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46화 〉 여기사와 오크 2부(4)
* * *
쓰윽, 쓰윽. 쓰윽, 쓰윽.
한걸음, 한 걸음씩 내딭을 때마다, 온몸을 휘감고 있는 까칠까칠한 밧줄의 촉감이 느껴진다. 특히 클리토리스와 맞닿아 있는 부분이 쓸릴 때면 오싹오싹하는 야릇한 쾌감이 전해져 온다.
사실상 다 벗고 있는 거나 다름없으니 추워야 할 텐데. [섹스하지 않으면 나갈 수 없는 방]에서 했던 온갖 변태적 행위들보다도 훨씬 부끄러워서, 춥기는커녕 온몸이 불타오르는 것처럼 후끈 달아오르고 있었다.
누군가가 몰래 숨어서 이 모습을 훔쳐보고 있지는 않을까 하는 생각이 머릿속에서 떠나지 않는다.
가령 이런 수풀 더미 같은 산길이라면 어디에서나 흔하게 볼 수 있는 것에서, 잎새들이 바람에 흔들려 부스스 하는 소리를 내는 아무렇지도 않은 일에 흠칫흠칫 놀라게 된다.
...
그러나 현실은 망상과는 달리 너무나도 평온했다. 한참을 산길을 걸었지만, 오크는커녕 짐승 한 마리 조차 만날 수 없었다. 만나지 못했다고 해서 아쉬운 건 아니지만...
이윽고 도착한 관문. 그곳을 지키던 갈색 피부의 문지기 오크는 우리의 모습을 발견하더니 깜짝 놀라 두 눈이 휘둥그레지면서, 허겁지겁 이쪽으로 달려왔다.
“이봐! 문을 열어줘!"
“@%@^@#$##$@$%$@^$#%*%#”
“그래. 이 노예를 팔러 가는 길이야.”
“%#&@#@#%#$&&$^^%$##$%@#$#@#”
“안돼. 함부로 만지게 해 줬다가, 손톱에 긁히기라도 해서 피부에 상처라도 나면 어쩔 거야?"
“%@%&%@#%@#%^%^@%*&@^%#%@#%@$%^&@#$”
“자꾸 이렇게 질척거리지 마. 이 노예는 극상품이라고. 아무나 살 수 있는 게 아니야."
“$%@#%^$@#$@#@#!@%#@@!^#$#@$”
“감당할 수 있겠어? 새로 주인이 될 사람이, 감히 문지기 따위가 자기보다 빨리 만져댔다는 걸 알면 가만 넘어가지 않을 텐데.”
“%@#$%^#$@^$#@#%@$%@^%”
드르륵. 드르륵. 드르륵.
문지기는 아쉬운 표정을 지으며, 우리가 통과할 수 있도록 관문의 철책을 올려주었다.
오크 사투리 억양이 너무나 심해서, 뭐라고 하는지는 전혀 알아들을 수 없었다. 그러나 그런데도 충분히 대화 내용은 유추할 수 있었다. 아마 문지기는 자신의 권한을 남용해서 나를 어떻게 해보려고 수작을 부렸던 듯 하다.
그리고 문지기는 생각보다 쉽게 순순히 포기하고 문을 열어 주었다.
분명, 전혀 의심조차 못 할 정도로 노예상인과 성노예 연기가 완벽했다는 것과 관문에서 쓸데없는 트러블이 발생하지 않은 것에 대해 다행이어야 하는데.
그런데 뭐지. 이 복잡 미묘한 감정은.
그보다는, 이렇게 천박한 차림새로 스스로의 존엄성을 깎아내렸음에도 불구하고. 아무나 살 수 없는 비싼 노예로 인정받았다는 것에, 묘한 흥분이 느껴졌다.
‘그딴 걸로 기뻐질 리가 없을 텐데...’
***
...
그런 식으로 관문을 두 개 더 지나서야, 이윽고 목적지에 도착했다. 확실히, 이렇게나 철저히 경계하는걸 보면 평범한 방법으로는 잠입하거나 정보를 알아내기 쉽지 않았을 터다.
