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35화 〉 공무원과 하피(2)
* * *
“와아! 교미다 교미! 빨리하자! 자지 꺼내!”
하피가 원래 이런 종족이었던가? 아무리 발정기라 한들... 교미를 졸라대는 그녀의 말투는 나를 유혹해서 섹스할 마음이 들게 한다기보다는... 어딘가 좀 모자라 보인다.
“으읍...!”
“빨리...! 나... 아랫배가 욱씬욱씬거려서 참을 수가 없단 말이야!”
거대한 양 날개는 내 몸을 커튼처럼 감싼다. 내 몸 위에 올라탄 그녀는, 바지 위로 자신의 가랑이 사이를 비비적대며 허리를 흔든다.
“이... 일단 떨어지세요...!”
“나랑 교미하기 싫은 거야?”
“아니... 그런 건 아니지만...”
“그럼 왜?”
“하아... 이런 분위기에서 대뜸... 방금 만난 상대와 섹스를 할 수 있을 리 없잖습니까.”
그러나 그녀는 어리둥절한 표정을 지었다. 내가 한 말의 의미를 전혀 이해하지 못한 모습이었다.
하피들의 생태에 대해서는 거의 모르지만, 아인족들은 대체로 크게 두 분류로 나눌 수 있다. 인간과 어울리며 지내는 종족과 그렇지 못한 종족으로 말이다.
전자의 경우는 인간들의 문화와 생활양식에 대해서 잘 알고 있는 편이지만... 후자들은 명목상으로는 제국민이 되었으나, 여전히 자신들 종족끼리만 작은 사회를 이루어 살아가며 인간들과는 전혀 다른 사고방식을 가지고 있다. 아마도 하피는 후자일 것이고.
크흠. 어찌 됐건 인간은 성욕이 들끓어 오르는 사춘기 청소년이라고 해도 대뜸 처음 보는 이성에게 섹스해달라고 말하지는 않는다. 실제로 그렇게 말하는 이가 있다면 미친놈, 변태 취급을 받을 것이고, 그 대상이 귀족이나 권력자였다면 감옥에 끌려가게 될 수도 있다.
“그럼 어떻게 해야 교미해줄 거야?”
후우. 정말이지... 당황스러움의 연속이다. 그렇다곤 해도 내가 그녀와 섹스 하는 게 싫은건 아니다. 아인족 이라고는 해도 나는 종족차별이 있는 사람도 아니고... 아인족과 인간 커플에 거부감을 느끼지도 않는다.
그런 사람이라면, 섹스하지 않으면 나갈 수 없는 방. 이라는 상황에서 충분히 꼴릴 법도 한데.... 꼴린다기보다 우스꽝스러운 그녀의 행동거지와 한껏 긴장했던 여파 때문일까. 전혀 그런 생각이 안 든다.
“하지만…. 교미는 기분 좋잖아?”
“아니 그게....”
“그리고 교미는 곧 종족 번식이잖아? 우리들은 교미를 하기 위해 살아가는 거나 다름없다구.”
구구절절 맞는 말이다. 나는 반박할 말을 찾지 못해서, 말없이 그냥 바지를 내려주었다.
“응? 왜 아직도 이렇게 축 늘어져 있는 거야? 혹시... 아픈 거야?”
“그런 건 아니지만...”
꺼끌꺼끌한 깃털의 감촉이 느껴졌다. 푹신푹신한 침구나 겨울옷을 만들 때 사용되는 가공된 깃털이 아니라, 생 날것 그대로의 깃털. 그런 거친 자극이 자지를 자극함에도 여전히 미동조차 하지 않는다.
그녀 품에 안긴 채로 왜 이렇게까지 자지가 전혀 반응하지 않는지 곰곰이 생각해 보았다. 확실히 몸이 피곤한 상태이기는 했지만... 그것만은 아니다.
‘역시 그것 때문인가...’
