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수인 아카데미의 NTL 왕이 되다-11화 (11/102)

〈 11화 〉 10화. 먹이사슬 정립.(2)

* * *

마력석을 이용해 만든 각종 최고급 장비가 널려있는 전투 훈련실에는 어림잡아도 100명이 넘어 보이는 수많은 훈련생과 교수님들이 있었다.

나는 클래스 모두가 아무런 말도 없이 나가버린 반면에, 끝까지 남아 나를 깨워주고 기다려줬던 한시아와 함께 전투 훈련실로 들어섰다.

"....모든 클래스가 다 모인 건가?"

여태껏 3일이란 시간 동안 기숙사와 D 클래스 강의실, 그리고 마력 훈련실 말고는 거의 돌아다닌 적이 없던 나는 대부분이 처음 마주하는 얼굴들이었다.

심지어 쉬는 시간에도 움직이지 않고 잠만 퍼질러 잤으니, 수많은 낯선 얼굴은 당연한 결과였다.

【....그, 그러게요.. 제가 알기로는, 지금까지 먹이사슬 정립을 이렇게 모든 클래스가 모여서 진행한 적은 없는 거로 아는데…….】

나의 낮은 혼잣말을 들은 건지, 한시아 그녀가 아주 자연스럽게 전음을 내게 보내왔다.

【.......너무 자연스럽지 않아?】

나는 한시아를 바라보며 전음을 보냈다.

【네...? 뭐, 뭐가요?!】

【아냐, 그냥 말이 헛나왔어.】

【이, 이익!! 또, 또 저 놀리시는 말 한 거죠?】

【맘대로 생각하시든가.】

나의 말에 한시아가 뾰로통한 표정을 지으며, 한마디 하려던 찰나.

­ 웅성웅성

전투 훈련실 중앙에 모여있던 훈련생들에게서 먹먹한 웅성거림이 들려왔고, 곧 그 훈련생들은 나와 한시아가 있는 방향을 쳐다보았다.

【.....저들의 관심이 우리는 아닌 것 같은데...】

【그, 그럼 도대체 왜 저러는.....】

한시아가 나에게 미처 전음을 다 보내기도 전에, 나의 뒤쪽에서 한 남자의 신경질적인 목소리가 들려왔다.

"아이...씨...빨리 안 꺼져?!!"

"........"

".......!!"

­ 콰득.

내 입속에서 무언가가 갈리는 소리가 낮게 울렸다.

초면부터 이딴 좆같은 말투라니, 어떤 새끼인지 면상이나 좀 보자.

고개를 돌리자, 우리의 뒤에 있는 출입구에서 걸어 나온듯한 여러 명의 남녀가 우리에게 다가오고 있었다.

아니, 정확히는 우리를 가로질러 전투 훈련실 중앙으로 향하고 있었는데, 어디서 불어오는지 모를 아주 차가운 서늘한 바람이 나와 한시아를 훑으며 지나갔다.

그 서늘한 바람과 한기는 우리를 지나쳐 훈련실을 좀먹어가기 시작했는데, 나는 그 속에 담긴 강한 마력에 입술을 질끈 깨물고는 수많은 남녀의 호위를 받듯 여유롭게 걸어 나오는 한 여 훈련생을 쳐다보았다.

.....강하다.

그녀는 아주 매끄러운 투명한 하늘색의 머리카락 색을 가졌는데, 마치 청정지역에서 자연적으로 자라난 아주 깨끗한 얼음 같은 깨끗하면서도 아주 고고하며 차가운 아름다움을 뿜어대고 있었다.

『머리카락 색과 마찬가지로 투명한 하늘색의 눈동자』, 『햇빛이라고는 한 번도 받아본 적이 없을 것만 같은 희다 못해 창백한 피부』, 『170이 훌쩍 넘어 보이는 훤칠한 키』, 『늘씬한 다리와 잘록한 허리, 그리고 움직일 때마다 거세게 출렁이며 자신의 존재감을 뽐내는 가슴』까지 내가 살아오면서 보았던 그 어떤 여자보다도 아름다웠다.