귀찮은 검문 과정을 거치면서, 그래 봐야 고작 오크들이 만들어 놓은 허접한 장소에 불과할 텐데. 이렇게까지 하나? 하는 생각이 들었다. 그러나, 이윽고 나타난 장소를 마주한 순간 그럴만한 이유가 있었다는 걸 깨닫게 되었다.
‘세상에... 이 깊은 산속에, 이런 장소를 만들어 놓았다니...’
상상을 초월하는 규모와 번듯함. 제국에 있는 시장에 견주어도 전혀 손색이 없을 정도로 대단했다. 투박한 움막이나 만들던 오크들이 이런 장소를 만들어 냈다는 것이 믿기지 않을 정도로.
길가에는 점포들이 줄지어 늘어서 있고, 판매하고 있는 물건들도 정말 각양각색이다. 이게 다 제국의 마을들에서 약탈해온 물건들이라고 생각하니까, 정말 괘씸하기 짝이 없었다.
그리고 주변에 보이는 오크들도. 전장에서 볼 수 있었던, 허름하고 멍청하고 난폭한. 내가 알고 있던 모습과는 뭔가 달랐다. 오크가 깔끔하고 정돈된 옷을 입고 있는 모습은 무언가 위화감이 가득하다.
‘그래... 마침내... 그토록 찾아 헤매던 오크 놈들의 본거지... 바로 여기였어...’
아차, 너무 빤히 신기하게 주변을 두리번거리고 있었나. 나는 지금 여기에 팔리기 위해 나온 성노예를 연기하고 있는데, 처음 시장이란 곳에 나와서 마냥 신기해하는 어린아이처럼 행동해서는 안 되겠지.
고개를 푹 떨구고, 삶을 포기한 표정을 지으려 노력해 보았다. 그러나 멀리서 귓가에 들려오는 노예를 경매하는 소리가 연기에 집중하지 못하도록 만든다.
사실 그 소리가 시끄러워서 그렇다기보다는, 도저히 머릿속에서 폭주하고 있는 상상을 제어할 수 없어서 그렇다. 만약 내가, 경매의 대상이 되면 어떨까? 과연 가격이 어디까지 올라가게 될까? 하는 상상.
많은 이들의 주목이 집중되는 곳에서, 파렴치한 꼴로, 몸의 치부를 전혀 가리지 못하고 있는 그대로를 전부 드러낸다는 건 정말 치욕적이겠지.
심지어는, 나보다 훨씬 하등하고. 더럽고. 약해빠진 놈들에게 평가를 받는다. 그것도 '성노예로서' 내 몸을 마음대로 하는데 얼마까지 낼 의향이 있다는 식으로.
평범한 여자라면 끔찍한 경험일 텐데. 나는 어째서 이렇게 젖어올 정도로 이렇게 흥분하고 있는 걸까.
...
그리고 망상은 거기에서 그치지 않고 한 발 더 내딭는다. 만약 내가 이곳에 오크들에 패배해서 끌려왔다면?
여기 있는 오크들은 전부 내 정체에 대해서 알고 있고. 그들이 자신들의 최대의 적이자, 제국 민중들의 영웅을. 한낱 성노예로서 떨어뜨려 버렸다는 상황을 즐기고 있었다면?
상상하는 것 만으로도 온몸이 부르르 떨린다. 밧줄을 타고 흐른 액체가 한두 방울씩 바닥에 톡톡 떨어진다.
...
그러나 그래왔던 것처럼. 이곳에 와서 시간이 꽤 흘렀음에도, 별다른 일은 전혀 일어나지 않았다. 지나가면서 내 몸을 위아래로 훑어보는 이는 있어도 먼저 우리에게 다가와 말을 거는 오크는 없었다.
“여기에 계속 서서 이러고 있기도 뭐한데, 저쪽으로 가볼까.”
오히려 그가 침묵을 깨고 내게 말을 걸었다. 확실히 그냥 가만히 서서 아무것도 안 하고 있는 것도 자연스러운 연기라고는 할 수 없었다. 물론 주인님이 가자고 하면, 노예에게는 반항할 권한 따위도 없겠지만.
***
‘저건 뭐지?’
발걸음을 옮기며 시장의 이곳저곳을 조사하던 와중, 외각의 길을 따라 걷다가 거대한 오크의 무리를 발견했다.
