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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263화 〉 하얀 고래의 발자취

* * *

꿀꺽.

크리스와 안젤리의 조그마한 목울대가 움직였다.

언제 싸웠냐는 듯 정적이 자리하고, 두 쌍의 시선이 천천히 나를 향한다.

결코 죽이 맞을 것 같지 않던 둘이 쌍둥이마냥 대칭적인 행동을 보였다.

솔직히 말해서 너무 귀여웠지만…

겉으로는 절대 티를 내지 않았다.

무표정하게 입을 닫으며,

미간조차 좁히지 않은 채 은은하게 분노한 척을 했다.

“…찬영?”

“찬영… 우리가 싸워서 화났…나요?”

나는 대답하지 않았다.

대신, 팔짱을 끼곤 조용히 쳐다보기만 했다.

이럴 땐 가만히 보기만 하는 것이 더욱 커다란 압박이 된다는 것을 알기 때문이다.

다시 한번 두 개의 조그만 목울대가 움직였다.

이후.

서로의 어깨를 강하게 붙잡던 손이 떨어졌다.

괜히 바닥으로 시선을 돌려보고,

양손을 공손히 앞으로 모은 채 쭈뼛대며 어색한 시간이 끝나길 기다리는 둘이지만…

나는 시간이 지나도 말을 꺼낼 기미조차 보이지 않았다.

“…어,어떻게 좀 해보세요…!”

“뭐? 왜,왜 내가…”

“첫 번째라면서요…!”

“씨이… 이,이럴 때만… 너도 뭐라도 해보던가…!”

“아,알았어요. 그럼 일단…”

둘이 속삭이는 목소리를 듣지 못하기엔 내 청력이 너무나 좋았다.

가만 듣고 있자니,

내가 화난 척까지 하며 노렸던 목적대로 움직여주는 듯했다.

‘그래. 싸우지만 말고 둘이서 협력이란 것도 좀 해봐.’

내가 화를 좀 냈다고 견원지간이었던 둘이 절친이 되는 상황까지는 바라지도 않는다.

하지만 곧 한 식구가 될 텐데, 조금 밉더라도 필요할 땐 서로 도움을 주는 사이 정도는 돼야지.

안 그래?

“찬영? 아,앞으로는 베넷씨랑 안 싸울게… 최대한…”

“조금 성향이 안 맞아서 욱했나 봐… 서로 화해할게.”

“맞아! 화해할게! 나는 베넷씨를 언제든 용서할 수 있어! 천사니까!”

“…용서?”

꿈틀.

크리스의 어깨가 움찔거렸다.

방금 안젤리의 말로 인해…

크리스는 용서를 구해야 하는 자로.

안젤리는 용서를 해주는 자로 정해졌기 때문이다.

언제나 그렇듯, 안젤리는 결코 시비를 거는 것이 아니었다.

맨 처음.

크리스와 사이좋게 지내기 위해 순수한 뜻으로 손을 내민 건 안젤리였으니까.

그녀의 입장에서 보면 크리스가 일방적으로 적대를 시작한 것이다.

용서할 것이라는 안젤리의 말은 진심이다.

하지만, 크리스에게 원인이 있다 생각하는 것 역시 진심이리라.

크리스로선 결코 납득하지 못하는 발상이다.

“…그,그,그래? 응. 용서해 줘서 고마워.”

“아니에요! 전 베넷씨와 화해하게 돼서 기쁘네요!”

“…그래… 나도…”

하지만 크리스는 한번 굽혔다.

내 화를 푸는 것이 우선이라 판단하는 듯했다.

분명 다시 싸움이 일어날 줄 알았는데…

열심히 참는 크리스가 무척 기특했다.

그래도 실시간으로 스트레스를 받는 것 같으니, 나중에 마구 위로해줘야지.

하지만 안타까운 점은…

겨우겨우 분노를 억누른 크리스의 인내심에,

안젤리가 한 걸음을 더 내디뎠다는 것이다.

“베넷씨! 그럼 앞으로는 서로 노력하도록 하죠!”

“…너, 말투가 꼭 경쟁자를 대하는 것 같다?”

“음… 넓은 마음으로 넘어 가주시면 안 될까요? 헤헤.”

“그 주제는 다음에 하기로 하고, 일단 묻어둔 거 아니었어? 왜 다시 꺼내는 건데!”

“네? 하지만, 그런 분위기였잖아요. 서로 좋게좋게 끝내려는…”

“그게 무슨 말도 안 되는! 너만 좋은 상황이잖아, 이건!!”

“헉! 베넷씨! 저희 또 싸우면 찬영이 화내요…!”

안젤리가 호들갑을 떨며 나와 크리스를 번갈아 보았다.

누가 보면 정말 내가 화를 낼까 무서워하는 것처럼 보였다.

하지만…

나는 이질감을 눈치챘다.

