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49화 〉 소꿉친구와 패션모델(2)
* * *
“어...?”
“어어?... 어?”
그 순간 서로의 눈이 마주쳤다. 못 본 지 십수 년이 지났음에도, 우리는 서로를 단박에 알아볼 수 있었다. 입에서는 그저 외마디 감탄사 만이 새어 나온다.
“너... 너... 맞지? 그... 놀이터에서 말을 걸어 줬던...”
그 말에 반응해, 나도 모르게 고개가 끄덕여진다.
“보고 싶었어... 그런데 도저히... 이름도 연락처도 모르니까... 찾을 방법이 없어서...”
그녀는 이곳이 도대체 어떤 장소인지에 대한 의문보다도, 우리가 다시 만나게 되었다는 감격스러움에 감정이 복받쳐 오르고 있었다.
어쩐지 그렁그렁한. 금방이라도 눈물이 쏟아져 나올 것 같은 그녀의 눈망울을 바라본 순간, 내가 마음 한 쪽에 가지고 있었던.
자신은 실은 전혀 특별한 사람도 아니고, 패션모델이 된 그녀완 달리 이뤄낸 것 하나 없는 평범한 청년에 불과하고, 심지어 방금 전 까지 그녀에 대해서 까맣게 잊고 있었는데. 그런 내가 그녀를 다시 만날 자격이 있을까? 하던 생각이 언제 그랬냐는 듯이 사라졌다.
와락
그녀는 슬며시 다가와 내게 몸을 기대온다. 나는 양팔을 넓게 벌려 그녀를 안아 주었고, 그녀는 내 품속에서 안겨 거의 흐느끼듯 감격하고 있었다.
마치 영화 속 한 장면 같은, 이보다 더 감동적일 수 없는 재회. 그러나 나는 그녀의 어깨 너머로 시야에 들어온 한 문구에 경악을 하고 말았다.
‘[섹스하지 않으면 나갈 수 없는 방]... 이게 뭐야 ...?’
“진짜 진짜 진짜 진짜 진~~~~~~~~~~짜 오랜만이다! 그동안 어떻게 하고 지냈어?”
방금 전 까지 거의 울 것 같았던 그녀는 갑자기 고개를 치켜들더니, 얼굴을 불쑥 들이밀며 이야기해 왔다. 갑작스럽게 텐션이 급 상승해선, 라디오 진행자와 만담을 주고받던 발랄한 목소리가 되었다.
내 기억 속에 있던 놀이터 한켠의 소심한 여자아이와는 전혀 딴판이었다. 그랬던 자신이 이런 성격으로 바뀌게 된 계기가 나 덕분 이라고 했었지.
“나야 뭐... 그럭저럭 잘 지냈지... 크흠... 그런데...”
“있잖아! 나 말이야, 얼마 전에 서울 패션위크라고 하는, 우리나라에서 열리는 제일 큰 패션쇼에서 우승했다? 덕분에 이탈리아 로마에서 열리는 세계적인 패션쇼에도 나갈 수 있는 기회를 얻게 됐는데...”
“이야... 정말 대단하네... 그런데... 저기...”
“거기에 가면 세계적인 거장 디자이너들이랑 슈퍼스타 모델들도 직접 만나볼 수 있어! 아, 맞다! 나 얼마 전에 라디오에도 나왔다? 혹시 들었어?”
“어... 응... 근데... 저것 좀...”
나는 완전히 그녀의 페이스에 휘둘리고 있었다. 오해받기 딱 좋은 상황이었고, 어떻게 해야 무사히 넘어갈 수 있을까 하는 방법이 도저히 떠오르지 않았다.
“... 에잇!”
괜히 더 질질 끌다가 오해를 풀 타이밍을 놓치면, 돌이킬 수 없게 될 거라는 생각에. 내게 기대어 있는 그녀의 어깨를 잡고 180도 회전시켜서 내가 본 문구를 그녀도 볼 수 있게끔 해 주었다.
“미안한데... 저걸 좀... 봐줄래?”
하필이면 어째서, 왜 감동적인 재회를 이런 장소에서 하게 된 것인지. 어처구니가 없었다.
