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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223화 〉하얀 고래의 발자취



“내가 방금…”

자넷이 떨리는 목소리로 중얼거렸다.
그야말로 얼빠진 얼굴.
보고 있으면 나도 모르게 웃음이 터져 나올 것만 같다.
자꾸 이런 뜻밖의 귀여운 모습을 보여주면…
심장에 별로 좋지 않다.


“잘못 들은  아닙니다.”

“아니, 네가 뭔가 오해하는 모양인데? 그럴 리가 없잖아.”


이상하다는 듯 나를 보는  시선에 참지 못하고 웃음을 터뜨려 버렸다.
하긴…
내가 티를 많이 안내기는 했다.
별로 눈치가 좋지 못한 그녀로서는  알아채지 못할 법도 했지.

내 마음에 쐐기가 박힌 건 오늘이지만…
솔직히 말해서 내가 자넷을 신경 쓰게  건 꽤 전부터다.
그도 그럴 것이, ‘우리 둘은 그렇고 그런 관계가  가능성이 높다’라는 암시를 받게 된다면…
알게 모르게 그녀를 신경  수밖에 없어지지 않겠는가?
게다가 물리적인 거리 또한 멀어졌던 틈이 거의 없었고.

자넷이 내게 있어 꽤 신경이 쓰이는 여성이  건 당연했다.
그녀에게 가진 흥미를 잃기엔 뜻밖의 매력이 눈에 밟혀버렸으니까.

“본인은 잘 모르겠지만, 단장은 꽤 신기한 사람입니다.”


“…내가?”

첫인상은 금전에만 맹목적인 사람으로 느꼈다.
하지만, 내가 겪은 그녀는 조금 달랐다.


애초에 돈만을 밝혔다면 그녀 주위에 이토록 많은 사람이 남아 있을 리 없다.
아무리 하얀 고래 용병단이 돈을 좋아한다고 한들…
리더의 인품이 올곧지 않으면 이런저런 균열이 생기는 것이 당연하지 않은가?

하지만 봐라.
그 누구도 자넷의 험담을 하는 이가 없다.
자신보다 나이 어린 상사. 극히 드문 여성 용병. 하물며 이들이 몸담은 곳은 용병업계다.
그런데도 윗사람의 뒷담화를 하지 않는다?
이것만큼 믿기 힘든 이야기가 도대체 어딨을까.

“단장은 성격이 신기해요 성격이.  드물단 말이죠.”

희생과 거리가 멀다.
자신이 정당하게 얻어야 하는 몫을 타인에게 양보하지는 않으니.

독식과도 거리가 멀다.
타인이 정당하게 얻은 보상을 빼앗아 들려 하지 않으니.


그녀는 항상 상대도 이득이 되고, 자신도 이득이 될 방법을 찾곤 한다.


“…그거 평범한  아니야? 보통은 다들…”


“좀 다릅니다.”


그녀의 표정이 잘 납득이 안 간다는  변하는 것도 이해가 간다.
이렇게 들으면 평범한 사람 같지만…

‘자넷은 홀로 모든 것을 차지할 능력이 있음에도 그러지 않았다는 것이 다르지.’


상생.
모두가 이득을 얻는 이상적인 선택지다.
하지만, 자신이 얻을 수도 있었던 것을 굳이 공정하게 나누고자 하는 이가 많을까?
게다가 상대 모르게 빼돌릴 방법이 몇 가지나 있는데.

나는 결코 고개를 끄덕이지 못한다.
잠시 스쳐 지나가는 사람을 속이는  정도는 뻔뻔한 얼굴로 해대니까.
그리고 고칠 생각도 없다.


하지만 자넷은 그렇지 않다.
언제나 자신의 몫을 챙기고, 타인의 몫도 챙겨준다.
그것도 저리 당연하다는 얼굴로.


“어쨌든 그런 점에서 반했다는 겁니다. 사람은 자신의 부족한 점을 곁에 둘 사람에게서 찾거든요.”

