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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231화 〉게임 속 마법 아카데미

소설의 정확한 제목은 ‘게임 속 마법 아카데미’.
연중 하기 전까지의 이야기를 한 줄로 요약하자면…

평범한 지구에 살던 주인공이 남녀 역전 세계관의 미소녀 게임을 플레이하다 빙의하게 되며 벌어지는 이야기다.


제목에 ‘마법’과 ‘아카데미’가 붙기는 하지만, 정말로 마법이란 학문을 전문적으로 다루지는 않는다.
기연 다운 기연도 없고…
그렇기에  소설로 들어오지 않고 정통 판타지인 ‘하얀 고래의 발자취’를 선택한 것이다.


- 소근소근…


국가 자체가 별다른 위협 없이 성장하는 세계관인 만큼 꽤 괜찮은 생활 수준을 이룩했다.
원작에 묘사되지는 않았으나, 대표적으로 치안이 그러했다.

중세보다는 근현대라 평가하는 것이 옳은 세계.
신분증 같은 것이 완벽하게 보급되었으리라 어렵지 않게 예상했고, 이는 적중했다.
아마 ‘엑스트라로 진입’이 아닌 ‘본신으로 진입’을 선택했더라면 신원 문제로 꽤 고생했으리라.

- 힐끗. 힐끗.

그럼 내가 빙의해야 할 대상은 어떠한 대상이 적합할까?

우선 지인이 없으면 없을수록 좋다.
예를 들어 나처럼 가족이 없다든지.
친구가 없으면 더욱 좋다.

이왕이면 자기 소유의 주거지가 있는 사람이었으면 좋겠다.
한 27년 정도는 강도가 들지 않는 치안이 확실한 동네로?
그렇다고 너무 부자일 필요는 없고,
 생활하는 데 불편함이 없을 정도만.


전 세계 사람을 대상으로 치면 너무나 쉽게 찾을 수 있는 조건들이다.
‘엑스트라로 진입’ 상태창에 뜬 인물 또한 수백 수천이다.
분명 이들 중  조건에 들어맞는 사람은 수십이 넘게 있을 것이다.
문제는…


‘얼굴만 보고 얘들  누가 고아이고, 고아가 아닌지 어떻게 알아?’

내가 배경 상황을 알 수 있는 엑스트라는, 오로지 원작 속에 나온 인물밖에 없다.
그리고 원작에는 내가 찾는 조건에 들어맞는 등장인물이 단  명밖에 없었다.
아니, 한 명이라도 있는 것에 대해 감사해야 하나?

- 띠링!

=
[엑스트라 선택 중…]
 가르시아님의 점수
작위(몰락해버린 졸부/ 300) + 영향력(희미함/ 100) + 나이(약간 어림/ -50) + 경제력(매우 부유함/ 400) + 성격(질투심 많음/ -100) + 평판(비웃음을 삼/ -350)……
총합 1,970점


● 박찬영님의 점수
외모(군계일학/ 800) + 무력(초인/ 800) + 경제력(매우 부유함/ 450) + 사회적 위치(일류 용병/ 150) + 기타(직업: 밤피르(вампир)/ 200)……
총합 3,200점
=

[가르시아님으로 빙의가 가능합니다! 빙의하시겠습니까?]

시스템 창을 내렸다.
이미 ‘게임  마법 아카데미’ 세계에 있기 때문이다.
즉, 난 지금 가르시아의 몸에 빙의해 있었다.


…빙의와는 조금 다른가?
지금의 나는 가르시아의 육체가 아닌, 박찬영의 육체를 가지고 이 세계에 들어와 있으니까.
빙의보다는 가르시아의 자리를 내가 대신했다고 봐야 옳으리라.

‘총점이 3,200점이라… 꽤 높아졌네.’

하얀 고래의 발자취 세계에 처음 빙의했을 때의 총합 점수가 350점이었으니…
대략 10배 정도 뛰어오른 것이다.
이 정도면 중견 규모의 귀족 집안 장남 정도는 노려볼 수 있을 정도의 점수다.


사실, 가르시아는 원작에 나오는 악당이다.
하지만 비중다운 비중은 전혀 없고…
프롤로그에 등장했다가 3화 만에 참교육 당한 뒤, 더이상 등장하지 않는 일회성 빌런이니 엑스트라가 맞다.

