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섹스하지 않으면 나갈 수 없는 방-24화 (24/57)

〈 24화 〉 헬스 트레이너와 회원(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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허억……. 허억……. 허억……. 허억... 흐읍...!

숨이 턱 막히고, 땀이 비 오듯 흐른다.

젖먹던 힘까지 전부 짜낸다.

어깨와 팔의 관절은 삐걱거리고, 온몸의 근육은 비명을 지른다.

단 한 순간 이라도 정신을 놓으면, 그대로 쓰러져 버릴 것만 같다.

그럼에도 나는, 이 힘들고 고통스러운 순간을 즐긴다.

허억…. 허억…. 허억... 흣...!

흐읍...! 하아...! 크흐으으으으으으으읍....!

.............. 쾅 !!!!!!!!!!!!!!

머리 위까지 들어 올렸던, 거대한 바벨을 내려놓는다. 바벨이 바닥에 닿는 순간, 엄청난 굉음을 내며 그 무게를 실감 시켜 준다. 그 순간 내 모습을 구경하던 모든 사람의 입에서, 일제히 함성이 터져 나왔다.

“우와...! 트레이너님 정말 대단해요!”

“데드리프트 240kg인가요?"

“어떻게…. 사람이 저런 걸 들 수가 있다는 게... 믿어지지 않네요.”

“저는 평생을 운동해도... 저정도 중량은... 들 수가 없을 것 같아요...”

...

“허억…. 허억... 하아...”

“힘드시죠? 여기 물 좀 마시고 하세요.”

“아…. 네... 감사합니다.”

꿀꺽꿀꺽 꿀꺽꿀꺽 꿀꺽... 푸하...

나는 세림 헬스장의 트레이너. 전직 보디빌더 출신이다.

나름 얼굴도 평타는 친다고 생각하고, 스타일도 괜찮은 편이라고 생각한다. 하지만 역시 나에게 있어서 가장 큰 자랑거리는 이 탄탄하고 우람한 근육질 몸매.

10대, 20대 시절을 운동에 바친 삶을 살아온 덕분에 얻은. 이 아름답고 멋진 근육은, 같은 남자들에게 있어서는 동경의 대상이. 여자들에게 있어서는 매력 포인트가 된다.

‘어... 이건...? 또 그건가...'

건네받은 물병에는 포스트잇이 붙어 있었다. 거기에는 조그맣고 귀여운 글씨체로, 전화번호가 적혀 있었다.

헬스트레이너가 된 이후로 이런 식으로 여성들에게 추파를 받은 적이 셀 수도 없이 많다.

내게 물병을 건네준 사람은, 우리 헬스장에 오는 회원들 사이에서 미녀로 손꼽히는 은주 씨다.

내가 이렇게 회원들 앞에서 바벨을 들어 올리면서 근육 자랑을 하는 것처럼, 그녀가 운동하는 모습 또한 수많은 남자 회원들의 혼을 쏙 빼놓는다.

특히 러닝머신을 탈 때, 폭발적인 크기의 가슴과 엉덩이가 출렁출렁, 실룩실룩 대는 모습은. 가히 장관이다.

자세히는 몰라도, 그녀도 나처럼 헬스장에 수많은 남자 회원들에게 받은 관심을 매몰차게 거절해 온 것으로 알고 있다.

만약 내가 그녀의 마음을 받아주게 된다면. 아마 헬스장 회원들 모두가 부러워할 만한 커플이 탄생하게 되겠지.

하지만...

안타깝지만, 나는 그녀의 마음을 받을 수 없다. 헬스장 트레이너가 회원과 사사로운 감정을 가져서는 안 된다, 같은 신념 따위가 아니다.

은주 씨 같은 미녀를 싫어하는 것도 절대 아니다. 오히려 너무나도 좋아한다. 그러나 나는 은주씨를 포함해서 그 어떤 여자와도... 교제할 수 없는 몸이라 어쩔 수 없다.

“죄송합니다... 못 본 걸로 할게요.”

“아…. 네...”