숙제를 미뤄놓은 것 같은 죄책감. 일하러 가기 싫다는 마음. 그리고 무엇보다. 애써 내색하려 하지 않았지만, 누군가의 돈줄을 끊어 피눈물을 흘리게 해야 한다는 잔인한 일을 해야 한다는 생각.
야하거나 두근두근한 감정과는 전혀 상반된 이런 감정들이 내 머릿속을 지배하고 있었으니. 섹스할 생각이 들 리가 없다.
“이럼... 어떻게 해야 하지...? 교미를 싫어하는 남자는... 처음 봐서... 모르겠어…. 번식해야 하는데...”
번식해야 하는데. 라는 말에 가슴이 아프다. 잠시 잊고 있었던 기각시킨 서류의 내용이 그제서야 떠올랐다. 내가 하피를 멸종시키는 건 아니지만... 멸종 위기종인 하피가 특별 예산을 받지 못한다면... 얼마 지나지 않아...
“읍...! 으읍...! 자... 잠깐...!”
내가 그렇게 감상에 잠겨있던 와중, 대뜸 그녀는 내 얼굴을 자신의 가슴 골짜기 사이로 파묻었다. 꺼끌꺼끌한 깃털과는 대비되는 뽀얗고 부드러운 살결이 느껴진다.
“자아! 남자들 가슴 좋아하지? 아기들도 아주 좋아한다구! 이제야 좀 번식할 마음이 들었어?”
나는 그 말을 듣고서, 아까전에 가졌던 의문이 해소되었다. 아마도 가슴이 있는 것을 보아, 하피는 알이 아니라 새끼를 낳아 인간들과 같이 젖을 물릴 것이다. 부리도 없고... 여러모로 확실히 새보다는 인간에 훨씬 가까운 모습이다. 아마 인간과 교배해도 아이를 낳을 수 있겠지.
“그... 저로 괜찮겠습니까?”
“그게 무슨 말이야?”
“인간과 교미를 해서 새끼를 낳으면... 점점 하피의 피는 옅어져 가는 게 아닙니까? 그렇게 되면...”
“그게 나한테 무슨 상관이야?”
“예?”
“나는 그저 더 많은 자식을 낳아서 번식하는 데만 관심이 있어. 새끼들도 어느 정도 크면 다 자립을 해야 한다구. 새끼들이 인간에 가까워서 인간 사이에서 어울리든, 아니면 야생에서 살아가든 그건 나랑은 상관없는 일이야.”
“그... 그런가요.”
어쩌면 편협한 생각을 가졌던 건 오히려 내 쪽이었을지도 모르겠다. 인간을 절대적인 기준으로 두고, 종족을 보존해야 한다느니 마니.. 하는 것 자체가... 잘못되었던 거다.
그리고 그렇게 마음먹으니 무거웠던 마음이 한결 편해졌다. 그리고... 부끄럽지만 그녀의 가슴 골짜기 사이에서 얼굴을 파묻고 부비부비 하다 보니... 나도 모르게 꼴려서 어느새 자지가 발기해 버렸다.
“읏?!”
그녀는 양 날개와 양다리를 이용해 내 몸을 꽁꽁 감싸서 꼼지락대며 내 자지를 자신의 가랑이 사이로 가져다 대게끔 만들었다. 딱히 그럴 생각은 없었지만, 완력으로는 저항할 수 없다. 그리고 저 날카로운 발톱도...
“자... 잠깐...!”
“왜…. 또...? 이렇게 자지를 세운 걸 보면... 이제 교미할 수 있게 된 거 아니야?"
“그건 그렇지만... 뭐 애무라던가... 그런 건 필요 없습니까...? 이렇게 성급하게...”
“애무...? 애무는 또 무슨 뜻이야? 어려운 말 쓰지 말아줘.”
“그게... 서로의 성기를 입으로 빨아준다거나... 하는 겁니다.”