내가 그녀를 이곳으로 데려온 것으로 오해를 사서, 완전히 경멸받게 되는 건 아닐까. 설마 경찰에 신고 당하는 건 아니겠지. 그 찰나의 순간 동안, 나는 머릿속에서 일어날 수 있는 최악의 시나리오를 상상했다.
한껏 긴장해서 이마에서는 식은땀이 흘렀다. 그러나, 그녀의 입에서 흘러나온 대답은 전혀 예상외 였다.
“잘됐네! 사실은 너와 재회하게 되면, 만나자마자 잡아먹을 생각이었거든.”
"뭐...? 그게 무슨 소리...”
“아! 진짜 짐승처럼 깨물어 버리겠다는 소리는 당연히 아니고... 음... 무슨 의미인지 알지...?”
다시 내 쪽으로 몸을 돌린 그녀는. 방금 전 과는 또 전혀 다른 눈빛으로 변했다. 먹이를 노리는 맹수처럼, 날카로운 눈빛으로.
“벗어. 섹스하자.”
“잠깐, 이건 너무 갑작스러운데...!”
“하긴 만난 지 얼마 안 돼서 바로 본론으로 들어가는 건 너무 이르지?”
“그... 그래. 네가 싫다는 건 아니고…. 조금만 천천히...”
“그럼 키스부터 할까.”
“뭐...?”
“못 들었어? 키. 이. 스. 으 하자♡.”
달콤한 목소리에 이어, 부드러운 입술이 마주해 왔다.
“흡... 읍...!”
촉촉한 균열 사이로 흘러들어오는 숨결과 타액은 너무나도 강렬했다. 서로의 혀가 맞닿고, 그녀의 감정 또한 내게로 흘러들어온다.
“읍.., 흣.., 핫..,. 츗.,, 츕... 츳... 하아... 하아... ♡”
어느샌가 서로의 역할이 어렸을 때와는 정 반대가 되어 있었다. 나는 소심한 남자, 그녀는 적극적인 여자로. 어른의 대화를 이어나간다.
“히히... 그럼 아래쪽은 어떨까?”
쓰윽쓰윽, 쓰윽스윽.
서로의 입가에 이어진 은빛 실이 채 떨어지기도 전에, 그녀는 왼손을 내려서 청바지 위로 사타구니 부근을 비벼대기 시작했다.
이미 키스를 하던 시점부터 발기하고 있기는 하였으나, 야릇한 손길에. 옷 위에서도 움찔움찔 거리는 것이 확연히 눈에 띌 정도로 풀 발기 해 버렸다.
“이쪽은 솔직한데?”
“남자들은... 원래 아래쪽으로는 거짓말을 못 해...”
“역시 적극적으로 들이대는 게 정답이었어."
어쩌면 그녀는, 나와 다시 만나기 한참 전부터. 재회하면 어떻게 할지 생각을 해 놓았던 걸지도 모르겠다. 그렇지 않고서야 이렇게...
톡. 토톡., 톡. 톡.
내가 정신을 못 차리고 있는 와중에도, 그녀는 능숙하게 블라우스의 단추를 하나씩 풀기 시작했다. 패션모델답게 일상복 임에도 트렌디함이 느껴지는 겉옷과 달리 안쪽은 정말 의외로, 투박해 보이는 스포츠 브라를 입고 있었는데...
띠용!
브라를 걷어 올린 순간, 용수철이 튀어나오듯 엄청난 크기의 폭유가 터져 나왔다. 실제로 띠용 하는 소리가 나지는 않았지만, 그 정도로 임팩트가 있었다.
내가 살면서 봤던 여자 가슴 중에서 손꼽히는 크기임은 분명했다. 저 정도면 대체 몇 컵이지? E컵? F컵? 아까 전에는 그렇게 커 보이지 않았는데 어찌 된 일인가 싶다.
“헉...! 뭐..., 뭐야..?!”
“놀랐어? 모델들은 원래, 얼굴이나 몸매가 너무 확 튀어서는 안 되거든. 패션쇼에서는 어디까지나 옷이 주인공이 되어야지, 모델 때문에 옷이 묻혀서는 안되니깐."