이놈의 역할은 주인공과 메인 히로인의  만남을 연결 시켜주는 고리인데,
내가 그 역할을 대신해줄 생각은 없다.
결국 사귀게 될 남녀는 어떻게 되든 엮이기 마련이니.
무엇보다 얼굴도 모르는 남자 새끼의 연애 사업을 돕고 싶은 마음이 티끌조차 들지를 않는다.

- 으음… 다시 보니 안쓰럽긴 하다. 문제여도 부모가 문제지, 쟤가 뭔 잘못이 있겠어?
- 저 애 입장에선 날벼락이긴 해.
- 게다가  애 부모에 관한 거, 이제 끝난 일이잖아. 이미 죽은 사람을 욕하기도 그러니까…
- 그래도 평생 먹고살 걱정은 없을걸? 그 왜, 부자는 망해도 3대는 간다고 했나?
그럼 뭐해? 쟤는 두 번 다시 가족을 못 보는데. 우리한테서나 쟤 부모가 나쁜 놈이지, 저 애한테는 평생을 함께한 가족이야.
그건… 그렇네. 보통 돈보다는 가족이니까…


교복을 입은 학생들이 속삭이는 소리가 들려온다.
모두 나를 대상으로 하는 말이다.


헌데 분위기가 예상과는 훨씬 다르다.
시스템은 물론, 원작의 서술에서도 ‘가르시아’가 비웃음을 사고 있다 했는데…
지금 분위기를 보면 나를 향한 동정 어린 시선밖에 없었다.

상황 자체만 놓고 보자면 나쁘지는 않지만,
극초반부터 원작과 틀어진 상황을 흘려 넘겼다가 뒤통수를 맞은 경험이 있다 보니 저절로 경계할 수밖에 없어졌다.
또 뭔데?

- 와… 쟤는 돈 한 푼 없어도 저 얼굴이면 놀고먹겠다.
- 갑자기 공중파에 데뷔했다고 해도   놀랄 것 같은데.
- 쟤도 이번에 들어온 신입생이지? 우리 후배?
- 어떻게 그리 못생긴 부모 밑에서 저런 얼굴이 나오지? 1년간 배운 마법보다 저게  마법스러운 일이네.
- 야야. 야. 보통 남자는 약해져 있을  꼬시라 하지 않냐?
…뭐해? 가위바위보 안 하고.
- 큼…


다행히 그 원인은 어렵지 않게 알 수 있었다.
본래의 추악한 가르시아의 외모가 아닌, 봐줄 만한 외모이기에 인식이 변한 듯싶다.


별 상관없는 이야기다.
왜냐하면,
난 지금 자퇴서를 제출하기 위해 교장실로 가는 중이니까.


 세계에서 주인공과 함께 수업 놀이에 어울려줄 생각은 없었다.
난 지금 연금술을 익히는 것만으로 벅차다.

“저기…”


그때.
내 앞을 가로막는 한 명의 여자 때문에 멈추어  수밖에 없었다.
나와 같은 교복을 입고 있는 것을 보니  학교의 학생이다.
게다가 방금까지 나와 관련된 이야기를 하던 여자 무리 중 한 명이었다.

“너도 신입생이지? 나 2학년인데, 학생회에 소속되어 있거든. 시간 괜찮으면 내가 학교 안내 좀 해줄게! 작년에 내가 처음 들어왔을 때, 매점 위치를 몰라서  주간 매점을  갔다니까? 큭큭.”

그녀는 그리 말하고 자연스럽게 앞장서서 나를 안내하기 시작했다.
아마 이대로 따라가면 음료수라도 얻어먹으려나?
그걸 빌미로 통성명도 하고,  물어볼 거 있으면 연락하라는 등 번호도 따고…
남녀 역전 세계이니  세계에서는 여자가 헌팅을 하나 보다.


여자는 꽤 봐줄 만한 외모를 하고 있었다.
외견에 신경을 쓰는 것이 티가 날 정도로 깔끔하기도 했다.
그런데…
작업 멘트가 정도껏 남자 같아야지.
내 대학 친구였던 놈들이 겹쳐 보여 버려서, 순식간에 마음이 차갑게 식어버렸다.

“가위바위보. 지셔서 오셨습니까?”

