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섹스하지 않으면 나갈 수 없는 방-44화 (44/57)

〈 44화 〉 여기사와 오크 2부(2)

* *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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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ㅁ... 뭐..?”

"마음대로 해도 좋다고.”

지난번에는 어쩌다 보니 분위기에 취해서 심하게 해 버렸다는걸 스스로도 알고 있기 때문이었을까. 그는 내 말을 쉽게 믿지 못하는 의심의 눈초리를 거두지 않았다.

다시 만나게 되면 복수하거나, 흠씬 두들겨 팰 거라고 생각하기라도 한 모양이다. 하지만 마냥 저러고만 있으면 오히려 내 쪽이 곤란했다. 이 관계는 거래의 일환 이기도 하니까.

어떻게 하면 안심시킬 수 있을까? 남자... 아니 모든 수컷은 가슴을 좋아하니까 가슴을 확 까버리면 되나?

셔츠의 단추를 하나둘씩 풀어헤친다. 조금씩 가슴골과 뽀얀 속살이 모습을 드러낼 때마다, 경계심이 사라져 가는 게 눈에 띈다.

‘진짜로 먹힐 줄 몰랐네…. 정말 단순하다니까.’

“지... 진짜...! 마음대로 해도 좋은 거지...!”

“그래. 기왕이면 상냥하게 해줘.”

아무것도 모르던 시절의 내게 "섹스를 가르쳐 주겠다." 라면서 허세를 부리던 모습은 어디로 갔을까.

군침을 삼키며 빤히 나를 쳐다보는 그의 모습은, 애타고 안달 나 있는 게 훤히 드러나 보였다. 커다란 덩치에 어울리지 않게 여탕을 몰래 훔쳐보는 꼬맹이같이.

공기를 타고 미묘한 기류가 흐른다. 사실은 성욕이 애타게 끓고 있는 건 이쪽도 마찬가지라, 솔직한 마음으로는 '언제까지 저러고 있으려나' 싶다.

나는 일부러 유혹하는 듯한 요염한 몸동작으로 벗어놓은 옷가지들을 가지런히 정리했다. 마침내 양손을 좌우 골반을 잡고 허벅지 라인을 따라 쓸어내린 팬티가 발등에 걸쳐졌을 때. 그는 온몸으로 나를 덮쳤다.

“꺅!”

외마디 비명소리는 보드라운 살결과 함께 육중한 몸무게에 사정없이 짓눌러졌다. 분명 “내 몸을 마음대로 해도 좋다.”라고 말하긴 했지만, 이렇게 나올 줄 전혀 예상하지 못했기에, 깜짝 놀랐다.

육중한 덩치 아래 개구리 같은 자세로 깔렸지만 별로 무섭지는 않다. 그와 나 사이에는 절대적인 실력 차이가 있었으니까.

곰곰이 생각해보면 이런 자세로도 허리를 비틀어서 발로 뻥 하고 차면 그대로 가볍게 슝 하고 날아가서 벽에 처박힐 정도로 약해빠진 주제에 우쭐대기는. 건방지기 짝이 없다.

그러나 그에게서 풍겨져 나오는 강렬한 체취는 그런 감정을 눈 녹듯이 사라지게 만들었다.

부욱­

시야가 제한되어 볼 수는 없었지만. 이 소리의 정체는, 그의 하반신에 걸려있던 옷이라고 말하기도 민망한 가리개가 찢어지는 소리임에 틀림없었다.

그리고는... 철썩! 하고. 평범한 인간 남성과는 비교도 안 될 수준의 크기와 내 팔뚝에 버금가는 두께를 가진 거근이.

이미 홍수가 난 듯 물이 넘쳐흘러서 번들거리고 있는 내 사타구니와 아랫배 위로 놓여진다.

“넣어주길 원하나?”

“… 마음대로 하라니까.”

“넣어주길 원한다면, 성노예처럼 복종 선언을 해봐.”

뜬금없이 성노예 선언을 하라니? 정말 기가 차고 어처구니가 없다. 그런데 동시에 문득 궁금증이 생겨났다. 내게 굴욕적인 말을 시키려는 이유가 무엇일까?

어차피 내가 그에게 굴복하는 척을 해 봤자, 진심으로 복종하는 게 아니라 그저 연기에 불과 한다는 것쯤은 당연히 알고 있을 텐데.... 하지만,

그런데도 굳이 그 이유를 그의 입장에서 생각해 본다면 지금, 이 순간만이라도, 설령 연기일지라도, 나를 지배하고 정복하고자 하는 욕구를 충족하기 위함일까.

곰곰이 생각해 보면 아무런 능력도, 지위도 없는 하등종족 따위에게 있어서 나는 절대로 범접할 수 없는 존재나 다름없겠지.

서로 간에 입장이 완전히 역전되었다는 상황극이, 그에게 극상의 만족감을 제공해 준다고 한다면. 기왕 서비스해 주기로 한 거. 그러한 유희에 어울려 주지 못할 이유도 없다.

“네... 네에... 저는... 여기사 따위가 아니라... 주인님의 성노예입니다... 부디... 이 음란한 몸으로... 봉사해 드릴 테니깐... 마음껏 즐겨 주세요...♡"

“이런 몸을 가지고 있으면서, 머릿속까지 정신 나간 변태년 이었구나!”

“마... 마자요 사..., 사실은... 패배하고... 붙잡혀 끌려가서... 능욕당하는걸... 언제나 바래 왔어요...♡"

...

만약 패배해서, 적들의 소굴로 끌려가게 되면 어떻게 됄까. 하는 상상을 해보지 않았다고 한다면 거짓말이겠지. 하지만 그런 걸 바래 왔다는 것도 분명한 거짓말이다.

