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47화 〉 여기사와 오크 2부(5)
* * *
“뭐야 대체?"
갑작스럽게 그녀는 내게 말을 걸어왔다.
“너무 놀라지 마. 텔레파시로 대화하고 있는 거니까.”
“텔레파시..?”
그녀는 여전히 입안에 오크의 자지를 넣고 있었다. 저렇게 맛있다는 듯이 후루룹 빨고 있는 와중에, 내게 말을 걸어온 것이다.
“그래 맞아, 머릿속에서 생각만 하는 것으로 서로 대화가 가능한 마법이지, 어때?”
그러고 보면 나도 입마개를 하고 있는 상태였다. 너무 자연스럽게 말이 통해서, 입마개를 하고 있었다는 사실을 순간적으로 망각하고 있었다.
“그보다도, 내 정체를 어떻게 알아낸 거죠?”
“방금 네 기억을 읽어봤거든.”
“뭐... 뭐라고요?”
기억을 읽어 봤다고? 그 찰나의 순간에? 날 지금 속이고 있는 건가?
“나는 딱히 널 속일 이유도, 필요도 없는데.”
마법에 조예가 없는 나라고 해도 확실히 알 수 있었다. 이것은 아무나 쓸 수 없는 최고위급 마법이라는 것을. 그런 걸 그녀는, 쾌락을 탐하는 데 열중하면서 영창도 없이 자연스럽게 구사한 것이다.
어쩌면... 내가 가늠조차 할 수 없을 정도로... 까마득한 엄청난 존재일지도...
“뭐, 아주 오래전에 마왕을 봉인한 용사. 라고 불렸던 때가 있었지."
그녀는 또다시 내 머릿속 생각을 멋대로 읽어 대답해 왔다. 그러고 보면, 어째서 여기에서 오크들의 상대를 하고 있는 건지는 모르겠지만. 거대한 자지로 3 구멍이 동시에 쑤셔지고 있음에도 고통스러워 보이지 않는 게. 그녀가 평범한 몸의 소유자가 아니란 가장 강력한 증거였다.
“너무 오래 살다 보니까, 자극에 무덤덤해져서 말이야. 어때, 같이할래?”
그녀는 무슨 운동이나 취미생활을 함께 시작해 보자고 권유하는 사람처럼. 가벼운 말투로 내게 제안해 왔다. 흉악한 자지에 후벼파이는, 짐승 같은 섹스를 그녀는 가볍게 즐기고 있었다.
“무... 무슨...! 저는 여기에 놀러 온 게 아닌 거든요! 비록 이런 행세를 하고 있기는 하지만, 이건 모두 작전을 위해서...”
“솔직히, 그런 꼴을 하고 돌아다니는 걸 즐기고 있었잖아?”
“당신 같은 변태와 저를, 동일 선상에 두지 마세요!”
“아니, 우린 동류야. 넌 나의 음란한 천성을 타고났는걸. 그렇기에 너라면 나를 이해할 수 있어.”
“그건 또 무슨...”
“널 본 순간 직감했어, 지금껏 내가 수도 없이 많이 낳았던 후손 중 하나라고.”
“그럼... 당신이 제 선조라도 된다는 이야기인가요?”
“그래. 어째서 네가 다른 후손들을 제치고, 유독 강하게 용사의 피를 이어받았는지는 모르겠지만.”
...
그러고 보면 뭔가 이상하긴 했다. 나는 유독 할머니와 어머니와는 다르게. 샛노랗고 찰랑거리는 윤기 있는 금발 머리카락과 희고 깨끗한 피부를 타고 태어났고.
누군가에게 어릴 적부터 체계적으로 배운 것이 아님에도. 천부적인 재능으로 빠르게 검술을 익힐 수 있었다. 그로 인해 전쟁터에서 공을 세워, 기사 작위까지 수여받을수 있었고. 그게 전부 용사의 후손이었던 덕분이라고?
스스로의 실력으로 쟁취한 것이지, 운 좋게 타고난 것이 아니라고 말하고 싶었지만. 결정적으로 그녀는 나의 외모는 너무나도 닮아 있었다.