대체 저게 무엇인지 전혀 감도 안 잡혀서, 그를 쳐다보았으나 그도 고개를 가로저으며 모른다는 의미의 제스쳐를 표한다.
우리는 자연스럽게 그쪽을 향했다. 원래라면 수상한 행동을 해서는 안 되겠지만, 저 거대한 무리 사이에 잠깐 끼어서 무슨 일인지 확인만 한 뒤에 슬쩍 빠져나오면 딱히 의심받을 것 같진 않아 보였다.
그렇게 수많은 덩치를 제치고 앞줄에 나와서 확인할 수 있었던 것은...
더없이 충격적인 광경. 인간 여자 하나가, 수많은 오크의 거대한 자지를 상대하고 있었다.
입, 보지, 항문 세 구멍으로 자지를 받아들이고 있었음은 물론이고. 양손으로도 자지를 하나씩 붙잡고 훑어 내주고 있었다. 심지어는 그녀의 몸에 어떻게든 자지를 비벼대며 애쓰는 오크도 있다.
어떻게 저런 일이 가능한 거지? 인간과 오크 사이에는 기본적인 체급 차이가 존재한다. 그렇기에 오크에 강간당한 피해자가 영구적인 성 기능 장애를 얻게 되는 경우도 있다.
“읍...! 옥...! 혹...! 흡...! 학...! 읍...! 헙...! 조... 좋아...♥ 자지... 더어...♥”
그러나 그녀는 명백히. 이런 거의 살덩어리에 파묻혀서 하는 섹스를 즐기고 있었다. 고통에 몸부림치는 비명이 아닌 신음소리를 내고 있었고, 자세가 제한돼서 엉거주춤한 오크들과 달리, 오히려 그녀 쪽이 적극적으로 허리를 흔든다.
...
그는 심상치 않음을 느끼고, 목줄을 잡아당겨서 이곳에서 떠나자고 재촉했으나, 나는 그 모습에서 도저히 눈을 뗄 수 없었다. 그리고 더더욱 나를 경악시키는 이유는 따로 있었다.
선명한 금발 머리카락, 사파이어처럼 빛나는 눈동자, 여성으로서 더없이 추한 꼴을 하고 있으면서도 흘러나오는 기품.
그녀는 나와 너무나도 닮아있었다. 가족이나 친척 관계라고 해도 이상하지 않은 정도로. 마치 스스로가 저렇게 당하고 있는 모습을, 다른 이의 시선으로 보는 것만 같은 착각이 든다.
조금씩 커져 오던 이 복잡미묘한 감정은, 어느새 모든 것을 집어 삼킬듯한 거대한 파도로 변했다. 도저히 발걸음이 떨어지지 않아 머뭇거리던 와중에. 그녀와 눈이 마주친다.
“안녕? 너도 스스로 원해서 여기까지 찾아왔구나?”
〈 46화 〉 여기사와 오크 2부(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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쓰윽, 쓰윽. 쓰윽, 쓰윽.
한걸음, 한 걸음씩 내딭을 때마다, 온몸을 휘감고 있는 까칠까칠한 밧줄의 촉감이 느껴진다. 특히 클리토리스와 맞닿아 있는 부분이 쓸릴 때면 오싹오싹하는 야릇한 쾌감이 전해져 온다.
사실상 다 벗고 있는 거나 다름없으니 추워야 할 텐데. [섹스하지 않으면 나갈 수 없는 방]에서 했던 온갖 변태적 행위들보다도 훨씬 부끄러워서, 춥기는커녕 온몸이 불타오르는 것처럼 후끈 달아오르고 있었다.
누군가가 몰래 숨어서 이 모습을 훔쳐보고 있지는 않을까 하는 생각이 머릿속에서 떠나지 않는다.
가령 이런 수풀 더미 같은 산길이라면 어디에서나 흔하게 볼 수 있는 것에서, 잎새들이 바람에 흔들려 부스스 하는 소리를 내는 아무렇지도 않은 일에 흠칫흠칫 놀라게 된다.
...
그러나 현실은 망상과는 달리 너무나도 평온했다. 한참을 산길을 걸었지만, 오크는커녕 짐승 한 마리 조차 만날 수 없었다. 만나지 못했다고 해서 아쉬운 건 아니지만...
