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215화 〉하얀 고래의 발자취
사실 전투가 제대로 수습되지도 않았는데 이리 전선에서 이탈하면 안 된다.
나는 하얀 고래 용병단 소속으로 참전한 것이니까.
본래라면 자넷에게 보고를 한 뒤 데이지에게 와야 옳다.
하지만 나는 제대로 된 절차를 밟지 않았다.
그렇다고 막무가내로 탈영을 한 건 아니지만.
그런 내가 곧바로 데이지에게 달려 올 수 있었던 까닭은 간단하다.
곁에 있는 2 왕자… 아니, 보드엠 국왕에게 다이렉트로 허락을 받아내었기 때문이다.
“…다친 곳은 없냐?”
“음, 티 안 나는 내상이 있을지는 몰라도… 전혀 심하지 않아서 괜찮아.”
속이 살짝 울렁거리는 것이 미약한 내상의 기미가 보였다.
포션을 그리 마셨는데도 후유증이 조금 남은 것을 보면…
아무래도 강한 적이 여기저기 널려있다 보니 좀 신을 냈나 보다.
그래도 충분히 만족스러운 전투였다.
포션 값으로 쓴 카르마는 기쁜 마음으로 감당할 정도로.
훈련과 실전은 그 수준 차이가 명백한지, 스킬의 숙련도가 죽순 자라듯 쑥쑥 성장했기 때문이다.
무엇보다 놈들이 마음껏 주무르던 세상의 끝을 내 손으로 내렸다는 사실에 속이 후련하기도 했고.
“그런데… 네가 반역에 가담했다니 무슨 소리야?”
“실패했으면 반역이 맞는데, 성공했으니 반역이 아니지. 그냥 좀 과격한 계승식이었을 뿐.”
“…거참 논리적이네.”
데이지의 질린 얼굴은 볼만했다.
그런 표정도 잠시.
이윽고 그녀의 표정이 진지하게 변했다.
동시에 수많은 질문이 나를 향해 쏟아져 내렸다.
“…왜 그런 위험한 의뢰를 한 거야?”
“확실히 위험하긴 했지. 그런데 칼밥 먹는 용병이 안전한 일만 찾는 것도 우습잖아?”
“평범한 의뢰와 반역 가담을 같은 선상에 둔다? 호구 같지만 멍청하진 않은 네가? 못 알아들은 척하지 마! 다 알면서 왜 말을 돌려!”
“…너 의외로 나를 꽤 높게 평가하는구나?”
“윽!”
데이지의 눈이 살짝 커지고, 목소리가 당황으로 흔들렸다.
하긴…
나는 초면에서 데이지가 연기하고 있다는 사실을 꿰뚫었다.
그밖에 글을 읽는 모습을 보여주기도 했고, 학식을 쌓은 데이지와 어느정도 대화가 통하는 정도였으니…
적어도 무식하거나 어리석다는 평가는 받지 않는 듯했다.
“지,지금 그런 걸 물어볼 때야? 질문에 대답해!”
“속아 넘어가서 의뢰를 받은 게 아니라면 답 나왔잖아. 이유가 있어서 의뢰를 수락한 거지.”
“…너네 용병 단장이 그 위험하기 그지없는 의뢰를 받아서 어쩔 수 없이 수행한 거야? 그 여자 단장이 널 설득한 거고?”
“비슷하긴 한데, 좀 달라. 나는 단장과 함께 다른 단원을 설득하는 쪽이었거든.”
어쩌면 나는 자넷보다도 작전의 핵심축이라 할 수 있었다.
내가 생각해도 꽤 중책을 맡았기 때문에.
“너 돈 많다고 하지 않았어?”
“만족스러울 정도로는 있지. 아껴 쓰면 평생 먹고살 정도?”
“그럼… 원래 애국심이 넘친다던가 그래? 망해가는 왕국을 내버려 둘 수 없었다든지.”
