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3화 〉 2화. 차원과 운명을 NTL.(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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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이비님과 NO.198231241차원의 동기화를 진행 중입니다.】
【.......10%..........40%.......90%】
【동기화가 완료되었습니다.】
【사이비님의 상태와 각종 특전을 확인하고 있습니다.】
【확인이 완료되었습니다.】
【사이비님의 운명이 용의 운명으로 정해졌습니다.】
【시스템 오류. 시스템 오류.】
【운명의 뒤틀림으로 인해 사이비님의 상태와 특전을 재확인 중입니다.】
【사이비님의 운명이 뱀의 운명으로 정해졌습니다.】
【지금부터 실전 길라잡이의 튜토리얼을 시작합니다.】
머릿속을 쉴 새 없이 울리던 아주 딱딱한 기계음이 멈추자, 잃어버렸던 신체의 통제권이 돌아오기 시작했다.
나는 알 수 없는 말들을 계속해서 뱉어대던 목소리를 잠시 잊고서 놀란 눈으로 주변을 천천히 둘러보았고, 주변에 모든 것이 멈춰있는 상황에 조금은 당황스러운 목소리가 흘러나왔다.
".....이건 무슨 상황이지?"
상의와 하의가 검은색으로 이루어진 제복인지, 교복인지 모를 옷을 입은 수많은 남녀가 한눈에 봐도, 자신이 지구에서 다니던 대학의 강의실과 비슷한 장소에서 매우 진지한 표정으로 앞을 바라보고 있었다.
그리고 그들의 시선이 닿는 그곳에는 고집 있어 보이는 관상의 남성이 강의 테이블 옆에 서 있었다.
.....지구 인 건가? 차원 이동이라더니....지구와 전혀 다를 게 없는데? 혹시 뭐...패러렐월드? 그런 건가? 으음...아니, 확실히 다르긴 하네.
적어도 내가 알던 지구에서는 모두가 이렇게 똑같은 옷을 입고 다니지 않는다.
물론 중학교나 고등학교는 교복 때문에 예외였지만.
그나저나……. 왜 다들 멈춰있는 거지?
그런 의문이 들었던 나는 손에 힘을 주고서 내가 앉고 있는 자리에서 일어나려고 하던 찰나.
【길라잡이의 튜토리얼을 끝내시겠습니까?】
【튜토리얼을 끝내게 될 시 멈춰있던 시간이 흐르게 됩니다.】
으음...분명 길라잡이라면... 길을 인도하는 사람이었지? 여기서는 나에게 도움을 주는 일종의 퀘스트 메이커 같은 느낌인 건가?
그냥 내 느낌이었지만, 아마 내 생각이 맞을 것 같았다.
어릴 때 했던 은행잎 스토리라는 게임에서 이런 편리기능이 있던 걸 봤던 기억이 떠올랐기 때문이다.
보통 소설 같은 데서는 분명 상태창이라고 말을 꺼내겠지……?
"상태창."
【이름: 사이비】
【나이: 20】
【크리쳐: 뱀】
【특성: 마법】
【속성: 독】
【힘: D】 【민첩: D】 【체력: D】
【마력: C】 【도력: C】
【고유 능력: 도력, 차가운 피와 심장, 쾌락액, 뱀의 머리, 길라잡이, 뱀의 심안】
"호오.... 느낌 괜찮은데?"
나는 내 눈앞에 떠오르는 반투명한 창을 바라보며 작게 고개를 끄덕였다.
"이렇게 상태를 알아보라고 길라잡이 튜토리얼 시간을 준거였나?"
대충 능력치들을 보아하니, 특성란에 적힌 마법이라는 글자가 더욱 도드라져 보였다.
D등급이면……. 거의 바닥인 것 같은데.....우선 고유 능력 먼저 알아보자....으음....손으로 터치하면 되려나…?
나는 눈앞에 떠 있는 상태창에다 검지를 가져가 고유 능력을 가볍게 터치했다.
그 순간.
【도력】
마력과 상당히 비슷하나, 다른 힘이다. 마력에 비해 굉장히 가볍고 빠르며 신체에 주는 부담이 적다. 이성과의 성관계에서 음기를 흡수하면 도력을 올릴 수 있다.
【차가운 피와 심장】
뱀의 특징인 냉혈(?血)과 사이비의 차가운 마음(?心)이 섞인 스킬이다. 특정상황이나, 전투상황에서 차분함과 침착함을 잃지 않으며, 정신계열의 공격들을 무시한다.
【쾌락액】
수컷 뱀이 암컷 뱀과 짝짓기를 할 때 아래턱에서 액체를 분비하는데, 이 액체를 쾌락액이라 한다.