“…응?”


“저쪽 친구분들이랑 내기하셨잖아요. 제게 말을 걸까 말까를 두고.”


“어? 어어? 서,설마 들었어?”

나는 대답하지 않고 자리를 떴다.

아마 쫓아오지는 않을 것이다.
지은 죄가 있으니.
그렇기에 헌팅을 칼같이 쳐낸 내게 반감을 품지도 않을 것이다.


이 정도면 인연의 싹을 잘라두기에 딱 알맞은 대처가 아니었을까?
어차피 내일 되면 난 이 학교에 나오지 않겠지만…
그래도 최대한 몸을 사려야지.


아무래도 내 외모가 튀기는 하나 보다.
내게 몰리는 시선을 분산시키기 위해서, ‘고요한 발자국’을 활성화해 기척을 줄였다.
그제야 나를 향한 시선이 줄어들었다.

- 똑똑똑.


“들어오세요.”

교장실의 문을 노크하자, 안에서 입실을 허가하는 목소리가 들려왔다.
교장실을 찾는 건 어렵지 않은 일이었다.
나와 눈이 마주친 여학생한테 부드럽게 미소지으며 물어봤더니,
아예 길까지 안내해 준다며 나설 정도였으니까.

난 화장실의 위치까지 물어보는 것으로 그 제안을 돌려서 쳐냈다.
상기된 채 앞장서서 교장실로 향하려던 여학생은…
내가 화장실의 위치를 묻자 안내를 그만두었다.


당연하다.
생각이 제대로 박힌 사람이라면, 이성이 화장실의 위치를 물어보는데 따라 오겠다는 놈은 없겠지.
그건  화장실에 갈 예정이란 뜻이니까.
하물며 이곳은 남성과 여성의 인식이 뒤바뀐 세계니까 훨씬 더할 것이었다.


“실례합니다.”

- 끼이익…

대놓고 교장실이라는 문패가 박힌 문을 열고 들어가자,
머리가 하얗게 센 노년의 여성이 나를 반겨주었다.
단박에  여성이 교장이란 걸 알 수 있었다.


“안녕하세요. 교장 선생님. 이번에 입학하게  신입생 박찬영이라고 합니다.”


“아. 못 보던 얼굴인데 우리 학교 교복을 입었다 했더니, 역시 신입생이었군. 그래. 어떤 일인가?”


교장은 내 신원을 확인한 뒤 말을 편히 놓았다.
차를 얻어 마실 정도로 한가한 것이 아니기 때문에, 빠르게 용건을 꺼내기로 했다.

“자퇴서를 제출하기 위해 왔습니다.”


“……휴학이나 전학이 아니라, 자퇴…라고 했나?”


“네. 제대로 들으셨습니다.”

교장이 당황스런 눈으로 되물었다.

지구의 대학과 이 세상의 마법 학교.
이걸로 자퇴는  번째인가?
대부분의 사람은 한 번도 하지 않을 경험을 두 번이나 하다니…
어쩐지 감회가 새로웠다.

자퇴는 어렵지 않을 것이라 예상했다.
내게는 가족이 없기에, 자퇴를 반대할 사람도 없을 테니까.


무엇보다 마법 학교는 고등학교를 졸업하고 입학하는…
지구로 치자면 대학에 가까운 고등 교육 기관이다.
그러니 나도 법적으론 성인이겠지.
문제 될 건 없어 보였다.


“…자네 이름이 무어라고 했더라?”

“박찬영입니다.”

“박찬영… 박찬영…? 아! 설마 한동안 떠들썩했던  부부의 자녀… …큼. 아무것도 아니네.”

“눈치채신 것 같지만,  자퇴의 사유는 가정 사정과 관련이 있습니다.”


“가정 사정이라…”

“네. 여러 스트레스 때문에 도저히 학업에 집중할 상황이 아닌 것 같아, 잠시 추스를 시간이 필요하다 판단 했습니다.”

“으음…  자네의 가정 사정에 대해 자세히 아는 것은 아니지만, 그래도 알게 모르게 들은 바가 있으니 깊게 묻지는 않겠네.”

“배려에 감사드립니다.”


“허나… 휴식이 목적이라면 휴학으로 충분할 텐데?”

“평소 진로에 대한 고민이 있었던 터라.”


