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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설들로 들어갈 수 있다 (1화) (222) (222/310)



〈 222화 〉하얀 고래의 발자취



잠깐의 시간이 흐른 뒤.
한동안 훌쩍이는 소리가 들려오던 여관방은, 곧 제 정적을 되찾았다.


“제가 준 손수건은 그냥 가지세요.”


“…”

“어때, 조금 진정됐어요?”

자넷은 대답하지 않았다.
지금 입을 열게 되면, 분명 울음기 섞인 목소리가 튀어나와 버릴 것이 분명하니까.

엉망이 된 얼굴을 닦으라고 그가 건네준 손수건.
그 신기할 정도로 부드럽고 좋은 향기가 나는 손수건을 선물로 받았다.
이를 선물이라고 불러도 될지는 모르겠지만, 자넷은 자연스럽게 그리 여겼다.


손수건을 곱게 접어 품 안에 넣었다.
어쩐지 무척이나 조심스러운 손놀림으로.

“큭큭. 별로 안 비싼 거에요. 그냥  다뤄도 됩니다.”

“어? 어어?”

“손수건. 부담 가지지 말라고요.”

“…아. 으응…”

자넷은 살짝 당황한 몸짓으로 고개를 끄덕였다.
그녀가 방금 손수건을 조심스럽게 챙긴 이유는…
손수건이 비쌀 것 같다는 이유 때문이 아니었으니까.


조금 다른 이유였다.
그러나 그걸 남자에게 밝힐 수는 없었다.
자넷 스스로도, 본인이 왜 손수건을 소중히 품에 넣었는지 깨닫지 못했기 때문이다.
적어도 아직까지는.

“그럼 단장도 멀쩡해진 것 같고… 슬슬 돌아가 볼게요. 너무 오래 둘만 있다 오해받으면 이래저래 귀찮은 일이 생기잖아요?”


- 움찔.

남자가 자리에서 일어나 방을 나갈 채비를 하기 시작했다.
그의 말은 이성적으로 생각해 봤을 때 틀린 말 없었다.
둘은 단장과 단원이기 이전에 남녀고, 지금 시각은 해가 진 밤이며, 장소는 여관방에 단둘만이 있다.
게다가 탁자 위에 놓인 것은 반쯤 비운 술.
누군가 이 상황을 목격한다면, 해명하기 귀찮은 오해가 생길 여지가 충분했다.

그러니 자넷이 그가 돌아가는 것을 막으면 이상하다.
그를 잡을 이유도 없고, 잡아서도 안 된다.
하지만…


“내일 아침. 밖으로 나올 거죠? 그때 제대로 된 식사를 하세요. 오늘은 굳어있던 위만 깨운 수준이니까. 그럼…”


“…자,잠깐!”


“네? 설마 내일 아침, 안 나올 생각이신가요?”

“아니! 나갈 거야! 다들 걱정할 테고, 이제 멀쩡해졌으니까! 그런데…”


“그런데?”

자넷은 결국 그의 발걸음을 멈춰 세우고 말았다.
원인 모를 초조함이 계속해서 그를 붙잡을 이유를 찾고 있었다.

“술. 아직 반이나 남았잖아. …나 주려고 가져온 거 아니었어?”

“술…이요?”

“안주도 방금 새로 꺼내서 한 개도 못 먹었고.  과일, 입에 맞더라.”


급조해낸 변명답게 너무나 허술했다.
그가 술과 과일을 남긴 채 방을 떠나려 한다면 막을 방법이 없다.
그야말로 어린애 투정에 가까운 핑계.
하지만 자넷의 얼굴에 떠오른 불안을 읽은 남자는 잠시 고민하더니…
의자에 도로 앉기를 선택했다.


“…그러고 보면 단장은 방금 꽤 격렬한 감정을 겪었죠? 생각 이상으로 약해져 있는  같았고.”


“야. 내가 약해지긴 무슨…”

“이해합니다. 막연히 무언가가 불안해지더라도 이상할 것 없죠. 마음이 가라앉을 때까지만 어울려 줄게요.”

