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섹스하지 않으면 나갈 수 없는 방-10화 (10/57)

〈 10화 〉 여교수와 학생(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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삐리리리리~ 삐리리리리~

밤늦은 시간에 전화벨 소리가 울린다. 나는 스마트폰을 집어, 누구에게 온 전화인지 확인하자마자 얼굴이 찌푸려졌다.

[썅년]

“또 별것도 아닌 이유로 부르는 거겠지.”

그러나 절대로 티를 내지 않고 전화를 받으며 상냥한 목소리로 말했다.

“여보세요. 김 교수님, 이 시간에 어쩐 일이십니까.”

“어.... 미안한뒈에.... OO구에 ㅁㅁ술집으로 좀 와줄 수 있을까아...”

“네네. 당연히 교수님이 부르신다면 어디라도 달려가야죠. 바로 출발하겠습니다.”

“고마우어…. 히끅... 정말... 학생밖에 없드아....”

‘하아 씨발…. 내 이럴 것 같았어.’

나는 대학원생이다.

그리고 괜히 대학원생 같은 걸 했다고 매일같이 후회하는 중이다.

한창 연구가 진행 중일 때는 정말 눈코 뜰 새 없이 바쁘다. 지금은 비수기라서 그나마 좀 쉴 수 있는 기간이다. 그러나 이 김민아 교수는 이제야 좀 쉬겠다는데, 제대로 쉬게 내버려 두지도 않는다.

연구실에서만 심부름을 하는 거면 모르겠는데, 이렇게 시도 때도 없이 밖에서 불려져서 꼬붕으로 쓰이고 있다.

차라리 연구에만 집중하면 마음은 편한데, 이 성격 더러운 교수의 노처녀 히스테리까지 받아줘야 한다.

...

술자리에는 그녀와 동료 교수들이 함께 있었다. 그리고 그녀는 완전히 만취해서 인사불성인 상태. 옆자리에 앉은 중년들이 슬쩍슬쩍 몸을 만져도 전혀 저항하지 못할 것 같았다.

‘어휴…. 저러다가 한번 진짜 호되게 당해봐야 정신을 차리지.’

물론 이번에도 생각만 하고 입 밖으로 내지는 않았다.

“어? 김 교수 자네 학생이 데리러 왔어! 일어나봐!”

하도 이런 자리에 자주 대리기사로 불려 다니다 보니 이젠 내 얼굴을 알아보는 동료 교수도 생긴 모양이다.

“으……. 힣...? 어... 왔으어...? 너 오늘따라아... 잘생겨보인드아..?”

“아니 지금 이 사람이 무슨 소리를 하는 거야. 많이 취했으니 빨리 집에 가서 씻고 자!”

“아냐... 나 아직…. 더 마실 수 있쓰어... 너도…. 이리와서 안즈아... 술 한잔 하고가...”

“학생, 미안하지만 김 교수 좀 빨리 데려가 주게. 오늘따라 유독 더 심하네.”

“하하... 저는 괜찮습니다.”

...

‘어휴 술 냄새가 진동을 하네. 대체 얼마나 마신 거야?’

혹시나 그녀가 내 등에 오바이트하지는 않을까 걱정하며 그녀를 들쳐업고 술집을 나왔다.

등에서는 가슴의 몰캉몰캉한 감촉이 느껴지고, 허벅지는 자꾸만 흘러내렸다.

나를 개처럼 부려먹는 거랑은 별개로, 그녀는 몸매가 상당히 좋다. 그건 인정하지 않을 수 없다. 언제나 정장만을 입고 다니지만, 정장 위에서도 확연히 드러나는 크기의 가슴.

삼각 라인이 도드라지는 커다란 골반과 늘씬한 허벅지. 거기다 교수치고는 굉장히 젊은 30대 중반의 나이라서 학생들에게는 인기가 굉장히 많다.

왜 그녀가 아직까지 결혼을 안 한 건지 의문을 표하는 사람도 많다. 물론 그건 그녀의 실체를 제대로 모르고 멀리서만 바라본 사람들의 생각이지만 말이다.

“교수님. 차 어디다 대셨어요?”