쾌락액은 암컷을 얌전하게 만들고 성욕을 일으키는 역할을 한다.
【뱀의 머리】
신체의 어떤 부위라도 뱀의 머리를 만들 수 있다. 길이부터 굵기, 모양까지 자신의 마음대로 바꿀 수 있다.
【길라잡이】
상태창부터 일상생활까지 전부 책임지는 만능 시스템. 일종의 가이드북이며, 사이비 자신이 어떤 마음으로 살아가느냐에 따라 인도하는 길과 퀘스트가 달라진다.
【뱀의 심안】
뱀의 시력은 의외로 나쁘기에 눈과 코 사이에 있는 피트 기관으로 먹잇감을 스캔한다.
이러한 특징을 섞어 외적인 시야가 아닌 상대방의 본질을 꿰뚫어 볼 수 있으며, 상대방의 생각까지 읽어낼 수 있다.
야간에 적외선 모드의 엄청난 시력은 덤이다.
고유 능력의 자세한 설명들을 끝까지 세세하게 읽어내려간 나는 입을 가로로 쭈욱 찢으며 매우 만족스러운 미소를 지었다.
"능력치와는 다르게 아주 맘에 들어. 독심술이라....여러 방면에서 중요한 역할을 하겠어."
그렇게 대충 나에 대한 정보가 파악되자, 왠지 모르게 몰려오는 뻐근함에 기지개를 쭈욱 켜던 나는 내 양쪽 팔목을 휘감고 있는 검은색의 뱀의 문신을 보고선 그대로 행동을 멈췄다.
.......뭐야 이건....문신? 난 문신 따위 한 적 없는....
문득 그런 생각이 들자. 나는 천천히 자리에서 일어나 강의실 벽에 달린 커다란 전신거울 앞에 서서 내 모습을 바라보았다.
아주 새하얀 머리카락과 피부, 피를 머금은듯한 붉은 두 눈동자, 그리고 왼쪽 어깨에서부터 목을 타고 올라오는 검은색의 뱀 문신....
그리고 내 얼굴....
분명 내 얼굴이었다. 하지만 전과는 달리 굉장히 차갑고 매서운 인상으로 변했는데, 냉정하게 객관적으로 봐도 잘생겨 보였다.
물론, 너무나 잘생겨 보였지만, 어딘가 아주 섬뜩한 인상을 주는 게 으슥한 골목길에서 이런 얼굴을 마주친다면 100% 살인마라며 뒷걸음질을 칠 것 같았다.
마치 뱀과 인간을 섞어 최고의 아름다움을 표현한듯한 얼굴이었다.
".......다, 좋아. 다 좋다 이거야...씨발....근데 이 좆같은 꼬리는 뭐냐고!!!"
나는 지금껏 자각하지 못했던 기묘한 감각이 갑자기 치밀어오름과 동시에 내 등 뒤에서 스윽하고 올라온 새하얀 비늘을 가진 뱀을 바라보았다.
그 뱀은 나와 아주 많이 닮아있었는데, 점점 내 얼굴을 향해 다가오더니 새빨간 혀로 나의 볼을 날름날름 핥았다.
쉬이이익
".......꼬리인지, 뱀인지, 확실히 해라..."
나는 내 허벅지만 한 굵기를 가지고 있는 녀석에게 말을 했지만, 녀석은 아무런 반응도 없었다.
"으음? 혹시 무지성 인 거야?"
나는 꼬리 쪽에 신경을 집중하여 움직여 보려고 했는데, 생전 한 번도 사용해 본 적이 없던 꼬리뼈가 너무나도 쉽게 나의 의지대로 움직이자 조금 허탈한 기분이 들었다.
그렇게 내 의지대로 자유롭게 움직이는 꼬리를 보니, 녀석은 무지성인 것 같았다.
그냥 꼬리의 끝에 나의 명령을 듣는 뱀 한 마리를 붙여놓은 것 같았다.
"후우.... 일단 상태 점검을 마쳤으니, 시작해볼까…."
마음속으로 튜토리얼을 끝내겠다는 생각을 하자, 곧 그전과 똑같은 시스템창이 내 눈앞으로 떠올랐다.
【길라잡이의 튜토리얼을 끝내시겠습니까?】
끄덕
【길라잡이의 튜토리얼을 종료합니다. 5....4....3.....2....1....】
그 순간.
웅성웅성
영원히 움직이지 않을 것 같던 녀석들이 움직이며 저마다 작은 목소리를 내며 정면을 쳐다보았다.
"자, 조용! 조용!"
수많은 학생들이 내는 소음이 불쾌했는지, 강의 테이블 옆에 서 있던 남성이 테이블을 내려치며 큰 소리를 내고 나서야 학생들이 입을 다물었다.