그 말에 자넷은 자신의 초조함의 원인을 밝혀낸 것만 같았다.
불안감.
이 감정은 분명 불안감이다.
짧은 시간 동안 감정이 휙휙 바뀌었고, 오랜만에 눈물까지 흘렸으며, 술과 밤의 힘으로 감성적이게 되었다.
그렇기에 머리가 마구 뒤엉켜 불안해진 것이다.
남자의 말대로.

의문이 풀린 탓일까?
기분이 썩 유쾌해진 자넷은 잔을 찾았다.
그리고 술이 넘치기 직전까지 가득 채워진  하나를 발견했다.
그녀의 잔이다.
그리고, 한 번에 비우기엔 지나치게 많은 양이었다.


“…아.”

“천천히 마시세요. 한 번에 다 마시지 말고.”

“그래야겠네.”

남자가 자신의 잔을 채우기 시작했다.
얼음이 간신히 뜰 정도로만 조절해서.
그리고 살짝 미소를 지으며 자넷을 향해 잔을 내밀었다.
한번 멈추었던 술자리가 재개되었으니, 작게 건배를 하자는 의미였다.

자넷은 어쩐지  모습에 시선이 박히는 것을 느꼈다.
눈을 뗄 수 없다는 말은, 이럴 때 쓰는 것이리라.


방안은 어두웠고,
눈가에는 아직 습기가 마르지 않았음에도…
어쩐지 자넷의 눈에 남자의 모습이 전부 들어왔다.
주위 배경은 뿌옇게 흐려졌으나, 그의 윤곽만큼은 선명하게.

“뭐야. 안마실 건가요?”

“…아! 마셔, 마셔야지! 잔 들어! 뭐해!”


“큭큭. 무리해서 안 마셔도 됩니다. 벌써 취하신  같은데? 단장 얼굴에 취기가  올랐어요.”

“뭐?”

자넷은 손등을 자신의 볼에 대어보곤 작게 놀랐다.
살짝 취기가 감도는 중에서도 알 수 있을 정도로 열이 올랐기 때문이다.

으레 용병들이 그러하듯, 자넷 또한 일류 용병답게 술에 대해선 무척이나 강했다.
물론  술이 유독 강한 술이라고는 한들…
반병. 그것도 남자와 나누어 마신 정도로 취하지 않는다.

‘…아니야.’

우선 부정했다.
작게 머리를 스친 가능성을 애써 지웠다.
그 대신에, 주홍빛 머리카락을 한 당찬 친구를 떠올리려 노력했다.


효과는 있었다.
어느새 세차게 뛰고 있던 심장의 고동이 잠깐 주춤했으니까.


- 챙.

하지만 가라앉은 마음은 오래 유지되지 않았다.
지금까지 자신을 잊었다는 것이 괘씸하다는 듯, 도저히 무시할  없을 정도로 거세게 뛰기 시작했다.
고작 잔을 부딪치고, 잠깐 동공이 마주친 것만으로.

차갑게 식은 술이 머리를 식혀주길 바라는 마음으로 한 모금의 술을  뒤로 넘겼지만,
오히려 뜨겁게 타오르며 마음속에 열을 지폈다.


“후… 돌겠네 진짜…”

“네? 어디 문제 있나요?”

“그래. 문제가 많다. 아주. 근데 말해주진 않을 거야.”

자넷은 얼음이 둥둥 떠다니는 자신의 술잔을 내려다보려 노력했다.
고개를 들고 그와 눈을 맞춘 채 대화를 하면, 눈치 빠른 그가 그녀의 이변을 눈치챌 수 있기 때문이다.

멍하니 녹아가는 얼음만을 응시했다.
얼음의 크기는 처음보다 많이 줄어들어 있었다.
지금도 실시간으로 작아지고 있는 중이었다.
마음 같은 것도, 이렇게 하염없이 기다리다 보면 점점 작아지다 끝내 흔적도 없이 사라질까?
자넷은 그러하기를 바랐다.
박찬영의 잔은, 이미 얼음 하나가 들어차 있으니까.

