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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265화 〉 하얀 고래의 발자취 [完]

* * *

[소설, ‘하얀 고래의 발자취’가 완결되었습니다!]

[완결 정산 중…]

조금 긴장되었다.

나름 좋은 완결을 만들기 위해 열심히 노력하긴 했는데…

시스템 AI는 여태까지의 업적을 어떻게 평가할까?

테라포밍, 게임 속 마법 아카데미에 이어 세 번째로 보는 정산 창.

잠깐의 로딩 뒤, 시스템 창의 스크롤이 길게 늘어지기 시작했다.

­ 띠링!

=

[’하얀 고래의 발자취’ 완결 정산]

*소설 난이도

어려움 ­ 보상 상향 中

*소설 길이

장편 ­ 보상 상향 中

*소설 완성도

100% 초과 ­ 보상 상향 大

*엔딩 구분

HAPPY END ­ 보상 상향 小

*사망 횟수

0회 ­ 보상 감소 없음

*추가 가점

노 데스(PERFECT 클리어) ­ 보상 상향 大

노 데스 + 완성도 100% 초과 동시 달성 ­ 보상 상향 ?大(특대)

대규모 *HARD MODE* 퀘스트 분기 달성률 100% ­ 보상 상향 大

히든 엑스트라, 데이지(하얀 고래의 발자취) 발견 및 긍정적인 방향의 운명 개변 ­ 특수 보상, [기억의 파편] 지급.

[박찬영님의 최종 평가] ­ 천년 왕국의 암중비약(?中??)

=

암중비약(?中??)이라…

확실히 활약한 것 치고는 명성을 얻진 못했다.

반쯤 영웅 취급을 받는 테라포밍 세계와 달리, 이 세계에선 일개 용병 단원으로 남았으니까.

물론 이름이 알려지지 않은 건 내가 바랬던 것이기에, 불만이 있을 리는 없다.

손만 뻗으면 거머쥘 수 있는 영지와 작위.

모조리 거절한 건 나이지 않았는가?

‘영지민을 책임지기도 귀찮고… 무엇보다 영지 운영물은 취향이 아니란 말이야?’

그렇다고 영향력까지 적은 건 아니다.

내겐 무려 한 나라의 국왕이라는 인맥이 있다.

이 정도면 급할 때 사용할 패로는 차고 넘치지.

천년 왕국 그리다니아.

왕위에 오르게 된 보드엠은 천년의 부흥을 이룰 것이란 걸 암시하는 걸까?

듣기로는 왕국의 역사가 천년 엇비슷할 정도라고 하니, 그냥 깊은 뜻 없는 미사여구일 수도 있으리라.

높게 평가를 해주는데 기분이 나쁠 리 없다.

정산창을 봐도 ‘보상 상향’이 덕지덕지 붙어 있고.

그래도 딱 하나 불만이 있다면…

‘볼 때마다 느끼는 건데, 왜 HAPPY END인데 보상 상향이 小 인 거지?…’

해피 엔딩.

100개의 소설 중 95개는 이러한 엔딩이리라.

너무 흔하게 볼 수 엔딩이라서 상향 폭이 적은 걸까?

당장 의심이 가는 원인은 그것밖에 없다.

그러고 보면 ‘도망자 패널티’에 대한 설명이 적힌 상태창에서도 스쳐 지나가듯 언급이 나왔다.

설령 해피 엔딩이 아닌 다른 엔딩이더라도, 개연성이 있는 엔딩을 만들어 낸다면?

더 높은 등급의 보상을 받아낼 수 있다고.

아주 유용한 정보다.

어쩌면…

다음 들어갈 소설의 완결은, 해피 엔딩이 아니게 될 가능성도 높았으니까.

­ 띠링!

=

메인 스토리의 비하인드 에피소드를 관측하였습니다!

히든 엑스트라의 운명을 재구축했습니다!

퍼팩트 클리어 특전!

보상이 대폭 상향 조정되었습니다!

[3레벨 이하 스킬 레벨업 권 x2] → [3레벨 이하 기능 레벨업 권 x2]

[일반 퀘스트로 얻는 카르마 25% 증가] → [모든 루트로 얻는 카르마 50% 증가]

[랜덤 특성 지급] → [랜덤 특성 지급+]

[기억의 파편] → [기억의 조각]

=

정산이 끝나고 올라온 시스템창은, 내가 가장 기다리고 있던 완결 보상창이었다.

그만큼 많은 일을 겪었기 때문인 걸까?

보상 하나하나가 전부 예사롭지 않아 보였다.

‘3 레벨 이하 기능 레벨업 권이라…’

스킬 레벨업보다 기능의 레벨을 올리는 것에 카르마 소모가 압도적으로 많은 건 당연한 사실.

수치로 따져봐도 ‘기능 레벨업 권’ 쪽이 더 유용하다.

게다가 당장 사용할 곳도 있다.

아직 Lv 1에 불과한 ‘파티원 지정’ 기능.

이 세계에서 만난 인연들을 지구로 데려오려면, 필수로 올려야 하는 기능이다.

멜. 자넷. 추가로 데이지까지.