반쯤은 진심 같지만…

반쯤은 연기 같단 말이지?

그리고 연애적인 쪽에 한정해선 눈치가 유별나게 빠른 크리스도 이를 직감한 듯하다.

아름다운 주홍빛 동공에 의심이 담겼다.

미약한 분노도.

“…잠깐. 멈춰봐.”

“네? 왜 그러시나요, 베넷씨?”

“너 설마… 아까 나를 용서하니 뭐니도 그렇고, 지금도 일부러 그러는 거냐? 찬영이 화난 걸 이용해서, 네가 바라던 조건을 은근슬쩍 허락받으려고?”

“………”

“대답 안 해?”

“…아,아닌데…요?”

안젤리는 모르는 척 고개를 돌렸다.

참…

직설적인 거짓말을 못 하는 천사 다운 반응이다.

나는 평화 협정을 깬 건 안젤리란 것을 인정했다.

결국 크리스가 화를 내고, 둘이 다시 싸우게 될 건 안 봐도 뻔한 상황.

당장 그녀는 눈을 감고 치미는 분노를 억누르는 중이지 않은가?

나는 침묵을 깨고 껴드는 수밖에 없었다.

크리스의 멘탈 상태가 걱정된 나머지 그녀의 어깨를 살살 주물러 주면서.

“안젤리. 내가 진심으로 화내야 말 들을 거야?”

“찬영! 그,그게 아니라…”

“그게 아니라?”

“난 그러려던 것이…”

“…좋아. 알겠어. 네가 정말 그래야 내 진심을 알겠다면, 나도 참을 필요는 없…”

“으아앙!! 미,미,미안해!!! 화난 걸 이용하려 해서 죄송해요오!! 하지만,하지만 이대로 포기할 수는 없는 걸…!! 적어도 기회라도 주란 말이야!!”

­ 와락!!

정말로 쓴소리를 꺼내기 직전.

안젤리가 눈물을 글썽이며 내게 안겨 왔다.

자신이 비겁한 수를 사용하려 했다는 걸 인정하면서.

“뭐 하는 거야! 찬영한테서 당장 안 떨어져?!”

“싫어어엇!! 치사하잖아!! 나도 찬영을 사랑하는데!! 저 여자 이길 자신도 있는데, 왜 도전도 허락 안 해주는 거야!!”

“야!! 나 전부 듣고 있다!! 말 가려서 안 해? 이익, 날개 저리 치워!!”

“저도 방금 같은 치사한 수는 쓰기 싫어요! 양심이 아프단 말이에요! 하지만 이렇게까지 하는 이유가 뭐겠어!! 날 첫 번째로 해달라 떼쓰는 것이 아니잖아!! 기회만, 기회만, 어려운 거 아니잖아!! 흐아앙!!”

­ 파닥파닥파닥!!

내 품에서 안젤리를 떼려는 크리스.

그런 크리스의 손길을 날개로 쳐내면서 최대한 내게 매달리는 안젤리.

“흐으윽! 흐윽…!!”

…안젤리, 많이 서러워 보이네.

우선 펑펑 우는 안젤리의 어깨를 토닥이며 진정시키고자 했다.

내가 포옹을 받아주자, 안젤리가 천천히 진정하는 것이 보였다.

그런 우리 둘을 불만 있다는 듯이 바라보는 크리스에게도 손짓을 하여 불렀다.

다른 손으로 안아 주겠다는 뜻이었다.

하지만 크리스는 고개를 저었다.

“크리스?”

“…난 괜찮거든요?”

“음… 네가 그러면 내 마음이 불편한데.”

“선생님이 친구한테만 간식을 줬다고 삐치는 유치원생도 아니고… 스킨십은 둘만 있을 때 하는 게 더 좋아. 그러니까 난 나중에 따로.”

그리 말하면서 크리스는 고개를 끄덕였다.

억지로 어른스러운 척을 하는 것이, 아까전에 안젤리에게 들었던 ‘어린애’라는 말이 상당히 신경 쓰였나 보다.

이대로 안젤리만 달래 주더라도 크리스는 별말을 하지 않으리라.

크리스도 한 말은 꼭 지키는 타입이니까.

하지만 난 그녀를 향해 벌린 팔을 회수하지 않았다.

“빨리. 팔 아파.”

“……”

“두 여자를 품에 안아보는 기분도 좀 느껴보게. 모든 남자의 로망이거든.”

“…변태.”

“킥킥. 맞아. 네 예비 신랑이지.”

“…이상한 핑계까지 대며 위로하려 들기는.”

­ 포옥.

그렇게 말하면서 크리스는 못 이기는 척 내게 안겨 왔다.

이미 내 품 가장 안쪽에 파고든 안젤리와 비견될 정도로 강하게 끌어안겼다.