“무… 바,반했?!”


시간이 남아도는 바보가 아닌 이상에야 하지 않는 멍청한 짓이겠지만…
과거, 내가 자넷에게 호의를 느끼는 이유를 냉정하게 분석해 보았다.
그러니 ‘내 어떤 부분에서 반했어?’라는 질문을 듣더라도 당당하게 말할 수 있었다.


“이것뿐만이 아니에요. 지난번 단장의 과거 이야기도 들었죠? 그 어린 나이에 포기하기는커녕 자립하려 노력한 것도 꽤 멋있게 느껴졌고…”


“잠깐! 이 자식 지금 무슨 말을 하는…”


이 부분에서는 동질감을 느꼈다.
그녀만큼 위험한 상황은 아니지만, 나 역시 꽤 어린 시절 주변 환경을 이겨내기 위해서 이 악물고 노력한 적이 있으니까.


“제가 다리를 다쳤을 때, 이런저런 핑계를 대며 포션을 줄 때는 꽤 감동했습니다.”

“그,그건 핑계가 아닌…!”

여기서도 그녀의 성격이 드러난다.
자넷으로선 굳이 포션을 건네주지 않아도 된다.
오히려 주지 않는 것이 더 나은 판단이다.


첫째로 추후 의뢰를 수행하던 도중 ‘박찬영’이 죽게 되면 골치 아파진다.
유품은 크리스가 수거할 테고, 죽은 자에게 빚을 받을 땐 어쩔 수 없이 주위 평가에 타격을 받을 테니까.


둘째로 고작 하급 포션으로 다리가 완치된다는 보장이 없다.
만약 ‘박찬영’이 용병질을 계속하지 못 할 정도로 후유증이 남게 되면, 자넷의 유동 자금에 큰 손해를 보게 된다.

마지막으로…
‘박찬영’의 다채로운 능력은 평범한 의뢰에 써먹기에는 그닥 유용하지 않다.


‘뛰어난 오감, 사물 감정, 인벤토리를 비롯한 아공간 스킬… 용병질에 있으면 편하지만 없더라도 뼈아프지는 않은 능력들이지. 이 세계에 어두컴컴한 지하 던전이 수십 수백 개 있으면 몰라도.’

만약 내가 자넷이었다면 조심스럽게 은퇴를 권유했으리라.
이미 ‘박찬영’은 만족스러운 이득을 안겨 준 뒤였으니.

하지만 그녀는 내게 포션을 주며 거래를 제안했다.
그녀도 선택에 이런저런 근거가 있었겠지만…
안전한 길을 걷기보다는, 약간의 리스크를  가면서도 서로가 이득이 되는 미래를 선택한 것이다.


“게다가 계약서에 적힌 내용이 ‘내 곁을 떠나지 마’라니… 큭큭큭.”

“야!! 멋대로 기억을 날조하지 마!  그때는 너한테 반하지 않았…”


“그럼 제 쪽이 먼저 반한 거네요? 단장보다.”

“흡…! 머,먼저, 반했,”


장난스럽게 그리 이야기하자 자넷의 얼굴이 순식간에 달아올랐다.
내가 한 말을 재차 확인하듯, 떠듬떠듬 따라서 말하는 것이 재밌었다.


하지만 그것도 잠시.
자넷의 표정이 갑자기 굳어졌다.


“…왜… 왜 그랬어?”

“네?”

“왜, 그런 말을 하는 거야… 네게는 이미…”


“크리스요?”

- 움찔!

자넷의 몸이 크게 떨렸다.
내 눈을 바라보지 못한 채 땅에 꽂힌 동공 속에는, 선명한 공포가 자리 잡고 있었다.
지금 그녀가 무얼 두려워하는 지 바보라도 알겠지.


“차라리 매몰차게 거절하지 그랬어. 아니, 넌 그랬어야 해.”

“…그래서 방금 그런 거짓말을… 뭐라 했더라, 딴 남자여도 반했다든지 하는 그 헛소리.”

