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5화 〉 서큐버스와 성직자(2)
* * *
지금, 이 순간만은 오롯이, 욕망에 충실하다. 정액뿐만 아니라, 지금껏 나를 무겁게 옭아매고 있던 도덕과 규율 따위도 함께 배출해낸다.
“쪼오오옵... 푸하, 두 번째도 역시 맛있네.”
두 번 연속으로 사정을 하고 나서도 여전히 욕정은 불타오르고 있었다.
그러나 뒤이어 찾아온 것은 극심한 피로감. 자지도 힘을 잃고 축 늘어지고, 일단 잠시 쉬고 싶었다.
내가 뒷걸음질 치면서 물러나자, 릴리스는 여유 따위는 주지 않겠다는 듯 다시 내 하반신 쪽으로 얼굴을 가져다 들이민다.
무언의 항의 표시로 허리를 틀었다. 그러자 자지 방향으로 졸졸 따라온다. 나는 다시 한번 몸을 돌려 그녀에게서 자지를 도망치게 했다.
“흐으으음~”
이내 그녀는 따라오는 걸 그만두었다. 그러나 그녀의 얼굴은 허리를 스쳐 지나가, 물 흐르듯이 자연스럽게 뒤쪽을 향했다. 그리고...
쪼옥
엉덩이 사이의 골짜기에 얼굴을 파묻고, 뒷구멍에 입맞춤한다.
“으... 응흐으으읏..! 안돼..., 거기느은 ...!”
“츄웃... 츄웁... 츄우우우우우웃”
부드러운 혀가, 구멍의 주변을 크게 한 바퀴 원을 그리며 주름들을 자극했다.
자지를 직접 만져지거나, 빨아 내진 것도 처음이었지만, 이건 또 다른 차원의 경험이었다. 아니, 지금까지 항문을 다른 사람에게 핥아 진다는 것은 상상조차 해본 적 없었다.
뒷구멍에 밀집해 있던 신경들은, 거부할 수 없는 애달픈 자극을 보내온다.
혀의 뾰족한 끝부분이 깊숙하게 뒷구멍을 파고들어, 전립선을 직접 자극한다. 나도 모르게 이상한 소리의 신음을 내뱉어 버리고 말았다.
“헤으으으으으응!”
“하핫., 여기가 약점이었구나.”
그녀는 신체에서 가장 더러운 장소를 핥는데 전혀 개의치 않는 듯했다.
오히려 내 쪽이, 신이 종족 번식을 위해 내린 신체 부위 자지가 아니라 뒷구멍을 통해 느껴버렸다는 것이 너무나도 굴욕적이었다.
응…. 하읏…. 츄웃... 스윽 스윽
그러면서 동시에, 한 손으로는 불알 주머니를 주물주물 만져대고, 다른 손으로는 기둥을 훑어댄다.
피곤함에 쩔어 잠들어 있는 사람의 얼굴에 물을 확 끼얹고, 옆에서 시끄러운 소리를 울려대서 강제로 깨운 것 같이. 강제로 일으켜 세워져 발기한다.
그렇다. 서큐버스의 화려한 테크닉에. 여자를 모르던 숫총각이 저항하기란 애초부터 불가능했다.
라피스는 내 머리 꼭대기에서…. 아니, 자지 꼭대기에서 가지고 놀고 있었다.
“뒤쪽으로만 보내버리는 것도 재밌을 것 같지만, 일단 지금은…. 이쪽으로 정기를 받아볼까.”
라피스는 침대에 누워, 가랑이를 크게 벌려 꽃봉오리를 훤히 들어내 보인다. 그녀의 머리카락과 같은 선명한 분홍색의 보지. 털은 제모를 한 건지, 원래 없는 건지 맨들맨들하다.
“와줘~ 타락 성직자의 자지.”
제대로 쉴 수조차 없다는 짜증은 이내 분노로 바뀌었고. 그 대상은 그녀에게 향했다. 저 가증스러운 음마를 자지로 응징해버리고 싶다는 생각이 머릿속을 가득 채웠다.
