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29화 〉 트레져헌터와 촉수(2)
* * *
‘촉수에게 몸을 바친다는 건... 정말 끔찍할 정도로 역겹지만... 이렇게 된 이상…. 선택의 여지가 없어...’
촉수에게서 구출해줄 사람이 겨우 나타났는데, 구출을 받기 위해서는 다시 촉수에게 안겨야 한다는 모순적이기 그지없는 상황이다.
어떻게 이런 이상한 방에 떨어졌는지도 모르지만, 겨우 자유롭게 되었는데. 이번에는 촉수에게 강제로 붙들리는 것이 아닌, 내가 스스로 촉수에게 몸을 바쳐야만 한다.
여성으로서뿐만 아니라, 이런 잡몹에게 굴복 한다는 건, 모험가로서도 자존심이 허락하지 않는다. 그러나....
“으... 축축해…. 흐읏... 하앗....”
가죽 방어구는 그 특성상, 방수 기능은 뛰어나지만, 통풍은 잘 안 된다. 땀을 많이 흘리게 되면, 축축한 느낌이 오랫동안 사라지지 않는다. 그리고 지금은 사타구니 안쪽이 유독 축축해져 있는 게 느껴졌다.
“읏...! 이건....”
미약을 삼킨 몸의 반응은 솔직했다. 방어구를 벗어내자 홀가분하다. 그러나 갇혀있던 열기가 빠져나오는 해방감도 잠시. 욱신거리는 애달픔이 온 몸을 덮쳐온다.
“아니야…. 나는…. 절대로……. 촉수를... 원하고 있는 게... 아니니깐...”
촉수는 어둡고 습한 곳을 좋아하니까, 지금까지 밝은 곳에서 촉수를 볼 일이 없어서 몰랐는데. 아까 내가 발버둥 친 탓에 나무 판떼기가 조각조각 부서져 드러난 촉수의 몸체는 정말 기괴하게 생겼다.
오직 여자를 범하고, 임신시키기 위해 최적화된 형태. 그러나 본능적인 거부감은, 미약 탓에 점점 녹아내리듯 사라져 가고 있었다.
“으읏...”
ㅡ질척
흥건한 애액으로 흠뻑 젖은 속옷을 벗어 던지고, 촉수에게 다가갔다. 어쩔 수 없는 상황이라고 필사적으로 되뇌이기는 하였으나, 사실은 몸이 촉수에게 나를 이끌고 있었다.
“읏... 어째서... 바로 덮쳐오지 않는 거야....”
상황을 파악할 찰나도 없이 단숨에 사지를 구속했던 조금 전 과는 다르게, 촉수는 내가 알몸으로 가까이 다가갔음에도 불구하고, 별다른 반응을 보이지 않았다. 그 모습은 이렇게 된 나를 조롱하며, 스스로 몸을 바치라고 말하고 있는 듯했다.
“지능도 없는 촉수 주제에... 왜 이렇게 야속하게...구는거야....”
...
나는 한 발짝 더 다가서서 양다리를 크게 벌리고 누웠다. 그제서야 촉수는 슬금슬금 움직이며 부드럽게 몸을 감싸온다.
촉수에 달린 빨판들은, 내가 억지로 떼어내려고 할 때는 오히려 더욱더 거세게 달라붙어 왔지만, 내가 저항할 기세가 없는 걸 파악했는지. 다리를 타고 기어올랐다.
“응흐읏...?! 뭐... 뭐야 이건 ...?”
단순히 뭉툭한 막대기 같던 촉수의 끝부분은, 가랑이 사이에 도착하자 형태를 바꾸었다. 자세히 보이지는 않았지만, 오목하게 바뀌어 안쪽에 있는 주름으로 클리토리스를 뿌리까지 감싸 쥐었다.
“흐앗., 하아악., 흐윽.., 이런.., 말도 안 되는..., 자극이... 파도처럼... 하악..., 흐읏.., 하악...!”
이내 촉수는 격렬하게 클리토리스를 잡아당긴다. 그 자극에 익숙해질 여유도 주지 않고, 또 다른 촉수가 질내로 침입한다.
“하악..., 으흣.., 오홋.., 안대... 이상해져…. 버렷..., 읏.., 하악.., 이런 건.... 견딜 수... 있을 리가... 없잖…. 하아아악....”