남들에게 안 보이게 포스트잇을 몰래 떼서, 한 손으로 구겨버리고. 그녀에게 물병을 돌려주며 조심스럽게 거절의 의사를 표했다.

내가 여자를 사귈 수 없는 이유... 남들에게는 절대 말 할 수 없는 이유... 그건 바로...

...

자지가 안 선다.

그렇다. 발기부전이다.

누군가는 비웃을지도 모르는 부끄러운 이유지만, 나에게는 매우 심각한 문제다.

나는 한창 현역 보디빌더로 활동하던 시절, 더 크고 우람한 근육을 단련하기 위해서 약물. 스테로이드에 손을 대고 말았다.

지금처럼 약물 관리가 엄격하지 않던 시절이라, 불법이긴 했어도 쉽게 구할 수 있었고. 대회에 출전하는 보디빌더쯤 되면 누구나 스테로이드를 빨았다.

남들이 다 약물을 써서 비정상적으로 근육을 키우고 오는데, 나 혼자서만 안 하고 순수한 근육을 길러서 그들과 경쟁을 한다는 건 불가능했다.

약쟁이의 비겁한 변명으로 들릴지도 모르겠지만, 현역에서 은퇴한 지금으로서는 별로 의미 있는 이야기는 아니다.

...

문제는... 스테로이드가 나에게 발기부전이라는 치명적인 부작용을 남겼다는 것.

벌써 약을 끊은 지 수년이나 흘렀지만, 발기부전은 치료될 기미가 보이지 않는다.

치료하기 위해 유명한 비뇨기과에도 수없이 찾아가 보았고, 발기부전 치료에 좋다고 하는 음식들도 챙겨 먹어 보았으나. 아무런 효과가 없었다.

지금으로서는 그때의 선택이 너무나도 후회가 된다. 차라리 약을 안 빨고 대회에서 입상하는 걸 포기 했더라면, 성관계의 즐거움을 잃지는 않았을 텐데...

나는 온몸을 흠뻑 적신 땀을 씻어내기 위해 샤워실로 향했다.

끼릭 끼릭 끼릭... 쏴아아아아아아아아아아....

여자와 교제 하더라도 결국 깊은 관계까지 이어질 수 없다는 절망적인 사실이 기분을 울적하게 만든다.

설마 이 발기부전이 평생을 가는 건 아니겠지?

누구를 탓 할 수도 없다. 약을 하라고 종용하던 주변인도 없었다. 여러 가지 지 부작용이 생길 수도 있다는 것 또한, 충분히 알고 있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약을 하기로 한 건, 나 스스로의 선택이었으니까.

근손실이 올 수도 있을 만한 모든 것을 광적으로 혐오했던 과거의 나. 그때는, 섹스나 자위조차 근육을 만드는데 필요한 단백질을 쓸모없이 내다 버리는 행위라고 생각했다.

지금 생각해 보면 정말 바보 같고, 멍청한 생각이 아닐 수 없다.

그래도 뭐, 이제는 충분히 언제나 이렇게 힘없이 축 늘어져 있는 자지에도 익숙해졌다.

그리고 전직 보디빌딩 대회 입상경력 덕분에 별다른 자격증 없이도 이렇게 헬스트레이너가 될 수 있었고....

덕분에 회원들과 문란하게 관계를 가지다가, 결국 들켜서 잘린 트레이너의 이야기처럼 될 리는 없다.

‘... 아쉬운 건 아쉽지만…. 뭐 어쩔 수 있나....’

그래도 샤워를 하니 조금은 진정되는 느낌이다. 수건으로 물을 대충 닦으며 탈의실로 나왔다. 옷을 갈아입고 이제 슬슬 퇴근할 준비를 해야지...

...?

그 순간, 주변 풍경에서 위화감을 느꼈다. 지금 있는 장소는 분명 탈의실이 아니다. 여긴 대체 어디지? 옷을 보관하던 락커들은 온데간데없고, 가운데에 침대 하나만 덩그러니 놓여 있다.

“이게…. 어떻게 된...”

...

