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42화 〉 엘프여왕의 항복(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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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들은 언제나 엘프들이 가장 고귀한 종족이라고 생각해 왔다.
무리 지어 살아가는 종족들 가운데서 가장 긴 수명. 그만큼 오래된 문명과 역사. 선대들이 남긴 찬란한 유산들.
그러나 그것은 어느새 과거의 일이 되어 버렸다. 한때 대륙을 지배했던 우리들은, 어느새 점점 밀려나 숲으로 도망치게 되었고. 전황은 점점 불리해져 어느새 그나마 남은 터전인 숲마저 불타 사라져만 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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왜 하필이면 내가 여왕으로 재임하는 기간에 이렇게 되었을까. 여왕으로 해야 할 역할을 다하지 아니하고 사치를 부렸다던가, 태업을 해서 종족의 몰락에 원인을 제공한 것도 아닌데.
솔직히 억울하다는 생각을 안 해봤다면 거짓말이겠지. 하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나는 종족의 운명을 책임지는 자로서, 결단을 내려야만 했다.
더이상 저항해 봤자 결국 모두 죽거나, 노예로 굴러떨어지게 될 것이라는 건 누구보다 잘 알고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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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러나 인간들이 항복을 받아주는 대가로 내건 조건은... 이런 발상을 할 수가 있다는 것 자체가 충격적이었다.
내 몸을 수많은 인간이 보는 앞에서 욕보이겠다니?
인간들이 우리 엘프에 비해서 동물적인 욕구를 터부시 하지 않는다는 것 정도는 알고 있다. 그러나 이런 건 도저히 납득할 수 없었다. 인간들은 그런 원초적인 자극을 즐긴단 말인가?
그런데도 나는 각오를 굳혔다. 승자의 권리로서 나를 모욕하는 것 따위 얼마든지 당해주겠다고. 그것이 종족을 지키기 위해서 내가 할 수 있는 마지막 책임이니까.
그리고 나는 그날. 인간들의 사령관이었던 알렉스에게 노예처럼 구속당해 수많은 인간이 보는 앞에서 질질 끌려다녔다.
그들에게 있어서 나는 그저 전리품에 불과했다. 나의 몸을 성적으로 바라보는 수많은 시선들을 의식하지 않을 수 없었다.
그 순간부터 나는 엘프들의 지도자가 아니라. 그저 한낱 암컷에 불과하게 되었으니까.
감옥에 끌려가 또다시 끔찍하게도 잔인한 새로운 실상을 마주했다. 나는 그저 그들이 원하는 바 대로 순순히 따르면 그것으로 끝날 줄 알았다. 그러나 너무나도 순진한 생각이었고, 안일했다.
나를 관리하던 이들은 평범한 교도관이 아니었다. 그들은 여체를 다루는데 있어서 너무나도 능숙해 보였다.
마지막 성관계가 언제였는지 까마득해서 기억조차 나지 않아 성감이란 것이 거의 사라져 버린 내 몸을 차근차근 탈바꿈 시켜 나갔다.
처음에는 어느 정도 견뎌내려 노력했지만, 어느 순간부터 내 몸이 내 몸이 아닌 것 같았다. 처음 느껴보는 쾌락이 차근차근 몸을 지배해 나갔고, 그때부턴 도저히 저항할 수 없었다.
쾌락에 머릿속이 새하얗게 변해버린다. 내가 그토록 무시했던. 동물적인 본능에 지배당해 버린 자신의 모습이 너무나도 경멸스러웠다. 그러나 그런 감정조차 어느새 또 다른 쾌락으로 바뀌어만 간다.
마족들이나 사용한다고 전해 들었던 흑마술로 아랫배에 추잡하고 음란한 형상의 문양이 새겨지게 되었다. 이것은 단순히 내 몸을 더욱 천박하게 보이게 하려는 용도뿐만이 아니라, 언제나 몸이 뜨겁고 달아오르게 만드는 이상한 능력이 있었다.
생전 겪어보지 못했던 끝없는 쾌락에 정신이 혼미해지면서도. 더욱 더 자극적인 쾌락을 원하게 되기까지는 오래 걸리지 않았다.
그러나 그들은 각종 남성기를 닮은 모형으로 괴롭혔을 뿐, 진짜 자지를 삽입해주진 않았다. 내가 먼저 자지를 달라고 애원하는 것 만큼은 자존심이라는 최후의 보루가 그것만은 안된다고 막아섰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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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리고 다시 알렉스를 만났다. 어느새 우리는 감옥이 아닌 이상한 장소에 와 있어, 처음에는 꿈인가 싶었지만...
눈앞에 서 있던 알렉스는 진짜였고, 그 장소도 현실이었다. 그러나 지난번에 만났을 때와는 분명하게 어딘가 달라져 있었다.
그가 변한 건 아니었다. 내 신체가 그를 전혀 다르게 받아들였다. 서로의 체격 차이는 더욱 크게 느껴졌고, 그 앞에 선 내가 너무나도 초라하게 느껴졌다.
땀 냄새는 코끝을 찌르며 후각을 자극하고, 나도 모르게 그의 우람한 근육 밑에 깔리고 싶다는 생각이 머릿속에 퍼져나갔다. 그토록 증오했던 적이었던 남자에게 말이다.
알렉스는 내게 말했다. 이 이상한 장소는, 내 몸에 남아있던 마나가 간절한 욕구와 반응하여 만들어낸 거라고.
되려 이런 곳에 나를 끌고 온 게 당신이 아니냐고 되묻고 싶었지만. 거세게 반박할 수 없었다. 이미 자신의 몸을 믿을 수 없는 지경에 다다랐으니까.