“……”


“깨끗하게 차이고 없던 일로  생각이셨군요. 제게는 이미 연인이 있으니까.”


“……알면…”

자넷은 말을 잇지 못했다.
꿈과 현실.
 사이에서 고민하던 자넷이 마주보기로 택한 것은 후자였다.



“어차피 넌 크리스가 더 좋잖아.”

“맞아요. 저는 단장을 좋아하지만, 크리스를 더 사랑합니다.”


“너  쓰레기 새끼…”

 크리스에게도 들을 말이네.
강력한 팩트에 꿀 먹은 벙어리가 되었다.

“하지만… 나도 알고 있다고. 네가 나랑 크리스 중 누굴 선택할지 정도는.”


“어… 으음…”


이미 쓰레기라는 말을 들었다.
그런데 여기서 둘 다 선택한다는 말종같은 말을 뱉으면 그녀가 어떤 눈을 할까?
살짝 두려워져서 대답을 망설이고 말았다.


그사이 무너진 가면을 되찾은 자넷이 고개를 들어 나를 바라보았다.


“야 이 양아치야. 고백한 사람에게 희망을 줬다 뺏어? 아니지. 이왕 그리 말한 것, 끝까지 좀 이쁘게 하면 덧나냐? 오늘 하루 꿈꾸는 김에, 조금 더 좋은 꿈을 꾸게 해줘도 좋잖아.”


억지로 끌어 올려진 입꼬리가 보인다.
아까 거짓말을  때도 그렇고, 지금도 그렇다.
나는 그녀가 이토록 슬픔을 감추면서 억지로 웃음 짓는 걸 보면 가슴이 미어진다.


“아. 그러고 보니… 방금 나, 차인 거지? 근데 시발놈아. 너 때문에, 너, 진짜, 개새끼, 아까 너가 한 말 때문에…”

자넷의 눈에 습기가 차오른다.
이미 한번 부서졌던 가면은 오랜 시간 그녀의 표정을 가려주지 못했다.

“쉽게 포기  하게 됐잖아… 이 개새끼야… 어떻게 할 건데…”

자넷이 입을 벌렸다 떨어진다.
마치 입에서 튀어나오기 직전의 말을 어떻게든 억누르고 있는 듯이.
하지만 그 입에서 추가로 말이 나오는 일은 없었다.

무엇일지 충분히 짐작된다.
그녀는 분명, 책임지라는 말을 하고 싶은 것이 아닐까?

“그럼 책임지겠습니다.”

“…너,너 일부러 그러는 거야? 물론 가장 듣고 싶던 말이긴 한… 으아악!! 이게 아니라, 책임지겠다는  뭔데?! 설마 크리스 걔랑 헤어지고 나랑 만나겠다고?”


“아뇨.”


“당연히 그렇겠지! 그럼 남은 선택지는 나를 차고 크리스랑 계속 만나겠단 뜻이잖아!!”

“아닙니다.”


“아니긴 뭐가 아니… …허? 잠깐, 잠시만. 이,이 새끼 설마 지금?!”


드디어 자넷이 내가 하고픈 말을 찾아낸  같다.
입과 눈이 크게 벌어져 ‘나는 지금 경악에 차 있다’라 과시하는  보면.
나는 고개를 끄덕이는 것으로 그 생각에 확신을 불어넣어 주었다.

“둘 다 좋으니,  다 사귀는  안 될까요?”

“되겠냐고 이 개 빡대가리 새끼야아아!!”


아무래도 가볍게 말했더니 자넷이 받아들이지 못하는 것 같다.
그만큼 비상식적인 발언이라는 뜻이겠지.
목소리에 무게를 담기 위해 목을 가다듬었다.


“단장님.”


“……”


“방금까지는 장난스럽게 말했지만, 진지한 생각입니다. 이런저런 고민도 했고요.”


“너… 진짜로?”

“네.”