“하지만 지금 그런 게 중요한 게 아니잖아? 지금껏 어떤 삶을 살아왔건. 어떤 힘과 능력을 갖췄건 따위는 아무런 상관없어. 여기 있는 건 그저 발정 나서 음란한 몸을 주체하지 못하는 암퇘지 두 마리 뿐이니까.”
“...”
나는 그녀의 꼴사납고 음탕한 모습을 보면서 흥분하고 있었다. 순간적으로 내 모습을 다른 사람의 시선으로 보고 있는 게 아닌가? 하는 착각에 빠졌을 정도로. 이것만큼은 도저히 부정할 수 없는 사실이었다.
“솔직해지면 좋아. 쾌락에 몸을 맡기는 게, 진정한 행복을 찾을 수 있는 방법이야.”
“도대체, 오크들에게 마구잡이로 범해지는 게. 어떻게 행복을 찾는 방법이라는 거에요!”
“이미 알고 있잖아. 오히려 강자이기 때문에, 무력해졌을 때야 말로 최고로 짜릿한 쾌감을 느낄 수 있다는 것을.”
“... 나는...”
모욕적인 말로 매도를 당했고, 배려심이라곤 전혀 없는 난폭한 섹스를 하는 녀석에게 내 몸을 마음대로 사용 할 수 있도록 허락했고, 기고만장하게 우쭐해져선 주인님 행세를 하려는 역할극에 어울려 주었고.
오크 소굴에 잠입하기 위해, 굳이 이런 꼴을 해 가면서. 성노예 연기를 수행하는 것에 동의했다.
이 모든 게 그저 어쩔 수 없었던 일인가? 단순히 페이스에 휩쓸렸기 때문에 일어난 일인가?
아니. 전부 내가 바라고 있었기에 일어난 일이다. 충분히 제지할 수 있었고, 이보다 더 좋은 방법도 분명 있었겠지.
“넌 나의 강함 뿐만 아니라, 음란함도 함께 물려받았어. 단순히 불과 얼마 전까지 처녀였던 네가, 오크의 자지에서 쾌락을 느낄 수 있게 된 것뿐만이 아니야.”
존엄성이 추락할 때 느껴졌던 오싹오싹한 이상한 기분. 단순 변태 이상이란 것은 스스로도 직감하고 있었지만...
“널 따르던 인간 부하들은 어때? 자기들 멋대로 네게 고결한 이미지를 부여해 놓고서는, 상상 속의 이미지에 부합하지 못했다고 멋대로 실망하고... 다른 사람의 평판 따위에 휘둘리면서 살고 싶어?”
그녀는 궤변을 늘어놓기 시작했다. 말도 안 되는 소리에, 반박을 해야 할 터인데. 어째서인지 반박할 거리가 딱히 떠오르지 않았다.
“반면 여기 있는 오크들은, 순수한 육체의 쾌락에 솔직해. 성욕이라는 가장 원초적인 본능에 충실하고. 정조니, 명예니 하는 것에는 전혀 신경 쓰지 않아.”
“그저 오크들의 육변기가 되는 것 일 뿐이잖아요...!”
“슬슬 오크들의 자지가 질렸다 싶으면, 훌훌 털어버리고 다른 곳으로 떠나면 돼. 인간 중에서도 도덕 따위에 묶여있지 않은 이들은 얼마든지 있고.”
“어때, 자유롭고 행복한 삶이지? 나와 함께하자. 그냥 내 곁에 와서 다리만 벌리고 있어. 그러면 오크들이 리드해 줄거야.”
어느샌가 나는, 무언가에 홀린 것처럼 그녀에게 다가가고 있었다. 주변의 오크들은 난입해 오는 내 모습을 보면서 환호성을 지른다. 그 순간. ㅡ
철그렁,
그는 있는 힘껏 내 목줄을 잡아당겼다. 그는 나와 그녀의 무언 대화를 듣지 못했을 텐데. 정황만으로도, 내가 문지기와의 대화를 파악했던 것처럼. 상황이 어떻게 돌아가고 있는지 파악한 모양새였다.
그리고서는 이내 눈물을 흘리기 시작했다. 성노예가 멋대로 행동해서 화가 난 노예 상인으로서의 분노도 아니었고, 자신만 따먹어봤던 여자가 다른 남자에게 벌려대는 것에 대한 질투심도 아니었다.
