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28화 〉 트레져헌터와 촉수(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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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던전에 촉수를 설치해 달라고요? 그게 무슨... “
...
나는 왕국 최고의 촉수 연구가.
... 라고 자칭하기는 하지만, 이 분야에서 가장 권위 있는 연구자라고 해도 존경받는 위치와는 거리가 멀다.
사실대로 말하자면, 촉수만 전문적으로 연구하는 사람은 사실상 나밖에 없기 때문이다.
그도 그럴 게, 일단 몬스터 연구 자체가 인기가 없다. 그중에서도 징그럽고 딱히 어디에 쓸모도 없는 촉수 따위를 누가 좋아하겠는가.
그래서 나는 동료 연금술사들 사이에서도 괴짜로 통하고, 연구비를 후원해주는 사람도 없어서 언제나 가난하다.
당연히 이 연구를 이어받겠다고 하는 사람도 없고, 제자를 둘 여유도 없으니. 내가 촉수 연구를 그만둔다면, 명맥이 끊기게 된다. 그것만큼은 막아야 한다는 사명감으로 연구를 지속하고 있다.
그러던 차에, 어느 마을에서 촉수 의뢰를 하고 싶다는 요청이 들어와서 기쁜 마음으로 찾아갔다.
왜 이런 조그만 마을에서 촉수가 필요한지는 모르겠지만, 연구를 지속해 나가기 위해서는 의뢰 보수가 절실하니 찬물 더운물 가릴 때가 아니다.
...
“그게…. 트레져헌터를 잡기 위한 함정을 만들기 위해서입니다.”
“...트레져헌터요?”
나는 마을 촌장의 말을 듣고, 선뜻 이해가 안 돼서 되물었다. 어째서 트레져헌터를 잡는데 촉수가 필요하다는 말인가. 그는 근심 가득한 얼굴로 답해주었다.
“그게 말이죠. 저희 마을은, 인근 던전을 공략하는 모험가들이 주 수입원입니다. 그들이 여기서 여관과 식당을 이용하고. 장비, 포션, 음식, 약초등을 팔아 주민들이 생계를 이어나가죠.”
“그런데 그것과 트레져헌터가 무슨 관계가?”
“트레져헌터는 모험가들과는 달리 일행으로 던전을 공략하지 않습니다. 혼자서 몰래 던전에 잠입해서 보물을 털어가는 것에만 관심이 있죠. 때문에, 트레져 헌터가 다녀간 던전에는 보물상자 같은 게 남아나지 않습니다.”
“그렇군요. 트레져헌터가 다녀갔다는 던전이란게 소문이 나면, 모험가들도 ...”
“네 맞습니다. 던전들이 트레져헌터에게 이미 싹 털려서 공략할 가치가 없다는 소문이 나면, 모험가들의 발길도 끊기게 될 겁니다. 완전히 방앗간의 쥐새끼나 다름없죠.”
“그건 확실히 곤란한 일이겠군요... 그렇지만, 어째서 일반적인 함정을 사용하지 않고, 촉수 연구가인 저를 부르신 겁니까?”
“아무래도 트레져헌터는 도적의 스킬도 익히고 있을 가능성이 큽니다. 따라서 일반적인 함정으로 사로잡기란 쉽지 않죠. 폭탄 같은 건, 위력을 조절하기가 쉽지 않고요.”
“하지만... 누군가 인위적으로 설치한 함정이 있다는 것만 알아채도... 트레져 헌터는 더는 그 던전에 안오지 않을까요?”
“아뇨. 그걸로는 부족합니다. 저희 마을 주민들은 모두 그 트레져헌터를 증오하고 있어요. 반드시 그 쓰레기 같은 놈을 사로잡아서, 본보기로 삼아야 합니다. 그래야만 제2 제3의 트레져헌터가 나오지 않겠죠.”
“그.,.. 그러신가요...”
...
“요컨대, 일반적인 모험가라면 지나다니지 않는 던전의 으슥한 구역에. 일반적인 보물상자랑 똑같이 생겼지만, 열면 촉수가 집어삼켜 구속하는 함정을 만들어 주시면 됩니다.”
