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섹스하지 않으면 나갈 수 없는 방-14화 (14/57)

〈 14화 〉 아이돌과 팬 사인회(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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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이돌. 원래 의미는 우상(??)이라는 뜻. 오늘날에는 상품화된 이미지를 판매하는 연예인이라는 의미로 주로 쓰인다. 그러나 아이돌들이 10대, 20대들에게 받는 선망의 시선은, 우상숭배와 같은 수준이라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그러나 나는 또래 다른 남자아이들이 좋아하는 것에는 그다지 관심이 없었다. 노래, 춤, 공연 따위를 감상할 시간에 공부를 하는 게 이득이라고 생각했고, 필사적으로 공부한 덕분에 좋은 대학에 들어왔다.

“다음 주에 나랑 같이 팬 사인회좀 같이 가자.”

대학에서 새로 사귄 친구가 갑자기 나를 불렀다. 아무래도 공부만 하느라 인간관계가 서툴렀던지라, 여유가 생긴 이후로는 좀 이곳저곳 다니려고 노력하는 중이다. 그런데... 팬 사인회?

“난 별로 그다지 그런거에 관심 없는데.”

“그러지 말고 같이 가줘. 1인당 받을 수 있는 싸인의 갯수가 정해져 있단 말이야.”

“그깟 사인이 뭐가 중요하다고...”

“그깟 사인이라니.. 팬들에게는 그게 얼마나 소중한데!”

“그래서... 어떤 아이돌그룹의 사인을 받으러 가는 건데?”

“샤이닝걸즈야! 얼마 전에 새로 만들어진 걸그룹인데...”

“나는 전혀 모르겠다... 진짜 듣도보도 못했어...”

“어차피 군대 가면 관심 있게 될 거야. 그래도 최소한 요즘 뜨는 아이돌들은 알아놔야 생활관 동기들이랑도 말이 통할걸. 수고비도 줄 테니까 이번 한 번만 같이 가주라.”

“후우... 알았어. 같이 가줄게.”

사인을 몇 장 더 받겠다고 이렇게까지 하는 친구가 선뜻 이해가 안 되는 부분도 있었으나, 너무나도 간곡하게 부탁을 해와서 어쩔수없이 받아주었다.

그리고 사인회 당일. 샤이닝걸즈 공개 팬 사인회 라는 플랜카드가 걸려있는 공터에는, 끝도 없이 줄이 늘어져 있고. 한여름에 쏟아지는 맹렬한 햇빛을 가려줄 그늘 따위는 없다. 땀을 뻘뻘 흘리며, 괜히 왔다고 금세 후회하게 되었다.

이야기를 듣자 하니, 인기 많은 그룹의 경우는 소수의 팬들만 초대해서 비공개 이벤트로 사인회를 진행하고, 사인회 당첨권을 앨범에 넣어서 열정팬들에게 수많은 양을 사게끔 유도하는데.

비인기나 신생 그룹의 경우는 이렇게 누구나 와서 사인을 받을 수 있는 공개 이벤트로 진행된다고 한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이 정도로 사람이 몰릴 정도라면, 확실히 인기 그룹도 누구나 받을 수 있게 했다면 감당이 안될 만 하다.

“아... 젠장 더워죽겠네. 줄 길이 좀 봐...”

“그래도 아까에 비해서는 많이 줄어들었어. 좀만 더 버티자.”

“그런데 너는 왜 인기 많은 그룹이 아니라 이런 신생 아이돌을 좋아하는 거야?”

“그야 나는 앨범을 사재기할 돈이 없으니까. 그리고 이렇게 받아놓은 사인이, 만약 나중에 이 그룹이 대박을 치게되면 그만큼 값이 천정부지로 뛴다고.”

“이런 속물적인 놈...”

“아니 내가 팔겠다는 소리가 아니라, 그만큼 가치가 높아진다는 뜻이지...”

그렇게 시시콜콜한 대화를 나누며 줄을 섰다. 기니긴 기다림 끝에 겨우 우리의 차례가 되었다.