“…라고 크리스가 그랬죠. 아. 최근 친해진 입이 거친 꼬맹이 한 명이 있는데, 매번 어른스러운 척을 하는 게…”

남자는 홀로 잡담을 시작했다.
자넷은 입을 계속 다물고 있을 뿐인데도.
이대로 양측 다 말없이 잔만 기울이기보다는, 무언가라도 잡담을 하길 선택한 것이다.


‘…매번 수고스러운 배려나 하기는.’


자넷은 그저 대답 없이 조용히 듣기만 하는데도, 거리낌 없이 말을 이어나갔다.
우습지만, 자넷은 저 목소리의 울림에 마음이 편안해지는 것을 느꼈다.
대답하려는 의욕이 빼앗았다.
마치 들어본 적 없는 어머니의 자장가처럼 계속 듣게 만드는 매력이 있었다.


며칠 사이 그의 목소리에 특별한 변화가 있을 리 없지.
매번 들어온 익숙한 목소리였다.
당연히 목소리 가지고 이런 기분이 든 적이 있을  없었다.


‘…꼴이 웃겨. 아주.’


변한 것은 목소리가 아니었다.
자넷의 마음이었다.

“…단장도 아시겠죠? 제가 아무리 매력적이라도 반하시면 안 된다고요. 큭큭.”


이미 늦었어.
자넷은 속으로 반문했다.
이제는 부정할 생각도 없었다.
스스로의 속마음을 모르게 되는  방금까지만 해도 지긋지긋하게 겪었으니까.
차라리 시원스럽게 인정하는 것이  나았다.

하지만…
어쩐지 남자의 반응이 이상했다.
정확히는 편안한 목소리로 풀어가던 잡담을 끊었다.

“…네?”

“뭐.”

“그러니까… 네?”


“뭐야. 뭔데.”


“방금… 늦었…다고…”

“늦었다? 무슨… …어어? 나,나 설마…?”

이미 늦었어, 그제야 자넷은 자신의 속마음이 입으로 새어 나왔다고 깨달아 버렸다.
그보다 더 최악은 그가 그녀의 말을 들은 낌새란 것이다.


저도 모르게 튀어나온 말이다.
보통 속마음이 새어 나올 때 그러듯,
너무나도 미약한 목소리였다.
말한 본인조차 무언가 새어 나왔다고 깨닫지 못할 만큼.


보통 사람이 듣기에는 너무나 작은 목소리.
저도 모르게 나왔다고 한들, 자넷의 입안에서만 맴돌다 사라졌을 목소리 크기였다.
하지만 자넷에게 불행한 점은, 박찬영의 청각이 일반인을 까마득히 상회한다는 점이었다.


남자의 눈이 살짝 커다랗게 변했다.
그리고 멍하니 자넷을 바라보고 있었다.
그만큼 그도 놀랐다는 뜻이다.


‘자넷 이 병신새끼…!’


원래라면 입 밖으로 나오지 않았어야 했다.
더 커지기 전에 지워버리려 했던 감정이다.
쉽사리 지우기 힘들 정도로 강렬하긴 했지만,
그건 어떻게든.

그런데 얼떨결에 고백 비스름한 것을 해버렸다.
그의 반응에 어찌해야 할지 도저히 모르겠다.
아니, 그 전에 그의 반응을 똑바로 바라보지 못하고 있다.
도망치려고 하는 발을 바닥에 고정시킨 것이 자넷이 낼 수 있는 최대의 용기였다.


당황스러워하고 있을까?
분명 곤란해하는 표정을 짓고 있을 거야.
아. 나를 배려해서 최대한 무표정을 연기하려고 노력하는 중일 수도 있겠네.
쟤는 은근 사소한 것부터 신경을 써주니까.

…그것도 아니라면?
음…
혹시…
약간이라도,
아주 조금 정도는, 기뻐해… 줄려나?

“으아아악!  씨발! 아아악!!”

“뭐,뭔가요! 단장! 뭡니까?”