이윽고 도착한 관문. 그곳을 지키던 갈색 피부의 문지기 오크는 우리의 모습을 발견하더니 깜짝 놀라 두 눈이 휘둥그레지면서, 허겁지겁 이쪽으로 달려왔다.
“이봐! 문을 열어줘!"
“@%@^@#$##$@$%$@^$#%*%#”
“그래. 이 노예를 팔러 가는 길이야.”
“%#&@#@#%#$&&$^^%$##$%@#$#@#”
“안돼. 함부로 만지게 해 줬다가, 손톱에 긁히기라도 해서 피부에 상처라도 나면 어쩔 거야?"
“%@%&%@#%@#%^%^@%*&@^%#%@#%@$%^&@#$”
“자꾸 이렇게 질척거리지 마. 이 노예는 극상품이라고. 아무나 살 수 있는 게 아니야."
“$%@#%^$@#$@#@#!@%#@@!^#$#@$”
“감당할 수 있겠어? 새로 주인이 될 사람이, 감히 문지기 따위가 자기보다 빨리 만져댔다는 걸 알면 가만 넘어가지 않을 텐데.”
“%@#$%^#$@^$#@#%@$%@^%”
드르륵. 드르륵. 드르륵.
문지기는 아쉬운 표정을 지으며, 우리가 통과할 수 있도록 관문의 철책을 올려주었다.
오크 사투리 억양이 너무나 심해서, 뭐라고 하는지는 전혀 알아들을 수 없었다. 그러나 그런데도 충분히 대화 내용은 유추할 수 있었다. 아마 문지기는 자신의 권한을 남용해서 나를 어떻게 해보려고 수작을 부렸던 듯 하다.
그리고 문지기는 생각보다 쉽게 순순히 포기하고 문을 열어 주었다.
분명, 전혀 의심조차 못 할 정도로 노예상인과 성노예 연기가 완벽했다는 것과 관문에서 쓸데없는 트러블이 발생하지 않은 것에 대해 다행이어야 하는데.
그런데 뭐지. 이 복잡 미묘한 감정은.
그보다는, 이렇게 천박한 차림새로 스스로의 존엄성을 깎아내렸음에도 불구하고. 아무나 살 수 없는 비싼 노예로 인정받았다는 것에, 묘한 흥분이 느껴졌다.
‘그딴 걸로 기뻐질 리가 없을 텐데...’
***
...
그런 식으로 관문을 두 개 더 지나서야, 이윽고 목적지에 도착했다. 확실히, 이렇게나 철저히 경계하는걸 보면 평범한 방법으로는 잠입하거나 정보를 알아내기 쉽지 않았을 터다.
귀찮은 검문 과정을 거치면서, 그래 봐야 고작 오크들이 만들어 놓은 허접한 장소에 불과할 텐데. 이렇게까지 하나? 하는 생각이 들었다. 그러나, 이윽고 나타난 장소를 마주한 순간 그럴만한 이유가 있었다는 걸 깨닫게 되었다.
‘세상에... 이 깊은 산속에, 이런 장소를 만들어 놓았다니...’
상상을 초월하는 규모와 번듯함. 제국에 있는 시장에 견주어도 전혀 손색이 없을 정도로 대단했다. 투박한 움막이나 만들던 오크들이 이런 장소를 만들어 냈다는 것이 믿기지 않을 정도로.
길가에는 점포들이 줄지어 늘어서 있고, 판매하고 있는 물건들도 정말 각양각색이다. 이게 다 제국의 마을들에서 약탈해온 물건들이라고 생각하니까, 정말 괘씸하기 짝이 없었다.
그리고 주변에 보이는 오크들도. 전장에서 볼 수 있었던, 허름하고 멍청하고 난폭한. 내가 알고 있던 모습과는 뭔가 달랐다. 오크가 깔끔하고 정돈된 옷을 입고 있는 모습은 무언가 위화감이 가득하다.
‘그래... 마침내... 그토록 찾아 헤매던 오크 놈들의 본거지... 바로 여기였어...’
아차, 너무 빤히 신기하게 주변을 두리번거리고 있었나. 나는 지금 여기에 팔리기 위해 나온 성노예를 연기하고 있는데, 처음 시장이란 곳에 나와서 마냥 신기해하는 어린아이처럼 행동해서는 안 되겠지.