“그... 그런 건 괜찮아! 아... 아마... 이미 충분히 젖어서 별로 뻑뻑하지 않을 거야... 그... 그리고... 예전에 어떤 남자가 궁금하다면서 그쪽에 입을 가져다 댔었는데... 냄새가 지독하다고 그랬는걸...”
그녀는 얼굴을 붉히며 당황스러운 말투로 대답했다. 답지 않게 그녀에게도 소녀 같은 면모가 있었나 보다. 그리고 그 말대로 확실히 아래쪽은 애액으로 흥건했다. 이 정도라면 따로 애무할 필요는 없어 보인다.
“그... 그러신가요. 그럼 바로 가겠습니다.”
“와줘...♡"
“읏...! 이... 이게 뭐야...!”
난생처음 해보는 아인족과의 섹스는 평범한 인간 여자와는 전혀 달랐다. 일단 너무나도 뜨거워서 자지가 한여름의 얼음처럼 금방이라도 녹아내려 버릴 것 같았다.
거기에 조임과 압박감도 장난이 아니었다. 뭐라고 표현해야 할지 모르겠지만 굳이 묘사하자면, 그녀의 보지 안쪽에서 블랙홀 마법이 발동되어 자지를 빨아들이려 하는 것 같았다.
실제로 무언가가 자지를 빨아들이고 있는 것은 아닐 테고, 그저 근육의 꿀렁임에 불과하겠지만... 그런 착각이 들게끔 만들 정도로 강렬하다.
“하악... 학..., 이... 이런…. 건...”
너무 기분이 좋아서 혼이 빠져나가 버릴 것만 같다. 이런 걸 왜 이제서야 알았을까. 그녀와의 섹스에 시큰둥한 반응을 보였던 조금 전의 자신이 후회가 되고, 왜 사람들이 이종족 창관에 환장하게 되는지 이해할수 있었다.
“흡….흐악.., 헉.., 윽.., 하악..., 너무..., 기분…. 좋아..., 허억.., 흑..., 하악….”
그저 자지를 박은 채로 가만히 있었을 뿐인데, 그녀의 꿀렁이는 보지의 움직임에 전신이 압도되어 아무것도 할 수 없었다.
“흡….허억..., 하악..., 흑...”
“어때... 처음에는 꺼림직해 하던 남자들도, 일단 교미를 시작하고 나서부터는 다들 이렇게 되더라고. 아하하하”
뭔가 분했지만 이번에도 도저히 반박할 수가 없었다. 나는 그저 그녀의 페이스에 몸을 맡길 수밖에.
“습..., 하아..., 읏.., 흐윽...,”
“당신 자지도 꽤 쓸만한데? 보통 이 정도면 싸버리던데... 하지만 이것도 버틸 수 있을까?”
“흐아아악.., 자..., 잠깐.., 그렇게 격렬하게..., 읏...,?!”
그녀는 날개를 뒤로 활짝 펼치고, 그것을 지렛대로 삼아 허리를 상하좌우로 맹렬하게 털어대기 시작했다. 그냥 가만히 있어도 꾸물거리는 질주름 때문에 거의 한계였는데 이렇게 허리를 움직여 버리면... 읏...!
뷱! 뷰룩! 뷰르르릇., 뷰륵 뷰븃,....
결국 견디지 못하고 그녀의 질내에 사정해 버렸다. 어찌나 많이 쌌는지 불알이 쪼그라드는 느낌이다. 그녀도 만족스러운 미소를 지으며 조수를 내뿜는다.
“하아…. 하아... 어때... 하피랑 교미..., 기분 좋았지...?”
“네... 그렇네요...”
...
그녀는 그렇게 일방적으로 신청한 나와의 교미가 끝나고, 일방적으로 떠나갔다. [섹스하지 않으면 나갈 수 없는 방]은 온데간데없이 사라졌고 나는 다시 바쁜 일상으로 되돌아갔다.
변한 게 있다면, 하피 종족 보존비용이라고 올라와서 기각되었던 예산 요구서는. '하피 지원금'이라는 이름으로 바뀌어 승인되었다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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