솔직히 양심의 가책이 찔리는 의뢰다. 하지만 마을 입장에서는 생계가 달린 문제고, 나도 보수로 받을 연구비가 필요해서 어쩔 수 없이 의뢰를 수락했다.
잡힌 트레져헌터는 어떻게 될까... 마을 사람들에게 린치를 당하고, 트레져 헌터는 이렇게 된다는 걸 보여주기 위해 내걸리겠지. 만약 트레져 헌터가 여자라면... 촉수에도 능욕당하고, 마을 사람들 에게도 당하게 될 것이다. 상상만 해도 끔찍하다.
내 입장에서는, 함정으로 쓰일 가짜 보물상자만 설치해주고 돈만 챙겨 받으면 그만이긴 했다. 그러나 촌장 모르게 상자가 열리면 나한테 신호를 보내는 마법 신호기도 함께 설치해 놓았다.
마을 사람들보다 내가 먼저 잡힌 트레져헌터를 발견할 수 있게 말이다. 내가 설치해준 촉수 때문에 사람이 죽는 건 보고 싶지 않으니까... 다시는 이런 일을 해서는 안 된다고 단단히 주의를 주고 풀어줄 생각이다.
...
뚜뚜뚜뚜
그리고 며칠 뒤. 나는 상자가 열렸다는 신호를 받자마자. 함정이 설치된 던전으로 향했다.
‘제발 마을 사람들 보다... 내게 먼저 발견되기를...’
허억 허억...
급하게 달려왔지만 촉수가 있어야 할 곳에는, 상자째로 온데간데없이 사라졌었다. 그 자리에는 단검 하나만 떨어져 있을 뿐이다. 분명 상자가 열렸다는 신호는 전해져 오는데 말이다. 트레져헌터가 내 예상을 뛰어넘는 실력자라서, 촉수 함정을 해체했다고 가정해도 이상하다.
그렇다면 사방팔방에 잘려 나간 촉수의 시체들이 널브러져 있어야 하는 게 정상일 텐데... 이렇게 상자째로 온데간데없이 사라지다니... 대체 이게 어떻게 된 일이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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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늘도 몰래 던전의 통풍구로 잠입했다.
모양 빠지게 엉금엉금 기어서 잠입하고 있기는 하지만, 이래 봬도 b급 클래스의 도적이다.
다른 도적들처럼 모험가 파티에 속하지 않고, 혼자서 활동하며 트레져 헌터를 하는 이유는 여러 가지가 있겠지만. 무엇보다 재미있기 때문이다.
아직 아무도 드나들지 않았던 던전 심층부에 오랜 기간 잠들어 있던 보물상자를 몰래 싹 털어가는 건, 새하얀 눈밭에 나 혼자만의 발자국을 남겨 더럽히는 것처럼 즐겁다.
아무래도 도적은 파티원들 중에서 비교적 천대받는 직업이기도 하고, 혼자서 다니면 다른 이들과 전리품을 나눠야 할 필요도 없이 독식할 수 있다는 점도 좋다.
인근 마을에서는 트레져헌터를 잡겠다고 이를 박박 갈고 있지만, 나는 평범한 여자 도적과 외모로는 전혀 구분이 안 되니까. 잡을 수 있을 리가 없지.
...
“오., 이런 곳에서 보물상자를 또 하나 발견하다니. 오늘은 운이 좋은데?”
끼릭……. 끼릭... 끼릭...
나름 자물쇠가 걸려 있는 듯 하지만, 자물쇠 해체 스킬을 마스터한 내게 있어서 이런 조악한 자물쇠 따위는 문제도 안 된다.
끼릭…. 끼릭... 끼릭... 됐다...!
이내 자물쇠를 열고, 나무로 된 보물상자를 개봉한 순간. 촉수가 내게 뻗어져 나와, 사지를 구속했다.
“읍...! 이... 이게 뭐야...! 촉수 ...?”