“내 얼굴을 봐. 딱 생긴 것부터가 이방인인데, 국가에 대해 유난히 애정을 가질 리가.”
대답을 들으면 들을수록 점점 그녀의 표정이 어두워져 간다.
나는 그리 여러 감정을 띠는 데이지의 동공을 차분히 내려다보며 대답을 이어나갔다.
“…그것도 아니면 현재 귀족들에게 원한을 가졌으려나?”
“아, 말 안 했었나? 나 평생을 수도원 안에서만 살아왔어. 몇 달 전까지만 해도 수도원 밖 세상이라곤 하나도 몰랐지.”
“그럼 은원 관계 같은 건 하나도 없겠네?”
“말끔해.”
“……”
그렇게 마지막 질문에 대한 대답을 마쳤을 때.
어떻게 저 작은 머리에 그리 방대한 전문 지식이 들었는지 아리송할 정도로 조그마한 얼굴은…
지금 울상으로 잔뜩 일그러져 있었다.
“…너 지난번. 그날 밤에, 나 대신 복수를 해준다고 말했었어.”
“음… 내가 그랬나?”
“그리고 내게 진 빚을 갚겠다고도 했어.”
“그건 기억나네. 그때 먹은 최… 힐링 포션 말하는 거지?”
하마터면 최상급 포션이라 말할 뻔했네.
나는 공식적으로 데이지가 준 포션이 최상급 포션이란 걸 몰라야 했다.
그렇게 뻔뻔한 표정으로 말을 주워 담고 있을 때.
데이지는 미간을 좁히며 끙끙대느라 나를 신경 쓸 겨를이 없었다.
무언가에 겁을 잔뜩 집어먹은 것 같기도 하고…
결국 고개를 푹 숙이며 내 눈을 마주치기 두렵다는 듯 피하는 게, 무슨 생각을 하는지 알법하다.
“혹시… 으… 음… 너… 나…”
“잠깐.”
“응?”
그렇기에 나는 그녀의 머릿속 추측이 틀렸다는 걸 일러주었다.
크게 웃음을 터뜨리며.
“푸하핫! 데이지 너, 설마 내가 너 꼬시려고 이런 일을 한 줄 안 거야? 막 복수 같은 거 대신해줘서, 이래저래 엮여보려고?”
“…뭐어?”
유쾌하게 웃으면서 그리 묻자, 데이지가 벙찐 얼굴로 내게 되물었다.
전혀 생각하지 못한 말을 들었기에 벙찐 것이 아니다.
마음속의 정곡을 찔렸기에 나오는 반응이다.
물론 상황 자체는 3자 입장에서 보면 그리 보이긴 하다.
타인의 복수를 위해 목숨을 걸어야 하는 일에 뛰어드는 건…
소설이나 영화에 종종 나오는 히로인의 ‘구원’과 비슷한 시나리오였으니까.
하지만 나와 데이지는 그런 관계가 아니다.
평범히 남성을 사랑하며 평범한 삶을 살기에는,
데이지가 겪은 과거는 평범치 않다.
특히 남녀 관계에 대해서는 치명적이다.
과연 그녀가 몇 년이 흐르더라도 연인을 만드는 걸 받아들일 수 있을지 걱정이 될 정도로.
‘지금처럼 친구를 사귀는 정도는 가능하겠지만… 평생을 독신으로 살 가능성도 있지.’
그런 데이지가 무서워하는 건 두 가지다.
혹시 내가 그녀에게 이성적인 호감을 느꼈을 까봐.
또는 스스로가 내게 이성적인 감정을 품을 까봐.
다른 이들이 하듯 연애를 하고, 남녀 간 사랑을 나누는 게 상상이 안 되는 걸 넘어서 두려워하는 것이다.
어느 정도냐면…
처음 본 남성에게 자신이 남성을 아는 몸이라는 걸 알릴 정도로.
자신이 매력 있는 여자가 아님을 의도적으로 어필하는 것이다.
물론 멜에게는 그리 말하지 않은 걸 보면 반드시 그러는 건 아니다.
