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26화 〉 산적과 노예상인(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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횃불 하나에 의존해서 어둠 속을 헤쳐나간다. 지독한 냄새는 코끝을 찌르고, 발걸음 소리와 이상한 소리가 메아리치며 울린다.
이곳은 인적이 매우 드문 깊은 산 속 어딘가에 위치한 동굴.
내가 굳이 이런 곳 까지 찾아온 이유는, 여기를 근거지로 하고 있는 산적들에게 노예를 매입하기 위함이다.
원래부터 노예로 태어난 이들이 아닌, 민간인을 잡아다가 노예로 만드는 것은 엄연한 불법. 하지만, 인신매매는 여전히 암암리에 이루어지고 있다.
산적들은 나에게 돈 받고 노예를 넘기고, 나는 그들에게 구입한 노예를 실종자 가족들과는 연고가 전혀 없는 머나먼 타국으로 끌고 가서 비싼 값에 되판다.
엄청난 이익이 되는, 서로에게 남는 장사이다. 노예로 끌려가 버린 이들의 불쌍한 가족들은 피눈물을 흘리며 열심히 수소문하겠지만 그런 것에 죄책감을 느낀다면 노예상인 따위를 하지도 않았다.
뚜벅 뚜벅... 뚜벅 뚜벅...
“하앙.., 흐읏.., 하악...! 흐으읏..., 제발... 용서…. 해주세요...,”
“흐으윽... 흐윽... 내가…. 왜... , 이런...,”
“이 개자식이! 이빨 세우지 말랬지!”
퍽! 퍽! 퍼억! 퍽!
“꺄악..! 흐윽... 제발.... 잘못했어요…. 흑…. 흐윽...”
동굴 깊숙한 곳으로 들어갈 때마다, 메아리치는 소리는 점점 더 증폭되어 간다.
아무래도 산적들이 노예를 거칠게 다루다 보니까, 대부분 폭력에 길들여져 있어 고분고분하게 말은 잘 듣는 편이다.
하지만 말을 잘 듣는 것 만으로는 부족하다. 나는 노예를 최대한 비싸게 팔아야 하기 때문에, 그녀들의 주인이 될 귀족들의 까다로운 입맛을 만족시켜줄 필요가 있다.
그래서 필요한 건 봉사 조교. 노예로서의 자신을 자각시키고, 스스로 복종하고 봉사하는 기쁨을 몸에 새겨줘야 한다.
합법 노예라면 전문적인 조교사에게 의뢰를 맡기면 된다. 하지만 불법 노예에게는 그럴 수 없다. 돈만 준다고 하면 합법이든 불법이든 가리지 않고 조교 해준다고 하는 조교사들도 있기는 하지만 나는 그들을 믿을 수 없다.
내가 불법 노예를 취급하는 상인이라는 소문이 새어나가게 될 여지는 조금이라도 남겨 두어서는 안 되기에, 철두철미해야만 한다.
그래서 나는 직접 조교사의 기술도 익혀두었다. 합법 노예만 취급한다면 굳이 필요하지 않은 기술이지만, 일단 익혀둔 이상 여러모로 쓸모가 많다. 가령...
▶종족:인간 나이:23 성별:♀ 이름:셀리아
레벨 : 3 HP : 7/23 MP : 0/0
현재 상태: 더러움, 탈수, 찰과상, 타박상, 실신, 공포
힘:2 민첩:3 매력:3
복종성향:0 의존성향:3 노출성향:1 피학성향:0
음부개발:3 항문개발:0 입개발:1 유두개발:1
섹스중독:0 정액중독:0 욕구:0 타락:0 정신붕괴:2
출산경험X 음문X 예속계약X 저주X
정액을 온몸에 뒤집어쓴 채, 실신한 상태로 아무렇게나 널브러져 있는 노예에게 손을 뻗고 정신을 집중했다. 이렇게 하면 노예의 현재 상태를 쉽게 관찰할 수 있는 상태 창이 뜬다.