자넷이 당황했다.
그녀는 열심히 머리를 굴리며 상황을 파악하려 애쓰고 있었는데,
그렇게 나온 결론이 이번엔 나를 당황케 해버렸다.

“너도 설마… 귀족이세…요?”


“네에? 어떻게 그런 결론이? 설마 일부다처제를 하려 들어서? 아니, 그보다 ‘너도’는 뭔데요? 저 말고 주위에 귀족이 또 있습니까?”


“크,크리스 있잖아… …요. 걔 성씨도 있고… …요.”

“푸하핫! 하하학!! 잠깐, 너무 웃겨서 배가… 이것만. 콜록! 그럼 이것만 물을게요. 같은 귀족인 크리스에겐 반말하면서 제겐 왜 존대합니까?”

“…그러네?”

원래대로 반말로 돌아온 자넷을 본 나는 더이상 참지 못하고 폭소를 터뜨리고 말았다.
젠장.
진지한 분위기를 잡으려 했는데 이런 식으로 실패하다니.

자넷은 숨을 몰아쉬는 나를 명백히 삐친 눈을 하며 지켜보고 있었다.
하지만 나는 무죄다.
이 상황을 겪고도 어떻게 웃음을 참는가?

“후우… 후… 크리스가 성이 있는 건 좀 복잡한 이유 때문이지, 귀족이라서가 아니에요. 마찬가지로 저도 귀족은 아니고요.”

“…그래?”

“정말 상상도 못  오해를… 큭큭… 존댓말, 풉… 다시 듣고 싶은…데… 크흡… 안되겠,죠?”

“이익…!! 내,내 입장에서 생각해 보라고!! 제정신으로 이런 제안을 들은 것보단, 너네  다 귀족이라는 것이 더 믿음이 가잖아!”


“……어라? 완전히 하지 못할 오해는 또 아니네요?”

“그렇지? 그렇지? 거 봐!  제정신 아닌 놈아!”

“오… 좋아한다고 말한 사람에게 하는 말치고는 꽤 험하네요.”

“……미안. 그, 좋아한다는 말은 거짓말이 아니라 진짜 널 좋아하는데, 이런 적이 처음이라 나도 모르게, …나도 내가 무슨 말 하는지 잘 모르겠어… 화났으면 미,미안해…”

“농담이니까 좀 당당해지세요. 나도 단장을 좋아한다니까? 그렇게 쉽게 화낼  없잖아요?”

“……”


좋아한다 말해주니 자넷이 순식간에 온순해졌다.
아직 익숙지 않나보다.
익숙해질 때까지 곁에서 계속 말해주고 싶은 욕구가 솟아나네.

“그래서. 혹시 된다면, 단장은 받아들일 수 있어요?”

“양쪽 다… 사귀는 거?”


- 끄덕.


그녀가 대답을 망설였다.
이제 와서 하는 이야기지만, 자넷 쪽에서 결코 인정하지 못한다 하면…
오히려 내가 실연을 하게 되겠지.

나는 조용히 그녀의 대답을 기다렸다.
대답이 어느 정도 예상되지만, 살짝 긴장이 찾아온 건 어쩔 수 없다.

“…나 속이는 거 아니지?”

“제가 그 정도로 쓰레기는 아닙니다.”

“…만약. 그게 농담이 아니고 진심이라면…”

“네.”

“깨닫자마자 포기한… …가 불완전하게나마 이루어진 거잖아?…”


“……”

“나,나는, 좋… 으으…”

“좋?”


“좋…지만…”

겨우 대답을 들었다.
나는 그제야 안도의 한숨을 내쉴 수 있었다.
과연 이런 손해 보는 장사를 받아들일까 걱정이 들 수밖에 없었는데,
다행히 그녀는 내 손을 잡아주었다.

“고마워요. 그리고 앞으로 잘 부탁…”


“아니! 내가 문제가 아니잖아! 크리스가 수락하겠어?”


“그건 제 죄니까, 제가 감당해야죠.”

“…오늘 일. 크리스는 당연히 모르고 있겠지?”