그러나 모든 남자를 소아 성애자로 의심하며 적개심을 품는 건 공통되었다.
“네가 남성을… 정확히는 친구 이상의 관계가 되길 꺼리는 걸 알아.”
“……”
“무엇보다 내가 너한테 그런 낌새라도 보이면 멀리 도망칠 거잖아? 다시 못 찾게.”
- 움찔!
데이지가 작게 몸을 떨었다.
그리 불안정한 건강 상태로 어딜 도망가려고?
1년도 치료까지 주어진 시간으론 짧다.
숨바꼭질할 시간 따위 있을 리가.
“도망… 어떻게…?”
“헨리씨. 티 나잖아.”
“…티 났구나. 하긴, 나도 알 정도인데…”
- 힐끗.
데이지의 시선이 얇은 천으로 가려진 연금실로 향했다.
그 안에 있는 인물은 한 명밖에 없다.
헨리.
나보다 훨씬 오래 알고 지냈기에, 나보다 허물없이 지냈어야 할 사이이다.
원래대로라면.
‘하지만 데이지는 헨리 이야기를 할 때면 어딘가 불편해 보였지. 둘은 사적인 대화도 잘 안 했고.’
짐작되는 원인은 하나뿐이다.
헨리가 데이지를 이성으로 여기기 때문이리라.
그렇기에 그녀는 언젠가 헨리와 떨어지려 했을 것이다.
데이지는 결코 그의 마음을 받아줄 수 없으니까.
인간의 마음속은 결코 단정 지을 수는 없으나, 술에 취해 본심을 들었던 지난 밤.
내가 알아낸 데이지의 속마음은 그러했다.
그녀는 사랑받는 걸 두려워하고, 사랑하는 걸 두려워한다.
그 원인을 생각해보면…
아무리 봐도 쉽사리 치유할만한 트라우마는 아니다.
누구보다 잘 안다 자부하는 크리스의 트라우마도 완화하는데 이렇게 많은 시간과 정성이 필요했다.
그런 내가 함부로 데이지의 과거에 손을 댄다?
‘적당히 오만해야지. 자칫 실패하면 트라우마를 들쑤시는 게 되는데.’
트라우마가 여전히 남아 있는 지금.
그녀는 친구도 잘 사귀고, 평범히 일상을 누리고 있다.
매일같이 악몽을 꾼다던가 자해 충동이 드는 것은 전혀 아니다.
그냥 처음 보는 남성을 적대하고, 연인을 만드는 것이 두려울 뿐.
“너와 나 사이에, 네가 걱정하는 그런 일은 없을 거야.”
- 움찔!
“무엇보다… 음… 미안하지만, 내 이상형은 너랑 좀 많이 동떨어져서.”
“무,뭐?”
상황을 잊고 데이지의 입이 떡하고 벌어졌다.
그야 황당할 법했다.
그녀는 지금 고백을 하지도 않았는데 차여버렸으니까.
나는 무죄다.
그녀가 내게 한 짓을 그대로 되돌려 준 것일 뿐이다.
데이지가 먼저 오해해서 나를 거절하려는 분위기를 만들었지 않은가?
실제론 그럴 의도라곤 하나 없었는데.
나만 당하면 억울하다.
그러니 너도 당해봐라.
0고백 1차임.
- 퍽!
“으억!”
내가 실실 웃으면서 그녀를 보자, 그제서야 장난이었다는 걸 눈치챈 데이지가 화를 내며 내 옆구리를 때렸다.
여전히 아프지 않았다.
그래도 아픈 척도 안 하면 화낼 테니 열심히 아픈 척을 했지만.
“…도끼병 꼬맹이.”
“꼬맹이 아니라고 이 호구 새끼야!”
- 퍽!
이제서야 자신이 큰 오해를 했다는 것을 깨달은 걸까?
데이지는 도끼병이라 불린 것을 부정하지 않았다.
첫 만남에 이어서 두 번째 오해.
