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51화 〉 메스가키 마녀의 소환(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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평소와 전혀 다를 것 없던 날. 나는 언제나처럼 침대에 누워 웹소설을 읽고 있었다. 웹소설을 읽는 것 말고는 달리 취미도 없었던 데다, 내일은 토요일. 주말에 약속도 없었기 때문에 마음껏 읽을 수 있었다.
‘하아... 나도 상태창 같은거 가지고 싶다... 아니면 회빙환이나... 소설속으로 빙의도 괜찮고...’
시간 가는 줄 모르고 읽어대다 보니, 어느새 밤새도록 읽어 버렸다. 아무리 내일이 주말이라도 생체리듬이 심하게 망가져 버리면 월요일에 곤란하기 때문에 지금이라도 잠을 자야 하는데...
‘아니야... 특별한 능력이나 미래를 알고 있는 것으로 쉽고 빠르게 강해지는 것도 좋긴 하지만... 난 솔직히 그보다 더 날먹이 하고싶어.’
도통 잠이 오질 않고 이런 쓰잘데기 없는 생각이 머릿속을 가득 채우고 있었다.
‘그냥 내가 주인공인 것 만으로도 고생할 필요도 전혀 없고 꿀만 빨 수 있는 소설은 뭐가 있을까... 남녀역전이나 야겜빙의…?’
절대로 이루어질 리가 없는 망상이지만. 그런데도 내가 소설속 주인공이 된다면 어떨까 하고 상상해 보는 것은 꽤나 즐거운 일 있었다. 그렇게 즐거운 상상을 이어나가다 보니 어느샌가 스르륵 잠이 들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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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우... 잘잤다...”
나는 푹 자고 일어나 맑은 정신으로 깨어났다. 주변이 밝은 걸 보니 이미 훤한 대낮이군이라고 생각하며 기지개를 켠다.
그런데 무언가 위화감이 느껴졌다. 일단 침대 시트의 촉감이 내가 알고 있던 것과는 사뭇 달랐으며, 주변이 밝은 걸 너머 온통 새하얬다.
“뭐야 여긴...? 내 방이 아닌 것 같은데?”
그 순간 눈에 들어온 문구. [섹스하지 않으면 나갈 수 없는 방].
“아... 아직 꿈속인가 보네...”
믿기지 않는 것을 본 직후, 나는 자연스럽게 여전히 내가 꿈에서 깨어나지 않았다는 것을 확신했다. 그도 그럴 게 너무 말도 안 되는 광경이었으니까. 한 치의 의심도 들지 않았다.
“드디어 깨어났구나! 이세계인! 혹시 여기서 나가는 방법을 알고 있어?”
그 순간 어디선가 목소리가 들려왔다. 그런데 이상하게도 목소리의 주인이 보이지 않는다.
‘뭐지? 환청인가? 아니면 모습을 감추고 나와 대화하는 신 같은 존재인 건가?’
꿈속에서는 무슨 일이 일어나도 이상하지 않기에. 나는 흥미진진하게 이 상황을 즐기고 있었다. 자기전에 내가 소설속 주인공이 되면 어떨까. 하는 상상을 했던 덕분에 이런 꿈을 꾸게 되었나 싶기도 하다.
“어딜 두리번거리는 거야! 밑을 보라고 밑을!”
알고 보니 등잔 밑이 어두웠다. 바로 침대 옆에 목소리의 주인이 있었다. 그녀, 아니 그녀라고 말하기도 뭐할 정도로 애매할 정도의 꼬맹이가.
“아... 네가 히로인인가? 내 취향은 아니긴 한데... 뭐 그래도 나쁘진 않네.”
히로인답게 동네에서 흔하게 볼 수 있는 평범한 꼬맹이들과는 전혀 달랐다. 키는 작지만 짜리몽땅함과는 거리가 있었고. 귀여움과 남성을 유혹하는 매력을 동시에 내뿜고 있다.