고개를 푹 떨구고, 삶을 포기한 표정을 지으려 노력해 보았다. 그러나 멀리서 귓가에 들려오는 노예를 경매하는 소리가 연기에 집중하지 못하도록 만든다.
사실 그 소리가 시끄러워서 그렇다기보다는, 도저히 머릿속에서 폭주하고 있는 상상을 제어할 수 없어서 그렇다. 만약 내가, 경매의 대상이 되면 어떨까? 과연 가격이 어디까지 올라가게 될까? 하는 상상.
많은 이들의 주목이 집중되는 곳에서, 파렴치한 꼴로, 몸의 치부를 전혀 가리지 못하고 있는 그대로를 전부 드러낸다는 건 정말 치욕적이겠지.
심지어는, 나보다 훨씬 하등하고. 더럽고. 약해빠진 놈들에게 평가를 받는다. 그것도 '성노예로서' 내 몸을 마음대로 하는데 얼마까지 낼 의향이 있다는 식으로.
평범한 여자라면 끔찍한 경험일 텐데. 나는 어째서 이렇게 젖어올 정도로 이렇게 흥분하고 있는 걸까.
...
그리고 망상은 거기에서 그치지 않고 한 발 더 내딭는다. 만약 내가 이곳에 오크들에 패배해서 끌려왔다면?
여기 있는 오크들은 전부 내 정체에 대해서 알고 있고. 그들이 자신들의 최대의 적이자, 제국 민중들의 영웅을. 한낱 성노예로서 떨어뜨려 버렸다는 상황을 즐기고 있었다면?
상상하는 것 만으로도 온몸이 부르르 떨린다. 밧줄을 타고 흐른 액체가 한두 방울씩 바닥에 톡톡 떨어진다.
...
그러나 그래왔던 것처럼. 이곳에 와서 시간이 꽤 흘렀음에도, 별다른 일은 전혀 일어나지 않았다. 지나가면서 내 몸을 위아래로 훑어보는 이는 있어도 먼저 우리에게 다가와 말을 거는 오크는 없었다.
“여기에 계속 서서 이러고 있기도 뭐한데, 저쪽으로 가볼까.”
오히려 그가 침묵을 깨고 내게 말을 걸었다. 확실히 그냥 가만히 서서 아무것도 안 하고 있는 것도 자연스러운 연기라고는 할 수 없었다. 물론 주인님이 가자고 하면, 노예에게는 반항할 권한 따위도 없겠지만.
***
‘저건 뭐지?’
발걸음을 옮기며 시장의 이곳저곳을 조사하던 와중, 외각의 길을 따라 걷다가 거대한 오크의 무리를 발견했다.
대체 저게 무엇인지 전혀 감도 안 잡혀서, 그를 쳐다보았으나 그도 고개를 가로저으며 모른다는 의미의 제스쳐를 표한다.
우리는 자연스럽게 그쪽을 향했다. 원래라면 수상한 행동을 해서는 안 되겠지만, 저 거대한 무리 사이에 잠깐 끼어서 무슨 일인지 확인만 한 뒤에 슬쩍 빠져나오면 딱히 의심받을 것 같진 않아 보였다.
그렇게 수많은 덩치를 제치고 앞줄에 나와서 확인할 수 있었던 것은...
더없이 충격적인 광경. 인간 여자 하나가, 수많은 오크의 거대한 자지를 상대하고 있었다.
입, 보지, 항문 세 구멍으로 자지를 받아들이고 있었음은 물론이고. 양손으로도 자지를 하나씩 붙잡고 훑어 내주고 있었다. 심지어는 그녀의 몸에 어떻게든 자지를 비벼대며 애쓰는 오크도 있다.
어떻게 저런 일이 가능한 거지? 인간과 오크 사이에는 기본적인 체급 차이가 존재한다. 그렇기에 오크에 강간당한 피해자가 영구적인 성 기능 장애를 얻게 되는 경우도 있다.