양심이 있으면 부정을 할 수 없다.
‘큭큭. 쪽팔려서 얼굴도 못 드나 보네.’
남녀 사이에 영원한 친구 관계는 없다고 한다.
이는 둘 사이가 친하면 친할수록 그 경계선이 애매해진다.
하지만 나는 그 미묘한 거리 조절을 꽤 잘할 자신이 있다.
이제는 단 한 명도 남지 않았지만,
꽤 많은 여사친을 사귄 경험이 있었으니까.
“그럼 왜… 어째서 이렇게까지 해주는 거야? 아니, 그 이전에 날 위해 해준 게 맞아? 솔직히 나… 평소 말투도 엄청 못되고, 성격도 더러워서 정 붙이기 힘든 년 인데…”
“…너 자각하고 있었어?… 이건 이것대로 충격적이네.”
“이익! 닥치고 대답이나 해!”
버럭 화를 내는 데이지를 보니 저절로 웃음이 나온다.
이 녀석과 대화를 나누면 어쩐지 재미가 있다.
놀리는 맛이 있어서일까?
“글쎄? 왜일 것 같아?”
질문에 대답을 주는 대신에 질문을 되돌려 주었다.
또한 그녀가 상상할 법한 이유를 나열했다.
“네게 돈 주고도 못 구할 포션 같은 대가를 받아내려고? 아니면 네게 졌던 빚을 조금이라도 갚기 위해?”
“…아니야?”
“음… 사실 빚을 갚기 위해서는 일부 맞아. 하지만 비중이 크지는 않지.”
빚을 지우는 건 겸사겸사다.
이유는 따로 있다.
“그럼… 어째서…”
“나는 감정에 솔직하게 행동하기로 결심했거든. 어떤 특이한 사건 이후로.”
이제는 완벽히 내 몸이 되어버린 육체를 내려다보았다.
근육과 골격은 물론, 피부마저도 내가 하나하나 빚어낸 결과물이다.
시스템을 얻게 되며 수많은 시간을 쏟아부어 훈련한 무술들.
자신의 육체를 관조할 수밖에 없는 훈련을 겪으며 이 몸은 내 것이라는 인식이 완벽하게 박혀버렸다.
이제는 ‘박찬영’이라는 이름도 거부감 없이 받아드릴 정도다.
어느 정도냐면…
누군가 뒤에서 ‘박찬영!’하고 부른다면, 무의식적으로 뒤를 돌아 ‘나’를 부른 사람을 돌아볼 정도로.
내가 박찬영이 된 이후 지난 시간을 모두 합하면 고작 1년 남짓이다.
20년 넘게 백하민이란 이름을 쓴 것에 비해 짧다 말할 수 있으리라.
허나 내가 겪은 1년이란 시간은 너무나 알맹이가 가득 차 있었다.
그러니 이상할 건 없겠지.
- 힐끗.
아련한 눈빛으로 자신의 몸을 바라보는 내가 특이해 보였던 걸까?
데이지가 궁금증 어린 눈으로 바라보았다.
물론 내 골치 아픈 사정에 대한 설명은 안 해줄 것이다.
“그런 게 있어.”
“…특이한 놈. 그래서, 너는 이성적인 판단을 하지 않는 게 아니라, 무엇이 합리적인 행동인지 알면서도 감성적으로 행동한다는 거야?”
“아니. 둘 다 신경 쓴다는 게 맞아.”
성욕이 인다고 충동적으로 강간을 하고 다니지는 않는다.
내게 이득이 된다고 싫어하는 놈의 구두를 핥으며 머리를 조아리지 않는다.
다시 말해… 나는 너무나 평범해졌다.
내게서 영화나 소설 속 주인공이 가지는 특색이라곤 찾아볼 수 없으리라.
“그러니 너를 위해서 한 행동은 아니야.”
“나를 위해서 한 것이… 아니라고?”
“그래도 관련이 있기는 하지. 나는 그냥 놈들이 하는 짓이 마음에 안 들었어.”