총 3명을 추가로 파티에 등록해야 할 필요가 있다.

내가 여태까지 카르마로 스텟을 올리지 않고 모아 둔 이유다.

딱 봐도 어마어마한 카르마 소모가 예상되었으니까.

하지만 시스템 AI가 딱 필요한 걸 내준 것을 보니…

어쩌면 카르마가 남을 수도 있을 것 같다.

‘카르마 보상 증가 50%는 뭐, 길게 말할 필요도 없이 좋고.’

세상에는 단순할수록 좋은 것이 있다.

‘카르마의 수급 증가’ 역시 그 카테고리 안에 포함된다.

스텟, 스킬, 기능. 내가 성장할수록 필요 카르마가 역시 정비례로 상승하지 않던가?

카르마의 수급은 늘리면 늘릴수록 좋았다.

그 증가 폭이 기본값의 5할이나 되는 만큼, 저절로 미소가 새어 나왔다.

“다음 보상은… 후우… 랜덤 특성이라…”

“보상? 랜덤…특성? 무슨 말이신가요?”

“음… 멜 네가 가진 게 『집중』이었나? 그 정도면 만족할 것 같은데.”

“그러니까 무슨 말씀을 하시는 건가요 찬영님…!!”

멜이 혼란스러운 눈으로 나를 쳐다본다.

그녀가 가진 『집중』 특성은 성장에 도움을 주고, 전투 시 희박하게 이점을 주는 능력을 지녔다.

그래 봐야 어마어마하게 큰 폭은 아니지만.

그럼 왜 이 특성만으로 만족하느냐?

이렇다 할 패널티가 없다는 사실만으로 충분히 이득이니까.

‘만약 데이지의 『구원받은 자』나, 로저의 『필사즉생』을 얻게 되면…’

저 두 개가 바로 꽝이다.

『필사즉생』은 얼마 뒤 내 삶에 대한 의지를 감지하고 사라져 버릴 테고,

『구원받은 자』는 그 설명대로 ‘길잡이’가 없으니 아무런 이득도 손해도 없는 특성이 되어버린다.

사실상 완결 보상 하나를 날리는 것이다.

그렇다면 최고는?

말할 것도 없이 자넷의 『양자택일』이다.

비록 한 가지 분야에 한정해 발휘하는 효과지만, 어떠한 방식으로 발현되더라도 어마어마한 이득일 게 분명하단 말이지?

­ 띠링!

그때.

내 눈앞에 반투명한 슬롯머신 한 개가 솟아났다.

멜의 반응을 보건대, 내 눈에만 보이는 것임을 어렵지 않게 짐작 가능했다.

가장 눈에 띄는 건 ‘Click!’이라는 글씨가 크게 박힌 붉은색 버튼.

바보라도 이게 무엇을 뜻하는지 알 수 있으리라.

“이걸로 뽑으라는 건가…”

버튼을 누르기 직전.

나는 슬롯머신의 우측 상단에 글귀 하나가 적혀 있는 것을 발견했다.

[’랜덤 특성 지급+’의 강화된 효과로 『구원받은 자』와 『필사즉생』 특성이 당첨에서 제외됩니다!]

“오?”

이로써 꽝일 확률은 완전히 사라지고, 『양자택일』을 얻게 될 확률이 한층 높아졌다.

고생한 만큼 확실하게 보상을 챙겨주는 것이, 참 마음에 드는 AI다.

“그럼 지금 당장… 아니 잠깐, 멜. 너 운 좋은 편이야?”

“어,어어, 저 운 엄청 좋은 편이에요…! 평생의 운을 지금 다 쓰고 있는 느낌? …헤헤!”

멜은 그리 말하면서 나를 향해 배시시 웃었다.

아무래도 그녀가 판단한 자신의 ‘운’이란 것에, 내가 크게 연관되어 있나 보다.

귀엽기는.

“그럼 잠깐 빌릴게?”

“네? 앗!”

­ 스윽.

기분 좋은 말을 해준 보답 겸, 운을 빌리기 위한 의식 겸.

나는 그녀의 새하얀 머리 위에 손을 얹고 쓰다듬었다.

멜이 눈을 감고 고개를 숙이며 머리를 내게 내밀었다.

조금 부끄럼을 타기는 하지만, 기분 좋게 스킨십을 즐기고 있는 것이 느껴졌다.

멜에게 꼬리가 있었다면 분명 살랑거렸으리라.

좋아.

이제 운도 충전했고…

슬슬 눌러 볼까?

­ 끼리리릭!

버튼을 누르자 특성과 전혀 관계없어 보이는 그림들이 제각기 돌아간다.

저 그림, 각각 의미가 있는 걸까?

그렇게 쓸데없는 생각을 하고 있을 때, 슬롯이 하나둘씩 멈추기 시작했다.

그리고는…

­ 띠링!

=

축하합니다!

『쾌락 감지』 특성을 획득하실 수 있습니다!

보유자 ­ 루이스 드 그리다니아(국왕)

획득하시겠습니까?

[예/아니오]

(아니오를 선택 시 특성을 획득하지 않습니다! 다만, 특성을 얻을 기회가 돌아오는 건 아닙니다!)