이 감정은 분명 슬픔과 애처로움. 네까짓 게 뭔데? 하면서 목줄을 끊어버리면 그만 이었지만, 그의 눈물은 내 발걸음을 돌아 세우게 만든다.
슈우우우우우웅... 펑!
유독 넓어 보이는 그의 등 뒤로 무언가 날아오르는 게 보인다. 이내 그것은 폭죽 소리를 내면서 터진다. 귓가에 울리는 굉음 덕분에 나는 그녀의 유혹에서 벗어나 제정신을 차릴 수 있었다.
“퉤ㅡ, 내 삶은, 내가 마음대로 결정할 거야! 이래라저래라 하지 마!”
나는 입마개를 뱉어버리고 그녀에게 일갈한다.
방금 터진 폭죽의 정체는, 근방에서 대기 중이던 병사들이 준비가 전부 완료되었다는 의미로 보낸 신호탄.
나는 순식간에 구속구를 찢어버리고, 그의 옷 주머니에 들어있던 신호탄을 꺼내 하늘 높이 쏘아 올려 병사들에게 답신했다.
ㅡ펑!
“뭐... 뭐야! 무슨 일이 일어난 거야!”
“이... 이년이...! 암퇘지인 줄 알았는데 적이었구나! 모두 공격해!”
시장은 순식간에 아수라장이 되었고, 그는 혼란을 틈타 도망치는데 성공한 듯 보였다.
몇몇 오크들이 내게 달려들었으나, 무기도 없는 맨주먹을 맞고서 나가떨어진다.
“크아아악!”
생각보다 더 약해빠져서는, 고작 이런 녀석들이 어떻게 마을을 약탈하고 여성들을 잡아다 노예로 만드는지 우스울 지경이었다.
“잘 들어라. 나는 제국의 여기사 레아나. 네놈들이 가져간 모든 것을 돌려받겠다. 불만 있으면 앞으로 나와라. 설마 이런 모습에 겁을 먹는 건 아니겠지.”
“그래도 여기사로 살아가기로 했다면. 몸은 좀 가려야 하지 않겠어? 그럼 난 귀찮아질 것 같으니까 가볼게. 어쩌면 나중에 다시 만날 수 있을지도 모르지. 그럼 안녕~”
“자... 잠깐...!”
그녀는 아무런 기척도 없이, 내 뒤에서 갑자기 나타나 전신을 가릴 수 있는 망토를 덮어주었다. 그리고 붙잡으려던 순간 홀연히 하얀색 빛 알갱이가 되어 아무런 흔적도 남지 않고 사라진다.
다그닥 다그닥 다그닥 다그닥.
얼마 지나지 않아, 맹렬한 말발굽 소리와 함께 기병대가 관문을 돌파해서 순식간에 이곳에 당도했다.
“레아나님! 먼저 와 계셧군요.”
“그래. 난 무사하니까 신경 써줄 필요 없어. 이곳에는 최소한의 인원만 남고, 저쪽으로 도망친 오크들을 추격해.”
“예 알겠습니다! 아참, 그러고 보니까 아까 신호탄을 쏘아 올린 지 얼마 지나지 않아 한 오크가 이쪽으로 달려와선 자신은 레아나 님과 특별한 관계라고 하던데... 그 오크는 어떻게 할까요?”
“아... 그 녀석은 내가 따로 처리할 테니, 다른 포로들과 함께 취급하지 말고 이 전투가 끝낸 뒤에 개인적으로 내게 보내줘."
다그닥 다그닥 다그닥 다그닥 다그닥.
병사들은 도망친 오크들을 추격하러 떠났다. 맨발로 도망친 녀석들은 얼마 지나지 않아 모두 붙잡힐 것이다. 나는 말들이 먼지를 일으키는 뒷 풍경을 바라보면서 감상에 잠겼다.
여러 우여곡절이 있었지만, 생각했던 대로 되었다. 전투에서 공을 세웠으니 높으신 분들도 크게 뭐라고 질책할 수는 없을 테고. 다시금 평화로운 일상이 찾아오겠지.
... 이렇게 되어버린 몸을 가지고선, 더이상 평범하게 살아가긴 어려울지도 모르겠지만.
* *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