“…응?”
“짜증이 확 난 거지. 네게 그딴 더러운 짓을 했던 놈들이 아직도 잘 먹고 잘사는 게.”
“어?… 어어?…”
“그렇게 기분이 팍팍 더러워졌을 때, 마침 2 왕자가 울분을 풀 기회를 만들어 주었고… 이젠 알겠지? 이게 내가 의뢰를 받은 이유야.”
“뭐야 그게…! 겨,결과적으로 나를 위해 그랬다는 건 달라지지 않은 것 같은데…?”
“…이게 왜?”
“아니, 네 말을 정리해보면… 내가 당한 일 때문에 화가 나서 그랬다는 것이지?”
“그렇지?”
“그게 복수를 대신 해준 것과 뭐가 다르…”
“아니지. 네 복수를 해준 게 아니라, ‘내가’ 화가 나서…”
“그런데 화가 난 근본적인 원인은 내가 겪은 일…에 있잖아?… 그건 나를 생각하… 큼! 거,걱정하는 만큼 화가 났다는 뜻… 아니야?”
“…쩝…”
데이지가 혼란스러운 눈으로 물었다.
확실히 그녀의 말은 틀리지 않았다.
해석에 따라 나를 위해 행동했다고 할 수도 있고,
데이지를 위해 했다고 할 수 있다.
실제로 둘 모두 틀린 말은 아니니까.
“네가 그게 좋으면 그런 걸로 하자고. 중요한 건 우리 둘은 서로를 친구로 여기고 있다는 거잖아. 안 그래?”
“잠깐!! 멍청아! 이,이게 아무렇지 않게 넘어 갈 만한 일인…!”
“쉽게 생각해. 너도 그럴 능력이 있었으니 나를 도왔고,”
비어버린 포션병을 꺼내어 데이지의 앞에 흔들었다.
동시에 부상을 입었던 다리를 눈짓했다.
그녀가 내게 줄 수 있었던 도움이다.
“나도 그럴 능력이 있었으니 너를 도운 거지.”
연금 공방의 한쪽 벽을 손으로 가리켰다.
이제는 주인이 바뀌어 버린 왕궁이 있는 방향이다.
그리고 내가 그녀에게 줄 수 있었던 도움이다.
“능력 있는 친구끼리 서로 도우면서 살아가면 좋잖아?”
“……”
들켰네.
얄팍하게 감추어 둔 궤변이 더 까발려지기 전에 어서 말을 돌렸다.
애초에 나는 대놓고 데이지의 복수를 한다는 마음가짐으로 반 제국파를 죽였다.
그런데 어떤 사람이 친구를 위해 많은 것을 각오하고 싸웠다 대놓고 말해?
낯간지러운 것도 정도가 있지.
내 얼굴이 두껍긴 해도 그 정도는 아니다.
‘…완전히 몰라주면 그건 그것대로 좀 아쉬워서 조금만, 아주 약간만 본심을 알려 주려고 했는데… 실패해 버렸네.’
일부가 아닌 전부가 읽혔나 보다.
그녀의 복수를 위해 적극적으로 반역에 나섰다는 사실이.
데이지의 눈에 알 수 없는 감정이 피어난다.
떨리는 두 손이 작게 모였다.
조금 부르튼 입술을 조그마한 치열이 앙 물고,
결국은 고개를 푹 숙이며 내게 대꾸했다.
“친구는… 무슨…”
울기 직전의 목소리네.
나는 그런 그녀에게 한가지 조언을 건네 주었다.
마찬가지로 실실 웃으면서.
“뭐야. 감동했어? 고개를 드는 게 눈물을 참기 편할 거야.”
“…프흐. 내가 울리가 없잖아. 그러니 그 주둥이 좀 닥쳐.”
울먹임 섞인 웃음소리가 피식거리며 새어 나왔다.
듣기 좋았다.
적어도 펑펑 우는 것보다는 훨씬.