“네~ 다음분. 어디에 사인을 해드릴까요?”

...!

나는 그녀의 얼굴을 보자마자, 무언가 끓어오르는 듯한 이상한 감정에 휩싸였다. 오랜 기간 땡볕에서 기다린 탓에 더워서, 땀을 흘려서 불쾌해서 같은 이유가 아니다.

이 감정은 분명 분노가 틀림없다. 어째서인지 그녀의 미소조차 가증스럽게 느껴졌다.

“저기요...?”

한동안 나는 가만히 서서 그저 몸을 떨고만 있다가. 마침내 입을 열었다.

“나를 기억해?”

“저어... 어디서 만난 적 있었나요? 잘 모르겠네요. 이름이 어떻게 되시죠?”

벌써 몇 년이 지났으니 잊어버리는 것도 무리는 아니다. 그러나 나에게는 절대. 결코 잊을 수 없는 기억.

어느새 금발로 염색했지만, 웨이브가 살짝 들어간 여신머리와 갸름한 턱선, 오똑한 콧날, 자연 쌍꺼풀까지. 그녀는 내가 알고 있는 강하은이 틀림없다.

그리고 우리는 좋은 인연이 아니다. 그녀는 학교폭력과 따돌림을 주도했던 일진 무리의 일원이었다. 내가 그 때문에 인해 불우한 학창 시절을 보내야만 했다는. 오랫동안 억압되어 있던 기억이 되살아난다.

내가 또래들이 좋아하는 취미와는 멀어지고, 오직 공부에만 열중하게 된 것도. 저런 나쁜 짓을 하는 녀석들과는 달리 나중에 보란 듯이 성공해서 되갚아 주겠다는 집념 때문이었다.

그런 그녀가, 이렇게 과거를 세탁하고. 버젓이 아이돌을 하면서 다른 이들의 선망을 받고 있다니...

...

심상치 않은 분위기가 흐르고, 검은 양복을 입은 매니저가 나를 제지하려던 찰나. 그녀도 미묘한 기류를 눈치채고, 조심스럽게 말을 꺼냇다.

“매니저님. 저 잠깐만 이 팬분하고 따로 이야기 좀 하고 와도 될까요?”

“응...그래. 빨리 다녀와. 무슨 일 생기면 바로 부르고.”

나는 그렇게 그녀의 손에 이끌려 사인회 부스 뒷편으로 함께 발걸음을 옮겼다. 그런데 그순간ㅡ 우리는 이상한 공간에 와 있었다.

“꺅! 이게 뭐야, 이건... [섹스하지 않으면 나갈 수 없는 방] ..? 너 지금 무슨 짓을 한 거야?”

“몰라. 나는 아무 짓도 안 했어. 오히려 나를 데리고 와놓고서는, 이상한 소리를 하네. 뭐, 지금 그런 게 중요한 게 아니지.”

“그건 그렇지만... 대체...”

“중요한 건 우리가 이렇게 남들 눈에 띄지 않는 장소에서. 둘만 있게 되었다는 거지.”

“이상한 짓 할 생각 하지마 ....!”

“이상한 짓? 그건 내가 아니라 네가 예전의 나에게 했던 짓이지. 이제 슬슬 기억이 나나 봐?”

얼마 전 뉴스를 뜨겁게 달궜던 학투운동. 과거 학교폭력을 주도했던 연예인들이 고발당해 매장당했던 그 사건은, 연예계에 그다지 관심 없는 내게 있어서도 큰 사건이었다.

나는 그걸 보면서, 과거의 자신을 후회했다. 불합리한 폭력과 모욕을 당하면서도, 어떻게 해야 할지 몰랐고. 몰래 녹음도 하고, 다친 부위의 사진도 찍어 놨지만, 용기가 부족해서, 보복이 두려워서 그저 당하고만 있었다.

그리고 그 자료들은... 고장 나지 않아서 여전히 종종 집에서 스피커 대용으로 쓰고 있는 옛날 폰에 고스란히 잠들어 있다.