“읍...! 옥...! 혹...! 흡...! 학...! 읍...! 헙...! 조... 좋아...♥ 자지... 더어...♥”
그러나 그녀는 명백히. 이런 거의 살덩어리에 파묻혀서 하는 섹스를 즐기고 있었다. 고통에 몸부림치는 비명이 아닌 신음소리를 내고 있었고, 자세가 제한돼서 엉거주춤한 오크들과 달리, 오히려 그녀 쪽이 적극적으로 허리를 흔든다.
...
그는 심상치 않음을 느끼고, 목줄을 잡아당겨서 이곳에서 떠나자고 재촉했으나, 나는 그 모습에서 도저히 눈을 뗄 수 없었다. 그리고 더더욱 나를 경악시키는 이유는 따로 있었다.
선명한 금발 머리카락, 사파이어처럼 빛나는 눈동자, 여성으로서 더없이 추한 꼴을 하고 있으면서도 흘러나오는 기품.
그녀는 나와 너무나도 닮아있었다. 가족이나 친척 관계라고 해도 이상하지 않은 정도로. 마치 스스로가 저렇게 당하고 있는 모습을, 다른 이의 시선으로 보는 것만 같은 착각이 든다.
조금씩 커져 오던 이 복잡미묘한 감정은, 어느새 모든 것을 집어 삼킬듯한 거대한 파도로 변했다. 도저히 발걸음이 떨어지지 않아 머뭇거리던 와중에. 그녀와 눈이 마주친다.
“안녕? 너도 스스로 원해서 여기까지 찾아왔구나?”
〈 46화 〉 여기사와 오크 2부(4)
* * *
쓰윽, 쓰윽. 쓰윽, 쓰윽.
한걸음, 한 걸음씩 내딭을 때마다, 온몸을 휘감고 있는 까칠까칠한 밧줄의 촉감이 느껴진다. 특히 클리토리스와 맞닿아 있는 부분이 쓸릴 때면 오싹오싹하는 야릇한 쾌감이 전해져 온다.
사실상 다 벗고 있는 거나 다름없으니 추워야 할 텐데. [섹스하지 않으면 나갈 수 없는 방]에서 했던 온갖 변태적 행위들보다도 훨씬 부끄러워서, 춥기는커녕 온몸이 불타오르는 것처럼 후끈 달아오르고 있었다.
누군가가 몰래 숨어서 이 모습을 훔쳐보고 있지는 않을까 하는 생각이 머릿속에서 떠나지 않는다.
가령 이런 수풀 더미 같은 산길이라면 어디에서나 흔하게 볼 수 있는 것에서, 잎새들이 바람에 흔들려 부스스 하는 소리를 내는 아무렇지도 않은 일에 흠칫흠칫 놀라게 된다.
...
그러나 현실은 망상과는 달리 너무나도 평온했다. 한참을 산길을 걸었지만, 오크는커녕 짐승 한 마리 조차 만날 수 없었다. 만나지 못했다고 해서 아쉬운 건 아니지만...
이윽고 도착한 관문. 그곳을 지키던 갈색 피부의 문지기 오크는 우리의 모습을 발견하더니 깜짝 놀라 두 눈이 휘둥그레지면서, 허겁지겁 이쪽으로 달려왔다.
“이봐! 문을 열어줘!"
“@%@^@#$##$@$%$@^$#%*%#”
“그래. 이 노예를 팔러 가는 길이야.”
“%#&@#@#%#$&&$^^%$##$%@#$#@#”
“안돼. 함부로 만지게 해 줬다가, 손톱에 긁히기라도 해서 피부에 상처라도 나면 어쩔 거야?"
“%@%&%@#%@#%^%^@%*&@^%#%@#%@$%^&@#$”
“자꾸 이렇게 질척거리지 마. 이 노예는 극상품이라고. 아무나 살 수 있는 게 아니야."
“$%@#%^$@#$@#@#!@%#@@!^#$#@$”
“감당할 수 있겠어? 새로 주인이 될 사람이, 감히 문지기 따위가 자기보다 빨리 만져댔다는 걸 알면 가만 넘어가지 않을 텐데.”
“%@#$%^#$@^$#@#%@$%@^%”
드르륵. 드르륵. 드르륵.
문지기는 아쉬운 표정을 지으며, 우리가 통과할 수 있도록 관문의 철책을 올려주었다.