찰랑거리는 긴 생머리는 윤기 있는 광택을 지닌 에메랄드빛이었으며, 몸에는 검은색 로브를 두르고 있고, 한 손에는 고목나무처럼 보이는 지팡이를 들고 있는 모습.
전문 코스플레이어의 가발이나 의상도 가까이서 직접 보면 조악함이나 이질감이 느껴지기 마련인데. 전혀 그렇지 않은 것을 보아, 현실의 인간이 아니라 만들어진 캐릭터임을 확신할 수 있었다.
“히로인…? 이 무슨 뜻이야? 그보다 이세계인. 이 이상한 장소에 대해 아는 것 있어?”
“...잘 모르겠는데.”
“그것도 몰라? 고대 문헌에서 이세계인들은 다 똑똑하고 엄청난 지식을 가진 천재들이라고 했는데... 완전 허접이었네.”
“뭐... 뭐라고...?”
“허접. 좆밥. 쓸모없어.”
“너야말로 여기가 어딘지 몰라서 나한테 물어보는 거잖아...!”
귀여운 외모와는 전혀 어울리지 않는 건방지기 짝이 없는 말투와 태도는 짜증을 불러일으켰다. 사실 평소였더라면, 지나가다 이런 건방진 꼬맹이를 만나도 그냥 무시했겠지만.
내가 주인공인 것만으로도 날먹을 할 수 있는 망상이. 꿈속에서 실제로 이루어졌는데. 여기서 까지 이런 꼬맹이에게 이런 취급을 받는다는 것은 참기 어려웠다.
“난 이래 봬도 수백 년을 살아오면서, 금지된 마법을 연구한 마녀거든? 이세계인을 소환한 것도 엄청 위험하고 어려운 마법이야. 그리고 난 그걸 성공시켰다고. 그 부작용으로 이런 이상한 장소에 날아오게 될 줄은 전혀 예상 못 했지만...”
꼬맹이는 자랑스럽게 자신이 얼마나 대단한 마녀인지 구구절절 설명했다.
“호오... 겉은 건방진 꼬맹이의 모습이라도... 실제로는 수백 년을 살아온 마녀란 말이지...”
“그래. 네까짓 게 뭘 어쩔 건데? 이 천재 마녀님의 소환수가 된 것을 영광으로 생각하라고 허접.”
“히로인이... 말대꾸?!”
꿈속이라 그런지 분노와 함께 용기가 샘솟았고, 머리속은 이 꼬맹이를 혼내주고 싶다는 생각으로 가득찼다.
쫘악ㅡ!
나는 성큼성큼 다가가 두르고 있던 로브를 양손으로 잡고 좌우로 잡아 뜯었다. 로브의 안쪽에는 몸매가 훤히 드러나는 얇은 옷밖에 없다.
쫙! 쫘악!
순식간에 옷은 걸레짝이 되어 바닥으로 후드득 하고 떨어졌다. 샘솟은 용기와 바닥난 인내심은, 마녀를 알몸으로 만드는데 채 1분조차 걸리지 않았다.
[섹스하지 않으면 나갈 수 없는 방] 대놓고 기승전떡도 아니고 기떡떡떡을 하라고 판을 깔아준 그렇고 그런 세계관에서. 캐릭터의 설정 놀음에 어울려 줄 생각 따윈 없었으니까.
“꺄악...! 아.... 아브라카다브라!”
순간적으로 무슨 일이 일어난 것인지 받아들이지 못하기라고 했던 것인지. 잠시 벙 쪄있던 마녀는, 뒤늦게 정신을 차리고선 내게 지팡이를 내민채 이상한 주문을 외운다.
그러나 아무 일도 일어나지 않았다.
“어... 어째서... 허접 이세계인 주제에... 마법만 쓸 수 있었어도 너 같은 건...”
빠악ㅡ!
나는 아직도 정신을 못 차린 꼬맹이의 머리에 꿀밤을 때렸다. 전력을 다해서 풀파워 펀치를 날린 것은 아니었으나, 적잖은 충격을 받은 듯 했다.
“아... 악... 히끅... 히끅...”
