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225화 〉(19) 하얀 고래의 발자취
망설임 어린 가벼운 키스가 내 입술에 닿았다.
꾹 닫혀있는 입술.
힘이라도 잔뜩 들어간 듯 단단했고, 살짝 부르터 있기까지 했다.
그러나 정성스러웠다.
이 키스가 자넷의 인생에서 주어진 마지막 키스라도 되는 것처럼,
내 목을 소중하게 끌어 안아오며 입을 맞춰 왔다.
- 쪽…
몸은 겹쳐있었다.
손발을 애는 추위 속에서 숨을 유지하기 위해 체온을 나누려는 것 마냥 틈 하나 없이.
누군가 지금의 우리를 향해 최선을 다해 몸을 밀착시키라고 명령한다면,
분명 이미 그러하고 있다 대답할 수 있었다.
겹쳐 맞닿은 몸에서 따뜻한 체온이 너무나 선명하게 느껴진다.
서로의 육체 사이를 가로막는 천이 없었기 때문이다.
침대 바닥에는 두 명 분량의 옷이 나뒹군다.
속옷까지도.
- 움찔…
“바,방금 움찔거렸어…”
“네.”
“파계승 너가 한 거야?”
“음… 의도적으로 한 건 아니고, 나도 모르게.”
기둥을 쓸어 올리는 손길에 저절로 몸을 떨고 말았다.
쾌감을 느낀 걸 직접적으로 말하긴 부끄러워 살짝 돌려 말했지만,
자넷은 내 하물이 움찔거린 이유를 어렵지 않게 눈치챘다.
방금 어떤 손 움직임을 했는지 기억하려 애쓰는 표정을 만들었으니까.
자넷의 애무.
솔직히 꽤 기분 좋았다.
능숙하지는 않으나, 도저히 서툴다고도 말하지 못할 손길이다.
심지어 실시간으로 내 반응을 확인하면서 익혀가고 있었다.
“큭큭. 아주 흥미진진하단 얼굴이시네요. 이런 건 첫 경험이실 텐데.”
“…떫냐? 니 여기는 좋다는데?”
- 움찔!
자넷이 힘을 주며 내 귀두 바로 밑을 쓸어 올리자, 나도 모르게 몸을 떨고 말았다.
그런 나를 보고 자넷이 입꼬리를 올리며 웃는다.
그야말로 이겼다는 얼굴.
그리 당당하게 행동하는 주제에 얼굴은 많이 붉어져 있다.
어둠을 꿰뚫는 눈이 아니었다면 모를 뻔했네.
“…큼. 제가 방금 단장보고 무슨 생각을 하고 있을까요? 맞춰 봐요.”
“으윽… 그, 나도 원래 이런 야한 여자가 전혀 아니었는데… 주변 환경이 나를 이렇게 만들었다고…!”
“앗! 너무 세게 움켜쥐시면…”
“흐앗! 미,미안해!”
자넷은 이런 것에 흥미가 아주 많은 듯했다.
그도 그럴 것이, 용병인 이상 하루에 수백 번 듣는 것이 음담패설이다.
순진무구한 성녀라도 용병 사이에서 십 년을 넘게 구르면 세상에 존재하는 모든 체위를 다 알게 되리라.
비록 실전 경험 한번 없었다고 한들.
- 스윽.
아무튼 이대로 일방적인 공격만 받는 건 내 취향이 아니다.
나의 손바닥 위에서 놀고 있다는 것도 모른 채,
자신이 주도권을 꽉 잡고 있다는 듯 기고만장한 저 얼굴을 무너뜨리고 싶기도 했고.
나 역시 자넷의 은밀한 곳을 찾기로 했다.
갑작스럽게 손을 옮기지는 않았다.
느긋하고 부드럽게.
자넷이 내가 무얼 하려고 하는지 충분히 깨달을 수 있게끔.
“…흣…”
자넷의 볼을 만지던 나의 손을,
순차적으로 깊숙한 곳을 향해 전진시켰다.
내 아래에 깔린 이가 여자란 것을 깨닫게 해주는 작은 어깨.
딱 만지기 좋게 솟아오른 뽀얀 가슴.
의외로 앙증맞은 뱃살을 숨기고 있던 배.
긴장한 듯 꼭 닫힌 허벅지를 손등으로 헤쳐갔다.
이윽고,
내 손이 누구의 손도 허용하지 않았던 금지에 닿았다.
“어라?”