이런 노예에게는 비싼 값을 줄 수 없다. 나이가 젊은 편이고, 출산 경험이 없다는 건 좋지만, 각종 성향 값들이 너무나 낮다.
천천히 시간과 공을 들여서 조교를 하면 올릴 수 있기는 한데, 매력 수치가 그다지 높지 않은 노예에게 그렇게까지 할 가치는 별로 없다. 아마도 창관에 도매금으로 넘겨지게 되겠지.
그 순간 동굴 깊은 곳에서 산적으로 보이는 남자가 걸어 나왔다. 그는 단박에 내가 노예상인 이라는 걸 알아보고 반갑게 인사한다.
“상인님 오랫만입니다. 이번에 진짜 끝내주는 상등품이 들어 왔는데. 보시면 깜짝 놀라실 겁니다.”
“상등품이요? 흠... 기대되네요.”
나는 그를 따라서 더 깊은 곳을 향해 발걸음을 옮겼다. 산적들의 소굴에 들어가는 건 분명 위험부담이 큰일이지만, 그들과는 꾸준히 거래를 지속해 오며 신뢰를 쌓아왔기에 걱정할 필요는 없다.
그리고 말은 그렇게 했지만, 사실 그다지 큰 기대는 하고 있지 않다. 산적과 노예상인이 노예의 가치를 평가하는 기준은 다르니까.
물론 얼굴과 몸매가 특출나게 뛰어난 것만으로도 그렇지 않은 노예에 비해 값이 치솟기는 하지만, 반항심이 높다면 조교 하기가 까다롭다. 종족 자체가 자존심이 강한 엘프 같은 경우는 대부분 그렇다.
콧대 높은 여자를 노예로 떨어뜨리는 조교 작업 자체를 즐기는 조교사들도 많지만, 나는 엄연히 상인이므로 언제나 효율을 중시하기 때문이다.
...
“핫..,으흣., 하앗..., 읏흥...,흣.., 하앗...♥”
츄르르르르르르르르릇.., 쮸웁.., 츄웃., 츕.♡
“흐…. 흐아악...! 저... 정액이 빨려 나가는 것 같다... 크으으읏...!”
“하아... 자지... 더어... 주세요... 흐읏...! 하앙...!”
“이런... 자지에 미친년 같으니...!”
“호오 이건...”
그녀는 이미 3명의 남자를 동시에 상대하고 있었음에도, 계속해서 자지를 갈구하고 있었다. 겉으로 보기에는 어떠한 음문이나 저주도 걸려있지 않아 보이는데…
극히 드물다는, 전문적으로 조교를 받지 않았음에도 불구하고 성욕에 굶주려 있는 여자인 듯 하다. 그뿐만이 아니라 외모도 출중했다.
며칠은 못 씻었을 텐데도 불구하고, 그녀의 금발 생머리는 윤기를 잃지 않고 찰랑거리며 피부는 탱글탱글하고 매끈했다. 가슴과 엉덩이도 딱 좋은 크기로 농익은 음란한 몸이다.
산적들이 그녀를 상등품이라고 했던 말에 동의할 수 밖에 없었다.
그래도 거래할 때는 철저히 상품을 살펴봐야 하는 법이므로, 그녀에게 손을 뻗어 상태 창을 엿보았다.
▶종족:반신 나이:527 성별:♀ 이름:레이첼
레벨 : 89 HP : 11723/11723 MP : 6218/6218
현재 상태: 만족스러움, 기쁨, 흥분, 행복
힘:99 민첩:97 매력:100
복종성향:10 의존성향:10 노출성향:10 피학성향:10
음부개발:10 항문개발:10 입개발:10 유두개발:10
섹스중독:10 정액중독:10 욕구:10 타락:0 정신붕괴:0
출산경험O 음문X 예속계약X 저주X
특수: 여신의 가호, 이슈타르의 축복, 초월자, 영속자, 불로불사
칭호: 남자들의 장난감, 산적들의 육변기, 공공창녀, 자지에 굶주린 색마, 제7대 용사, 인류의 영웅, 세계의 멸망을 막은자
나는 그 순간 얼어붙었다. 그녀의 상태 창에 쓰여져 있는 문구와 숫자가 무엇을 의미하는지 알 수 있는 사람이라면 누구나 경악하겠지.
