고 앉아있던, 검은 안대를 쓴 백발의 여 훈련생이 한쪽 팔을 들며 기권을 뜻하는 제스처를 취했다.

­ 사아아아아아....

싸늘한 적막이 흐르며, 전투 훈련실 내부에 한설화 때 와는 엄연히 다른 을씨년스러운 바람이 불어왔다.

죽음....!! 죽음의 기운과 고통으로 얼룩진 공기가 훈련실 내부에 있는 모든 사람들의 머리칼을 휘날리며, 모두에게 섬뜩한 느낌을 선사했다.

".........D, D 클래스 먹이사슬 정립 종료...!"

나는 마지막으로 발버둥 치던 수인 상태의 남 훈련생을 일미의 단단한 머리로 내려쳐 그의 척추를 부숴버린 후, 구석에서 오들오들 떨고 있는 한시아를 바라보던 찰나.

【기, 기권이요!!】

라고 다급하게 전음을 보내는 한시아를 보고선, 천천히 심호흡을 하며 내가 만들어 낸 한편의 지옥도를 넋을 놓고 바라보았다.

주위를 둘러보니, 새파랗게 독에 중독되어 쓰러진 녀석들과, 마법에 공격당한 녀석들, 이곳저곳 흉한 자상을 입으며 뜯겨져 나간 녀석들 등등수많은 형태로 쓰러진 D 클래스의 훈련생들이 보였고, 그 중심에 서 있는 나를 엄청나게 흔들리는 눈빛으로 바라보는 타 클래스의 훈련생들이 보였다.

【야, 나와. 안 잡아 먹을 테니까.】

나는 시선도 주지 않은 채, 노룩 전음을 한시아에게 보내고서 천천히 발걸음을 옮겼다.

그러자 한시아는 잠시 몸을 흠칫하더니 작게 고개를 끄덕이며 두 귀와 꼬리를 살랑살랑 움직이며 나의 뒤를 따라 무대를 벗어났다.

곧 한 교수님이 가상현실을 벗겨내는 버튼을 누르자, 쓰러져 있던 D 클래스 훈련생들이 처음과 같은 아주 멀쩡한 모습으로 하나둘씩 무대를 내려와 C 클래스 옆에 착석했다.

­ 웅성웅성

타 클래스의 녀석들은 D 클래스를 보며, 아니, 정확히는 나를 힐끗힐끗 바라보며 무어라 무어라 속닥였지만, 녀석들에게 관심을 줄 시간도, 명분도 없었다.

­ 터억. 쓰담쓰담.

나는 이번 먹이사슬 정립에서 꽤나....아니, 여러모로 큰 도움을 주었던 한시아를 바라보고선, 윤기 나는 그녀의 머리를 천천히 가볍게 쓰다듬어줬다.

【.....부정하지 않을게, 꽤나 괜찮은 지원이었어.】

나는 정말 진심을 담아 그녀에게 전음을 보냈다. 그러자 그녀는...

【.....저, 정말요....? 사, 사실 제가 팀을 맺자고 제안해놓고....괘, 괜히 방해만 되면 어쩌나 했는데..다, 다행이에요!!! 헤헤.】

어느새 수인 상태를 풀어버린 그녀가 활짝 웃으며 바보같이 해맑은 웃음을 지었다.

【참, 바보 같이도 웃네.】

환한 웃음을 짓고 있던 한시아의 얼굴이 팍 찌푸려졌다.

【...이, 이익!! 뭐라구요오?!!!】

바보같이 해맑고 깨끗한 웃음을 보고 있자니, 괜히 퉁명스러운 말이 튀어나갔다.

【제, 제 얼굴이 뭐, 어, 어때서요?!!! 이 정도면...추, 충분히 예쁘.. 잖....아...요오....】

뒤로 갈수록 목소리가 작아지는 그녀를 다시 한 번 쓰다듬어주고서 뭐라 뭐라 말을 하는 교수님을 향해 시선을 돌리려던 그때.

어디선가, 나와 한시아를 아주 지그시.... 너무나 집요하게 바라보는 시선이 느껴졌다.

......뭐지? 왜 쳐다보는 거야?

시선의 주인은 한설화였다.

그녀는 아무런 감정도 전혀 담겨있지 않은 아주 고요하고 차분한 눈으로 나와 한시아를 바라보고 있었는데, 나와 눈이 마주쳤음에도 불구하고 그녀는 시선을 돌릴 생각이 없는 것 같았다.

【.....뭐지? 신종 고백인가....? 으음? 아니면, 강간 해달라는....아! 서, 설마 나를 강간하려고...?】

한설화의 시선이 나에게만 향한 것이 아니었으니, 나는 일부러 질낮은 농담을 섞어 한시아에게 전음을 보내며 그녀의 어깨를 툭툭 치고선 손가락으로 한설화를 가리켰다.

【..........】

이상했다. 평소대로라면 【꺄아아아악!! 무, 무슨 생각을 하시는 거에요!! 이 변태!! 말미잘!! 강간마】라고 말했어야 할 한시아는 매우 침울한 표정으로 다리를 모아 무릎 사이로 얼굴을 파묻었다.

.....으음? 그러고 보니, 한설화랑 처음 마주쳤던 그때도.....

나는 직감적으로 둘 사이에 무슨 일이 있을 거라는 생각이 들었다.

【흐음... 마력을 많이 사용해서 피곤한가 보지? 잠시 쉬고 있어. 끝나면 말해줄 테니까.】

모른척 하기로 했다. 괜히 들쑤셔서 귀찮은 사건에 휘말리기 싫은 것도 있지만, 한시아가 한설화를 불편해하는 것 같았기에.

【....네.....고마..워요.】

"자, 모두 알아들었지? 먹이사슬 정립의 결과는 내일 알려줄 테니까, 이만 해산한다. 해산!!!`

"해산!!!!"

교수님들은 말을 마치고서 평가지를 챙긴 후, 빠르게 전투 훈련실을 걸어나갔고, 그에 맞춰 훈련생들도 끙끙 앓는 곡소리를 내며 하나둘씩 훈련실을 벗어나기 시작했다.

훈련실을 채우고 있던 훈련생들이 점차 빠져나가자, 나는 아직도 무릎에 고개를 파묻고 있는 한시아를 향해 전음을 보내려던 찰나.

순간적으로 훅 들어온 차디찬 냉기가 나와 한시아를 맴돌았다.

......이 한기는.......쯧...... 조용히 넘어가려 했는데, 본인이 직접 행차하셨구만.

한시아도 자신의 주위에서 느껴지는 한기가 무엇을 의미하는지, 알아챈 것 같았다.

"하아....누가 이 봄에 에어컨을 틀어놓은 거야, 진짜."

나는 말을 뱉음과 동시에 옆으로 고개를 돌렸고, 그런 나의 시선에 들어온 것은 무감정한 눈으로 나와 한시아를 내려다보는 인간 에어컨 한설화였다.

* *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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