촉수는 그저 길고, 탄력 있는 남성 기가 아니었다. 설령 각 개체는 약해서 수없이 죽어 나갈 지라도, 한 마리에 암컷에게서 수없이 많은 종족을 낳게 해서 번성하는 종족. 오직 생식에 특화된 구조.
오직 그것만을 위해 태어났으며, 그것만을 위해 만들어진 촉수에, 평범한 인간 여성 따위가 저항하기란 불가능했다.
나는 그제서야 촉수에서 풀려난 사람이 수없이 많은 사람에게 강간당한 여자나, 성노예로 팔려 갔다가 구출된 여자들보다도. 후유증이 심하게 남는지 그제서야 그 이유를 깨닫게 되었다.
같은 인간인지라, 너무 힘들어 하는 게 보이면 조금 살살 해줄 수 있는 경우와는 다르게 촉수는 오직 생식 본능에 따라 무자비하게 움직였다.
그리고 심지어, 남자와는 다르게 촉수는 체위의 제한도 없다. 무수히 많이 뻗어 나온 갈래들이 하나하나 몸을 묶는 밧줄과 부드럽게 핥아내는 혀와, 빨아내는 입술과 남성기 까지. 모든 역할을 수행할 수 있었다.
“으흣.., 오곡..., 오고고 곡..., 거긴.., 안대….는...,데....”
어느새 촉수는 뒷구멍에까지 침입했다. 보지와는 달리 젖어있지 않고 빡빡한 구멍이지만, 미끈미끈한 촉수에게 괄약근의 저항 따위는 아무런 문제가 되지 않았다. 내가 그 상자를 열 때, 낡은 자물쇠 따위로 막을 수 있겠냐고 자만하던 것처럼.
상반신까지 올라온 촉수는 가슴을 나선 모양으로 타고 올라 젖꼭지도 클리토리스처럼 머금었다. 젖꼭지는 클리토리스처럼 빨아내지는 않았으나...
푸욱
“하아아아악...! 뭐... 뭐야....!”
촉수안에 숨겨져 있던 날카로운 바늘 같은 뾰족한 것이, 젖꼭지를 강하게 찔렀다. 갑작스럽게 찾아온 고통에, 비명을 지르려 벌어진 입에 때를 놓치지 않고 촉수가 침입했다.
‘아뿔싸.. 아까도 이러다가 촉수가 입에 들어갔는데... 또 같은 실수를...’
“으읍..! 읍...! 웅.., 읏., 핫., 흣..., 흐읍...!”
미약은 너무나도 달콤했다. 삼키면 안 된다고, 이성은 필사적으로 거부하고 있었으나. 달콤한 액체가 혀에 닿는 순간, 자연스럽게 목구멍으로 흘러 들어갔다. 미약을 삼키자마자 몸이 두둥실 떠오르는 것 같은 행복함이 피어오른다.
‘아아... 이건... 맛있어....’
미약을 삼키지 않을 수도 없었다. 미약에는 여성을 흥분시키는 효과뿐만 아니라, 촉수에 붙잡힌 여성에게 영양을 공급해주는 역할 또한 하니까. 촉수에 붙잡혀 살아가는 여성들이 굶어 죽지 않고 살아있는 이유도 그 덕분이다.
그 순간 나는, 이대로 계속 촉수에 붙잡혀 살아가는 것도 나쁘지 않겠다고 생각해 버렸다는 걸 깨달았다. 몸뿐만 아니라, 마음마저 촉수에 완전히 굴복해 버리고 말았다.
흑... 흐윽... 흑……. 흑...
눈가에서 눈물이 흐른다. 이렇게까지 했는데, 만약 아무도 나를 구출해 오지 않는다면? 내가 지금까지 쌓아왔던 일생. 트레져 헌터로서의 자부심. 열심히 익혔던 도적 기술들은 모두 쓸모없는 것으로 바뀌고, 남은 일평생을 촉수의 모판으로 살아가게 된다.
그런 건 싫다. 아무리 촉수가 주는 쾌락이... 이렇게 행복해도... 그리고 점점 더 촉수에 잠식당하면, 이런 생각 따위도 할 수 없게 된다. 어쩌면 촉수에게서 벗어나고 싶다고 생각하게 되는 게 마지막일지도 모른다. 이렇게 내 인생은 끝나 버리는 건가....