물론 전부 라피스의 의도대로였다.
마치 발정기의 짐승처럼, 그녀를 자빠트리고 맹렬한 기세로 돌진했다. 그리고 본능의 힘은 막강했다. 이번에는 누가 가르쳐 준 적도 없었지만, 구멍을 정확히 찾아 서서히 밀어 넣었다.
“크읏...! 크으으으으읏!”
라피스의 보지는 자연스럽게 자지를 빨아들인다. 원래, 마치 원래 자지가 있어야 할 장소가 여기였다고 말 하는 것처럼.
촉촉하고. 부드럽고. 따스하다. 너무나도 기분 좋아 이대로 자지뿐만 아니라 온몸이 녹아버릴 것만 같다.
맹렬했던 기세도 눈 녹듯이 사라지고, 힘이 쭈욱 하고 빠진다. 다리가 후들거려 서 있기 조차 힘들다.
‘이게 정기가 빨리는 느낌인가? 도저히 내가 움직이거나 할 엄두가 나질 않네.’
“흐응~ 그럼 내가 리드해줄게.”
내가 이러지도 저러지도 못하고 있다는 걸 금세 알아챈 라피스는 서로의 성기가 연결된 상태 그대로, 몸을 일으켜 위아래를 반대로 뒤집었다.
찌걱 쯔걱 찌걱 찌봅
“아핫, 으흥, 하아앗♥”
라피스는 능숙하게 허리를 흔들기 시작했다. 나는 그저 가만히 누워만 있었는데도, 그대로 자지가, 아니 정신마저 뽑혀져 나가는 건 아닐까. 할 정도로 황홀하다.
찌걱 찌걱 쯔걱 찌걱
그야말로 현실감각이 멀어져 가는 느낌. 부지런히 정자를 생산하고 있는 불알과, 그걸 배출하고 싶어서 안달이 난 자지. 그것밖에 생각할 수 없었다.
다시 한번 사정이 임박했다는걸 눈치챈 그녀는 몸을 앞으로 숙여, 귓가에 대고 속삭였다.
“마음껏 싸줘, 전부 받아내 줄 테니까.”
“크으으으읏..!”
뷰릇 뷰릇 뷰르르르릇
빨아 올려지는 힘찬 사정. 정액의 새하얀 색처럼, 머릿속도 새하얗게 물들어 간다.
‘천국이 있다면. 바로 이런 곳이 아닐까....’
그 순간, 내가 성직자로서는 절대 해서는 안 될, 불순한 생각을 해 버렸다는 것을 깨닫고 정신이 화들짝 깨었다.
“하아..., 하아...,”
“응하앗!? 하앗., 하앗., 하아아아아아아아앙...!♥”
기진맥진하다. 그런데 나보다 라피스의 상태가 이상했다. 단순한 섹스의 여운인것 같지는 않았다. 깜짝 놀라 자지를 빼내었지만, 보지에서 정액은 단 한방울도 새어 나오지 않고 있다.
“으흐으으응.,하아아앙..,,, 응그으으으읏...!♥”
몸 전체를 오싹오싹 떨고 있고, 보지에서는 조수를 뿜는다. 마족의 몸 상태를 걱정해 줄 이유 따위는 없었지만, 행복에 겨워 있는 표정을 보아하니 그럴 필요도 없어 보였다.
“ 이…. 이런건...., 처음이야……. 응하. 이이잇...!”
자세히 바라보니, 그녀의 하복부에 있던 하트모양의 문신이, 부자연스러운 분홍색으로 밝게 빛나고 있었다.
“저건 설마... 음문 침식...?”
예전에 고문서에서 본 적 있다. 음문은 기본적으로 성감을 증진시키는 역할을 하지만, 단기간에 너무 많은 정액을 받아들이거나, 혹은 마력이 담긴 정액을 받는다면
음문이 몸 전체를 침식해버리고 만다.
완전침식 상태가 되면, 주인의 명령과 자지를 거부하는 것 따위는 상상조차 할 수 없는. 순종적인 노예가 되어버린다고 한다.