“바,방금 내가 생각했다곤 상상도 안 될, 끔찍할 정도로 분홍빛인 생각을 해버려서!!”


“그게 뭔…”

“야! 파계… 아니, 박찬영!”


그러고 보면 이름을 부른 건 처음인가?
잘 모르겠다.
하지만, 지금 그런 게 중요한 것이 아니지.

자넷은 숨을 크게 들이켰다.


들이받자.
들이받고, 대차게 까이자.
좀 아플지 몰라도, 이러면 보통 얼음이 더 빠르게 작아진다고 하니까.
응.

“나. 너한테 반한  같다.”


연정을 고백하는 사람치고는 당당한 표정으로.
연정을 고백하는 사람답게 붉어 터지기 직전의 얼굴로.
자넷은 순식간에 찾아온 첫사랑을 순식간에 고백했다.


심장이 뛰어댄다.
불안. 부끄러움. 이성과 무관하게 저절로 생겨버린 기대.
그 밖에 제대로 파악하기 어려운 복잡한 감정으로 인해서.

이것이 자넷이 이성적으로 판단한 가장 나은 수였다.
자신이 반한 남자는, 그녀의 연심을 가지고 놀리거나 타인에게 소문낼 사람이 아니었으니까.
분명 고백을 거절을 받은 뒤 순순히 그를 포기하겠다고 선언하면,
평소처럼 자넷을 대해주리라.

“…언제부터?”

“킥킥. 말했잖아.  너무 약해져 있었다고. 약해진 여자한테 잘해주면 금방 반하는 거 모르냐?”


별일 아니라는 듯.
억지로라도 웃음기를 섞어가며 말한다.
그에게 자신의 마음의 크기가 별것 아니게 느껴지도록.
그가 금방 식을 정도의 작은 연심이라 판단하도록.

자넷은…
박찬영이 고백을 조금이라도  편하게 거절할  있도록 최선을 다하기로 결심했다.

“너 정도면 얼굴도 꽤 생겼고. 이미 쌓아놓은 재산도 많아, 돈도 잘 벌어, 능력도 있어… 딱 저번에 말한 내 이상형인 남자잖아? 흐흐.”

일부러 물질적인 조건을 꺼내 나열하기 시작했다.
연심의 질을 깎아내리기 위해서다.
진심으로 그를 원하는 것이 아니라, 그의 배경을 원하는 것으로 보이게끔.
그렇게 남자가 느끼게끔.


“흠… 생각해 보면  자리를 그대로 다른 남자가 차지했으면 그 남자에게 반했으려나? 누구든 상관없고,  기댈 사람을 찾고 있었던  같으니까. 타이밍 좋은 놈.”


누구든 상관없다?
새빨간, 아주 새빨간 거짓말이다.


열어줄 마음 없었던 방문을 어처구니없는 협박으로 열게 만든 사람도,
매번 사소한 배려가 몸에 스며든 주제에 빈속에 독한 술을 먹이길 거리낌 없어 하는 사람도,
말도  되는 거짓말로 본인도 모르던 속마음을 일깨워  사람도…

온 세상을 뒤져도 단  사람만 있을 것이다.

“뭐… 거절할 건 알아. 네겐 크리스가 있잖아?”


그의 연인을 언급한다.
그에게 더없이 소중한 이의 얼굴을 떠올리게 한다.
자넷이 아닌.


“그래도 다행이네. 반한지  시간도 안돼서 별로 깊게 반하지도 않았거든.”


분명 반한지 얼마 안 된 만큼 자신은 그에게 큰 애정을 품지 않았다.
그래야 한다.
연심의 크기는 결코 시간과 비례하지 않음을 직접 겪고 있으면서도, 그렇게 본인을 세뇌했다.

“자. 그럼 대답은?”

자. 거절을 받기 위한 모든 수단을 동원했다.
울지 않으려고 열심히 노력했다.
끝까지 웃으면서 말할 수 있었다.
과연 네가 거절하지 않을 수 있을까?