“꺄아아아악...!”

“으……. 은주씨...?”

맞은편 벽에는 은주 씨가 있었다. 나처럼 아무것도 입지 않은 채. 그녀도 방금 막 샤워를 끝내고 나온 것처럼, 온몸이 푹 젖어 있었고. 급하게 몸을 닦아내던 수건을 앞쪽으로 넓게 펼쳐, 중요 부위를 가린다.

그녀의 커다란 가슴은, 수건 한 장으로 가릴 수 있는 사이즈가 아니라서, 양옆으로 튀어나온 유방이 훤히 보였지만... 나는 애써 시선을 피했다.

“여... 여긴…. 어디죠...? 분명... 탈의실이... 있어야... 하는…. 데...?”

그녀 또한 나처럼 굉장히 당황한 듯 보인다. 당연히 샤워실에서 나오면, 탈의실로 연결이 되어야 한다. 남녀 샤워실과 탈의실은 엄격하게 분리되어 있지만, 그 구조는 동일하게 되어있다.

...

나는 그녀가 이 상황이 내가 한 게 아니라는 걸 이해해주길 바랬다. 그녀도 이 헬스장에 하루 이틀 다닌 게 아니니까. 구조를 당연히 알고 있을 것이다.

아니 애초에, 그 짧은 시간 동안 탈의실이 있어야 할 자리를 허물고(?) 이런 식으로 장난을 치는 건 불가능하다. 정말로 이게 어떻게 된 상황인지, 그저 혼란스럽기만 하다.

뒤를 돌아보니, 우리가 나온 샤워실 문조차 온데간데없이 사라져 있었다. 아니, 사방을 둘러보아도, 이 방에서 나가는 출구나 문 같은 건 전혀 보이지 않았다.

“저어...”

“아…. 그게... 이…. 상황이... 저도... 정말로..., 어떻게 된 건지... 도저히…. 모르겠…. 네요...”

너무나도 혼란스러워서 목소리조차 제대로 나오지 않았다. 그 순간, 나는 그녀가 나에게 보여준 문구를 보며 소스라치게 놀랄 수밖에 없었다.

“이... 이건…. 대체...?”

... [섹스하지 않으면…. 나갈 수 없는…. 방]...?

“그... 아까... 거절 하셨던 게....”

“아…. 그게... 이건... 저…. 저도... 어떻게 된 건지...”

“그 짧은 시간 동안…. 이런 식으로 이벤트를 준비해 주셨을 줄은...”

“아니... 그게 아니라...”

정말 곤란한 상황이다. 그녀의 고백을 거절한 이유를 설명하지 않는다면, 이 상황을 내가 만든 것으로 오해받기에 딱 좋고. 이유를 설명하자면... 사실은 내가 발기부전이 있어서 어쩔 수 없었다는 게 들키고 만다.

회원들 사이에서 내가 발기부전이라는 소문이 퍼져나가게 된다면.... 그것도 곤란하다.

...

그래도, 오해는 풀어야겠지. 그녀가 나에게 호감이 있었다고 해도, 이건 정상적인 상황이 아니니까. 어쩌면 나중에 경찰에 신고당할지도 모른다.

그보다... 섹스하지 않으면 나갈 수 없는 방이라니... 나는 그럼 어떻게 해야 하는거지 ...? 발기가 안 되는 자지 가지고는 정상적인 섹스를 할 수가 없는데...

“으으... .으으으.....”

나는 이러지도 저러지도 못하는 상태로 머리를 쥐어뜯었다. 그 때문에 나도 모르게 사타구니를 겨우 가려놓던 수건이 바닥에 떨어져 버렸다.

또 쓸데없는 오해가 덧붙여 지지 않게, 재빨리 수건을 주우려고 시선을 아래로 향한 그 순간.

나는 발견하고 말았다.

내가 인생을 바쳐 만들어온 근육보다 더 크고. 우람하고. 아름다운.

하늘을 향해 곧게 우뚝 솟아올라 있는, 완벽한 형태의 자지가.

눈앞에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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