그래... 분명 거짓말일 텐데. 어째서 이런 이상한 기분이 드는 거야. 내가 자기 파멸과 다름없는 마조히스트 적인 욕구를 가지고 있을 리 없잖아.

“좋아... 그럼 바라는 대로 해 주지.”

그는 아무런 전희도, 애무도 없이 다짜고짜 자지를 밀어 넣어 왔다. 조그만 균열이 벌어지며 즈보보보보보복! 하는 소리를 낸다.

마음의 준비를 하고 있었기에. 구멍은 놀라운 신축성과 탄력으로 생각보다 수월하게 삽입을 받아들일 수 있었다. 물론 당연히 아팠지만, 아픔을 참는 건 익숙해져 있어서 괜찮다.

고통은 빠르게 사그라지면서 그 자리를 쾌감이 대신했다. 자지가 질내의 공간을 메우는 것보다 한발 빠르게.

“윽... 옥..., 오옥..., 혹..., 호옥….♡”

“후욱.. 후욱... 후욱... 후우우우욱...”

짐승의 울음소리와 같은 거친 숨소리들이 울려 퍼졌다. 우리들이 하고 있는 행위도, 짐승의 교미와 크게 별반 다르지 않을 것이다.

얼마 전까지 처녀였다는 것을 믿기 어려울 정도로 어느새 신체는 완벽하게 이 크기에 적응하고 있었다. 아니, 보지는 나를 처음으로 여자로 만들어준 수컷을 분명하게 기억하고 있었다.

부욱! 북! 북. 부욱.

정말이지 야성적이다 못해 야만적인 허리 놀림이다. 우악스럽게 질내의 점막을 사정없이 휩쓸고 다닌다. 그 형태와 실루엣을 그림으로 그려보라고 해도 거의 정확하게 그릴 수 있을 것 같이, 움직임이 선명하게 느껴진다.

나는 어찌할 바 모르던 양팔을 넓게 벌려 그의 커다란 몸을 껴안았다. 아니, 안는다기보다는 거의 매달려 있었다. 그러자 그가 깊숙하게 자지를 처박아올 때마다 리드미컬하게 가녀린 몸 전체가 통통 튄다.

반발력을 받아 강하게 튀어 오른 그때. 갑작스럽게 자지가 쑤욱 하고 빠졌다. 잠시 자지가 빠졌을 뿐인데. 아쉽고, 공허하다. 그런 실망스러운 감정들이 소용돌이 친다. 갑자기 무슨일인가, 하고 고개를 올려다 본 순간. 서로의 입술이 맞닿는다.

몸도 크고 자지도 크니까 당연한 거겠지만 혀도, 입술도 정말 커다랬다. 마치 살아있는 생물, 촉수의 일종을 보는 것 같았다. 나도 눈을 지긋이 감고서 앵두같이 앙증맞은 혀를 내밀었다.

스릅., 하., 쥿., 츗. 쥭. 쮸룹. 쥽. 츕., 하아.

당연히 혀가 내 입안 깊숙한 곳까지 쳐들어올 줄 알았는데. 의외로 그는 철저하게 내 혀만을 탐했다. 서로의 혀를 비비고 돌려대면서 타액을 교환한다.

온몸이 거칠고 부드러운 부분이라고는 없을 줄 알았던 그조차, 혀는 말랑말랑하고 포근했다. 서로의 부드러운 부분이 비벼지는 건 자지와는 전혀 다르지만 야릇한 감각이었다.

등 뒤로, 슬며시 그의 팔이 들어온다. 찐한 키스를 나누며 꼬옥 안아주려나 싶었는데, 그대로 나를 잡고서는 몸을 일으켜 세우더니...

부우우우욱...!

“하아아아아아악...!”

누워있던 바닥을 향하던 중력이 힘이 자지 끝부분에 집중되면서 귀두부터 뿌리까지. 꼬챙이를 꽂는 것 처럼 단숨에 꿰뚫렸다.

엄청난 충격의 여파로 온몸이 움찔움찔 떨려온다. 이런 몰상식한 짓을 하다니. 꾸준히 단련해온 몸을 지닌 내가 아니라 다른 인간 여자에게 이런 짓을 했더라면 분명 어딘가 찢어지고 말았을 거다.

모처럼 로맨틱한 분위기가 생겨나나 싶었는데, 역시나 여자를 배려하는 법이라고는 전혀 모르는 녀석이다.

그러나 진짜로 머리가 이상해져 버린 걸까. 이런 난폭한 삽입에서조차, 아찔한 쾌락을 느끼고 있었다.

부루루루루룩! 푸후후우우우우우우우욱!

맹렬한 기세로 분출되는 정액은 순식간에 자궁을 가득 채웠다. 꽉 차오르는 행복감에, 나는 온몸을 부르르 떨면서 함께 가버렸다. 균열 사이로 흰 액체가 폭포수처럼 떨어진다.

철퍽., 철퍽., 부후우우우우우웁.

“윽.., 옥.., 고고고고고고고고고곡.., 호옥.,. ♡”

순식간에 바닥에 웅덩이를 만들 정도로 고인 액체 위로 슬며시 놓여졌다. 오크의 정액은 찐득찐득하고 이상한 냄새가 나지만, 어째서일까. 이 흰 양털 이불을 덮고 자는 것 같은 포근함은.

“흐흐..., 어때. 만족했나?”

“네... 네헤에... 너... 너무 좋아써요...감사합니다...♡”

아무래도 나는 변태가 맞나보다.

* *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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