또한, 이 세상 그 어떤 것에도 관심이 없는듯한, 차가운 표정을 짓고 있는 그녀의 얼굴은 마치, 인간보다 훨씬 더 높은 상위의 존재인 그 무엇과도 같은 분위기를 풍기고 있었다.

나는 그런 그녀를 정면으로 바라보게 되자, 차분한 상태를 유지하고 있던 나의 자지에 조금씩 힘이 들어감을 느꼈고, 그녀를 향한 지배욕이 쓰나미처럼 몰려오기 시작했다.

........후우.......미, 미친....

평생 누군가를 보며 이렇게까지 가슴 떨려 본 적은 맹세코 단 한 번도 없었다.

하지만 어째선지, 그녀를 보는 순간 자지와 불알이 푸들푸들 떨리는듯한 착각마저 드는 걸 보니, 그녀는 어떤 의미로 진정한 색녀, 아니 색의 화신이라고 칭해도 될 것 같았다.

그녀를 바라보며 벌써 그녀를 임신시킨 후, 신혼여행을 보내는 상상을 하고 있던 내게 꽤나 듣기 싫은 소리가 들려왔다.

­ 퍼억

【꺄아아악!!】

"비키라고 했잖아. D 클래스 이 열등한 것들아!!!"

처음 나와 한시아를 향해 좆같은 말을 내뱉던 목소리의 주인이 호위를 받고 있는듯한 그녀를 위한답시고 한시아를 거세게 밀치며, 또 한 번 입을 나불거렸다.

녀석의 힘을 이기지 못해 중심을 잃은 한시아를 꼬리로 받아주었다.

.....저 새끼가...감히 내 물건을 건드려...?

쓰레기 새끼였던 이병찬이 하린이를 능욕했을 때 만큼은 아니었지만, 저 아부와 색욕으로 가득 찬 덩어리가 한시아를 물건 대하듯이 거세게 밀치자 내 속에서 끈적한 무언가가 솟아오르기 시작했다.

한시아는 저 덩어리의 물건이 아닌 나의 것이었다.

【야. 뒤로 빠져.】

한시아에게 툭 하고 전음을 보낸 나는 연약한 여자 하나 밀쳐내고 매우 자랑스러운듯한 얼굴로 "어때요? 나 잘했죠?"라는 얼굴로 얼음녀를 쳐다보는 덩어리를 불러세웠다.

"야. 이 덩어리 새끼야."

녀석들이 들어왔을 때부터, 너무나도 조용해진 훈련실 내부였기에 낮게 으르릉거리는 나의 말은 아주 또렷하게 울려 퍼졌다.

".........??"

".........."

그러자 녀석들은 아무런 감정도 담고 있지 않은 눈빛으로 나를 돌아보았는데, 마치 자신들을 향해 내뱉은 말은 절대 아닐 거라고 생각하는 것 같았다.

그렇게 녀석들이 내게 관심을 끄고서 다시 고개를 돌리려던 찰나.

"A 클래스 새끼들은 죄다 귀머거리냐?"

".........!!!!"

­ 싸아아아.

­웅성웅성.

나의 꽤나 거친 말이 끝나는 순간 찾아온 싸늘한 적막과 그 뒤를 이어 들려오는 훈련생들의 웅성거림.

그제야 상황 파악이 됐는지, 녀석들은 나를 죽일 듯이 노려보며, 기가 찬다는 표정을 짓고 있었다.

그리고 그중에서도 특히나, 얼굴이 아주 붉으락푸르락 시시각각 변하는 모습이 아주 볼만했던 덩어리가 고함을 내지르며 내 앞으로 다가왔다.

"이, 이 버러지 같은 새끼가!!! 뭐, 뭐어? 이런 개 좆밥 같은 새끼가, 뒤지고 싶어?!!!"

"병~신...할 줄 아는 건 꼴린 좆이나 숨기고 다니면서 저 여자 뒤꽁무니나 쫓아다니는 새끼가? 날 죽인다고?..."

나는 일미를 덩어리의 성기 근처로 들이밀며 말했다.

".......풉...."

"....킥킥....지, 진짜 그런 것 같기도 하고..."

