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수인 아카데미의 NTL 왕이 되다-10화 (10/102)

〈 10화 〉 9화. 먹이사슬 정립.

* * *

꼴린 나의 쥬지를 숨기며 자연스럽게 걸으며 마력 훈련실을 향해 걸어가던 내게 벤치에 앉아있는 여 훈련생들의 목소리가 들려왔다.

"그나저나, 내일 먹이사슬 정립이라니...걱정되네...넌 준비 많이 했어?"

"준비라고 할 게 뭐 있어. 그냥 하라면 하는거지...게다가 우리 A 클래스에는 그 유명한 얼음 마녀가 있으니까, 적당히 하려고..."

"뭐어엇? 어, 얼음 마녀면 그 한설화?! 하, 한설화가 레드문 아카데미에 있다고? 부, 분명 기사에서는 골드문 아카데미의 수석이라고..."

"...에휴...내 말이.. 그냥 골드문 아카데미나 가서 여왕 노릇이나 하지, 왜 굳이 세 학교 중에서 가장 밑인 레드문에 와서 밸런스 붕괴를 하는 거냐고...."

"...성격도....엄청 더럽다는데...어떡하면 좋니... 네 얘기를 듣고 나니까, B 클래스라서 다행이라는 생각이 드는데 내가 이상한 거야?"

­ 도리도리.

A 클래스로 보이는 여 훈련생은 힘없이 고개를 저으며 한숨을 내쉬었고, 그런 그녀의 친구인듯한 B 클래스의 여 훈련생은 그녀의 어깨를 다독이며 위로해주었다.

먹이사슬 정립....? 한설화....?

한설화라는 여자는 대충 들어보니, 여왕으로 불릴 정도로 강한 녀석인 걸 유추해 낼 수 있었다.

"길라야."

【네. 사이비님.】

"먹이사슬 정립이 뭐지?"

【먹이사슬 정립이란, 레드문, 블루문, 골드문 이 3대 아카데미에서 공통으로 시행하는 약육강식(???)을 밑바탕으로 깔아둔 제도입니다. 쉽게 말해, 신입 훈련생들의 서열을 정리하는 시험이며, 이때, 각 클래스의 인재와 실세가 정해진다고 생각하시면 됩니다.】

"으음? 그럼 꽤나 중요한 일이잖아."

【그렇습니다.....그리고 특히나, 사이비님에게는 더더욱 중요한 일이라고 할 수 있습니다.】

뜬금없는 길라의 말에 고개를 갸웃거린 후, 의아함이 담긴 목소리로 물었다.

"...내게 더 중요하다니? 무슨 소리지? 제대로 설명해."

【저는 사이비님이 마음속으로 바라시는 계획이나, 생각에 따라 인도하는 길이 바뀌게 됩니다.】

"그래. 그건 저번에도 말해줬잖아?"

【지금 현재 사이비님이 바라시는 계획은 이병찬님을 사랑할 운명이었던 이 차원의 그녀들을 찾아낸 뒤, 지배하고 싶어하는 루트입니다. 하지만 이병찬을 사랑할 운명이었던 그녀들은 평범한 여성들이 아닙니다.】

"......그럼 뭐, 원더우먼이라도 되냐?"

【...원래대로라면 이 차원의 영웅이 되어야 할 이병찬 님이었기에, 영웅의 동료인 그녀들 또한 매우 강력한 능력과 힘을 가지고 있습니다. 즉, 그 이야기는 사이비님이 그녀들보다 강해지지 않는다면 결코, 그녀들을 지배할 수 없음은 물론이고, 그녀들의 관심을 끌어내기 위해선 천재와 괴물들이 널린 이 아카랜드에서 두각을 드러내야 합니다.】

"아아, 그리고 그 첫 무대가 바로 이 먹이사슬 정립이라는 거고?"

【그렇습니다.】

"오케이. 이해했어."

결국, 내 생각이 맞았다는 거잖아? 우선, 강해지기로 했으니까.....

나는 오늘 유일하게 잠을 자지 않았던 마법학 강의에서 들었던 이야기를 떠올리고선, 마력 훈련실을 향하는 복도에 가지런하게 놓여있는 마법책들을 바라보았다.

마력 훈련실 복도에 마련되어 있는 이 마법책들은 3대 아카데미에서 자신들의 훈련생들을 위해 머리를 맞대 공동작업으로 만든 마법책이었다.

물론, 아무나 볼 수 있는 마법책은 아니었다.

이 마법책을 보기 위해선, 책에 담긴 내용을 그 누구에게도 발설하지 않겠다는 마력의 맹세를 해야 했다.