방금까지만 해도 스킨십이 별로 안 땅긴다고 한 주제에.

아무래도 이상한 핑계까지 만들어 가며 그녀를 안으려 한 건 잘한 선택이었나보다.

“크리스. 화 풀렸어?”

“……몰라. 좀 더 꽉 안아줘.”

반쯤은 농담으로 말하긴 했지만…

두 여자를 품에 안은 감상은 참, 간질간질하고 행복했다.

각기 다른 두 개의 향기와, 전부 품에 못 안을 정도로 넘쳐나는 부드러운 신체들.

둘 다 어마어마한 미녀라는 점이 내 감흥을 훨씬 풍요롭게 만들어 주기도 했다.

­ 움찔. 움찔!

“…얘들아. 간지러워.”

그 때문일까?

크리스와 안젤리가 내 품을 조금이라도 더 차지하기 위한 소리 없는 자리싸움을 시작한 것조차 귀여워 보였다.

솔직히 둘이 다툴 필요는 없다.

내가 정해주면 되는 문제다.

최후 결정권을 쥔 것은 어차피 나니까.

하지만…

크리스에게 사랑이 변할 수도 있다고 말하는 것.

안젤리에게 영원히 기회가 없을 것이라고 말하는 것.

둘 모두 미치도록 선택하기 어려운 문제다.

물론, 나는 책임에서 도망치지 않기로 했다.

언제나 그렇듯.

“안젤리. 나, 크리스에게 청혼했어.”

“…처,청혼?”

“응. 그리고 내 청혼에 대한 답은… 크리스의 왼손을 봐줄래?”

고개를 번쩍 든 안젤리가 크리스의 왼손을 눈으로 흩었다.

내 품에 안겨있어 왼손이 가려졌을 법도 한데…

…크리스는 은근슬쩍 왼손을 잘, 특히 반지가 아주 잘 보이게 들어 올린 상태였다.

얼굴로는 아무런 말도 못 들은 척 시치미를 떼고 있었다.

‘…기회가 올 때마다 복수는 잊지 않는구나… 크리스…’

아무튼, 덕분에 안젤리가 크리스의 반지를 확인하는 건 어려운 일이 아니었다.

방금까지만 해도 기분 좋다는 듯 살랑거리던 안젤리의 날개가 딱 굳었다.

드디어 깨달은 것 같아 보인다.

어째서 내가 안젤리의 존재를 크리스에게 알린 것인지.

“크리스는 내게 있어서 첫 번째야.”

“…굳이 입 밖으로 안 꺼내도 아는데…”

“그러네. 넌 나랑 크리스를 오래도록 보아 왔으니까.”

“……”

“앞으로 나와 크리스는 가장 많은 시간을 보내게 될 거야. 이젠 부부니까.”

“부부…”

“응. 그리고 결혼이 아니더라도… 내가 그렇게까지 마음이 휙휙 바뀌는 가벼운 남자는 아니거…든…?!”

갑작스럽게 느껴지는 고통에 말끝이 흔들려버렸다.

어떤 이유에선지 크리스가 내 옆구리를 강하게 꼬집었기 때문이다.

내 연애 사정을 전부 알게 된 크리스는, 내가 가벼운 남자가 아니란 사실에 절대 동의할 수 없나 보다.

…할 말이 없네.

크리스가 어째서 최선을 다해 경쟁자를 제거하려 들었는지 알게 되었다.

아무래도 난 여자에 관한 부분에 한정해서 신뢰를 잃은 것 같다.

그것도 무척이나…

“큼. 결론은 그거야. 네게 기회를 준다고 해도… 전부 실패할 수도 있다는 뜻이지.”

“……”

“만약… 열 번, 백 번 넘게 실패해 버린다면, 네가 받을 상처는 적지 않을 거야. 분명히.”

상상만 해도 고통스러운 길이다.

애초에 가능성을 막아 놓는 것이 더 편한 길이 될 수도 있다.

그렇기에 안젤리에게 인식 시켜 줄 필요가 있었다.

너의 그 순수한 마음이 좀먹힐 수 있다는 것을.

“끝내 지쳐서 나를 향한 사랑이 식을 수도 있어. 지금처럼 투덕거리는 수준이 아니라, 진심으로 크리스를 증오하게 될 수도 있겠지. 안젤리. 그러지 않을 자신 있어? 전부 감당하더라도, 기회를 얻고 싶어?”

나는 안젤리에게 물었다.

올바른 방향의 경쟁을 하며 크리스를 이기는 것뿐만이 아니라,

그녀가 경계해야 하는 주된 적들이 있음을 알려주었다.

사랑을 잊고, 증오를 품는다.

천사인 안젤리에겐 더 없이 공포스러운 미래일 것이다.

물론.

나는 안젤리의 입에서 나올 답을 이미 알고 있긴 하다.