주변에서 입을 틀어막으며 덩어리를 보곤 한마디씩 내뱉었다.

특히, 여 훈련생들은 노골적으로 그의 성기 부분을 바라보며 진짜 발기가 됐는지 확인하는듯했다.

"이, 이익!! 씨, 씨발 새끼가!!!"

­ 채앵.

덩어리는 자신이 흠모하며 여왕처럼 모시는 그녀 앞에서 수모를 당하자, 정신이 회까닥 돌아버렸는지 허리춤에 달고 있던 자신의 검을 뽑아들고서 나를 향해 겨누었다.

"....뭐해? 칼을 뽑았으면 뭐라도 해야지? 휘둘러 봐. 네 맘대로 좆은 못 휘두르더라도 칼을 제대로 휘두를 줄 알아야지?..."

다시 한 번 덩어리를 향한 내뱉은 나의 비아냥이 도화선이 되었다.

부들부들 떨며 검을 쥐고 있던 덩어리는 어느새 이성을 잃고 살기를 내뿜기 시작하더니, 나를 향해 횡(?)으로 검을 휘둘렀다.

"주, 죽어!! 이 개새끼야!!!!"

흡사 눈물을 흘리며 울부짖는듯한 목소리가 울려 퍼졌다.

그 순간.

­ 파스스스슷.

­ 채애앵!!

이 상황을 가만히 지켜보고 있던 얼음녀가 검지하나를 들어 올려 내가 있는 방향으로 가리키자, 그녀의 검지에서 생성된 하늘색의 투명한 얼음이 기다란 고드름으로 자라나더니, 덩어리의 칼을 막아섰다.

".......!!"

"......."

나를 향해 제법 매서운 살기를 뿜어대던 덩어리는 순식간에 자신의 살기를 갈무리하며, 매우 놀란 눈으로 얼음녀를 쳐다보았다.

"...서, 설화님!!"

"........"

설화.....? 설화라.....어디서 들어본...아!! 어제 여 훈련생들이 말하던 골드문 아카데미의 수석을 거절하고 우리 아카데미로 왔다던 그 여왕.....?

호오...여왕이라.....꽤나 잘 어울려.

말 그대로 한설화 그녀는 여왕이란 단어가 굉장히 잘 어울렸다.

여왕이란 단어는 그녀에게 걸맞는.... 아니, 어떻게 생각해보면, 여왕이라는 단어는 되려 그녀를 낮추어 부르는 말 같았다.

여신. 그녀에게 어울리는 말은 여왕이 아니라, 여신이었다.

한설화는 자신을 떨리는 눈빛으로 바라보는 덩어리를 보고는 아무런 말도, 그 어떠한 표정도 짓지 않았다.

그저 묵묵히 무감정한 눈으로 무심히 덩어리를 쳐다보았을 뿐.

그러자.

­ 투욱.

덩어리 새끼가 비통한 표정으로 한쪽 무릎을 꿇고서, 한설화를 향해 고개를 조아렸다.

"죄, 죄송합니다!! 가, 가벼운 저의 행동으로 인해, 서, 설화님의 이름에 먹칠을 했습니다!!!"

어떻게 저런 온도 차이를 가지고 살아가는지……. 마치 두 개의 인격을 가지고 있는 것 같은 덩어리의 모습에 나는 혀를 찼다.

병신~ 지랄하고 있네.

내 눈앞에서 오글거리는 광경을 연출하며, 병신 같은 드라마를 찍고 있는 연놈들에게 한마디 해주기 위해서 입을 열려던 찰나.

­ 덥석.

누군가가 나의 옷소매를 꾸욱 쥐는 것이 느껴졌다.

고개를 돌려보니, 그 손의 주인은 당연하게도 한시아였는데, 무언가 한시아의 상태가 조금 이상했다.

항상 나를 새침하게 바라보던 한시아의 눈빛은 풀이 잔뜩 죽은 채, 하염없이 바닥만을 쳐다보고 있었고, 그녀의 몸은 쉴 새 없이 덜덜덜 떨리고 있었다.

마치 나에게 강간을 당하기 전의 그때처럼…….