그녀가 그럴 마음만 먹는다면, 아무런 무기 없이도 여기 있는 모두를 죽이는 건 개미 한 마리를 짓이겨 죽이는 것처럼 매우 손쉬울 것이다.
그야말로 눈 깜짝할 사이에, 죽는다는 자각조차 못한 채 말이다. 그런 허무한 죽음이 또 있을까.
하지만 그녀가 이 정도의 힘을 가지고 있음에도 저러고 있는 이유는 무엇인가. 음문이나 계약, 저주가 전혀 없는 것을 보면 그녀는 정신이 멀쩡한 상태다.
요컨대 스스로 이곳에 왔다는 것. 산적들이 인근 마을을 약탈하면서 여자들을 납치할 때, 자신보다 훨씬 약한 이들에게 패배한 척하면서 일부러 잡혀주었다는 의미다.
어쩌면 산적들에게 강간당하고, 육변기 취급을 당하고 있는걸 그저 유희 거리로 즐기고 있을 뿐인지도 모르겠다.
그녀의 생각 따위야 알게 뭐람.그저 나는 당장에라도 여기서 도망치고 싶다.
그러나 내가 호들갑 떨면서 달아나는 걸 눈치챈다면, 그녀는 자신의 정체가 들켰다는 걸 알아챌 것이다. 나도 내 정체를 알게 된 사람을 죽여서 소문이 퍼지는걸 막은 적 있으니 알 수 있다.
이곳에서 살아남기 위해서는 아무것도 모르는 척 하면서 자연스럽게 빠져나와야만 한다.
“흐음... 확실히 상등품…. 이군요...”
“그렇죠? 얼마까지 쳐주실 수 있습니까? 최소한 30골드는 받고 싶은데 말이죠.”
“그…. 그게... 이런 상등품이... 있을줄은 전혀... 예상치 못해서 말이죠... 충분한 돈을... 가져오지 못했습니다…”
나는 필사적으로 태연한 표정을 유지했다. 돈이 부족하다는 대답으로, 자연스럽게 이곳에서 빠져나갈 핑계도 만들었다. 부디 그녀가 나의 떨리는 목소리에서 느껴지는 위화감을 눈치채지 못하기를 바랄 뿐이다.
“그…. 그럼! 25골드에 가져가십시오. 사실은 저년 때문에 우리 단원들이 기가 다 빨려서, 계속 데리고 있기가 힘듭니다.”
“죄…. 죄송합니다. 그... 다음번에 다시... 돈을 가지고 오겠습니다. 그럼 이만...”
나중에 다시 오겠다고는 했지만, 이런 곳에서 개죽음을 당하는 건 절대 사양이다. 거래처를 한 곳 잃는 건 아쉽게 됐지만 다시는 이 동굴에 찾아올 일은 없을 것이다.
“자... 잠시만요...! 그럼 23골드에 드리겠습니다!”
내 어깨에 손을 올리며 어떻게든 내게 그녀를 넘기려는 산적의 손길을 뿌리치고 동굴 출구 쪽으로 몸을 돌렸다. 제발... 아무 일도 없이 나를 여기서 내보내 주었으면 ...
그 순간, 나와 그녀는 눈이 마주쳤다. 분명 방금 전 까지 동굴 안에서 산적들의 자지에 둘러싸여 있었는데. 어느샌가 우리는 사방이 흰색 벽으로 둘러 쌓여있는 방에 단둘이 있었다.
나는 죽음을 직감했다. 결국 그녀는 내가 뭔가 이상하다는걸 눈치채고, 단둘이서만 이야기 할 수 있는 곳으로 데려왔나 보다.
* *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