“그러고 보면… 자네 같은 경우는 학생 사이에서 좋지 못한 소문이 떠돌 수도 있겠어. 혹시, 사람 만나는 것에 거부감을 느끼는가?”

“으음… 부정할  없네요.”


“흠.”


씁쓸하게 웃으며 준비해 둔 핑계를 나열했다.
괜히 휴학을 선택했다가 나중에 ‘배속’을 돌릴 때 나를 찾는 사람이 생긴다면…
나라는 사람이 실종 처리되어 버려서 골치 아픈 일이 생겨버릴  있다.
그러니 뒤탈 없는 자퇴를 선택했다.

하지만…
이런 나의 계획이 살짝 비틀어지기 시작했다.


“…아니. 자네에게 안된 이야기지만 퇴학은 물론, 휴학도 허가할 수 없네.”


“네? 어째서입니까?”


“그럼. 본 교장 보고 책임을 미루라는 게인가? 자네는 미성년자야. 게다가 심신이 지쳐 있지. 힘든 상황에서 혼자 두었다가 돌이킬 수 없는 사고라도 벌어진다면?”


“…미성년…자…요?”


미성년자?
내가 미성년자라고?


그럴  없다.
마법 학교는 고등학교를 졸업한 뒤 입학하는 곳이니까.
그럼 원래의 몸 주인, ‘가르시아’의 나이는?
분명 이 학교의 신입생 나이가…


“전… 20살 아닙니까?”

“응? 당연하지.”

교장은 당연하다는 듯 고개를 끄덕였다.
가르시아가 빠른 년생이었단 변수는 없단 뜻이다.

‘아… 설마… 젠장.’


그제서야 나는  수 있었다.
아무래도 이 세계에서는 20살도 미성년자라고 판단하나 보다.


도대체 몇 살까지 미성년자인 거지?
설마 이 3년제 마법 학교를 졸업 할 때까지, 그러니까 23살이 되어야 성인이라고?
이게 무슨…
지구라면 미성년자(군필)도 널렸겠네.


“자네가 지금 사람을 만나는 것이 두렵다고 한들, 어른 된 입장에선 방치할 수 없어. 그러니 두 가지 중 선택하게.”

“선택이요?”


“그래. 첫째로 이 자퇴서를 수리하되, 정부에서 사람을 보내 자네를 24시간 교대로 보살필 게야. 혼자 남은 자네가 나쁜 마음을 먹지 않도록.”

미간이 구겨지는 걸 가까스로 억제했다.
24시간 감시한다고?
이것만큼은 피해야 한다.


연금술이 이론만으로  수 있는 것도 아니고,
직접 실험을 해보며 실력을 쌓아야 하는데…
지켜보는 자가 있어서야 소란이 일어버린다.


“둘째로 이 자퇴서는 없던 거로 하고, 등교를 하게. 대신… 수업에 빠져도 되도록 내 손을 쓰지.”


“수업에 빠진다면?”


“빈 동아리실이나 양호실로 등교를 하도록 환경을 만들어 주겠다는 뜻이야. 자네가 시선에 대한 부담을 느끼지 않도록.”


“……”

“그러다 마음이 정리되고 학교에 익숙해지면, 전학을 선택하든 그냥 우리 학교에 다니든 평범한 수업에 복귀하면 되지 않은가? 그게 자네의 미래를 생각해서라도 좋겠지.”


교장이 부드러운 미소를 지으며 내게 제안했다.
유능하고 현명한 사람이지만, 그렇기에 내게는 꽉 막히게 느껴졌다.


난 이제  신입생이 된 학생이고, 자퇴하면 남이 될 사이다.
심지어 마법이란 진로에 대해 고민하고 있다 말하기까지 했다.
그런데도 이 나이 든 여성은 귀찮음을 감수해서라도 최선의 판단을 내리고자 했다.
젠장,  책임감 넘치는 사람 같으니라고.

“전자와 후자. 어떤 것이 자네 마음에 드나?”

“…후자로 부탁드립니다.”


“후후. 그래.  자퇴서는 자네에게 돌려주도록 하지.”

나는 한숨을 내쉬며 교장이 내미는 자퇴서를 품에 넣었다.
이렇게 나는 초창기 자퇴를 계획했던 것과 달리  동아리실에 등교하게 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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