순식간에 튀어나온 촉수에, 오른손에 들고 있던 단검을 떨어뜨리고 말았다. 이런 장소에서 촉수가 튀어나올 것 이라고는 상상조차 못 했다.
원래 던전이 촉수들의 주 서식처이기는 하지만, 그건 촉수들이 좋아하는 습기 찬 동굴형 던전에서나 그렇다. 이런 건조한 땅굴형 던전에서는 촉수가 살아갈 수 없다.
심지어 촉수가 보물상자 인척 위장하고 있다가 덮쳐온다는 건 정말 듣도보도 못한 일이다.
"이게 대체 어떻게 된... 으읍... 읍..,!"
아무래도 큰일 난 것 같다. 발버둥 치면 칠수록, 더 깊이 빨려 들어갈 뿐이다. 괜히 소리를 질러 보려다가, 입안까지 촉수가 들어왔다. 이대로는 촉수에서 나오는 미약 성분을 가진 즙 때문에 점점 힘이 빠지고...
“읏...! 흐읏...! 거긴 안 돼...!”
다행히 가슴과 가랑이는 가죽으로 된 방어구가 있어서 촉수가 맨살까지 침입 해지는 못하고 있지만, 이렇게 위에서 비벼지면서 애무 당하는 것은 미묘한 감촉이다.
“으흣...! 흣..., 이런..., 안됏...,”
하지만 결국 보지까지 촉수가 침입 하는 것도 시간문제일 것이다. 나는 그 순간, 한때는 여자 모험가였으나 던전에서 촉수에게 붙잡힌 여자들의 말로가 떠올랐다.
촉수에게 영양을 공급받으면서, 끊임없이 촉수 임신과 출산을 반복하는 모판이 되어버린다. 그렇게 되어버린 여자는, 촉수에서 떼어내어 준다고 하더라도 이미 몸과 정신이 망가질 대로 망가진 상태라, 원래대로 돌아오기가 불가능하다.
그것만은 절대로 싫다. 혹시 지나가는 모험가 없나? 제발... 누군가... 날 여기서 꺼내줘....
그 순간, 어디선가 발걸음 소리가 들렸다. 다행이라고 안심하던 찰나ㅡ
...
퍽!
“아야야... 이게 무슨...?”
나는 손발에 자유를 되찾은 것을 느꼈다. 나와 촉수는, 사방이 흰색으로 둘러싸인 이상한 방에 함께 있었다. 그리고 이건 ...
‘[섹스하지 않으면 나갈 수 없는 방]...? 이게 대체 무슨...? 읏…. 설마... 촉수랑?’
이 방의 정체는 알 수 없었으나, 딱 봐도 출구는 없었다. 오랜 던전 탐사 경험에 의해 알 수 있다. 밖과 이어지는 공기의 흐름이 전혀 느껴지지 않는다. 완전한 밀실이다.
“읏...!”
몸이 뜨겁다. 조금 전에 입으로 들어온 미약 때문일 것이다.
사실 아까 방심하고 있다가 기습을 당해서 그렇지, 제대로 싸운다면 촉수 따위는 맨손으로도 쉽게 쳐 부숴줄 수 있는 잡몹에 불과하다. 실제로 촉수는 일반 여자 도적으로 위장하기 위해 일부러 입고 있었던 싸구려 가죽 방어구 조차 뚫지 못하고 있었다.
그러나 촉수와 섹스를 해야 이 방을 나갈 수 있다는 건 이야기가 전혀 다르다. 기껏 촉수의 구속에서 풀려났는데, 이번에는 내가 스스로 방어구를 해제하고 촉수에 안겨야 한다. 그러면 촉수는 내 몸에서 가장 민감한 부분까지 침입해 오겠지. 그건....
하지만 이대로 시간을 지체해 버리다간, 누군지는 모르겠지만 나를 구해주러 왔었던 사람이 떠나가 버린다.
‘촉수에 몸을 바친다는 건... 정말 끔찍할 정도로 역겹지만... 선택의 여지가 없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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