촉수는 내가 흐느끼고 있다는 것을 아는지 모르는지, 거칠던 움직임이 뭔가 부드러워졌다. 그러나 그것은 나를 배려해 주려는 움직임 따위가 절대 아니었다. 오히려 질 내에 들어와 있는 촉수의 끝부분이 점점 부풀어 오르는 게 느껴졌다.
‘이건…. 설마... 안돼....!’
뷰루루루루루루루룻! 뷰룻! 뷰루루루룩! 뷰룩 뷰룩 뷰루룩!
무언가 이상한 액체가 쏟아져 나왔다. 그러나 정액이 아니다. 차라리 정액이라면 좋았을 것을, 이건 아마도 촉수가 알을 수월하게 심을수 있도록 내 고통을 마비시키고, 자궁 입구를 허무는 액체일 것이다.
나는 눈을 질끈 감고, 앞으로 나에게 닥칠 운명을 체념했다. 이제 와서 촉수를 힘으로 떼어낸다는 것도 불가능했다. 자궁문을 활짝 열고, 촉수의 알을 받아들인다.
꿀렁. 꿀렁. 꿀렁. 꿀렁.꿀렁. 꿀렁. 꿀렁. 꿀렁.꿀렁. 꿀렁. 꿀렁. 꿀렁.꿀렁. 꿀렁. 꿀렁. 꿀렁.꿀렁. 꿀렁. 꿀렁. 꿀렁.꿀렁. 꿀렁. 꿀렁. 꿀렁.꿀렁. 꿀렁. 꿀렁. 꿀렁.
꿀렁. 꿀렁. 꿀렁. 꿀렁.꿀렁. 꿀렁. 꿀렁. 꿀렁.꿀렁. 꿀렁. 꿀렁. 꿀렁.꿀렁. 꿀렁. 꿀렁. 꿀렁.꿀렁. 꿀렁. 꿀렁. 꿀렁.꿀렁. 꿀렁. 꿀렁. 꿀렁.
“하악... 대체... 얼마나... 더... 들어오는…. 거야... 제발…. 이제... 그만...”
알 하나하나의 크기는 달걀과 비슷한 크기처럼 느껴졌지만, 도대체 몇 개나 들어오는 건지 셀 수 없을 정도로 많은 알이 자궁 안으로 들어왔다. 이미 배가 빵빵하게 차서, 더이상 들어올 것이 없을 것 같은데도 산란은 멈추지 않는다.
꿀렁. 꿀렁. 꿀렁. 꿀렁.꿀렁. 꿀렁. 꿀렁. 꿀렁.꿀렁. 꿀렁. 꿀렁. 꿀렁.꿀렁. 꿀렁. 꿀렁. 꿀렁.꿀렁. 꿀렁. 꿀렁. 꿀렁.꿀렁. 꿀렁. 꿀렁. 꿀렁.꿀렁. 꿀렁. 꿀렁. 꿀렁.꿀렁. 꿀렁. 꿀렁. 꿀렁.꿀렁. 꿀렁. 꿀렁. 꿀렁.꿀렁. 꿀렁. 꿀렁. 꿀렁.꿀렁. 꿀렁. 꿀렁. 꿀렁.꿀렁.
“하악... 하악.... 하악.... 흐윽...”
말도 안 되는 크기로 부풀어 오른 배와 촉수 때문에, 시야에서 하반신이 가려졌다. 미약과 마비액 덕분인지 그 자체로 엄청나게 고통스럽지는 않았으나, 내가 촉수의 새끼를 임신했다는 정신적인 충격으로 그대로 혼절해 버렸다. 부디 이게 그저 한여름 밤의 악몽이기를 바라면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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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건... 심하네... 그래도 나에게 먼저 발견된 덕분에 목숨은 건졌으니... 다행이로군."
어떻게 된 일인인지는 모르겠으나, 사라졌던 촉수와 트레져 헌터는 다시 눈앞에 뿅 하고 나타났다.나는 언제나 챙겨다니던 촉수를 녹여버리는 용액을 붓고, 그녀를 떼어낸다.
촉수에게 능욕당해 끔찍한 몰골이 되어있는 그녀에게 망토를 씌워준 뒤. 들쳐업고 마을 사람들에게 들키기 전에 몰래 던전을 빠져나왔다.
‘다음부터는... 아무리 돈이 궁해도... 이런 의뢰는 받지 말아야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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