“야. 마법 못 쓰면 아무것도 못 하는 허접아.”
텅 텅텅.. 데구르르르...
지팡이를 손에서 놓친 그녀는 차마 대답을 하지 못하고 부들부들 떨고만 있었다. 미성숙한 몸 답지 않게 신체의 굴곡은 어느 정도 있었으나, 막상 알몸을 보니까 역시나 밋밋했다.
유두가 깨끗한 핑크빛 이었다는 건 마음에 들었지만, 그뿐이었고. 사타구니는 겉으로 보기에 줄 하나 그어져 있는 것 같다.
“빨리 대답 안 해? 너 말하는 거야 너.”
“으... 으응...?”
“응 이 아니라, 네라고 해야지.”
“아으으... 네.... 네에...”
수치심에 온몸이 전율하고, 볼이 빨갛게 물들어 가는 것을 구경하는 것도 재미있었겠지만. 빨리 본론으로 넘어가고 싶다.
“네가 뭘 잘못했지?”
“그... 그게... 머... 멋대로 소환해 버려서...”
“그것뿐만이 아니지. 갑자기 나보고 허접하니 뭐니... 건방진 태도로 나왔잖아.”
“네... 죄... 죄송합니다...”
“그럼, 책임지고 날 원래 세계로 돌려보내 줘야겠지?”
“읏... 네...”
“[섹스하지 않으면 나갈 수 없는 방]에서 내보내 주기 위해서는 뭘 해야 할까?”
“...”
“안 들리는데? 크게 말해봐.”
“... 우에에에에에에에에에엥....”
계속 울먹울먹하더니, 기어이 눈물바다를 터뜨리고 말았다. 건방진 꼬맹이를 참교육 시킨 게 속 시원하긴 했지만, 막상 이렇게 울어버리니까 곤란했다.
사실은 수백 살 먹은 마녀라는 설정 따위는 알 바 아니었지만 역시 꼬맹이다운 외모의 위력은 대단했다. 갑작스럽게 미안한 마음과 죄책감이 든다.
‘잠깐, 여기 진짜 꿈속이 맞긴 한가?’
갑작스럽게 나온 현실적인 반응에 나는 강렬한 의문에 휩싸였다. 분명 꿀밤을 때린 내 손에 반동이 있었다. 그리고….
‘어...? 뭐야 꿈속이 아니었잖아?’
결정적으로 확인해보기 위해서 허벅지 안쪽을 세게 꼬집어 봤는데. 확실하게 아팠다. 그 순간, 내가 대체 무슨 짓을 한 거지 싶은 자괴감이 몰려들어 온다.
“....”
“윽...! 뭐지?! 마... 마법인가...? 우... 움직이질 못하겠어...!”
풀썩
이대로는 안 되겠다 싶어서, 나는 어색한 연기를 시작했다. 마법에 당한 척 하면서, 가슴을 부여잡고 고통스러운 표정을 지으며 침대로 쓰러졌다.
“...! 역시 내 마법이 이런 허접한태 먹히지 않을 리가 없지...!”
설마하니 이런 것에 진짜 속을까 싶었는데. 금세 의기양양한 표정으로 돌변했다.
“허접♡ 좆밥♡ 이세계인 주제에 아무것도 못 하는 무능력한 쓰레기♡”
“날…. 어떻게 할 셈이야...!”
그 말에, 꼬맹이 마녀의 얼굴표정은 다시금 새빨갛게 물들었다. 참으로 표정 변화가 다양하기도 해라. 아마도 역시 이 [섹스하지 않으면 나갈 수 없는 방]에서 탈출하기 위한 방법은 섹스밖에 없다는 것을 다시금 깨우친 모양이었다.
“그... 그게... 그래! 넌 이 마녀님의 성욕처리 자위도구로 쓰일 거야. 쓸모없는 이 세계인 그 정도 가치밖에 없으니까! 허접쓰레기 주제에 나한테 사용될 수 있다는 걸 감사하게 생각하라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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