“…뭐. 왜.”
“좀 젖어 있는데요?”
“뭐어?! 그게 뭔 개소… 흐앗?!”
자넷이 깜짝 놀라 자신의 다리 사이로 손을 옮겼다.
기둥을 애무하던 그 손 말고, 내 목을 둘렀던 손으로.
자넷이 화들짝 놀랐다.
내 말이 거짓이 아니란 걸 깨달았기 때문이다.
“어때요. 젖었죠?”
“………”
“으음… 키스만으로 푹 젖은 처녀 보지라…”
“처녀 보,보,너…! 너어…!! 뻔뻔한 얼굴로 그런 부끄런 단어를!”
“틀린 말 하나 없잖아요.”
자넷에게 안타까운 이야기지만…
변명이 가능한 수준이 아니었다.
잠깐 애무라도 받은 것 마냥, 허벅지를 비벼대면 끈적한 소리가 울릴 정도로 젖어 있었다.
아무래도 자넷은 꽤 소질이 있는 타입인 것 같다.
본격적으로 배우게 되면 어찌 될까 살짝 기대되네.
- 질척.
“흐약?!”
중지 손가락이 소음순으로 추정되는 곳을 흩자, 자넷이 귀여운 비명을 질렀다.
본래라면 손가락에 침을 발라가며 애무를 시작했을 것이다.
하지만 그녀의 소음순 곁에 흐르는 애액만으로 손가락이 푹 젖어버렸다.
따뜻한 액체에 미끌미끌해진 중지를 의식하자 저절로 머리가 달아오른다.
“너,너 왜 갑자기 단단해지냐?…”
“단장이 꼴리게 했잖아요. 깜찍한 신음도 흘려대고.”
“내가 언제!! 이상한 날조 하지 마!”
“큭큭. 됐고, 고개나 좀 들어보세요. 키스하게.”
“……”
말 잘 듣는 강아지처럼 얌전하게 고개를 든 자넷에게 키스를 해주었다.
소극적으로 열린 입술을 헤집고 들어가 입천장을 간질이며,
손가락으론 음핵의 애무를 시작했다.
“잠, 츄웁… 흣…? 츄릅! 이상,한,츕…”
금세 자넷의 입에서 달뜬 숨이 뿜어져 나왔다.
어떻게든 신음을 참으려는 모양새였지만, 이렇게 진득한 키스를 나누고 있는 중에서는 힘든 일이다.
입에서 입으로.
자넷의 억누른 신음이 다이렉트로 내게 전해져 왔다.
“흐,앗… 츄웁… 천천,힛… 흐?!… 츄릅!!”
낮설고 강렬한 쾌감에 무의식이 조종한 걸까?
자넷의 허벅지가 꼬이며 내 손목을 압박했다.
그러나 손가락이 움직이는 것에는 아무런 지장이 없었다.
질세라 음핵의 압박을 계속하며, 다른 손가락으로 소음순과 질구의 주변을 상냥하게 문질렀다.
- 찌걱… 쯔걱…!
열심히 나를 애무하던 자넷의 손이 멈추었다.
몸을 지배하는 쾌감에 잊었나 보다.
나로서는 별로 좋지 않은 소식이었다.
한참 전부터 발기되어 있던 내 하반신.
심지어 정성 가득한 손길로 계속해서 애무받기도 했다.
그러니 내가 안달 나버리는 건 어쩔 수 없다.
솔직히 당장이라도 자넷의 발목을 잡고 벌리며 그녀의 모든 것을 나로 덮어씌우고 싶은 욕구를 참아내느라 고욕이란 말이다.
방안은 이성을 허무는 음란한 냄새로 가득 찼으며,
독한 술 때문인지, 아니면 상황 때문인지 온몸이 뜨겁게 달아올랐다.
그러니 이 정도는 상관없겠지.
나는 기둥을 감싼 채 멈춰있는 자넷의 손에 대고 허리를 움직였다.
“츄웁… 흐앗? 으아? 너… 츄릅… 흣? 자,자깐…”
아무래도 내 덩치로는 이렇게 달라붙은 상태에서 허리 움직임을 숨기기는 힘들었나 보다.
눈을 감고 키스와 애무를 즐기던 자넷이 나를 올려다보았다.
동공에 물음표가 새겨져 있는 것만 같다.
“네? 왜 그러신가요?”
나는 곧장 움직이던 허리를 멈추곤 모르는 척을 했다.