그래서 일명 '복종의 계약' 이라고도 불리는 모양이다. 그렇게 된 노예들은, 구출되거나 주인이 쓰다가 질려서 버려져도.
새 주인을 찾거나 창녀 말고는 다른 삶의 방식을 선택할 수 없는. 기구한 운명으로 살아갈 수밖에 없다.
“하아…. 하아…. 한번에 이렇게나... 많이 차오른 건 처음이야...”
속이 비어있던 하트는, 어느새 절반 이상이 차올라있다. 이 정도 기세라면, 한 번만 더 질내사정하면 저 하트를 꽉 채울 수 있을 것 같았다.
그 순간. ㅡ 아무것도 없었던 맞은편 벽에는 이곳에서 나가는 출구로 보이는 문이 생겼다.
저 문을 열고 나가면 돌아갈 수 있다. 그러나 수도원으로 돌아갈 수는 있어도, 이미 이런 즐거움을 알아버린 이상. 원래대로 돌아갈 수는 없다.
다시 금욕적인 생활을 이어 나간다면, 절대 잊혀지지 않을 오늘의 일이 나를 끊임없이 따라다니며 괴롭히겠지.
“문이 생겼네..., 즐거운 시간이었지? 그럼 이제 정기는 필요 없으니 나는 이만... 가보도록 할게.”
라피스는 겨우 몸을 일으켜 비틀거리며 출구를 향해 발걸음을 옮긴다.
억울하다. 나를 이렇게 만들어 놓고서는, 혼자 도망치다니. 아무리 억울한 일을 당해도, 상대를 용서하라는 게 신의 가르침이었지만. 나는 이미 성직자로서의 자격이 없다.
그 순간, 가학심과 지배욕이 마구마구 샘솟았다.
...
태어나서 지금까지 순결을 시켜온 순수한 정액이라서? 아니면 마족에게는 마력 대신 신성력이 반대의 역할을 해서? 이유는 중요하지 않다.
중요한 건, 한 번만 더 질내사정을 하면, 나를 유혹하고 타락시킨 저 건방진 서큐버스년을 내 노예로 굴러떨어지게 만들 수 있다는 것.
“네년은.. 죗값을 치뤄야만해 ...!”
그렇게 라피스를 따라가 허리춤을 잡았다. 그 상태 그대로, 어느새 되살아난 자지를 입구부터 뿌리까지, 단숨에 처박았다.
“꺄아아악! 아... 안돼! 그만…. 이미..., 출구는 생겼... 응하이이이이잇...!”
서큐버스 주제에 입으로는 자지를 거부하고 있었다. 그렇지만 보지는 정액을 달라고, 애원하듯 달라붙어 온다.
“내…. 내가 잘못했…. 으흣...,♥ 용서….해줘... 제발... 하아아앙...!”
나를 마음대로 가지고 놀던 그 기세는 온데간데없었다. 그러나 용서해줄 생각 따위는 없다. 남을 타락시켰으면, 자신도 그렇게 될 각오를 해야 하는 법이다.
“잘도 나를 이렇게 만들어 놓고서는...!”
아까처럼 정기가 빨려 나가고 있었지만. 분노, 복수심은 초인적인 의지력을 발휘하게 했다. 온 힘을 다해 허리를 흔든다.
퍽 퍽 퍽 퍽 퍽 퍽
“안돼, 안돼, 안돼에에에...! 하앙, 후응, 후응, 후으으으읏...!!”
라피스는 짐승 같은 소리로 울부짖으며 내 사정과 맞추어 절정했다. 하복부는 다시 한번 빛나며 하트모양은 완전히 차올랐고, 그녀는 그대로 실신했다.
...
그렇게 성직자로서의 인생은 끝나버렸다. 하지만 후련하다. 일말의 후회조차 남지 않는다.
의식을 잃고 쓰러진 서큐버스, 아니 내 사역마가 된 라피스를 데리고 문을 나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