마침내 진짜 자지가 내 몸에 들어온 순간. 지금까지 당하면서 느꼈던 쾌락과는 또 다른 차원의 감각에 전율했다.
그 느낌은 분명히 충족감이었다.
마치 지금까지 살아왔던 인생이 지금, 이 순간을 위해 존재하는 것 같았고, 자지가 원래 있어야 할 자리가 여기인 것처럼 느껴졌다.
지금까지 더럽고 추잡한 욕구라고 경멸해왔던 성욕이야말로. 생명의 진정한 근원이었음을 깨닫게 되는 순간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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새하얀 피부 위로 검은색 펜으로 이상한 기호와 낙서들이 새겨진다. 내 몸을 더욱 추잡하고 음란하게 보이게끔 만들기 위함이라고 한다. 이런 이상한 그림들이 무엇을 의미하는지는 잘 모르겠지만… 인간들이 이런 모습을 좋아해 준다면 아무래도 상관 없었다.
내 몸을 바라보며 누군가가 흥분해 준다는 사실에 기뻐서, 상상만 해도 몸이 오싹오싹 떨려온다.
"다 됐습니다."
"후우..."
나는 마음을 다잡고 계단을 올라 감옥을 빠져나왔다. 오랜만에 쬐는 눈부신 태양 빛은 내 몸을 누구나 볼 수 있도록 훤히 드러내 보인다.
이미 감옥 입구에서부터 수많은 구경꾼이 구름처럼 몰려들어 나를 구경하려고 와 있다. 군중들은 나를 모욕하기 위한 음란한 욕설들을 보낸다. 옛날이었다면 애써 무시하거나 불쾌한 감정이 들었을 텐데...
이제는 전혀 다르다. 오히려 기쁘고 행복하기까지 하다. 나는 그제서야 종족의 운명을 짊어 지었다는 책임감을 내려놓고, 내가 한낱 암컷에 불과하다는 사실을 인정하게 되었으며. 그들은 있는 그대로의 나를 바라봐 주었다.
시선들을 만끽하며 발걸음을 옮기다 보니, 어느새 도착한 광장. 그곳 한가운데에 있는 단상 위에 올라 내려다보니 까마득할 정도로 광장은 수많은 인간으로 꽉 차 있다. 이게 대체 다 몇 명이지? 족히 수만 명은 되는 것 같은데.
오늘 내가 할 선언으로 인해, 수많은 엘프는 절망하겠지만. 대신 이만큼 많은 인간을 기쁘게 해 줬다면 그것으로 충분한 게 아닐까? 하는 생각이 머릿속을 스쳐 지나갔다. 나는 이제 엘프 여왕도 뭣도 아니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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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상의 가장 높은 곳에는 나를 위한 특별한 좌석이 마련되어 있었다. 나는 한눈에 보자마자 그것의 정체를 알 수 있었다. 대수림 중앙에 위치한, 엘프들이 신성하게 여기는 고목나무의 밑동.
그러나 평범한 의자 대용으로 사용하라고 가져다 둔 것은 아니었다. 그루터기의 중심부에는 남근 모양으로 정교하게 가공된 커다란 기둥이 우뚝 서 있다.
이것이 의미하는 바는 명백했다. 그리고 나는 이제 부끄러워하거나 망설일 이유도 없었다. 양다리와 팔을 넓게 벌리고 그 위로 올라탄다.
"읏..., 흐응..., 하앗... 하아....♡"
몸을 보이면서 흥분해서 이미 물이 넘쳐흐르던 보지는, 별다른 준비 과정이나 윤활제 없이도 매끄럽게 받아들였다. 이내 그 커다란 기둥을 전부 집어삼키고 특별석에 착석하자 광장에는 환호성이 울려 퍼진다.
그러나 공개 자위나 스트립쇼 따위를 하려고 나온 것은 아니었다. 환호성이 잦아들자, 나는 마침내 그들을 향해 입을 열었다.
"읏…. 하아...,♡ 인간 여러분... 저... 엘프 여왕 알리시야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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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아... 아니,... 여왕이었던…. 것은...♡읏..., 감히 인간들에게 반항해 왔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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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흐읏... 하지만... 이제서야...♡ 깨달았어요....♡ 하아…. 저는 그저... 한낱 암캐에 불과 하다는걸...♡"
...
"으흣..., 건방지게도... 인간들을 경멸해 왔던 이 천박한 몸은...♡ 이제는... 인간들의 자지가 없으면... 살아갈 수 없게 되었어요...♡"
...
"하앙…. 이제는 이런 몸이 되어서... 너무나도 행복합니다...♡ 이제는... 제가... 그 몸으로... 은혜를 갚을 차례가 되었어요...♡"
...
"여러분…. 부디... 제 몸을 보면서... 즐겨주세요...♡
지금까지 느낄 수 없었던 해방감이 휘몰아친다. 어느새 군중들의 일부는 그 모습을 바라보며 자지를 흔들고 있었고. 내 몸으로 흥분해 주었다는 사실이 너무나도 기뻐서 참을 수 없었다.
나도 모르게 허리를 위아래로 흔들고 있었고, 흥건하게 애액이 흘러나와 나이테들이 축축하게 젖었다.
그동안 마음속에 숨겨왔던 말들을 전부 쏟아내니 후련했다. 이건 항복선언이라기 보다도 변태 선언에 가까워 보였지만, 별 상관은 없다. 이제는 종족을 지키기 위해서 억지로 하는 것이 아니라. 스스로가 이 순간을 즐기고 있었으니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