“네.”

“그럼… 역시 힘들지 않을까? 난, 나는… 지금이라도 없었던 일로 해도 되는데…”

역시.
그 부분을 걱정할 수밖에 없다.
자넷은 나뿐만이 아니라 크리스와도 친하니까.
그런 그녀에게는…
이런 말까지 밖에 해줄 수가 없었다.


“…크리스에 대한 거는… 그냥 나를 믿어줘. 아직 이뤄놓은 게 없어서, 이렇게밖에 말을 못 해주는 게 안타깝네.”

씁쓸하게 웃으며 중얼거렸다.
빈손으로 믿어달라 호소하는  보다, 내 손으로 만들어 낸 근거를 보여주며 설득하는 것이 취향인데 말이지.


하지만 어쩔 수 없다.
그냥 순서가 바뀌었을 뿐이니까.


이건 내 희망 사항일지도 모르지만…
어쩌면 그녀가 내 연인이 되는 것이 크리스를 설득하는 것에 도움이 될 수도 있다.
내 연인들 중 크리스와 가장 친한 인물은 자넷이니까.
…오히려 역풍을 맞을 수도 있으려나?


“그래. 차라리 크리스에게 허락을 받은 뒤, 연인이 되면 어떨까? 이렇게 죄를 짓지 말고, 서로 떳떳하게 말이야.”


“단장이 그렇게까지…”


“아니. 들어봐.”

자넷이 내 눈을 마주쳤다.
그 눈은 무언가를 결심한 사람의 눈이었다.

“너는 남의 정당한 몫을 탐내지 않는 내가 좋다고 했어.”

“……”

“이건 아무리 봐도 크리스의 것을 탐내는 못 된 짓이잖아? 그래서야… 싫어. 네가 반했다고 해준 부분은 바뀌고 싶지 않거든.”

자넷이 살짝 부끄럽다는 듯 그리 말했다.
그러지 않아도 된다 하고 싶었다.
하지만 그리 말하는 자넷의 모습이 정말로 아름다워 보여서, 나도 모르게 멍하니 바라만 보아버렸다.


“그러니까… 오늘은 술에 취해 저지른 실수로 하자. 응. 허락을 못 받으면, 오늘 일은 실수로 치자.”

“하지만… 그럼 단장은… 너무 손해만 보잖아요.”

“…맞아. 만약 그렇게 되어버리면… 네가 해버린 짓 때문에,  겁나 오래 아플 예정이다? 그래서 내가  손해만큼 보상을 챙기려고.”

“보상?”

- 후우.


자넷이 숨을 크게 머금더니, 자신의 술잔을 들고  번에 다 마셔버렸다.
그 한잔 가득 들어있던 술을 전부.

나는 그 행동에 놀라 눈을 부릅떴을 때.
그녀는 잔에 또다시 술을 가득 따르기 시작했다.
그렇게 병이 완전히 비워지고, 술잔이 다시 가득 찼다.

설마…
저 독한 술을 2잔이나 한 번에 마실 생각인가?
그것도 한가득 채운 잔을?

그래서야 인사불성으로 취해버린다.
내가 자넷을 걱정하고 있을 때.
그녀는 보란 듯이 술을 입속으로 털어 넣었다.


“……”

그리고 내게 다가왔다.
그녀가 다가오자, 나는 자넷이 술을 삼키지 않고 입에 머금고 있음을 알게 되었다.
동시에 그녀가 무얼 하려는지도.


“그러네요. 실수군요. 우리 둘 다, 술에 취해 벌어진.”

“……”


나는 의자에서 일어났다.
그녀가  바로 앞까지 다가와 놓고 망설였기 때문이다.


이렇게까지 용기를 내준 그녀다.
여기서 행동하지 않으면, 남자가 아니겠지.


나는 자넷의 허리에 손을 감고 내 쪽을 향해 끌어당겼다.

그리고 곧.


사람의 체온 정도로 따뜻해진 술은,
세상에서 제일 달콤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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