요컨대 그녀는 이 정도의 가슴을 가지고 있음에도. 패션모델로서 활동하기 위해 평소에는 숨기고 있었다는 의미였다. 나는 그 숨막힐듯한 가슴의 압박감에 매료되어, 도저히 눈을 떼지 못했다.
“후후, 가슴 만져보고 싶어?”
“아... 아니... 가슴 사이로 얼굴을 파뭍고 싶은데...”
순간적으로 이성이 마비돼서, 미친 소리를 내뱉고 말았다. 정신을 차린 순간 스스로에게 깜짝 놀라서 사과하려고 했는데. 그녀는 화를 내기는커녕, 양팔을 쭉 펴서 내 어깨 위로 올려주었다.
“좋아. 마음껏 어리광부려도.”
내 얼굴은 그녀의 Y자 모양으로 깊게 파여있는 협곡으로 빨려 들어갔다.
“스읍... 하아... 스읍... 하아...”
그녀의 포근한 가슴 사이로 파묻혀 안겨, 부비부비 얼굴을 흔들며 말캉말캉 부드러운 감촉을 만끽하기도 하고. 페로몬이 듬뿍 섞여 있는 체취를 빨아들이기도 했다.
“정말... 어린아이 같네.”
이번에는 반대로 내 몸이 그녀에게 기대어져 있는 동안, 그녀는 내 허리띠를 풀어내고, 청바지의 지퍼를 내렸다. 이내 그녀의 손가락이 내 허리춤에 걸리고 허리띠, 바지, 팬티가 동시에. 와르르하고 쏟아진다.
“어엇...! 자..., 잠깐!”
하반신에 힘이 가해지면서, 자연스럽게 상반신으로 무게중심이 쏠려, 내 얼굴을 받치고 있던 그녀는 순간 균형을 잃고 기울어지기 시작했다. 넘어져서 큰일 날 뻔했지만, 정말 다행히도 순발력을 발휘해 그녀의 등에 팔을 받쳐주는데 성공했다.
“휴., 다행이다. 괜찮아...?”
“으응.. 나는 괜찮... 꺄악?!”
그 순간 나는, 한껏 곤두서 있는 자지가. 금방이라도 그녀를 꿰뚫을 것 같은 창처럼 날카롭게 향해 있었다는 것을 발견했다.
“읍.., 흐흡., 푸흐흐흐흐흐흐흐흐흐...”
“왜... 웃는 거야...! 정말 큰일 날 뻔 했는데...”
“너도 꽤나 쓸만한 물건을 가지고 있다 싶어서.”
“내려줄 테니 가만히 있어.”
“잠깐, 이대로 저기 침대까지 가자♡.”
“으... 으응.”
풀썩.
나는 발기된 자지에 닿지 않도록 조심스럽게 공주님 안기 자세로 그녀를 들어 올렸다. 어째서인지 방 한켠에는 침대 하나가 우두커니 놓여 있었는데. 마치 우리보고 쓰라고 준비해 놓여 있는 듯했다.
그 위에 그녀를 무사히 내려놓았다. 나도 이대로 함께 침대 위로 올라가 함께 뒹굴고 싶었지만, 내게 남은 마지막 이성의 끈이 태클을 걸어왔다.
“저기... 나도 마음을 확실히 하고 싶어서 그런데... 어째서 내게 이렇게까지 해 주는거야?”
“그야 내게 있어서 넌 백마 탄 왕자님이었으니까. 다시 만날 날을 기다리면서, 기억 속에 남아 있던 얼굴과 목소리로 자위하기도 했어.”
지금까지는 막힘없이 술술 말하던 그녀가, 이번에는 스스로 말하고도 부끄러운지 두 눈을 질끈 감는다. 그러고는 내게 이미 축축하게 흠뻑 젖어있는 팬티를 보여준다.
“이거면... 증명이 됐어...?”
딱히 증명을 해 달라고 요구한 것은 아니었지만, 얼마나 그녀가 나를 생각하고 있었는지는 절절하게 전해져 오고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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