오크 사투리 억양이 너무나 심해서, 뭐라고 하는지는 전혀 알아들을 수 없었다. 그러나 그런데도 충분히 대화 내용은 유추할 수 있었다. 아마 문지기는 자신의 권한을 남용해서 나를 어떻게 해보려고 수작을 부렸던 듯 하다.
그리고 문지기는 생각보다 쉽게 순순히 포기하고 문을 열어 주었다.
분명, 전혀 의심조차 못 할 정도로 노예상인과 성노예 연기가 완벽했다는 것과 관문에서 쓸데없는 트러블이 발생하지 않은 것에 대해 다행이어야 하는데.
그런데 뭐지. 이 복잡 미묘한 감정은.
그보다는, 이렇게 천박한 차림새로 스스로의 존엄성을 깎아내렸음에도 불구하고. 아무나 살 수 없는 비싼 노예로 인정받았다는 것에, 묘한 흥분이 느껴졌다.
‘그딴 걸로 기뻐질 리가 없을 텐데...’
***
...
그런 식으로 관문을 두 개 더 지나서야, 이윽고 목적지에 도착했다. 확실히, 이렇게나 철저히 경계하는걸 보면 평범한 방법으로는 잠입하거나 정보를 알아내기 쉽지 않았을 터다.
귀찮은 검문 과정을 거치면서, 그래 봐야 고작 오크들이 만들어 놓은 허접한 장소에 불과할 텐데. 이렇게까지 하나? 하는 생각이 들었다. 그러나, 이윽고 나타난 장소를 마주한 순간 그럴만한 이유가 있었다는 걸 깨닫게 되었다.
‘세상에... 이 깊은 산속에, 이런 장소를 만들어 놓았다니...’
상상을 초월하는 규모와 번듯함. 제국에 있는 시장에 견주어도 전혀 손색이 없을 정도로 대단했다. 투박한 움막이나 만들던 오크들이 이런 장소를 만들어 냈다는 것이 믿기지 않을 정도로.
길가에는 점포들이 줄지어 늘어서 있고, 판매하고 있는 물건들도 정말 각양각색이다. 이게 다 제국의 마을들에서 약탈해온 물건들이라고 생각하니까, 정말 괘씸하기 짝이 없었다.
그리고 주변에 보이는 오크들도. 전장에서 볼 수 있었던, 허름하고 멍청하고 난폭한. 내가 알고 있던 모습과는 뭔가 달랐다. 오크가 깔끔하고 정돈된 옷을 입고 있는 모습은 무언가 위화감이 가득하다.
‘그래... 마침내... 그토록 찾아 헤매던 오크 놈들의 본거지... 바로 여기였어...’
아차, 너무 빤히 신기하게 주변을 두리번거리고 있었나. 나는 지금 여기에 팔리기 위해 나온 성노예를 연기하고 있는데, 처음 시장이란 곳에 나와서 마냥 신기해하는 어린아이처럼 행동해서는 안 되겠지.
고개를 푹 떨구고, 삶을 포기한 표정을 지으려 노력해 보았다. 그러나 멀리서 귓가에 들려오는 노예를 경매하는 소리가 연기에 집중하지 못하도록 만든다.
사실 그 소리가 시끄러워서 그렇다기보다는, 도저히 머릿속에서 폭주하고 있는 상상을 제어할 수 없어서 그렇다. 만약 내가, 경매의 대상이 되면 어떨까? 과연 가격이 어디까지 올라가게 될까? 하는 상상.
많은 이들의 주목이 집중되는 곳에서, 파렴치한 꼴로, 몸의 치부를 전혀 가리지 못하고 있는 그대로를 전부 드러낸다는 건 정말 치욕적이겠지.
심지어는, 나보다 훨씬 하등하고. 더럽고. 약해빠진 놈들에게 평가를 받는다. 그것도 '성노예로서' 내 몸을 마음대로 하는데 얼마까지 낼 의향이 있다는 식으로.
평범한 여자라면 끔찍한 경험일 텐데. 나는 어째서 이렇게 젖어올 정도로 이렇게 흥분하고 있는 걸까.
...
그리고 망상은 거기에서 그치지 않고 한 발 더 내딭는다. 만약 내가 이곳에 오크들에 패배해서 끌려왔다면?