“…이겨낼 수 있어. 나, 그런 거에 질 정도로 약하지 않거든.”

예상했던 답이다.

그녀의 목표는 발키리.

전투를 절대 두려워하지 않으니까.

“그렇다는데 크리스. 네 생각은 어때?”

“이미 생각을 정해 놓고 내 의견을 묻기야?”

“우린 곧 가족이 되니까. 무언가를 선택할 때, 네 의견을 꼭 반영해야지.”

“…정말. 매번 느끼는 건데, 말은 아주 번지르르해!”

말만 번지르르 하다고 말한 크리스지만,

난 말로만 그녀를 첫 번째라 칭하지 않았다.

실제 행동에서. 크리스가 그렇게 느낄 수 있게끔. 그녀를 첫 번째로 대하고자 했다.

지금 그녀의 의견을 묻는 행위도 비슷했다.

크리스가 반대를 한다면 우선 설득은 하겠으나,

끝까지 의견을 굽히지 않는다면…

지금의 내겐 안젤리보다 크리스가 우선이란 것만 말하겠다.

“내가 반대하면?”

“설득하겠지.”

“…그래도 반대한다면?”

“그럼…”

나는 쓴웃음을 지으며 안젤리를 바라보았다.

크리스의 뜻을 따를 것이니, 미안하다는 뜻이다.

안젤리가 날개를 움츠리며 고개를 숙였다.

누가 보아도 침울해진 것이 느껴졌다.

“조금이라도 망설였으면 결사반대 하려고 했는데… 바로 내 편을 들어주네?”

“당연하지. 네 편이니까.”

“큼. 조,좋아. 합격. 만족스러운 대답이야.”

“……그 말은?”

“뭐… 지금 당장 찬영은 확실하게 내게 빠져있는 것 같고, 저 천사도 싸움을 안 받아 준다고 고개 숙일 위인은 못 되잖아?”

크리스는 그리 말하면서 안젤리를 힐끗 쳐다보았다.

혹시? 설마?

마치 얼굴로 그리 말하는 것 같네.

구름 갠 하늘을 연상시키는 푸른 동공에 점점 기대가 담겼다.

“저… 베넷씨?…”

“사실 나도 서열 정리가 필요한 것 같긴 했어. 야 너, 찬영에게 감사해라?”

“저,정말인가요?!”

“…젠장, 이러면 결국 얘는 공식적으로 허락하게 됐잖아!!”

내연녀를 허락하는 건 어디까지나 비공식적으로.

이 약속은 그녀가 안젤리와의 전면전을 선언하며 깨져버렸다.

하지만 스스로 깨버린 것이잖아?

어디 하소연할 곳도 없지 뭐.

“고마워요! 베넷씨! 아니, 크리스씨! 저,저 열심히 할게요!! 꼭!”

“열심히 한다 하면 내가 퍽이나 기뻐하겠다. 응?”

“히히히! 그러네요! 히히!”

날카롭게 날아드는 질책.

허나 안젤리는 한심한 시선을 받으면서도 기뻐 보였다.

기회를 얻게 된 것이 그토록 행복하나 보다.

이리 보니 크리스도 안젤리를 무작정 싫어하는 건 아닌 것 같고…

조금 복잡하게 돌아갔지만, 둘의 사이는 성공적으로 가까워진 것 같았다.

이 정도면 예상보다 훨씬 마찰 없이 첫인사를 끝낸 것이려나?

그럼…

나는 전의를 불태우고 있는 둘에게 한가지 약속을 받아내기로 했다.

“내게 보이는 곳에서든 안 보이는 곳에서든, 정도 이상으론 안 싸우겠다고 약속해.”

둘 다 포기를 모르는 성격이다 보니 경쟁이 과열되는 상황이 걱정되었다.

난 이 두 명의 연인으로서, 누군가 심각할 정도로 마음의 상처를 입는 상황을 바라지 않았다.

그렇기에 이 약속은 꼭 필요했다.

다행히, 두 명은 별다른 거절 없이 순순히 고개를 끄덕였다.

“방금 크리스씨랑 화해했잖아? 어려운 것 없어!”

“응! 나도 동의해! 싸움도… 그 뭐냐, 양쪽의 지능 수준이 맞아야 하는 거잖아. 한쪽이 안쓰러울 정도로 멍청하다면, 그건 일방적인 괴롭힘이니까. 그렇지 찬영?”

“지,지능 수준?… 멍청?!…”

어찌어찌 약속을 받아내긴 했다.

하지만, 오래 지켜질 것 같지는 않은 예감이 들었다.

“…그래. 믿을게…”

일단 믿겠다고 말은 했으나…

시도 때도 없이 지각하면서도, 더는 지각을 하지 않겠다 약속하는 작가를 보는 독자가 된 기분이다.

이미 저 둘은 신뢰를 잃었다는 뜻이다.

* *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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