=

쾌락 감지?

나는 익숙지 않은 특성의 등장에 당황했다.

이런 특성이 도대체 누구한테…

아.

루이스.

특성 보유자의 이름은 내가 외우지 않은 이름이었다.

허나 자연스럽게 깨달을 수밖에 없었다.

‘…그리다니아의 부패한 (전) 국왕…’

그리다니아라는 성을 지닌 귀족은 왕족밖에 없지 않겠는가?

내가 이 세계에서 만난 왕족은 보드엠과 국왕이 끝이니…

『쾌락 감지』의 주인은 자연스럽게 그 (전) 국왕이 될 수밖에 없었다.

그래서… 이 특성이 무슨 특성이었지?

나는 쾌락 감지의 설명을 띄웠다.

=

『쾌락 감지』

금전욕, 정복욕, 과시욕, 특수 성욕 등등.

쾌락 자체가 목적인 욕구에 한해서, 대상의 내면에 감춰진 본능을 어렴풋 눈치챕니다.

설령 스스로도 모르고 있던 취향이라도요.

정치 및 거래에 효과적인 특성입니다.

단, 당연히 상대가 바라는 것을 제공 할 수 있는 능력이 있어야 합니다.

특성의 영향 대상은 특성 보유자도 포함되어, 어찌해야 가장 큰 쾌락을 얻게 될지 본능적으로 알게 됩니다.

절제심이 강하지 않은 자가 『쾌락 감지』를 보유하면 원초적인 쾌락만을 탐닉하는 타락한 삶을 살게 됩니다.

중립 및 적대적인 인물의 포섭 성공 확률 상승 (中)

한번 산하로 들어온 이가 배신할 확률이 소량 줄어듭니다.

=

“…어?”

나쁘지 않은데?

아니, 오히려 자기 관리를 철저히 할 자신만 있다면 너무나 유용한 특성이다.

상대가 바라는 것을 알게 된다는 건, 상대의 약점을 알게 된다는 것과 똑같은 말이니까.

특성이 요구하는 조건은 하나다.

강력한 절제심.

다행히도, 나름 자신이 있는 분야였다.

내겐 끊임없이 정신력을 회복시켜주는 『자연치유』라는 특성이 있으니까.

‘특성에 잡아먹히면 그 돼지 같던 국왕 꼴이 될 수 있다라…’

솔직히 두렵지 않았다.

왜냐하면…

난 그 국왕보다 몇 배는 뚱뚱하고, 훨씬 아래의 밑바닥을 기던 신체를 지금처럼 만들었거든.

패널티가 어마어마하게 강력하나, 사용하기에 따라 수많은 가능성을 보여줄 수 있는 특성.

마침 나는 그 패널티를 이겨낼 수 있는 조건도, 자신감도 갖췄다.

선택하지 않을 이유가 있을까?

­ 띠링!

=

[이름] 박찬영

[직업] 밤피르(вампир)

[힘] 40 → 41 [민첩] 42

[체력] 41 [지능] 37 → 38

[기교] 40 [매력] 51

[마나] 782 → 796

[특성] 『자연치유』 『팔방미인』 『쾌락 감지』

선령일일 만요월월(???? ??月月)의 버프, 매력 제외 모든 스텟 +6 (00:00:03)

프룸의 버프, 힘·민첩·체력 스텟 성장률 증가 33% (00:17:20)

마나 각성, 힘·민첩·체력·지능·기교 스텟 성장률 증가 50% · 마나 흡수 小

대지모신(大???)의 가호 ­ [자세히 보기]

현재 진입 중인 소설, ‘하얀 고래의 발자취[完]’­ 에필로그(Epilogue) 진행 중.

보유 카르마: 210,000

=

특성이 드디어 3개다.

그러고 보면 아기 천사가 말하기를…

역사에 크게 발자국을 새긴 위인들은 전부 특성을 3개 이상 갖췄다 했지?

용사만 해도 특성을 4개나 가지고 있었고.

드디어 나도 반열에 오른 것이다.

하늘이 내린 축복을 한 개도 아닌, 무려 세 개나 가진 괴물로.

심지어 내 특성은 하나하나가 범상치 않은 능력을 지녔다.

이 정도면 어지간한 영웅들과 비교해도 꿇리지 않으리라.

‘…아. 특성의 효과가…’

그때.

특성이 개화되며 그 효과를 발휘하기 시작했다.

자연스럽게 알 수 있었다.

내 스스로가 원하는 것이 무엇인지에 대해.

그리고 그 결론은…

나를 당황하게 했다.

“어라? 성욕이… 아니네?”

성욕.

그게 내 가장 커다란 욕구라 추측이었다.

…그럴 수밖에 없는 것이, 객관적으로 보면 증거가 철철 넘치는 사실이지 않은가?

이미 애인을 여럿 둔 나였으니까.

허나 예상은 틀렸다.

눈으로 보이진 않지만, 확실하게 알 수 있었다.

분명 성욕과 비슷한 글자로 이루어졌긴 하지만…

성욕이 아닌,

‘성장 욕구’였다.

* *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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