3대 아카데미를 제외한 다른 아카데미에서 제공하는 마법책보다 훨씬 더 이해하기 쉽고 뛰어난 성능은 보다 더 높은 단계로 나아가길 원하는 훈련생들에게 마력의 맹세는 걸림돌이 되지 못했다.

애초에 다른 누군가에게 자신들의 특권인 이 마법책의 내용을 알려주고 싶은 마음은 추호도 없었다.

이른바, 무한 경쟁의 시대였기 때문에....

수많은 마법책들을 바라보며 걸음을 옮기던 나는 【독 속성: 하급 마법】이라는 문구가 적힌 책 하나를 꺼내 들었다.

마감처리가 잘된 보라색의 가죽으로 뒤덮인 책은 제법 묵직했다.

­ 펄럭.

"으음...대충 읽을 수는 있겠는데....이 이상하게 생긴 문자는 도대체 뭐지?"

책의 내용에는 한글도 적혀 있었지만, 생전 처음 보는 문자로 대부분 이루어져 있었다.

"그러고 보니....오늘 마법학 강의에서 아델룬 문자인지, 아델린 문자인지, 들었던 것 같은데....."

낭패였다.

애초에 공부 머리가 좋다고 할 수 없는 나였다.

그런데 하필 내가 가진 특성은 마법이었고, 마법을 익히기 위해서는 필수적으로 아델룬 문자를 알고 있어야 하는 것 같았다.

"으음. 지금부터 공부한다고 해도 내 머리로 가당키나 할까? 솔직히 말해서 마법의 근원이 뭔지, 본질이 뭔지 조차 잘 모르는데...."

그때.

......본질? 설마, 가능할까....?

심장이 두근거렸다.

만약, 혹시라도.... 정말 혹시라도...내 생각대로 흘러간다면, 부먹, 찍먹, 따먹을 모두 귀싸대기 수십만 대를 후려갈긴 후, 당당히 내가 최고다라고 외칠 수 있는 날먹의 대마법사가 될 수도 있었다.

우선...마력의 맹세부터…….

"나는 레드문 아카데미에서 제공하는 마법책의 대한 내용을 그 누구에게도 발설하지 않을 것을 마력에 대고 맹세한다."

흔하게 소설에서 나올법한 말을 뱉어내자, 나의 몸에서 푸른색의 마력이 흘러나와 허공에 알 수 없는 글씨를 그렸다가 사라졌다.

잘은 몰라도 마력의 맹세가 제대로 완료된듯했다.

"뭐가 이렇게 싱거워..."

나는 입맛을 살짝 다신 후에 걱정 반, 기대 반인 마음으로 서서히 나의 두 눈에 마력을 집중시켰고, 간절한 마음으로 빌었다.

이윽고, 【뱀의 심안】이 켜졌고.

­ 화아아앗

마치 빛이 내는 듯한 소리와 함께 책의 쓰여있던 내용이 환하게 빛을 발하기 시작하며, 나의 눈을 어지럽게 만들었다.

"오....오...."

그리고는 그 빛은 천천히 나의 두 눈으로 스며들기 시작했고, 곧 10초 정도가 지나자 책에 적혀있던 내용이 내 머릿속을 부유하며 천천히 나의 머릿속 어딘가에 자리를 잡고 있었다.

".......독의 속성을 가진 마법은 어떻게 사용하느냐에 따라 그 살상력이 달라지며, 사용하는 이에 따라 마법의 위력은 천차만별이다. 또한, 독의 속성을 가진 마법은 마력이 【확산】의 성질을 띠고 있으며......"

나의 입에서 전혀 알아볼 수 없었던 책의 내용이 줄줄이 흘러나왔고, 나는 본능적으로 빛이 바래버린 페이지를 훌쩍 넘기고선, 다시 환하게 빛을 발하는 글자들을 내 눈에 가득 담았고, 글자들의 빛들이 다시 내 두 눈에 스며드는 행동을 반복했다.

그렇게 10페이지 정도를 넘겼을까.

【독 속성 하급 마법 【마비독】을 습득하셨습니다.】

"........!!"

새로운 마법을 습득했다.

"...하...하하......지, 진짜로 된다고?"

이 차원의 사람들이나 훈련생들은 마법 하나를 습득하기 위해서 아델룬 문자를 필수적으로 익히며, 습득하고자 하는 마법의 이해를 완벽하게 해야 겨우 마법을 습득할 수 있는 반면에, 나는 그저 심안을 이용해 책을 한 번 훑어보며, 머릿속에 들어오는 정보를 자연스럽게 받아들이면 끝이었다.