"우선 레드문 아카데미에 온 것을 환영한다. 너희도 잘 알겠지만, 1학년 D 클래스의 담임교수인 이석훈이다. 앞으로 1년간 큰 사고 없이 잘 지내면 좋겠지만……. 그럴 일은 없을 테니, 정신들 똑바로 차려야 할 거다."
첫 만남부터 빡빡한 타입이네…. 엮이면 굉장히 피곤한 타입이야... 적당히 거리를 둬야겠어.
이석훈은 말을 마치고서 날카로운 눈빛으로 강의실을 쭈욱 둘러봤고, 그와 눈을 마주친 학생들은 히이익! 하는 소리와 함께 고개를 돌리기 바빴다.
그러다 문득, 좀 전에 살펴보았던 나의 고유 능력이 생각이 났고, 나는 이석훈과의 아이컨택을 거부하는 녀석을 바라보았다.
배, 뱀의 심안...?
반신반의하며 마음속으로 뱀의 심안이라고 말하자, 곧 내 몸에서 무언가가 조금씩 빠져나가는 느낌과 함께 내 머릿속에서 누군가의 목소리가 들려왔다.
『....하...씨발.....D 클래스인 것도 개 같은데……. 담임교수는 더 좆같네.....하....그냥 자퇴할까……?』
".....오! 진짜 이게 되는구나."
심안의 뛰어난 능력에 씨익 미소를 지은 나는 목표를 바꿔 다른 녀석들을 바라보았고, 곧 처음과 마찬가지로 마음속으로 이석훈에 대한 험담이나 그에 대한 두려움을 생각하고 있는 녀석들의 마음속 소리가 들려왔다.
『씨발.... 적어도 C 클래스는 될 줄 알았는데.....망했다...아, 아빠한테 뭐라고 말하지?』
『아아아아아 조오오온나나나아아 배고프다아아아아. 아 치킨 먹고 싶다.』
『오오오....저 년 젖통 좀 보소......오우! 저 년도 존나 크네!! 하.. 씨발 꼴린다....쉬는 시간에 후딱 한 발 빼고 올까? 화장실 위치가 어디지?』
역시 한국인은 관음의 민족이라 그랬던가.
나는 평소였더라면, 절대 몰랐을 모르는 사람들의 속마음을 알게 되자 신선한 기분을 느꼈다.
그때.
어느 한 곳에서 나를 향하는 따끔한 시선이 느껴졌고, 나는 이 무례한 시선을 보내는 녀석이 궁금해져 고개를 돌렸다.
그러자 그곳에는 커다란 덩치를 가진 까만 피부의 녀석이 나를 노려보고 있었다.
.........? 뭐야, 저 덩어리는....왜 나를 저딴 눈빛으로 꼬라보는거지?
예전의 나였더라면, 살짝 기분이 나쁠 만도 했지만 차가운 피와 심장의 능력 덕분인지, 나를 향해 대놓고 적의를 드러내는 녀석을 보고있어도 아무런 생각이 들지 않았다.
아니, 재밌다고 해야 하나?
그런 생각이 들자, 나는 녀석을 바라보며 눈에 힘을 주었고 곧 녀석의 생각이 나의 머릿속에서 들려오기 시작했다.
『....아 기분 좆같네.... 어디서 본 적이 있는 새끼인가? 왜 이렇게 기분이 좆같지? 씨발놈 존나 잘생겼네....확 죽여버릴까 보다....아 좆같아!! 씨발!!』
그의 생각을 들은 나는 잠깐 어이가 없었지만, 이곳에 오기 직전 신이란 작자가 했던 말을 떠올린 나는 금세 수긍하며 고개를 끄덕였다.
분명히....이병찬의 루트와는 반대라고 했었지....? 모든 사람들이 이병찬을 좋아할 운명이었으니……. 나는 병신 취급을 당할 거라고....
이병찬 그 양아치 새끼보다 못한 대접을 여기서 받네......
그 순간.
『어....? 저 씨발새끼가 웃어...? 이 좆같은 새끼가 지금 날 보고 비웃은 거 맞지? 와...씨발 넌 진짜 뒤졌다... 이 개새끼야. 오우 그전에 저 새끼 옆에 있는 저년 젖통이 씨발...무슨 꿀꺽... 아 존나 빨고 싶네...』
".......병신인가? 어딘가 좀 모자라 보이는 것 같기도 하고....."
"이상. 오늘은 강의가 없으니, 자신이 배정받은 기숙사로 돌아가서 짐 정리들 해라."
이석훈의 목소리가 나의 귓가에 들려왔고, 나는 계속해서 마력을 빨아먹는 심안을 꺼두고서 기숙사를 향해 걸어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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