“쿨.... 크허....”

나에게 업힌 채로 잠들어서, 대답이 없는 그녀. 위아래로 점프하며 흔들어 봤지만 제대로 된 반응이 없다.

“교수님! 차 어디다 대셨냐 구요!”

“으헣...? 으……. 흐으……. 어...”

“차! 어디다! 대!셨!냐!니!까!”

“으……. 그게……. 잘……. 모르겠……. 써어...”

하아 씨발. 진짜 이게 뭐 하는 짓인지 모르겠다.

교수님을 업은 상태로 주변 골목을 한 바퀴 돌아보았지만, 그녀의 차는 어디에도 보이지 않았다.

“하아... 어떻게 해야 되냐 진짜...”

그 순간 눈에 들어온 것은 모텔의 붉은색 네온사인 간판. 같은 대학을 다니는 누군가가 이 광경을 목격했다면 오해받기 딱 좋은 상황이었지만, 선택의 여지가 없었다.

“숙박이요.”

“X만원입니다.”

짤랑거리는 방 열쇠를 받아들고, 그녀를 업은 채로 엘리베이터도 없는 모텔 계단을 힘겹게 올라갔다.

지금 이 모습을 본 카운터 알바는 뭐라고 생각할까. 유부녀를 술을 진탕 먹이고 나서 모텔에 데려가는 불륜의 현장으로 보이겠지.

“하아... 하아... 휴우,”

그녀를 모텔 침대에 던져놓고 겨우 가쁜 숨을 내쉬며, 땀을 닦았다. 밤이긴 하지만 덥디더운 한여름에, 그녀를 업은 채로 꽤나 오래 돌아다닌 덕분에 온몸이 땀 범벅이다.

“샤워를 하고 갈까...”

그저 이 끈적끈적하고 땀 냄새나는 불쾌한 몸을 씻어야겠다는 생각뿐이었다. 시원한 물을 맞으니 이제야 좀 살 것 같았다.

“휴우...”

기분 좋게 수건으로 몸을 닦고, 샤워실에서 나가려는 찰나.

.....???

????

방금 전과는 전혀 다른 풍경. 그리고 덩그러니 놓여있는 침대와 [섹스하지 않으면 나갈 수 없는 방]이라는 팻말.

좆됐다. 라고 직감적으로 느껴진다.

“아니 이게 뭐야.... 이 모텔의 컨셉인가?”

그러나 고급 러브호텔도 아니고, 일개 모텔에서 이런 컨셉이 가능할 것 같지 않았다.

샤워하는데 고작 10여 분 걸렸다. 그 짧은 시간 동안 씻고 있는 내게 들키지 않을 정도로 적은 소음으로 방 안에 있던 가구들을 전부 빼냈다?

그뿐만 아니라 침대도 바꾸고, 벽도 바꾸고, 이상한 팻말을 갖다 놓았다. 장난이라기엔 도가 지나칠뿐더러. 상식적으로도 불가능했다.

심지어 뒤를 돌아보니, 방금 내가 나왔던 샤워실까지 사라졌었다.

...

진짜 이상한 생각은 전혀 생각 없이, 그냥 더워서 씻었을 뿐인데. 그저 술 취한 그녀를 하룻밤 자고 가라고 모텔에 던져두고 나올 생각이었는데.

이 상황은 진짜 오해받기 딱 좋은 정도가 아니라, 정말 빼도 박도 못하는 상황이다.

“하아…. 씨발...”

걸어 놨던 옷도 사라졌고, 몸을 가릴 수 있는 건 수건 하나밖에 남지 않았다. 일단 허리춤에 수건을 감아 치마처럼 만들어 하반신을 가렸다.

그리고 그녀는 여전히 세상 모르고 잠들어 있다.

“교수님! 일....”

그녀를 흔들어서 깨우려다가 멈칫했다.

지금 그녀를 깨우고, 어떻게든 정신을 차리게 만든 뒤, 사정을 설명하고. 어떻게 해야 할지를 논의하는 게 과연 맞는 걸까?