여기 있는 오크들은 전부 내 정체에 대해서 알고 있고. 그들이 자신들의 최대의 적이자, 제국 민중들의 영웅을. 한낱 성노예로서 떨어뜨려 버렸다는 상황을 즐기고 있었다면?
상상하는 것 만으로도 온몸이 부르르 떨린다. 밧줄을 타고 흐른 액체가 한두 방울씩 바닥에 톡톡 떨어진다.
...
그러나 그래왔던 것처럼. 이곳에 와서 시간이 꽤 흘렀음에도, 별다른 일은 전혀 일어나지 않았다. 지나가면서 내 몸을 위아래로 훑어보는 이는 있어도 먼저 우리에게 다가와 말을 거는 오크는 없었다.
“여기에 계속 서서 이러고 있기도 뭐한데, 저쪽으로 가볼까.”
오히려 그가 침묵을 깨고 내게 말을 걸었다. 확실히 그냥 가만히 서서 아무것도 안 하고 있는 것도 자연스러운 연기라고는 할 수 없었다. 물론 주인님이 가자고 하면, 노예에게는 반항할 권한 따위도 없겠지만.
***
‘저건 뭐지?’
발걸음을 옮기며 시장의 이곳저곳을 조사하던 와중, 외각의 길을 따라 걷다가 거대한 오크의 무리를 발견했다.
대체 저게 무엇인지 전혀 감도 안 잡혀서, 그를 쳐다보았으나 그도 고개를 가로저으며 모른다는 의미의 제스쳐를 표한다.
우리는 자연스럽게 그쪽을 향했다. 원래라면 수상한 행동을 해서는 안 되겠지만, 저 거대한 무리 사이에 잠깐 끼어서 무슨 일인지 확인만 한 뒤에 슬쩍 빠져나오면 딱히 의심받을 것 같진 않아 보였다.
그렇게 수많은 덩치를 제치고 앞줄에 나와서 확인할 수 있었던 것은...
더없이 충격적인 광경. 인간 여자 하나가, 수많은 오크의 거대한 자지를 상대하고 있었다.
입, 보지, 항문 세 구멍으로 자지를 받아들이고 있었음은 물론이고. 양손으로도 자지를 하나씩 붙잡고 훑어 내주고 있었다. 심지어는 그녀의 몸에 어떻게든 자지를 비벼대며 애쓰는 오크도 있다.
어떻게 저런 일이 가능한 거지? 인간과 오크 사이에는 기본적인 체급 차이가 존재한다. 그렇기에 오크에 강간당한 피해자가 영구적인 성 기능 장애를 얻게 되는 경우도 있다.
“읍...! 옥...! 혹...! 흡...! 학...! 읍...! 헙...! 조... 좋아...♥ 자지... 더어...♥”
그러나 그녀는 명백히. 이런 거의 살덩어리에 파묻혀서 하는 섹스를 즐기고 있었다. 고통에 몸부림치는 비명이 아닌 신음소리를 내고 있었고, 자세가 제한돼서 엉거주춤한 오크들과 달리, 오히려 그녀 쪽이 적극적으로 허리를 흔든다.
...
그는 심상치 않음을 느끼고, 목줄을 잡아당겨서 이곳에서 떠나자고 재촉했으나, 나는 그 모습에서 도저히 눈을 뗄 수 없었다. 그리고 더더욱 나를 경악시키는 이유는 따로 있었다.
선명한 금발 머리카락, 사파이어처럼 빛나는 눈동자, 여성으로서 더없이 추한 꼴을 하고 있으면서도 흘러나오는 기품.
그녀는 나와 너무나도 닮아있었다. 가족이나 친척 관계라고 해도 이상하지 않은 정도로. 마치 스스로가 저렇게 당하고 있는 모습을, 다른 이의 시선으로 보는 것만 같은 착각이 든다.
조금씩 커져 오던 이 복잡미묘한 감정은, 어느새 모든 것을 집어 삼킬듯한 거대한 파도로 변했다. 도저히 발걸음이 떨어지지 않아 머뭇거리던 와중에. 그녀와 눈이 마주친다.
“안녕? 너도 스스로 원해서 여기까지 찾아왔구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