"여윽시....날먹이 최고지..."

아직도 많이 남아있는 페이지를 보고선, 씨익 미소를 지은 나는 마법책을 들고서 마력 훈련실 안으로 들어갔다.

훈련실의 벽면을 보고선 채, 쉬이익! 하는 소리를 내는 일미와 이미를 불렀다.

"애들아. 이리 와봐. 오늘 너희가 사용할 마법은 말이야..."

나는 녀석들에게 각각 【독화살】과 【독구름】을 반복적으로 사용하게 해, 마법 훈련과 마력 훈련을 동시에 진행했다.

그리고선 녀석들에게 신경을 끈 후, 나의 두 눈은 마법책을 바라보며 책 속에 관한 내용을 받아들였다.

그렇게 훈련실에는 펑! 펑! 하고 독마법이 터져나가는 소리와 조용히 책을 넘기는 소리만이 허공을 떠다니고 있었다.

이른 아침, 기숙사 스피커에서 울려 퍼지는 알람 소리에 맞춰 일어나 샤워를 끝낸 뒤, 바로 D 클래스로 향해 나의 자리에 앉았다.

­ 씨익.

어젯밤. 무려 12시가 되기 직전까지, 마력 훈련실에서 시간을 보낸 나는 아주 만족스러운 결과를 얻어냈다.

【독 속성: 하급 마법】이란 마법책에는 총 8가지의 마법이 기재되어 담겨 있었는데, 기존에 내가 가지고 있던 3가지의 마법을 빼고서 남은 5개의 마법을 모두 습득한 것이었다.

덕분에 머리가 지끈거리고 두 눈이 시큰한 고통에 시달리고 있지만, 기분만큼은 너무나 좋았다.

마력 훈련실에 새로운 마법을 습득하기 위해 최상의 집중력을 발휘한 만큼, 마력도 꽤나 여러 번 상승했고 또 하나의 능력이라면 능력인 잔재주도 발굴했다.

그건 바로, 나의 두 눈이 마법책을 보고 있음에도, 일미와 이미에게 달린 눈을 통해 세상을 바라볼 수 있는 신기한 감각을 터득했다.

마치 거대한 화면으로 CCTV를 직관하듯, 너무나도 생생하게 전해지는 시야에 너무 놀라 잠시 훈련을 멈췄을 정도였다.

"제3의 눈이랄까…? 아무튼, 적어도 뒤에서 기습당할 일은 없겠어."

새로운 감각도 터득했겠다, 새로운 마법들도 익혔겠다, 이제는 조금 있으면 시작될 먹이사슬 정립을 준비하며, 피곤한 몸을 위해 조금이라도 휴식을 더 취해야 할 때였다.

..흐아암....조금만 더 자둘까...

조금씩 밀려오는 잠기운에 몸을 맡겨 책상에 엎드린 직후.

나의 옆자리에서 덜거덕거리는 소리와 함께, 상큼한 복숭아의 향기가 내 코와 야콥슨 기관을 간질였다.

으음...이 냄새는... 한시아의 팬티에서..아니, 한시아의 냄새인데...

나는 한시아가 왔음에도, 고개를 처박은 채, 자는 척하며 몰래 그녀를 살펴보았다.

물론, 나의 눈이 아닌, 일미와 이미의 눈으로 그녀를 훔쳐보았....아니 지켜보았다.

한시아는 자신의 가방을 걸어놓고는 엎드려 자고 있는듯한 나를 바라보며 자신의 엄지를 앙증맞은 새하얀 치아로 살짝살짝 씹었다.

그리고는 다시 홱 하고 고개를 돌리더니, 이내 다시 나를 바라보며 엄지를 씹어댔다.

.....또 뭐야... 아침부터 피곤하게.....그나저나 나의 모습을 3인칭으로 보니까, 되게 신기하네....흐음냐...ZZz

무언가 할 말이 있어 보이는 한시아였지만, 딱히 내게 중요한 사항은 아니었기에 나는 나를 천천히 옥죄어 오는 잠기운에 몸을 맡겼다.

그렇게 4초 정도 눈을 감고 있을 때.

­ 톡톡.

누군가 내 어깨를 가볍게 두드렸다.

【이, 일어나세요! 지, 지금 당장 먹이사슬 정립 시작한다고 전투 훈련실로 모이랬어요."

주위를 둘러봤더니, 이미 나와 그녀를 제외하고서 모두 전투 훈련실로 이동하고 있었다.

시계를 보니..

"흐아암....시간이 벌써 이렇게 됐나…?"

4초 같은 40분이었다.

* *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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