아니, 오히려 그 순간보다 더욱더 심하게 몸을 떨고 있었다.

【야, 너 왜 그래? 괘, 괜찮냐?】

【......으으.....어, 언.....어....】

【언...어? 뭐라는 거야...야, 정신 차....】

나는 학질이라도 걸린 사람처럼 덜덜 떨리는 한시아의 몸을 꽉 붙잡았고, 그녀를 진정시키려던 순간.

­ 싸아아아....

소름 끼치는 한기가 나의 목 뒤를 타고서 흘러들어오는 걸 느끼고는, 본능적으로 한시아를 껴안고서 3m가량을 점프한 뒤, 그곳을 벗어났다.

나는 아직도 목 뒤에 남아있는 한기에 일미를 목 뒤에 문지르며 마찰을 시켰다.

­ 쉬이이익!!!

".....뭐하는 짓이지…?"

나의 물음은 한설화를 향한 것이었다.

그녀는 어느새 자신이 서 있던 자리에서 나와 한시아가 서 있던 장소까지 와있었는데, 그녀는 나와 한시아를 천천히 번갈아 보며 쳐다보았고, 아주 천천히 그녀의 입이 조금씩 열리던 찰나.

"자, 그만!!!! 모두 모여라."

매우 걸걸한 목소리를 가진 어떤 교수님의 목소리가 들려왔다.

그는 A 클래스의 담임교수였기에 그의 말을 무시할 수가 없었다.

.....뭔가 말을 하려고 했던 것 같은데.....

나는 마지막 순간, 한설화 그녀가 무언가를 말하려는 듯 보였지만, 내 착각일 수도 있었다.

이미 한설화는 A 클래스의 녀석들과 함께 중앙을 향해 걸어가 버렸고, 나는 나의 품에 안겨서 몸을 오들오들 떨고 있는 한시아의 등을 몇 번 두드려주고는 말했다.

【....뭐 때문에 이러는지는 모르겠는데, 우리도 가야 해. 힘들면 내 꼬리 잡고 걸어.】

【......네.......고, 고마...워.요...】

곧 모든 클래스의 훈련생들이 훈련실의 중앙으로 모이자, 각 클래스의 교수님들이 미리 준비한 검은 상자를 꺼내더니, 조금 전의 걸걸한 목소리를 가지고 있던 A 클래스의 담임교수가 대표로 훈련생들에게 설명하기 시작했다.

"본래 먹이사슬 정립은 각 클래스마다 개별적으로 시행하지만, 이번 연도부터는 훈련동기생이자, 경쟁자인 서로를 더욱더 잘 알 수 있도록 모든 클래스의 훈련생들이 모여 모두가 보는 앞에서 먹이사슬 정립을 치를 것이다!! 순서는 이 검은 상자에 들어있는 각 클래스가 적힌 종이를 뽑아 정하도록 하겠다!!"

교수님의 말에 또다시 훈련실 내부가 웅성웅성 시끄러워지는 듯했으나, 교수님은 손짓 하나로 모두를 조용히 시킨 뒤에 천천히 상자 속에 들어있는 종이들을 꺼내기 시작했다.

이윽고, 교수님들이 순서를 확인하기 시작했고, 곧 순서의 확인을 마친 A 클래스의 담임교수님이 큰소리로 외쳤다.

"순서는 A ­ C ­ B ­ D 순서로 진행한다. A 클래스 훈련생들은 모두 앞으로 나오도록!!"

순서가 정해지자, 훈련실 내부의 공기가 완전히 뒤바뀌었고, 훈련실 내부 곳곳에서 호승심과 투쟁심이 끓어오르며 기이한 열기를 뿜어댔다.

이내, A 클래스의 전 인원이 훈련실 가운데로 모여들었고, 나머지 클래스의 훈련생과 교수님들은 그들에게서 멀찍이 떨어져 그들을 둘러쌓았다.

팽팽한 긴장감이 허공을 부유하며 돌아다니기 시작했고, 교수님의 "싸워라."라는 말을 끝으로 매서운 한기가 훈련실을 잠식해나갔다.

* *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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