...

그녀는 주변을 두리번거리더니, 이곳이 출구가 없는 이상한 장소라는 걸 눈치챘다. 전화가 터지지 않고, 데이터도 들어오지 않아 분노하고, 절망하더니 이제는 나에게 타협을 제시해 온다.

“하아... 알겠어! 내가 예전에 너한태 좀 미안한 짓을 했었으니깐... 한번 해줄게. 난 여기서 빨리 나가야 하니까 서둘러.”

여전히 고압적인 태도를 유지하고 있다. 현시점에서 갑을관계가 어떻게 되는지, 똑똑히 몸에 새겨줄 필요가 있었다. 침대에 걸터앉은 그녀를 향해 발을 높이 들어, 그 건방진 얼굴을 짖밟....

“히이익...꺄아아아아악!”

“흠... 예쁜 얼굴을 상처 내서는 안돼지...”

으려다가 말았다. 직접적인 폭력이 아니더라도, 언제든지 폭력을 행사할 수 있다는 공포심을 심어주는 건 순종적으로 만들기에 가장 적합한 수단이다. 내가 당해 봤었으니까, 누구보다 잘 알고 있다.

“이... 이게 무슨 짓이야! 하... 진짜 매니저님만 있었어도 너 같은 거는...”

“한번 해주겠다고? 하...참.”

“그... 그래! 너 같은 찐따한태 그게 얼마나 큰 영광인 줄 알아! 돈 많은 부자들이 연예인이랑 한번 해보겠다고 얼마나 큰 돈을 내는지 알고 있기나 해?”

“도와주러 올 사람이 없는 여기서 너를 두들겨 패버리는 것도 나쁘지 않겠지만... 더 좋은 방법이 있지. 네가 예전에 나에게 했던 짓들의 증거들을 언론에 풀면, 넌 더이상 연예인 활동 따위는 할 수 없게 될 거야.”

“웃기지 마! 벌써 몇 년이나 지난 일인데, 그때 자료가 아직도 남아 있을 리가...”

“아니. 나는 그저 지금까지 네가 아이돌을 하고 있다는걸 몰랐을 뿐. 알았더라면 진작에 제보했을 거다.”

나는 코웃음을 치며 대답했다. 그리고 거짓말을 할 이유 따위는 없었다. 비록 학창 시절에는 그녀가 나를 문자 그대로 가지고 놀았지만, 지금은 내가 그녀의 현재와 미래를 모두 쥐고 있는 상태.

“미안해... 내가 잘못했어...”

“빨아.”

사과에도 아랑곳 하지 않고. 바지를 내리며 단호하게 말했다. 그녀의 눈빛은 여전히 누그러지지 않았고, 눈동자에는 여러가지 감정들이 담겨있었다.

“아...알겠어.”

츄웃...하읏....츄릅....

스스로 네발로 기어와 자지를 입에 머금었다. 일진 놀이 하면서 남자들과 놀러 다닌 걸레년 답게, 펠라치오가 처음이 아닌 것 같았다. 그러나 이 복수심을 만족시켜 주기에는 모자라도 한참 모자랐다.

“감질나는구만...”

그대로 그 여신 같은 머리채를 양손 에 꽉 쥐고, 손잡이처럼 사용해 목구멍 안쪽 깊숙한 곳 까지 자지를 찔러넣고 왕복시켰다.

“윽!...억!...컥...헉...! 컥...! 끅...! 커헉...!”

“그래그래...이거지... 곧 있으면 쌀 것 같다.... 읏...!”

일부러 사정 직전에 입에서 빼내서 그녀의 얼굴에 정액을 뿌렸다. 스스로도 내가 이렇게 가학적인 성향이 있었나, 하고 조금 놀랐지만 곧이어 압도적인 우월감과, 그녀를 마음대로 할 수 있다는 전능감을 만끽했다.

그리고 지금까지 당했던걸 되갚아 주는건, 이제부터 시작했을 뿐이다.

* *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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