그녀의 손으로 자위를 했다는 사실은…
떳떳하게 말하긴 좀 쪽팔린 이야기니까.
“아니… 방금 허리…? 침대도 엄청 삐걱거렸고…”
“…큼. 눈치채셨나요? 손이 멈추셔서… 저도 아까부터 꽤 참고 있기도 했고…”
“…풋.”
“왜… 웃으세요?”
“아니, 그, 큼, 너 의외로 엄청 귀여워서?”
“…제가요?”
“응. 큭큭큭. 귀여워.”
자넷의 눈이 반짝반짝 빛났다.
소중한 누군가의 새로운 일면을 발견해 너무나 즐겁다는 듯이.
‘아… 조금 쪽팔리나?’
어쩐지 짓궂게 굴고 싶은 마음이 마구마구 생긴다.
더 정확히는 이렇게 행복해하는 자넷의 얼굴을 당황으로 물들여버리고 싶다.
이런 생각이 드는 이유를 알고 있긴 하다.
쪽팔림 때문이기도 하지만…
나에게 한층 더 깊게 반한 것처럼 보이는 저 눈이.
나를 너무나 사랑스럽게 여기는 자넷의 눈동자가.
어쩐지 쑥스럽게 만든 탓이겠지.
“알았어! 이제부턴 잊지 않고 열심히 만져줄게! 킥킥…”
“됐습니다.”
- 털썩!
“어,엄마야?”
행복함이 가득한 자넷을 당황으로 바꾸는 것에 성공했다.
자넷의 발목을 잡고 다리를 벌린 채, 정상위의 자세를 취하는 것만으로.
이제 내 귀두를 자넷의 질구에 맞춘 뒤 허리를 내리기만 하면 바로 일선을 넘게 된다.
그녀의 모든 것을 나로 물들일 수 있다.
이 상황에서 움직이려는 허리를 붙드는 것은, 꽤 강한 자제심을 요구로 하는 일이었다.
“자,잠깐? 우리 마지막까지는 안 하기로…”
“걱정 마세요. 약속은 지킬 겁니다.”
“……그래?”
자넷이 당황한 목소리로 나를 다그쳤다.
하지만…
내 손목에 잡힌 다리만큼은 저항하지 않고 있었다.
정말로 하기 싫으면 미약한 힘으로라도 내 손을 뿌리치려 들 텐데.
그 암묵의 허락이 나의 위태로운 자제심을 순식간에 무너뜨릴 뻔했지만,
가까스로 제정신을 차릴 수 있었다.
젠장.
혈귀화의 유혹을 이겨내기 위한 자제심 수련이 이상한 곳에서 힘을 발휘하네.
“네. 넣지는 않을 겁니다.”
“…넣지는?”
기대 반, 걱정 반.
자넷이 복잡한 목소리로 물어온다.
나는 대답 대신에 내 자지를 잡고 자넷의 보지 위에 올렸다.
삽입할 때처럼 질구를 찾아 맞추지는 않았다.
그냥.
정말로 올려놓기만 했다.
“이,이건…?”
“단장. 아까 애무를 했을 때, 음핵으로 꽤 느껴주시던데요?”
“음핵?”
“여기요.”
- 쿠욱.
“흐앗?!”
굳이 말로 설명하는 것보다 직접 겪는 것이 낫겠지.
내가 귀두로 자넷의 클리토리스를 비비자, 귀여운 신음이 흘러나왔다.
그녀가 부끄러움에 달아오른 얼굴로 날 쏘아본다.
키스와 포옹을 마구 해주고 싶은 얼굴이지만,
머리를 쓰다듬는 것으로 대신하기로 했다.
“그,근데. 그게 뭐.”
“아무튼. 이걸로도 꽤 느끼실 거란 뜻이죠.”
자넷의 다리를 위로 모아 올렸다.
이윽고 허벅지와 보지로 삼면이 이루어진 매혹적인 삼각지대가 나의 기둥을 포근하게 감쌌다.
그제서야 자넷이 무얼 하려는지 깨달았나 보다.
시선이 자신의 아랫배에 튀어나온 나의 귀두에 머물러 있었으니까.
- 찌걱.
스윽 스윽.
미끈거리는 애액을 흠뻑 머금은 나의 기둥이 왕복을 시작했다.
자넷은 약간 입을 벌린 채 음핵을 스치는 쾌감을 느끼면서
골반이 꽤 넓은 자넷이기에 삼각지대의 크기는 좁지 않았으나,
탄력 있는 허벅지와 달아오른 보지가 만족스러울 정도로 쾌감을 주었다.