나는 그래도 방금까지 있었던 모텔방을 기억하고 있고, 샤워실이 사라진걸 두 눈 똑똑히 봤기 때문에, 아마도 이 방이 진짜 섹스하지 않으면 못 나가는 방일 확률이 높다고 믿을 수 있다.

그러나 그녀의 입장에서는 대뜸 잠에서 깨어보니 이런 이상한 방에서, 섹스를 하지 않으면 못 나가게 됐다고 하는 상황이다.

교수라는 지위에 있는 만큼. 자신의 지식에 대한 프라이드가 높으니, 이런 오컬트적인 상황을 믿으려 하지 않겠지.

누군가의 악의적인 기획이라고 생각할 게 뻔하고, 그 범인은 내가 될 것이다.

둘이서 샅샅이 뒤져서 출구를 찾으면 다행이지만, 못 찾고, 결국 마지못해 섹스하고 나서야 나가게 됐다면. 그건 정말 최악이다. 성범죄자로 신고당하고, 경찰도 내 말을 믿어주지 않을 게 뻔하다.

하지만... 그녀가 지금 이렇게 술에 잔뜩 취해 잠들어 있을 때 몰래 해버린다면? 도중에 깨버리면 성범죄자 확정이지만, 만약 안 깨고 해버리는 데 성공하면 무사할 수도 있다.

물론 그녀가 나의 진심 어린 해명을 믿어준다면, 신고를 안 당할 수도 있겠지만...

하아아아아아.... 어느 쪽 확률에 걸어야 하는 것인가.

그러는 와중에도 무방비하게 잠들어 있는 그녀의 육감적인 몸매, 빨갛게 상기 돼서 거친 숨을 내쉬는 얼굴, 단추가 이미 두어 개씩 풀려있고 흐트러진 정장은 어쩐지 에로 해 보인다.

그리고 나도. 섹스하지 않으면 나갈 수 없는 방. 이라는 문구를 자꾸 의식하다 보니, 어느새 자지는 팽팽하게 발기되어 허리춤에 묶은 간이 치마를 뚫고 나올 것 같이 솟아올랐다.

...

‘그래. 이래도 저래도 어차피 성범죄자가 될 확률이 높으면. 차라리 못해보고 되는 것보단 해보고 되면 억울하지라도 않겠다.’

혹시라도 그녀가 소리를 듣고 깰까 봐, 이번에도 속으로만 생각했다. 그러나 이 끓어오르는 감정은 진심이었다.

‘개 같은 년, 맨날 나를 심부름꾼으로 써먹고..., 하다 하다 이런 좆같은 상황에 휘말리게 만들다니...’

맹렬한 기세로 그녀의 몸에다 손을 가져다 댔다. 그러나 그 순간, 다시 냉철한 생각이 머리를 스쳐 지나갔다.

‘어떻게 해야…. 섹스로 인정받을 수 있는 걸까?’

솔직히 섹스를 하고 싶다는 마음보다. 일단 어떻게든 빠르게 해버리고, 출구를 만들어 보자. 라는 생각이 더 앞섰던 만큼. 중대한 문제가 아닐 수 없었다.

섹스란 무엇인가. 본질적이고 철학적인 질문이다. 만약 내가 혼자서 자위하다가, 싸기 직전에만 그녀의 몸에 좀 비비다가 절정에 다다르면. 그것도 섹스라고 할 수 있는가?

혼자서만 만진다면 자위겠지만, 서로의 몸을 이용해서 사정한다면 성기 삽입이나 질내사정이 없어도 섹스라고 부른다. 오럴, 애널 등등의 용어도 있지 않은가.

만약 그렇게 해도 인정이 된다면, 안 들키고 넘어갈 확률이 매우 높다.

마음 같아서는, 매번 나를 부려먹고 노처녀 히스테리를 부리는 싸가지없는 교수 년을 자지로 앙앙 거리게 만들고 싶었지만. 역시 나는 쫄보였다.

그리고 꽤나 깊이 잠든 모양새였지만, 우물쭈물하면서 시간을 낭비하다가 걸리게 되면 최악이니, 일단 수건을 저리 치우고. 혼자서 자지를 흔들어 보기로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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