내기도 할  있었다.
자신은 곧 거절 받고 어쩔 수 없다는 듯 너털웃음을 터뜨리리라.
그는  연인인 크리스의 곁으로 돌아가리라.
그리고 방금 있었던 일은 우리 둘 기억 속에 잊히리라.


크리스.
자넷이 반한 남자의 연인이자, 그녀의 친구.


우정과 연심을 저울질하고자 하는 것이 아니다.
그 둘은 이미 타인이 껴들 여지가 없는 완벽한 연인이니까.
자넷이 둘 사이를 부수려고 들어서는 안 되는 것이다.
당장은 결코 그러고 싶지도 않았고.


그럼에도 이렇게 단호한 거절을 받으려고 용을 쓰는 이유?
그건 당연하다.
만약…
아주 조금이라도 남자가 자넷에게 여지를 보여준다면…
자넷은 무척이나 오랜 시간을 괴로워하게 될 테니까.
고통에 못 이겨, 크리스와의 우정을 흔들지 않을 것이라 장담하지 못하게 되는 것이다.

하지만 칼같이 거절당한다면 이야기가 다르다.
들어가 볼 틈도 없이 잘린다면.
혹시 미래의 그녀가 추악한 마음을 먹어도 넘볼 수 없을 정도로 둘의 사이가 굳건하다면…
안심할  있으니까.

‘그러니까 어서 거절해줘. 이왕이면, 짧고 아프지 않게.’

첫 사랑에 첫 실연이다.
이 모든 것이 한 시간도 안돼서 이루어졌다.

하지만…
자넷의 실연 계획은 조금 틀어지기 시작했다.


“으음… 저도 하나 고백하자면, 알고 있었을지도 모르겠네요.”

“…뭐를.”

“크리스가 단장한테 감이 느껴진다고 했거든요. 오늘 문 앞에서 단장을 봤을 때, 올 게 왔구나 싶었죠.”


“…갑자기 무슨 이야기야? 빨리 거절이나 해. 나 슬슬 피곤해서 자고 싶으니까.”


“큭큭. 단장. 거짓말을 할 거면 눈에 준 힘이나 풀어. 입은 바들바들 웃고 있는데, 눈물은 떨어지기 직전이다.”


“아, 씹. 이건 그… 아재가 죽은 것 때문에…”

화들짝 놀라 소매로 눈가를 닦았다.
그의 말대로 소매에는 물기가 묻어 나왔다.
속눈썹에 이 정도로 많은 눈물이 맺히다니, 용케 떨어지지 않았다 싶을 정도로.

그것도 그렇고…
왜 자신은 그가 가끔씩 툭툭 던지는 반말에 이토록 설레는 걸까?
자신이면서도 이해하기가 힘들었다.
마음 같아선 한대 패주고 싶었다.
반말을 듣는  도대체 뭐가 좋다고?


“그냥. 그런 이야기에요. 애초에 알고 이 방을 들어온 시점에서부터 전…”

“……”

“그리고. 항상 강하던 사람이 갑자기 약한 모습을 보여주면… 크음… 그게 또…”


거기에? 거기에 뭐?
남자가 연속으로 말끝을 흐렸다.
흔치 않은 일이었다.
그는 어지간한 일에서도 당당하게 행동하곤 했으니까.

‘살짝 쑥스러워하는 것 같기도 하고?’

물론, 자넷은 자신의 뇌가 펼친 착시라고 여겼다.
그가 이 상황에서 쑥스러워할 이유가 없기 때문이다.

“그게 끝? 무슨 말이 하고 싶은 거야? 넌.”


“그러니까… 지금 단장님은 저의 보호 본능을 마구 자극한단 말이죠? …덕분에 좀 콩깍지도 낀 것 같고.”


“…어?”


“큭큭. 그러고 보니 단장님은 눈치라곤 거의 없었죠? 직관적으로 말하면, 싫지 않습니다. 오히려… 기뻐서 단장님을 꽉 끌어안고 싶은  참는 중이니까요.”


살짝 상기된 얼굴로 말하는 박찬영을 본 자넷의 뇌가 멈추었다.
그야말로 예상을 아득히 벗어난 대답이었기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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