무엇보다 내 굵기가 농담으로도 작다 말하기 힘들 크기기도 했고.
“흣… 이,이거…”
“후우… 완전히 느끼는 얼굴인데, 별로 안 느껴진다고 거짓말은 마세요.”
“아니… 하으… 그,그게 아니라…”
기어가는 목소리로 내 예측이 잘못됐다 말했다.
자넷은 자신의 아랫배 쪽에서 나타났다 사라지기를 반복하는 내 귀두를 붉게 물든 얼굴로 구경하고 있었다.
도저히 시선을 떼지 못하는 모양이다.
- 스윽… 슥.
“아흣… 이,이러고 있으니…”
“이러고 있으니?”
“…정말로 하는 것 같아서… 흣…”
“큭큭. 그렇죠. 하지는 않았지만요.”
나는 자넷의 동공을 쳐다보기를 관두었다.
이대로 그녀의 눈동자를 바라보고, 그 내면에 있는 진심을 읽게 되면,
도저히 참지 못하고 선을 넘어버릴 것만 같았기 때문이다.
추잡한 물소리를 내는 그녀의 음부도.
너무나 기분 좋기는 하지만, 어쩐지 한 곳 허전함이 느껴지는 이 자극도.
갈망이 담긴 자넷의 달뜬 신음도.
지속적인 자극에 사정하기 직전까지 단단해진 자지도.
나의 이성을 자꾸만 허물고 있기에 이미 충분히 한계다.
성욕에 머리가 잠식당한 지금.
내가 떠올릴 수 있는 해답법은 하나다.
바로 폭발 직전인 이 사정감을 단번에 해방시키는 것.
“속도. 조금 더 올릴게요.”
“흐읏… 응… 흣…”
일방적인 통보 후 허리의 왕복 속도를 올렸다.
자넷의 허벅지 안쪽은 이미 애액에 젖어 쾌감만을 주기 위한 구멍이 되어있었다.
일단 속도를 올리기는 했으나…
자넷이 허락한 건지는 모르겠다.
‘응’이라고 말은 했으나, 알겠다는 의미인지 아니면 단순한 신음뿐인지는 알지 못하겠다.
그만큼 내 모든 신경은 나의 하체에 쏠려 있었다.
- 찌걱! 찌걱!!
몸을 섞을 때처럼 거세게 삐걱거리는 침대.
애액인지 땀인지, 약간 소금기 섞인 꿉꿉한 냄새가 코를 간질인다.
손으로 입을 막은 채 몰아치는 쾌감을 견디고 있는 자넷의 모습은 나를 더 흥분케 했다.
“후우… 자넷. 나 슬슬…”
“흐읍…! 흡…! 응…! 나도, 나도, 흑!… 괜,찮으니까…!”
“큭…!”
틀어막은 입 사이에서 허가가 떨어졌다.
질척하게 조이는 삼각지대 사이에 깊숙이 허리를 박아 넣은 뒤,
참아왔던 사정감을 터뜨렸다.
- 뷰릇!! 뷰르르릇!!
“흐앗?”
그녀의 아랫배와 가슴이 백택액으로 더럽혀져 간다.
사정은 한 번으로 끝나지 않았다.
계속해서.
참아왔던 둑이 터지듯 쾌감과 함께 몰아쳐 갔다.
- 뷰르릇!! 뷰릇!!
“흐아… 뜨,뜨겁다…”
“크윽…? 단,장님 잠깐…”
자넷이 한창 정액을 뿜어내는 내 귀두를 손으로 만져가며 사정을 재촉했다.
안 그래도 민감해진 귀두.
그 예상치 못한 쾌감에 놀라 그쳐가던 사정감을 한 번 더 불러 일으켜졌다.
결국 사정을 끝마친 건 2회분의 정액을 토해냈을 때였다.
안 그래도 사정량이 꽤 많은 나인데,
2회분의 정액을 냈으니…
자넷의 몸에는 끈적하고 하얀 액체의 줄기가 몇 줄이나 새겨졌다.
“그… 기분… 좋…았냐?”
“…네.”
한꺼번에 너무 많은 양을 내서 그런지 불알이 좀 당겼지만,
기분이 너무나 좋았던 건 사실이었기에 그리 대답할 수밖에 없었다.
자넷은 내 대답에 기쁘게 웃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